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370)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370화(370/582)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370화
268. 이제야 좀 시원하네
또 교수가 경비대에 붙잡혔다.
이번에도 학과장이다.
심지어 검술학부보다 위세가 높은 신성학부의 학과장이다.
“-라고 시작하네. 기사가 뭐 이렇게 빨리 나오냐?”
난 레일라가 건네준 신문을 받아들었다.
아카데미 일보.
미리 연을 만들어 둬서인지는 몰라도, 그리핀이 기사 하나는 참 빠르게 쓴다.
“어째 데인이랑 엮인 학부들은 죄다 결말이 안 좋냐?”
알투르의 말에 다들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이젠 신성학부까지…….”
“어우, 살 떨려라.”
뭐야. 시비를 거니까 대응해 준 것뿐인데.
아무튼 신성학부는 지금 발칵, 뒤집힌 모양이다.
프리실라의 건을 떠나 학과장씩이나 되는 양반이 ‘일개 학생’을 위협하는 걸 넘어 신성력이 폭주하기까지 했으니.
거기다 목격자도 많고, 호멧 학장이 개입한 이상 슬렁슬렁 넘어가긴 어려울 것이다.
“그럼 프리실라 건은 이제 해결된 건가?”
“아마 해결될걸.”
레일라의 물음에 난 어깨를 으쓱였다.
모르긴 몰라도, 당분간 프리실라 쪽은 신경도 못 쓸 것이다.
주교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대형 사고가 터져 버렸으니까.
왜, 저번에 프리실라를 찾아온 대사제 있지 않은가.
그 양반, 지금쯤 아마 난리가 났을 것이다.
“조기졸업은 일단 막은 것 같고…… 대신전 안 가는 건 지켜봐야 하려나?”
알투르의 중얼거림이었다.
도리안만이 그나마 가장 낙관적인 전망을 내고 있었다.
“선생님들, 다 잘될 겁니다.”
그래. 넌 그렇게 말해야지.
프리실라랑 그렇고 그런 사이니까.
“데인 소그레스, 프리실라 네리엘. 사건 당사자들이니 잠시 가지.”
대강 일도 마무리되었겠다, 나와 프리실라는 ‘조사차’ 아카데미 경비대와 동행하게 되었다.
당연히 누구처럼 끌려간 건 아니다.
“이쪽으로 들어가시죠.”
나와 프리실라가 ‘안내받은’ 곳은 바로 경비대 조사실.
별다른 장식 없이 책상과 의자 정도만 놓인 공간은 삭막하기 그지없었으나, 딱히 신경 쓰이진 않았다.
어디까지나 죄를 짓고 왔을 때가 신경 쓰이는 거지.
“음. 두 학생? 조사는 간단하게 진행될 겁니다. 워낙 현장 상황이 명명백백했던 만큼, 형식적으로 진행될 겁니다.”
조사관으로 보이는 남자는 우리에게 몇 가지를 물어본 뒤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진술을 토대로 전후사정을 파악해 보자면…… 프리실라 네리엘 학생이 학장님과의 대면에서 ‘조기졸업을 원한 사실이 없다’라고 진술했고…… 이에 격분한 셀레스 교수님이 찾아왔다 이 말입니까?”
“네. 그다음은 아시는 바와 같습니다.”
“허어. 두 분 다 다친 데가 없어서 천만다행이네요.”
굳이 정치적인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괜한 말로 상황을 불리하게 만들 수 있으니까.
중요한 건 눈으로 확인된 사실만으로도 프리실라는 잘못이 없다.
반면 대신전과 셀레스 학과장은 무척이나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는 것.
“알겠습니다. 여기, 진술서입니다. 확인 후, 아래 서명하시면 됩니다.”
우리는 그렇게 진술서에 서명을 마치고 나왔다.
해가 참 밝다.
일이 잘 풀려서 그런 건가.
“나 참…… 일이 뭐 이렇게 풀린대?”
프리실라는 저렇게 말하며 별안간 웃음을 터뜨렸다.
“처음에는 파문도 생각했었는데…… 데인 너랑 엮이면 참 재미있는 일이 많이 벌어진단 말이지?”
“도와 달라면서?”
“이런 방법으로 도울 줄은 몰랐지.”
실은 나도 그렇다.
설마하니 일이 이렇게나 쉽게쉽게 풀릴 줄은 몰랐지.
셀레스 학과장이 됐든 대사제가 됐든 다짜고자 와서 화를 내는 건 예상했다만-
그렇게 신성력을 폭주시켜 준 덕에 일이 잘 풀린 것.
대신전 입장에서는 셀레스 학과장쯤 되는 사제가 그런 큰 사고를 쳤으니 난리가 났을 테지.
“이젠 기다리면 돼. 어떤 식으로든 그쪽에선 결론이 날 테니까.”
“찾아가 보지 않아도 될까? 대신전에.”
난 프리실라의 표현을 빌렸다.
“염병할 대신전이 어떻게 나올지 기다리면 되는 거 아니겠어?”
“아.”
프리실라는 입을 가리고 푸흐흐, 웃음을 흘렸다.
“그래…… 그놈의 염병할 대신전. 이제야 속이 좀 시원하네.”
이제야 좀 예전 모습으로 돌아왔네.
결심한 이후부터는 내내 불안해서 말 한마디 한마디 엄청나게 조심하는 것 같더니.
“뭐, 좀 지켜봐야겠지만…… 적어도 당장 끌려갈 일은 사라졌으니까.”
“그렇지.”
아마 당장이 아니라, 이후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을 테다.
그때 프리실라를 찾아온 블룸 대사제.
주교 당선에 실패하게 되면 프리실라는 상대편 입장에서는 걸끄러운 존재.
대신전을 나가 주겠다고 하면, 오히려 쌍수 들고 환영할 판이다.
“이렇게 될 거, 다 예상한 거야?”
“글쎄.”
난 알아서 생각하라는 듯 씩 웃어 보였다.
그렇게 경비대 건물을 나와 발을 떼던 그때였다.
“프리실라…… 네리엘!”
양반은 아니네.
방금 떠올린 사람이 보였다.
블룸 대사제.
저번에 와서 프리실라를 위협하고 돌아간 사람이다.
그리고 주교 선출을 앞두고 홍역을 치르게 생긴 당사자.
그는 거친 걸음으로 씩씩대며 다가오더니 대뜸 외쳤다.
“네가 지금 무슨 짓을 저지른 건지 알고나 있느냐! 그간 대신전에서 먹이고 입혀 주고 신의 길을 걷게 해 준 은혜를 이렇게 갚아?”
터져 나오는 고함이 무슨 철천지원수 대하는 수준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조기졸업을 신청하고 대신전에 들어와서 신의 길을 걷겠다고 정식으로 맹세하거라. 그렇지 않으면…….”
“그렇지 않으면요?”
프리실라의 당찬 물음이다.
블룸 대사제는 외려 당황한 듯했다.
“……정녕 파문을 원하는 것이냐?”
“예비 사제가 파문을 당하는 데엔 그럴 만한 사유가 필요한 걸로 아는걸요.”
“사유, 그래. 사유는 충분하지! 지금 감히 내 말을…….”
“설마, 대사제님 말을 안 들었다고 파문시키시는 건 아니겠죠?”
말문이 턱, 막혀버린 블룸 대사제.
“누가 봐도 말도 안 되는 명령인걸요. 대사제님.”
“너 정말…….”
“대사제님. 전 지금 신의 길을 포기하려는 게 아니라 신의 손길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생각으로 말씀드리는 거예요.”
“…….”
“신께서도 그걸 더 바라시지 않을까요? 제 신성력이라면, 이곳 수도뿐만이 아닌 다른 곳에서도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테니까요.”
논리적으로 다 맞는 말이다.
그리고 불리한 상황에서는 더 논리적으로 느껴질 테다.
그래서일까.
블룸 대사제는 결국 화를 내는 대신 프리실라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프리실라, 내 약속하마. 당장은 아니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대신전을 떠나 넓은 세상을 경험하게 해주마.”
눈에 띄게 달라진 말투.
마치 어른이 아이를 달래듯 부드러운 목소리다.
“그러니 지금은 몇 년만이라도 대신전에서…….”
“죄송해요, 대사제님. 저는 지금 아카데미 생활을 하면서 더 배울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아요.”
“프리실라 네리엘!”
다시 화를 내는 거 보니 혹시 갱년기가 아닐까 싶다.
나이도 딱 그쯤으로 보이고.
갱년기에는 감정이 널을 뛴다던데.
“어떻게 말씀하셔도 대신전을 떠나겠다는 제 마음은 바뀌지 않아요. 그럼.”
프리실라가 대사제를 지나쳤고, 나도 그 뒤를 따랐다.
“……정녕 내가 가문에 알리면서까지 널 설득해야겠느냐?”
그때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프리실라는 잠시 멈추더니, 고개를 돌리곤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모르셨어요? 저, 가문에서 내다 버린 자식인데.”
“뭐?”
“신성에 귀의한 사람이 가문을 잇는 거 보셨어요?”
블룸 대사제가 멍하니 프리실라를 바라보는 사이 말이 이어졌다.
“대신전에서 그렇게 만들었잖아요. 어느 날 찾아와선 신성력에 재능이 있다고 뺏어가듯 데려와서 사제 교육을 시키셨었는데. 덕분에 전 가문에서도 논외 취급을 받았죠.”
“…….”
“물론 이제 와서 따지는 건 아니에요. 덕분에 제 재능을 알았으니까요.”
프리실라가 마지막으로 쐐기를 박았다.
“그러니 그 재능, 진정으로 필요한 사람들에게 써 보려고요.”
프리실라의 결심은 확고하다.
신의 품을 떠나겠다는 게 아니라, 신의 힘이 진정으로 필요한 이들을 위해 살겠다는 다짐.
“…….”
그래서인지, 아니면 앞날이 막막해서인지 모르겠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럼, 대사제님. 다음에 뵙겠습니다.”
프리실라는 끝까지 예를 갖춘 뒤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잠시 후.
“……푸하.”
프리실라는 나무를 짚곤 참았던 숨을 토해냈다.
“괜찮아?”
“응. 후우…… 대사제님쯤 되니까, 버티기가 쉽지 않은데?”
프리실라는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닦아냈다.
“그래도 뭐, 나 정도 되니까 이렇게 앞에서 이야기해도 지장이 없는 거지.”
“다른 사제들은 안 그래?”
“학부생 중에서 대사제님 코앞에 두고 말할 수 있는 사람, 나뿐일걸?”
신성력의 수준도 수준인데, 아마 담력도 포함이겠지.
하여튼 대단한 녀석들만 모였다니까, 우리 동아리.
“슬슬 가자.”
“응. 그나저나 이제 기말고사네? 아, 좋다. 이제 한시름 덜었으니까.”
그렇게 좋을까.
난 신이 난 듯한 프리실라의 뒷모습을 보며 피식거렸다.
* * *
내 예상대로, 대신전은 한 차례 발칵 뒤집혔던 모양이다.
수도 신문에 주교 선출과 관련된 이런저런 추측과 일련의 사건들이 나열되었는데, 결론은 이렇다.
블룸 대사제는 주교 선출에 실패했다.
그뿐만 아니라, 그간의 비리들이 적발되어 대신전 자체적으로 징계를 내려 일반 사제로 강등당했다.
아마 틈을 보고 있던 반대파에서 기회 삼아 이런저런 일들을 밝힌 모양.
뭐, 중요한 일은 아니다.
그보다 중요한 건, 프리실라의 조기졸업은 공식적으로 허가받지 못했으며…….
“대신전에서 허락했어. 자, 봐봐.”
“오, 이게 뭔데?”
“대신전 명령서.”
상당히 놀랍게도 ‘대신전 직권 명령’으로 프리실라는 대신전행이 아닌, ‘고행 봉사’를 명받았다.
“고행 봉사? 이게 정확히 뭔데?”
“자유롭게 여기저기 오가면서 신성력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명받은 거지. 대신, 그만큼 책임을 져야 하고.”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
프리실라는 대신전이라는 방패를 스스로 등졌으니, 그만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
“잘됐네. 이제 마음 좀 놓여?”
“좀 놓이겠어? 더 이상 망할 대신전에 봉사 안 해도 되고…… 힘든 사람들도 마음껏 도울 수 있게 됐으니까.”
아무튼 잘된 일이다.
블룸 대사제, 아니 블룸 ‘일반사제’와 전직 학과장인 셀레스 교수에겐 안된 일이지만.
참고로 셀레스 교수는 학과장직을 박탈당하고 교수직이 일시 정지되었다.
이걸로 일은 대강 마무리된 것 같고…….
“근데 다들 시험 준비는 하는 거야?”
레일라의 그 한마디에 나와 프리실라를 제외한 모두의 말문이 턱 막혔다.
“현실이 너무 각박해.”
“이번에 성적표 집에 날아갈 텐데…….”
“하…… 이제 교양도 다 채워 가는데 학점 어디서 따냐…….”
“선생님들…… 저 이번에 B 이하 하나라도 나오면 가문에서 방학 내내 수련시킨답니다…….”
뭐, 알아서들 잘하겠지.
나는 시험보다는 다른 생각을 떠올렸다.
바로, 방학에 갈 서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