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373)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373화(373/582)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373화
271. 출발 준비하자고
시험이 끝났다.
크로스 교수는 게이트를 걸어 나온 나를 보고 있었다.
정확히는 게이트 쪽에 시선을 고정한 채 잠들어 있었다.
어이가 없네 정말.
자동으로 복귀하도록 제한을 걸어 둔 덕에 잘 빠져나왔다만.
“교수님.
“어, 크흠. 커험. 끝났구나.”
“피곤하셨군요.”
“피곤하긴, 어흠.”
근데 리치도 잠을 자는 줄 몰랐다.
“어험. 내가 만든 육체가 좀 뛰어나야 말이지.”
저건 인정한다.
잠든 건 좀 어이가 없다만.
“아무튼 고생했다. 나도 이렇게 길어질 줄은 몰랐지만.”
총 4시간.
시간을 꽉 채워 나왔다.
그런데 길어질 줄 몰랐다고?
“예상대로라면 2시간 안에 끝날 줄 알았거든.”
“그렇습니까.”
“그나마 너라서 좀 더 쳐 준 거다, 이 녀석아.”
크로스 교수의 고마워하라는 듯한 반응에 또 한 번 어이가 없었다.
그래도 나쁘지 않은 시험이다.
무엇보다 사막 대비 훈련도 됐고.
“그나저나 말이다, 이제는 나보다 마력 형상화를 잘 이해하는 것 같구나.”
크로스 교수가 의외의 말을 꺼냈다.
“그럼 이제 더 안 가르치신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럴 리 있겠느냐? 이해도는 높아도 배울 건 많다. 내가 개발한 마법이 몇 갠데.”
크로스 교수가 피식거렸다.
“이 리치 육체는 아직 200년도 더 갈 수 있다. 다 썩으려면 300년이고. 그래도 내 백골은 남아.”
“300년 뒤엔 제가 안 살아 있을 것 같습니다만.”
“너도 리치 하고 싶으면 말하거라. 내가 한 500년은 안 썩는 육체로 뽑아 줄 테니.”
오늘 어이없는 말을 많이 듣는다.
리치라니.
생각도 안 해 봤다.
생각할 이유도 없고.
이번 생에서 하고 싶은 건 많지만, 그렇다고 삶을 거스르고 싶진 않으니.
“사양하겠습니다. 나중에 방법이나 알려 주세요. 연구하게.”
“오냐. 유출 안 하는 조건이면 생각해 보마.”
참고로 리치는 거의 현존하지 않는다.
윤리성의 문제, 그리고 제국 성교회의 위세 덕에 거의 사라졌기 때문.
마법사들도 아마 리치가 되기로 한 이상, 죽음을 위장하거나 어디 숨어서 살고 있을 테다.
무엇보다 등록제로 관리되는 마법사들의 특성상, 자격 갱신 시험을 보는 과정에서 들킬 가능성이 높고.
크로스 교수야 알아서 잘 숨겼겠지만.
여하튼 그런 조마조마한 삶은 사양이다.
“방학에는 뭐 하시게요?”
내 물음에 크로스 교수가 기다렸다는 듯 답했다.
“제자도 구했으니, 방학에는 연구나 좀 할 예정이다. 목표 하나를 이뤘으니, 다음 목표를 생각해야지.”
목표라.
그거 좋다.
“요새 널 보면 떠오르는 영감들이 많아서 말이다.”
“좋네요. 그럼, 방학 잘 보내세요.”
“오냐. 서부 간 김에 기념품도 좀 사 오고. 거기 특산품 중에 증류주가 하나 있는데, 기왕이면 아공간에 꽉꽉 담아 오면 좋겠구나.”
당당한 요구에 난 그냥 웃어 버렸다.
그렇게 강의실을 나서려는데 크로스 교수가 한마디 덧붙였다.
“아, 성적은 알지? A 플러스다.”
아, 잊고 있었는데.
이거, 시험이었지?
* * *
[전체 수석 ? 데인 소그레스]공고가 떴다.
별로 신경도 안 쓰고 있었는데, 레일라가 소식을 전해주었다.
“내가 차석이고 넌 또 수석이더라?”
“정확히는 네가 또 차석이지.”
“죽을래 진짜? 아, 매번 겪어도 분해 죽겠어.”
레일라는 이번에도 차석이다.
보다 정확히는 3연속 차석이지만, 그 사실을 구태여 언급하기엔 레일라의 검술이 요새 훌쩍 늘었다.
“데인 또 수석이래?”
“응. 암살 시도라도 해야 하나.”
“요새 레일라 살벌하다. 시험 때문에 그런가?”
“아니, 너라면 안 그러게 생겼어? 어떻게 된 게 모든 과목이 A 플러스냐고!”
레일라가 씩씩거렸다.
그 모습을 알투르가 거든다.
“이해한다, 레일라. 나도 올 A 플러스는 못 받아 봤거든.”
마법학부다운 말이다.
보통 머리 좋은 녀석들이 많이 가니까.
“저 녀석은 그냥 존재 자체가 사기야.”
여기서 딱히 내 편을 기대하는 건 아니다.
다만 레일라의 저런 반응이 어이없고 웃길 뿐.
“쟤랑 같이 졸업하지 말고 한 학기라도 늦게 해서 수석 한 번이라도 하고 싶은데…….”
“시험 하나 안 보고 누락시킬까?”
내 농담에 레일라가 눈에 불을 켰다.
“그러기만 해 봐.”
레일라도 편법을 동원하는 건 싫어하는 성격이다. 나도 그걸 알고 던진 농담이고 말이다.
아무튼 기말고사가 마무리되었다.
“나한테는 차석도 사기야.”
“선생님들, 저는 아마 이번 방학에 가문에 안 가고 서부로 가서 천만다행입니다.”
“제나, 넌 어땠어?”
“나 망했어…….”
나와 레일라, 알투르를 제외하면…… 다들 성적이 그냥저냥인 모양.
“프리실라 너는?”
“나? 시험 두 개는 그냥 버렸는데?”
프리실라는 의외의 행동을 한 모양.
“역시, 믿고 있었어. 시험공부 안 했구나?”
“아니, 시험 잘보면 그거 핑계로 또 조기졸업 이야기 나올까 봐.”
“…….”
요컨대 의도적인 시험 누락이라 이거군.
프리실라 입장에서는 좋은 전략이 될 테다.
이젠 더 이상 대신전에서도 괴롭힐 일도 없고, 주교 선출도 끝났다.
주교 도전에 실패한 블룸 대주교는 강등당했고, 셀레스 학과장은 더 이상 학과장이 아니게 되었다.
거기에 대신전의 명렁서까지.
프리실라를 건드릴 사람은 아무도 없게 된 셈.
“그럼 이제 우리 모험 준비하면 되는 건가?”
이제부터는 어니스트 타임이다.
녀석은 옆방에 가더니 반짝이는 눈으로 브리핑 보드를 가져왔다.
언제 준비한 건지, 제국 전도가 붙어 있다.
“저걸 어떻게 구한 거야?”
제나의 물음에 어니스트는 간단히 답했다.
“우리 가문, 탐험 명가잖아?”
“아.”
그런 의미에서 들키면 감옥에서 평생 썩을 만큼 지도가 많다.
드레니크도 그렇고, 알테온에서도 지도는 엄격히 관리되는 품목 중 하나니까.
특히 저렇게 지역별 이름을 비롯, 온갖 정보들이 다 적힌 지도라면 더더욱.
덕분에 보기는 편하다만.
“자. 이번 방학에 우리가 갈 곳은 총 세 곳이야.”
브리핑이 시작되었다.
“일단 처음은 카르나스가 지목한 드래곤의 둥지.”
“끼륵!”
드래곤의 둥지라는 말에 반응하는 카르나스.
“이곳은 서부로 가는 길에 있지. 아리엘라산이라고, 지도에는 있지만 탐사가 불가능한 영역이야.”
아리엘라산.
우리가 카르나스가 지도라 주장하는 그림의 단서를 추적한 끝에, 딜런 남작으로부터 들은 정보다.
특정 지점에 이상하게 접근이 어려운 산.
이곳으로 가서 지도도 완성하고, 드래곤의 둥지도 찾아낸다.
“그럼 그런 곳인데 우리가 탐사할 수 있을까?”
“데인의 기감이라면 충분해.”
그래, 이건 내 고대 마력에서 기반하는 기감을 전제로 한 탐험이다.
남들은 느끼지 못하는 미세한 차이도 느끼는 것.
크로스 교수의 시험에서 이미 시험해 본 바 있다.
“안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데인이 기감으로 감지하는 거지. 탐지 불가능한 영역을.”
“그럼 괜찮겠네. 설마 안에 드래곤이 있진 않겠지?”
“모르지. 있으면 카르나스보고 말하라고 하면 되지 않을까?”
“끼……륵?”
카르나스 표정을 보니 그건 생각 못 했다는 반응이다.
“뭐, 있으면 도망가야지.”
“데인이 도망가자는 말도 하네?”
“내가 무슨 돌격대장인 줄 아냐.”
아닌 건 아닌 거다.
내가 지하도시 아크리움에서 지평선 너머의 존재라는, 초월적 존재까지 마주하긴 했었다.
그래도 드래곤의 영역에 발을 들여 놓고 앞으로 돌격하는 건 미친 짓이다.
그쪽에서 먼저 대화를 시도하면 모를까.
“드래곤이 있고 없고는 일단 안에 가서 확인하자고. 가는 길은?”
“다행히 사막 시작 전에 있는 곳이야. 텔레포트 플랫폼이 있는 도시가 근방이라 이동 자체는 하루하고 반나절 정도?”
“그만하면 충분하네.”
키론 녀석, 오랜만에 달리겠군.
“문제는 다음부터야. 다들 알지? 사막에서는 잘 알겠지만, 말이 못 달려.”
키론 녀석은 가능하지 않을까.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데?”
제나의 질문에 어니스트가 얼른 대답했다.
“낙타.”
그래, 사막 하면 낙타지.
발도 모래에 안 빠지고, 지구력이 뛰어나다.
“말은 안 돼. 키론은 가능할지도?”
그래, 키론이라면 가능하지.
일단 데려가는 걸로 해보자.
안 데려가면 아카데미 안에 있다가 또 무슨 사고를 치려고.
요새 숲지기 아저씨랑 거의 친구 먹은 것 같다만.
“우리는 아무튼 이렇게 사막을 쭉 가로지를 거야. 약 3주는 걸릴 예정이고.”
“목적이 두 개라 했지?”
“응. 하나는 마족들이 머물렀던 곳.”
탁.
어니스트가 짚은 곳은 서부 사막 끝.
이른바 ‘하늘이 닿는 곳’이다.
“조사해 본 결과, 하늘이 닿는 곳은 바로 여기 ‘브리스트 사구(沙丘)’야. 쉽게 말해 모래가 쌓여 생긴 언덕이지. 이 위에 옛 신을 모시던 신전이 있어.”
“신전?”
신전이란 말에 프리실라가 눈을 가늘게 떴다.
“대신전은 아니니까 안심해.”
“아니, 그게 아니라. 아직도 성교회에서 허가하지 않은 신전들이 남아 있나 해서.”
“여기는 접근 자체가 어려워서 그런 것 같은데? 일단 사구로 가는 길에 모래폭풍이 쉴 새 없이 몰아닥치고, 높이도 꽤 된대. 그래서 예전에는 그 신을 모셨던 사제들이 이곳으로 가는 길 자체를 수행으로 여겼나 봐.”
“그래도 몇 개는 남아 있구나. 다행이다.”
다행이란 단어에 순간 다들 프리실라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오히려 당황한 쪽은 프리실라였다.
“왜, 왜들 그렇게 봐? 당연한 거 아니야? 성교회처럼 박해하면 안 된다고.”
음.
그걸 입에 담는 사람이 성교회에서도 재능 넘치는 사제니까 그런 거 아닐까.
아무튼.
“그리고 사구를 둘러본 뒤…… 마지막은 여기야.”
앞선 두 개의 모험을 마친 뒤, 마지막으로 가야 할 곳은 바로 한때 아르카나에서 ‘빌데바르’라 불렸던 곳이다.
“사막이네?”
“응. 지금은 지명이 별도로 없어. 하지만 데인의 말에 따르면, 예전에는 도시였다고 해.”
아르카나 멸망 직전, 빌데바르 쪽으로 쏘아 보냈던 고대 마력 집약체.
시간이 흐르며 사막화가 진행되었고, 이후 빌데바르라는 도시도 사라진 것 같다.
아무튼 집약체는 바로 저기 있다.
우리가 돌아가는 길에서 조금 벗어난 곳.
“저기 가는 이유는 뭔데?”
알투르의 물음에 내가 답했다.
“아르카나의 비밀 파헤치기.”
“……아르카나!”
다들 눈이 초롱초롱해진다.
아르카나.
나처럼 관련 지식이 있다면 모를까.
아니, 관련 지식이 있고 없고를 떠나 ‘아르카나’라는 단어 자체가 사람에게 두근거림과 묘한 설렘을 준다.
마법사인 알투르는 말할 것도 없지.
“여기 먼저 가면 안 돼?”
“아르카나? 세상에.”
“데인, 또 알아낸 거야?”
난 뜨거운 반응에 씩,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정리했다.
“그럼, 아리엘라산에 갔다가 서부 사막 끝으로 가고, 이후 여기 들른 뒤 돌아가는 걸로?”
“좋아.”
“빡빡한 모험이 되겠네. 두 달 동안 세 곳이라.”
이제 서부까지 가면, 섬을 제외한 제국의 큼직한 곳은 다 가본 셈인가?
2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진짜 여기저기 많이 돌아도 다녔다.
하지만 재미있는데 어쩌겠어.
“그럼, 출발 준비하자고.”
내 말에 모두가 기다렸다는 듯 우르르 자리에서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