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38)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38화
16. 함정 천재 데인 소그레스(2)
항복 선언까진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단지 환영에 불과할 뿐인데도 혼비백산해서 튀어나오는 모습들이 역시 애들이다 싶었다.
“으아악! 나, 나한테 온다!”
“비켜! 비키라고!”
“아넬드, 망할! 어떻게 좀 해 봐!”
경험이 없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자기들이 공격받을 거란 상상 자체를 못 해서 그런 건지.
나는 문을 박차고 튀어나온 녀석들이 내가 소환한 환영 에테라크에 쫓기는 걸 느긋하게 감상했다.
“신입! 신입! 저거 좀 어떻게 해 봐!”
“아넬드! 좀 풀어 보라고!”
“나도 몰라! 모른다고!”
그리고 대충 5분쯤 흘렀을까.
내가 생활할 공간이 더 난장판이 되는 건 보기 싫어 나는 적당한 때에 함정으로 마력을 흘려 환영을 해제했다.
“사, 사라졌어!”
“살았다!”
엉망이 되어 안도의 한숨을 쉬는 이 녀석들이 앞으로 내가 9층에서 함께 지내야 할 애들이구나.
그나저나 분위기가 어색하다.
신고식 해 주려다 역으로 당해서 그런 건가.
“큼, 커흠.”
어떤 녀석이 아무렇지도 않은 척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대뜸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
“반갑다, 신입. 크흠. 신고식이 망해버렸군. 나는 연금학부 5학년 드로얀 발렌타인이라 한다. 발렌타인 후작가의 유일한 직계 자손이지.”
드로얀이라 불린 녀석의 안경은 쩍쩍 금이 가 있었다.
“아, 혹시 해서 하는 말인데 신경 쓰지 마라. 연금술사라면 연금술 실패에 따르는 폭발에 대비해 예비 안경을 수십 개나 가지고 있으니까.”
녀석은 말이 꽤 많아 보였다.
“체격이 상당하군. 그리고 아주 잘 생겼어. 누님들은 아주 아름다우시니 당연한 건가?”
나는 녀석이 더 주절대기 전에 얼른 나를 소개했다.
“반갑다. 데인 소그레스라고 한다. 소그레스 백작가의 막내아들이지.”
“네 소개는 적어도 여기 당테르관 9층에선 할 필요 없을걸? 네 누님 두 분이 거쳐 가면서 소그레스 가문이 어떤 곳인지 충분히 각인시켜 주었으니까.”
어떤 의미로 각인시켜 주었을까.
궁금하지만 묻지 않는 게 좋겠다.
“흠, 그나저나…… 대단한 실력이더군.”
드로얀은 보란 듯이 주변을 가리켰다.
하나둘 일어나 방금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뻔뻔한 표정을 짓고 있는 녀석들.
아마 환영에게 쫓겨 다녔던 사실이 부끄러운 모양일까.
“듣기로는 창술, 마법, 소환술에 재능이 있다면서? 그런데 우리가 준비한 신고식이 전혀 먹히지 않을 줄이야.”
그 말에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아넬드가 무척이나 실망하고 있다고.”
아넬드라는 녀석이 누군지는 바로 알 수 있었다.
“망할!”
저기 발을 구르며 성을 내는 녀석이 아넬드가 틀림없었다.
“사냥꾼으로 유명한 귤러드 가문의 후계자지.”
“아하.”
사냥꾼 가문이면 함정에 대해 잘 알고 있겠구나.
그런데 하필이면 나에게 함정을 알려 준 사람은 모든 함정과 암살 기술 등에 통달한 전설적인 암살자다.
“한동안 시무룩해하겠군. 너무 신경 쓰지 말라고. 하하하.”
드로얀은 그러면서 다른 녀석들도 소개해 주었다.
“여기는 프리실라. 신성학부 4학년이지. 건드리지 않는 게 좋아. 성직자를 꿈꾸는 녀석치고는 상당히…….”
그때 프리실라가 불쑥 끼어들었다.
“착하고, 아름답지. 반가워. 프리실라 네리엘이야. 네리엘 가문의 버린 자식이지. 신성학부에 들어가면 혼인은 꿈도 못 꾸거든.”
들은 적이 있다. 신성학부에 들어가 성직자의 길을 걷게 되면 남자든 여자든 혼인은 규율상 절대 할 수 없게 된다고.
근데 알아서 다들 애인 잘 만나고 다닌다던데. 굳이 여기서 언급할 말은 아니지만.
“아무튼 잘 부탁해, 데인 소그레스.”
프리실라가 손을 내밀었다.
내가 아무 생각 없이 가볍게 악수하던 그때였다.
“어머!”
프리실라가 화들짝 놀라며 손을 뗐다.
그리고 휘둥그레진 눈으로 나에게 물었다.
“마, 마력이 뭐 이렇게 진해?”
그야 고대의 마력이니까.
“뭔데 그래?”
“얘 마력이 너무 진해!”
프리실라는 자기 손을 주물거리며 황망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마법사랑 악수하면 원래 다 이런 건가? 아닌데, 저번에 만난 마법사는 아니었는데…….”
마력과 신성력은 상극의 존재.
그래서 절대 섞일 수 없다.
물론 마법사와 성직자가 만난다고 무슨 일이 생기거나 하진 않는다.
악수의 경우도 마찬가지.
다만 내 마력이 조금 많이 진했을 뿐.
“너 저번에 만났다던 그 애인이 마법사였냐?”
“그, 그런 게 아니라!”
“너 그러다 언젠가 교단에 한 번 걸리면 큰일 난다. 조심해라.”
프리실라는 필사적으로 항변했지만 드로얀은 익숙하다는 듯 가볍게 무시하고 다른 녀석 둘을 소개해 주었다.
“반갑다, 무투학부 2학년 스칼 헤스브로다.”
내가 봤던 그 무투학부 녀석들보단 약간 체격이 작다. 물론 그 녀석들에 비해서지 일반적인 남성 체격은 이미 넘어선 수준.
“오해할까 봐 말하는데, 난 그런 징그러운 녀석들과는 다르다. 육체미 동아리 말이다.”
드로얀이 첨언했다.
“참고로 이 녀석은 사상이 조금 달라. 진정한 무투란…….”
“근육은 중요하지만 전부가 아니지. 그렇게 근육만 키우는 녀석들은 몸이 아니라 근육만 단련시키는 거다.”
사상이 확고하군.
자, 그럼 이제 한 녀석만 남았나?
“……아넬드 귤러드다.”
녀석은 무척이나 시무룩한 표정으로 손을 내밀었다. 드로얀이 옆에서 사격학부 3학년이라고 첨언해 주었다. 함정 설치한 녀석이구나.
“데인 소그레스야. 잘 부탁해.”
“으응…….”
아넬드는 자신감을 완전히 상실한 것 같았다.
나는 그래서 내가 느낀 그대로 이야기해 주었다.
“함정 좋던데. 함정의 기관이나 작동 트리거를 아주 잘 아는 것 같았어.”
“응?”
“그런데 눈에 좀 띄더라고. 도료 문제 같던데. 다음에는 F6블랙 대신에 F3실버와 D6블랙을 4:6 비율로 섞어서 도료를 만들어 봐. 이 정도 밝기에서는 그게 눈에 덜 띌 거야.”
아넬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정말 그러면 눈에 덜 띄어?”
“적어도 이런 환경에서는. 그것만 제외하면 아주 정석적으로 잘 만든 함정이었어. 아마 누구나 걸려들었을걸?”
상대가 나라 그렇지.
아무튼 아넬드는 내 몇 마디에 표정이 바로 풀리더니 다시 손을 내밀었다.
“아넬드 귤러드. 귤러드 남작가의 장남이다. 소그레스 백작가의 명성은 익히 들은 바 있지. 영광이다, 데인 소그레스.”
자세전환 한번 빠르네.
사격학부라 그런가?
“자자, 소개는 이쯤하고. 데인 소그레스? 네 방을 안내해 주지.”
나는 그렇게 아카데미에 입성 후 마침내 내 기숙사 방으로 향할 수 있었다.
당테르관 9층 끝쪽. 거기가 내 방이었다.
“참고로 당테르관은 7, 8, 9층이 독실을 사용하지. 9층은 그중에서도 제일 좋은 방이 있는 곳이라고. 아, 네가 사용하던 방은 얼마 전 졸업한 선배가 쓰던 곳인데 깨끗하게 치워 두었으니까 안심해.”
나는 드로얀을 따라가는 동안 당테르관에 대한 이런저런 설명을 전해 들었다.
“여기, 네 마력을 등록해. 네 마력이 아니면 아무도 드나들 수 없어. 마력이 없다면 카드키로도 가능한데, 마력이 없진 않아 보여서.”
마력을 등록하자 찌르르한 느낌과 함께 문이 열렸다. 그리고 내가 가문에서 쓰던 방 못지않게 넓은 공간이 펼쳐졌다.
가장 먼저 보인 건 내 짐이었다.
가문에 두고 출발하면 큰누나가 알아서 전송시켜 준다고 했는데, 아마 내 기숙사 방이 확정되자마자 바로 전송시킨 것 같았다.
“어차피 잘 알 테니까 안에서 이것저것 살펴 보라고. 그럼, 난 이만. 아, 저녁 식사 시간은 7시야. 늦지 않게 식당으로 내려와. 무슨 일 있으면 저기, 방에 설치된 수정구로 연락하고. 그럼.”
속사포처럼 정보를 전달해 준 드로얀은 그렇게 떠나갔고 나는 기숙사 방을 살피며 씩 웃었다.
이제부터 내가 지낼 곳.
침실, 독서실, 화장실이 개별적으로 분리되어 있었고 옷과 짐을 두고도 한참은 남을 충분한 공간이다.
내부 인테리어도 훌륭해 보인다.
사실 딱히 감흥은 없다.
전생에선 천막 치고 20년 넘게 지냈는데 어디 뭐 뚫려서 바람 숭숭 들어오는 게 아니면 됐지 뭐.
그래도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침대에 몸을 누이자 폭신한 감촉이 몸을 감싸며 나른해진다.
“아, 부모님께 연락드려야지.”
나는 오늘 해야 할 일들을 떠올리며 벌떡 일어났다.
부모님께 연락드리는 건 물론 짐도 정리해야 하고 당장 내일부터 시작될 수업에 대비해 준비도 미리 마쳐두어야 한다.
“아.”
그러다 나는 문득 내 짐 말고도 전송되어 있는 꾸러미 두 개를 확인했다.
-데인! 우리 막내! 입학 축하해!
큰누나가 준비해 둔 것 같았는데, 꾸러미를 풀어 보니 앞으로 내가 들을 수업의 교재와 준비물로 보이는 물건들이 한가득 들어 있었다.
“이건 예복인가?”
거기에 옷가지도 몇 개 있었다.
하나는 예복으로 보였는데, 아카데미엔 무도회 같은 행사가 여러 개 있다고 하니 그때 입는 것 같았다.
“내가 알아서 준비한다니까.”
나는 그러면서도 피식거리며 진한 고마움을 느꼈다.
여하튼, 아마 오늘은 아주 바쁜 날이 될 것 같았다.
* * *
아카데미의 수업은 학생이 직접 전공을 고르는 형식이다.
보통은 자신의 전공에 해당하는 강의 2~3개에 의무적으로 다른 전공 강의 1개, 그리고 전공 관계없이 들을 수 있는 교양 강의 1개로 대강 4~5개를 한 학기 내내 듣는 식.
물론 원한다면 시간표에 맞춰 추가적으로 강의 수강도 가능하다.
하지만 1학년의 경우는 보통 그러지 않는다.
인정되는 학점이 정해져 있기 때문.
원래는 그런 규칙이 없었는데, 1학년 때부터 살인적인 과제에 시달리느라 아카데미 생활을 못 즐긴 게 한이 되어 어떤 선배가 강력히 건의해 바꿨다고 한다.
그리고 그 선배는 우리 큰누나다.
여기에 더해, 나는 우리 큰누나가 싸워 얻어낸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자율전공 시험 당시 고른 3개의 전공 수업을 모두 들어야 하기 때문.
“우와 너는…… 한 학기에 그럼 과목만 6개야?”
레일라는 내 시간표를 보더니 어지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보통 1학년에는 많이 들어 봐야 4갠데…… 너 진짜 공부만 할 생각이니? 잘 생각해 봐. 첫 수업까지는 취소 가능하니까.”
“들을 만할 것 같아서.”
나는 각각 마법, 소환술, 창술 전공 1개씩 총 3개에 더해 교양 강의 2개, 마지막으로 군사학 전공을 골랐다.
“군사학…… 내가 진짜 이것만 아니었어도…….”
1차 시험에서 군사학 때문에 점수를 꽤 까먹은 레일라는 보기만 해도 이가 갈린다는 듯 부르르 손을 떨었다.
“후우. 아무튼 이따 그럼 검술 전공 강의 때 보자. 나는 교양 강의 들으러 가야 해서.”
“응. 너 교양 뭐 듣는데?”
“. 어때? 괜찮아 보여? 너 혹시 선택한 교양 마음에 안 들면 나랑 같이 들을래?”
“아니, 나는 사양할래.”
“그으래…….”
꽤 기대했는지 레일라는 시무룩해졌다.
“너는 뭐…… 어차피 화장 같은 거 안 해도 피부 좋으니까…….”
얘가 뭐라는 거야.
“나 갈게. 이따 수업 끝나고 중앙 분수광장에서 보자. 너 다음 수업 나랑 같은 수업이야!”
아. 그렇구나.
마법 전공 수업.
레일라도 고른 모양이다.
그렇게 나는 레일라와 헤어져 첫 수업이 열리는 ‘100주년 기념동’으로 향했다.
아카데미에는 각각의 목적을 지닌 여러 개의 동이 존재하는데, 그중 내가 지금 가는 100주년 기념동은 주로 이론적인 전공들의 강의가 열리는 곳.
그리고 지금 내가 들을 강의는 바로 군사학 전공 강의다.
이른바, ‘군사학개론’.
“쟤가 데인 소그레스야?”
“우리 전공엔 왜 왔대?”
“우리도 안 듣고 싶은 전공인데…….”
“되게 잘생겼다. 이따 말이나 걸어볼까? 소그레스 백작가 자제면 좀 차가우려나?”
“딱 봐도 차가워 보이는데.”
강의실에 들어와 자리를 잡자 당연하게도 들려오는 말들. 나는 적당히 흘려넘기는 한편 두터운 ‘군사학개론’ 교재를 펼쳤다.
어제 읽어본 바로는 아는 내용도 있고, 실전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들도 있다.
하기야, 이론과 실전이 언제나 일치하면 어느 나라가 전쟁에서 패배하겠는가.
그럼에도 군사학이라는 이론이 필요한 건, 학문에서 이론이라는 베이스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
“반갑다, 제군들. 나는 여러분들의 군사학 이론 강의를 담당하게 된 프란시스코 가비우스라 한다. 편하게들 가비우스 교수님이라 부르거라.”
지금 막 강의실에 등장한 가비우스 교수의 말처럼 말이다.
“여러분들이 백날 군사학 이론을 파 봐야 전장에의 현실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병사들은 제멋대로고, 장교들은 지휘통제에 어려움을 겪으며, 지휘관은 병사의 목숨과 승리 사이에서 언제나 저울질해야 하지. 하지만 그럼에도 이론은 분명히 중요하다. 이론이 바탕이 되어야 현장을 이해할 수 있고, 틀린 부분을 수정해 나가며 군사학이라는 이론의 진정한 쓰임새를 알 수 있게 되는 거다.”
얼굴에 세로로 흉터가 길게 난 그는 섬뜩한 인상과 달리 무척이나 차분하고 침착한 어조로 강의를 열어갔다.
“전쟁이 끝난 지 아직 20년도 채 흐르지 않았다. 언제 터질지도 모르는 전쟁을 위해 군사학을 배우는 건 아니지만, 군사학을 배운 우수한 인재들이 많을수록 전쟁에 승리할 확률이 높아지지.”
군사학 전공 교수답게 군사학 이론의 중요성을 강조하던 그가 문득 물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강의에선 앞으로 군사학의 정예로 성장할 인재가 몇이나 있는지 궁금하군. 하나 묻지.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이라 생각하나?”
나는 곧바로 손을 들었다.
가비우스 교수는 날 지목했다.
“거기, 손을 든 은발머리 학생.”
“보급입니다.”
가비우스 교수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간다.
“훌륭한 답변이다. 승리, 승전, 개선. 이 모든 것들은 보급이 담보로 되어야 가능한 요소들이지.”
그는 흥미롭다는 듯이 턱을 매만졌다.
“적어도 이번 강의에서는 첫 학생부터 보급이라는 정답이 나오는군. 좋다.”
보급.
전생에서 그놈의 보급 때문에 온갖 일들을 겪었다. 약속된 식량이 도착하지 않은 건 예사고 보급선이 끊겨 한동안 사냥으로 연명해야 했던 적도 있다.
단순히 식량뿐만이 아니다.
피복과 갑옷이 제때 보급되지 않는 경우, 무기가 다 낡았는데 보급되는 게 없어 하는 수 없이 전사자나 적의 것을 빼앗아 쓰는 경우 등등.
보급이 없어도 전투에서는 승리할 수 있다.
하지만 보급이 없다면 전쟁에선 승리할 수 없다.
그런데 질문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첫 대답이 마음에 들어서일까.
“그럼 보급에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를 말해보겠나?”
또 다른 질문이 날아들었다.
기대감이 엿보이는 느낌에 나는 속으로 씩 웃었다.
기대감을 배신할 수 없지.
나는 역시 이번에도 망설임 없이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