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384)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384화(384/582)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384화
279. 설마 뭐가 있나?
사람에게 어떤 행동을 하게 만드는 데엔 여러 방법이 존재한다.
설득.
권유.
명령.
협박 등.
이런 일반적인 것들이 존재하는 반면, 악질적인 것도 존재한다.
전생에서도 그렇고, 이번 생에서 마주한 광신도들처럼 맹목적인 믿음과 목적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대개 세뇌라는 걸 당한다.
서서히, 서서히 정신을 잠식하며 종래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믿음을 가지게 된다.
한데, 이건 더 악질적이다.
차라리 세뇌는 믿음이 깨질 계기가 있으면 어떻게든 서서히 벗어날 수라도 있다.
“고약해도 너무 고약해. 데인 네 말대로.”
알투르도 동의했다.
사념.
드래곤만의 권능을 이용해, 마주하는 그 순간 즉시 이 힘을 숭배하고 지키게 만드는 것.
사실상 노예로 만드는 거나 다름없다.
자유의지를 순식간에 박탈해 버리고 이에 거스를 여지조차 남기지 않으니까.
“아리그마.”
나는 다시 한번 그 이름을 떠올리며 아공간을 열었고, 기억나는 책을 꺼내 펼쳤다.
아리그마.
최소 5천 년 이상은 살았을 드래곤.
나는 문득 긴 생을 살아가는 드래곤에게는 일종의 ‘역할극’이란 취미가 있음을 떠올렸다.
그건 말 그대로 재미를 위한 것이다.
자신의 영혼 일부를 생명체에 심고, 그 생명체의 기존 영혼을 쫓아낸 뒤 마치 그것인 양 행세하는 놀이.
드래곤의 모든 권능은 사용할 수 없으나, 일부만으로도 강력한 힘을 발휘해 몇몇은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고 한다.
“어쩌면 아르카나도…….”
“무슨 말이야?”
“아냐. 아무것도.”
일단 이 일에 집중하자.
그래, 드래곤들에게는 그런 취미가 있다.
그러니 이런 ‘장난’도 못 친다고 장담할 수는 없겠지.
장난치곤 좀 과하다만.
덕분에 그 오랜 세월 동안 무려 30명이나 되는 이들이 영문도 모르고 고통받은 것 아닌가.
맨 처음 이곳에 온 녀석은 잘 모르겠다만.
물론, ‘왜’ 그랬느냐는 지금 중요한 게 아니다.
사람도 이보다 더한 짓을 하는데 드래곤이 못할 건 또 뭔가.
지금 중요한 건 이 상황 그 자체.
“사념이라.”
[확실합니다, 데인 소그레스. 분석 결과 이는 사념 성질을 지닌 마력일 확률이 100%에 수렴합니다.]“해결할 방법은?”
[마력 자체를 무효화시키거나, 강제로 소멸시키는 수밖에 없습니다. 후자 쪽이 조금 더 쉽겠죠. 다 죽을 수도 있지만.]미니골렘의 말대로다.
저건 잘못 건드리면 이 구역은 물론, 산 전체가 날아간다.
그리고 그 힘의 폭풍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는 미지수다.
뭐, 그렇게 되면 나도 세상에서 지워질 테니 걱정할 필요가 없는 일인가?
아무튼-
“그럼 무효화시켜야겠군.”
[제일 현명한 방법입니다.]결론이 났다.
그리고 한 가지 결론만 있는 건 아니다.
“아니면 좀 잘 만져서 더 좋은 결론을 내 보든가.”
[더 좋은 결론이라면…….]그 말엔 카르나스가 대신 대답했다.
“끼륵!”
[설마?]그래, 그 설마다.
카르나스는 지금 저 마력이 아주 친숙한 모양이다.
그러니 카르나스가 못 가질 것도 없겠지.
“아, 안 돼!”
그리고 저 드미트리라는 녀석은 괜찮다.
사념이 풀린 뒤, 제정신으로 돌아올 테니까.
물론 제정신으로 돌아왔을 때의 허탈감이 어떨지는 상상하기 어렵고, 그 때문에 무슨 짓을 할지 모르지만…….
그거 하나 때문에 이걸 두는 것도 안 될 일이다.
양자택일.
늘 고민되는 문제지만, 결론은 항상 같다.
나를 위해 생각하는 것.
정확히는 ‘우리’를 위해서.
“내가 도울 일이 있어?”
알투르는 눈치 빠르게 나에게 물었다.
녀석은 묘하게 흥분한 것 같다.
하기야.
마법사 입장에서는 이런 어마어마한 마력을 눈앞에 마주하고 있는 건데.
“좀 아쉽긴 하지만……. 저게 없어져야 하는 건 맞지. 어떤 식으로든 진정시키거나.”
알투르는 허공에 불덩이를 만들어 냈다.
알투르가 평소에 만들던 것보다 훨씬 밀도 높은 마력.
마법사 입장에서는 이곳은 천국같을 것이다.
밖으로 나갈 수 없고, 자기 외엔 아무도 없는 쓸쓸하고 고독한 천국이라 문제지.
“그런데 진정시키는 게 맞는 해결책일까.”
나는 의문을 표했다.
이대로 진정시키는 건 차선책이다.
언제, 또 어떻게 누가 힘을 노릴지 모르니까.
그리고 이미 생긴 균열까지는 어떻게 할 수 없다.
[데인 소그레스, 사념만 제거하는 건 어떻습니까?]미니골렘의 물음이었다.
“그다음은?”
[이 힘은 그대로 남게 되겠죠. 그리고 사념이 사라진 이상, 이 구역에 머무를 사명도 사라질 겁니다. 사명으로 착각하는 사념 말입니다.]나는 드미트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사념이 사라진 뒤 녀석은 이곳에 머무를까, 떠날까.
밖으로 나간다 할지라도 알던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세상을 떠났을 테고, 리치라서 받아 주는 곳도 없겠지.
또한, 드래곤이 남긴 저 힘으로 강해진 이상 밖으로 나가면 어떤 수준으로 추락할지 알 수 없다.
[물론, 저자를 신경 쓸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이대로 두면 제국이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큰 위협이 될 만한 힘이니까요.]나는 잠시 고민 끝에 결심했다.
저 힘을 한번 끌어내 보자고.
그리고 어떤 식으로든 잠재우자고.
부수든, 소멸시키든, 아니면…….
먹어치우든.
“미안하게 됐군.”
나는 드미트리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딱히 양해를 구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다만, 아주 오랜 세월 동안 이 힘에 ‘취해’ 살아야만 했던 이에 대한 예우였다.
“제발…… 그대로 두십시오…… 그 힘이 없으면…… 전 살 이유가 없습니다…….”
남의 인생을 내가 재단하고 평가할 마음은 없다.
때문에, 드미트리의 사정 역시 지금의 상황에서 고려 대상은 아니다.
“데인.”
“잘 잡아둬, 저 녀석. 내가 집중하기 시작하면 그럴 수 없으니까.”
“내가?”
“이걸 써.”
알투르에게 건넨 건 큰누나가 발명한 마력 구속구.
내 마력석을 박아 넣은 물건이라 리치에게도 유효할 것이다.
물론 너무 강력한 나머지 앞으로 발매될 일 없는 프로토타입이다만.
철컥.
나는 구속구가 작동되는 걸 확인한 후 힘 앞으로 다가갔다.
사념임이 분명한 무언가가 유리관에서 흘러나와 내 가슴을 쿡쿡 찌른다.
전생이었으면 바로 홀리지 않았을까 하는 강렬한 의지.
마력에서 의지가 느껴진다는 걸 오늘 처음 알았다.
“드래곤은 드래곤이라 이건가.”
알수록 신기한 생물이다.
아직까진 지금 내 품에서 고개를 내민 이 녀석 말고는 본 적이 없지만.
그 아리그마라는 녀석은 드래곤이 아니라 도마뱀이라 부르고 싶다만.
그렇게 유리관을 바라보며 마침내 마력을 끌어올리던 그때였다.
“끼륵!”
카르나스가 고개를 뾱 내미는 걸 넘어 아예 내 품에서 빠져나와 날갯짓했다.
“왜 그래?”
“끼륵!”
녀석은 유리관 앞으로 아무렇지 않게 날아가더니, 입을 쩍 벌리고 닫기를 반복했다.
무슨 시늉인 것 같은데…….
“카르나스, 내가 생각하는 그거 맞아?”
나는 황당함에 녀석을 바라봤지만, 대답은 예상대로였다.
“끼륵!”
“가지겠다고? 저걸?”
“끼-륵!”
고개를 끄덕이는 카르나스.
“지금도 힘 없는데 저걸 먹겠다고? 왜?”
“끼-륵!”
왜, 라고 물어봐야 같은 울음소리뿐이다.
그래서 난 질문을 바꿨다.
“저걸 먹으면 좋을 것 같아?”
“끼륵!”
“지금 힘이 없는데도?”
“끼륵!”
허.
어이가 없어 혀를 차는 가운데 미니골렘이 문득 이런 말을 꺼냈다.
[어쩌면 미니 드래곤은 이기고 싶은 걸지도 모릅니다.]녀석은 흥미로운 의견을 제시했다.
[미니 드래곤은 이곳에 오기 전부터 힘들었습니다. 그건 아마 자신의 것보다 격이 높은 동족의 마력에 밀린 탓이 아닐까 싶습니다.]그럼 카르나스는 저 힘을 취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든 뒤, 뭔가 자존심을 세우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가능할 거라 생각해?”
그럼 카르나스가 지금 힘겨워한 건, 아직 성체가 되지 못해 적어도 수천 년은 산 아리그마라는 드래곤의 힘을 버거워한 것.
하지만 지금은 거기에 정면으로 맞설 생각인 모양.
난 결심을 마치고 물었다.
“괜찮겠어?”
“끼륵!”
카르나스는 드래곤이다.
그리고 내 친구다.
“끼-륵!”
녀석은 걱정하지 말라며 외쳤다. 그에 비해 날갯짓은 아까보다 둔하고, 표정에 힘도 없지만…….
어디, 까짓거 한번 해 보지.
“같이 해 보자.”
“끼륵!”
기왕 이렇게 된 거, 카르나스도 특식 한번 먹어 봐야지.
난 카르나스의 몸에 내 마력을 실어 주었다.
“밀리면 안 된다, 알았지?”
“끼륵!”
이후, 유리관을 중심으로 마력 방벽을 쳤다.
흘러나오는 힘이 대단해 이전보다 곱절로 시간이 걸렸으나 어렵진 않은 수준.
다만 문제는 이제부터다.
이제 이 유리관과 나, 카르나스를 중심으로 주변이 격리되었다.
방벽이 깨지지 않는 한 모든 일은 이 공간 안에서만 일어날 테다.
이건 다시 말해서-
뭐가 됐든, 이 안에서 해결을 봐야 한다는 뜻.
결과 역시 이 안에서 마주하겠지.
“좋아.”
난 늘 그렇듯 확신 없는 계획은 실행하지 않는다.
이번에도 그렇다.
“시작하자.”
“끼륵!”
카르나스의 힘찬 외침 속.
쨍그랑!
나는 유리관을 산산 조각내 버렸다.
* * *
페크스의 경비대장, 란셀은 지금 감시탑 꼭대기에서 아리엘라산을 바라보고 있었다.
“도대체 뭘 조사한다는 건지.”
의문 가득한 중얼거림이었으나 몇 시간 전의 비아냥과는 확연히 달랐다.
데인 소그레스 일행.
철없는 귀족 자제들이라고만 생각했던 녀석들 덕에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건졌다.
공사 중이던 건물이 모래폭풍에 무너졌는데 중상자 하나 없이 끝나다니.
그나마 다친 사람들도 어디 긁힌 정도가 전부였다.
“뭐 하는 녀석들일까?”
이쯤 되자 철없는 귀족 자제들의 귀족스러운 취미로 치부하기에는 좀 그렇다.
란셀은 아리엘라산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중얼거렸다.
“기왕 간 거 뭐라도 알아내면 좋으련만.”
솔직히 기대는 안 한다.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저 아리엘라산에 대해 알아내려 애썼지만 성공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보다 중요한 문제가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기도 했고.
“대장! 곧 모래폭풍이 올 겁니다! 얼른 내려오세요!”
“오냐, 내려간다.”
슬슬 모래폭풍이 올 시각이다.
계산대로라면 앞으로 20분.
슬슬, 저 멀찍이서 하늘을 가리는 모래폭풍이 보일 텐데…….
“음?”
하늘은 유난히도 푸르렀다.
모래폭풍은커녕 그 전조조차 보이지 않는다.
란셀은 이상함을 느끼며 감시탑 아래에 대고 외쳤다.
“지금 몇 분 남은 거야?”
“대충 20분 남았습니다!”
“정확한 거냐?”
“그렇습니다! 빨리 내려오시라니까요!”
란셀은 다시 아리엘라산 쪽을 바라봤다.
아무리 봐도 하늘은 파랗다.
지금까지는 빠르면 빨라졌지, 단 한 번도 늦어진 적은 없었다.
“도대체 뭐야?”
란셀은 난데없는 변화에 황당하단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설마 뭐가 있나?’
아리엘라산을 바라보던 란셀의 가슴이 희망으로 두근거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