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387)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387화(387/582)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387화
282. 아는 곳입니까?
카르나스는 달라졌다.
나 역시 그랬고.
하지만 카르나스의 변화에 비할 바는 아니다.
녀석의 몸집은 그대로다.
다른 드래곤의 마력을 먹어치워도 돌연변이라는 특징은 당연히 안 사라지는 모양.
하지만, 성숙해졌다.
덜 자란 듯한 날개가 더욱 쫙 펴졌고, 비늘이 갈라졌다. 머리의 뿔도 더 자라났으며, 눈에 더욱 깊어졌다.
“끼륵.”
표현은 하나지만 목소리도 달라졌다.
마치…….
아이가 소년으로 자란 느낌이라 해야 할까?
“가보자.”
“끼륵!”
나는 허공에 마력의 창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 위를 뒤덮는 카르나스의 불꽃.
이전에는 약간 옅은 청색이었는데, 지금은 진한 푸른색의 불꽃이 넘실거리며 창을 뒤덮었고-
화르륵!
불꽃을 머금은 창이 날아갔다.
퍽, 퍼퍼퍽!
이전처럼 폭발하진 않았다.
폭발의 코드를 배열하지 않았기 때문.
대신.
“크어어어억!”
“쿠와아아아아악!”
비명이 치솟으며 마물들을 산 채로 불태우기 시작했다.
거기에, 우리와 마물들 사이를 갈라놓는 거대한 불의 장벽을 만든 건 덤.
여기까지만 보면 이전과 다를 게 없다.
하지만 느껴지는 공기가 다르다.
“안 뜨겁네?”
“끼륵!”
카르나스 녀석은 자랑스럽게 날갯짓했다.
이전의 불꽃들은 분명히 뜨거웠다.
어느 정도냐면, 마력의 창을 만들어냈을 때 허공에 떠 있음에도 땅의 풀이 다 말라붙거나 탈 정도.
하지만 지금은 전혀 뜨겁지 않다.
“원하는 대상에만 열을 전달하는 불꽃인가?”
“끼륵!”
맞다고 한다.
그런 거라면 무척 대단한데.
사실 불이라는 건 모든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잘못하면 옮겨붙어 예상 못 한 피해를 초래하기도 하고, 열기에 화상을 입기도 한다.
연소에 따른 산소 소모도 고려해야 해서, 밀폐된 공간에서 사용하면 상대를 태우기 전에 질식해서 죽는다.
드래곤의 불꽃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이젠 불꽃의 성질이 좀 달라진 모양.
“느낌은 어때?”
“끼륵!”
힘찬 외침으로 보아 아주 좋은 모양이다.
나보다는 녀석이 가장 잘 알겠지.
저 강대한 드래곤의 마력을 집어삼켰으니까.
아르카나 사람들은 알고 있을까.
드래곤은 때에 따라 같은 드래곤의 마력을 섭취할 수 있다는 걸.
그리고 이를 통해 새로운 능력을 각성하거나, 한층 성장할 수 있다는 걸.
카르나스는 불꽃이 달라졌다.
그것도 핀포인트로 원하는 곳에, 원하는 대상에게만 효과를 끼칠 수 있도록.
“나한테 쏴볼래?”
“끼륵!”
녀석이 자신감 넘치게 나에게 불꽃을 살짝 쏘아냈다.
나는 그 불꽃을 검지로 받아 세웠다.
전혀 뜨겁지 않다.
주변을 밝히는 빛은 여실히 보이지만, 불꽃이 내 손가락을 태운다거나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대단한 녀석.”
허공에서 날갯짓하는 카르나스를 쓰다듬어 주며 외양도 살폈다.
이따 다시 자세히 들여다보아야겠지만, 전반적으로 성숙해진 느낌이라 해야 하나.
크기는 달라진 게 없다만.
또 뭐가 달라졌는지는 이따 확인해 봐야겠다.
“데인! 괜찮은 거지?”
이런 가운데 레일라의 외침이 들려와 나는 안심하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멀쩡해.”
“카르나스는?”
“너무 멀쩡해.”
“다행디다. 휴우. 조금만 늦었으면 다들 큰일 났을 거라고.”
“그래서 타이밍 맞게 왔잖아.”
레일라가 그 말에 입술을 비죽이다 물었다.
“근데 저거 불꽃 맞아? 안 뜨거운데?”
“맞아. 카르나스한테 변화가 있어.”
“진짜?”
녀석들도 변화를 알아챈 모양.
동굴 통로를 완전히 막아버릴 만큼 거대한 화염의 벽이 치솟고 있는데, 열기가 전달되지 않는 게 당연히 이상하겠지.
여기가 밀폐된 동굴이 아니라 드넓은 평원이었어도 저 정도 규모의 불이면 뜨거움을 느껴야 정상.
물론, 사정 모르는 마물들은 그저 겁을 집어먹고 다가올 생각조차 못 하는 것 같았다.
“데인, 다 불태울 거야?”
그때 들려 온 알투르의 물음.
난 고개를 저었다.
“아니.”
당연히 아니다.
다 쓸어버리는 거야 가능한 일.
하지만 그보다 더 좋은 해결책이 있다.
“일어나.”
난 드미트리에게 다가가며 구속구를 해제했다.
그럼에도 녀석은 죽은 듯이 꼼짝도 안 하고 있었다.
그럴 만하지.
사념이 사라지며, 사명도 사라졌을 테니.
정확히는 드래곤의 힘은 흡수되었다.
카르나스.
그리고 나에게.
아마 자신도 모르게 정신을 완전히 억압하던 사념이 사라진 이상, 지금 엄청난 혼란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
그 고통에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것도 용한 일이다.
자신이 리치가 되면서까지 이어 온 삶 자체가 부정당하는 거니까.
이를 정면으로 마주할 수는 없을 것이다.
리치가 된다고 정신적 고통이 사라지는 건 아닐 텐데.
“아니면 그냥 여기 남을 테냐?”
“저는…….”
“저놈들부터 보내. 이후 이야기를 시작하지.”
“…….”
“보낼 힘이 남아 있다면 말이야.”
난 손을 들어 마력을 끌어올렸다.
보내지 않으면 쓸어버리겠다.
결국 드미트리는 조용히 내 말에 답했다.
“무, 물러간다.”
일렁이는 불길 사이로 물러나는 마물들이 보였다.
드미트리는 이후 간신히 몸을 일으켰고, 덜그럭거리는 뼈를 추스르며 근처의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전 지금껏 뭘 한 거죠?”
대답하는 대신 난 녀석을 바라보았다.
내가 그 삶을 평가할 권리는 없다.
녀석은 지금 내가 사명을 방해한 건지, 아니면 해방시켜 준 건지도 헷갈리는 상태일 테니.
“절 비롯한 이 공간에 머물렀던 리치들은…… 대체 뭘 한 거죠?”
드래곤의 고약한 장난이었지.
난 그 말을 속으로 삼키며 물었다.
“어떻게 할 건지는 천천히 생각해 보지. 단, 그 전에.”
옅어지는 대기.
드래곤의 힘으로 유지되고 있던 이 공간의 특수성이 서서히 무너지고 있었다.
“이 공간은 더 이상 유지되지 않을 거다.”
“…….”
“서서히 이곳 아리엘라산과 동화되겠지.”
다행스러운 거라면, 이 공간 안의 환경이 아리엘라산을 제외한 다른 곳에 영향을 끼칠 여지가 적다는 것.
이곳을 나가면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막이 펼쳐진다.
페크스가 있긴 하지만, 그곳은 방벽으로 방어되는 단단한 도시.
우리의 우려는 거기까지다.
그 외.
다른 어떤 것들은 우리의 고려 대상이 아니다.
이 리치에 대한 동정심은 가질 수 있을지언정.
“북부에서 왔다고 했었지?”
“……북부로 돌아갈 생각은 없습니다.”
녀석은 돌아갈 곳이 없어 보였다.
“이제 저에게 남은 건 이제 아무것도 없습니다. 가문으로 돌아간다 해도, 이 꼴은 아무런 의미도 없죠. 육체가 있다고 한들 절 문전박대할 겁니다.”
드미트리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더니 나에게 물었다.
“절 소멸시켜 주실 수 있습니까?”
“왜 그래야 하지?”
“그야 전 스스로 소멸하지도 못하는 리치니까요. 그 드래곤이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전대 리치로 하여금, 다음 마법사를 리치로 만들 때 ‘스스로 근원을 파괴하지 못하도록’ 하는 언령을 걸었으니까요.”
드래곤의 힘은 흡수되었다.
그렇다는 건-
“그건 힘과 관계없이 이미 리치로 만들어질 때 걸린 제약입니다.”
“고약하군.”
“그렇죠. 고약하죠. 제가 지은 죄는 그냥 우연히 이곳에 발길이 닿은 것뿐인데.”
만약 언데드를 본래대로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난 그렇게 했을 것이다.
“부탁드립니다. 당신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은 못 하겠지만, 그렇다고 원망하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부탁이니 절 소멸시켜 주십시오.”
드미트리의 의지는 확고해 보였다.
“이 사명을 품은 흔적을 저에서 끝내고 싶습니다.”
늘 그렇듯, 어려운 일이다.
한 드래곤의 고약한 장난으로 오랜 세월에 걸친 사명을 영문도 모르고 이어간 자.
그리고 그 사념이 사라졌을 때, 자신의 삶이 부정당하는 기분에 소멸을 원하는 자.
주변은 침묵으로 잠겨 들었고, 잠시 후 나는 그 사이를 비집고 입을 열었다.
“남기고 싶은 말이 있나? 전하고 싶은 건?”
“…….”
잠시 머뭇거리다 나온 대답은 이러했다.
“비록 떠난 몸이고, 이제 미련은 없지만…… 제 어머니가 살아 계신다면, 제 이름으로 이걸 전해 주시겠습니까?”
탁.
뼈만 남은 검지와 중지가 서로 부딪혀 소리를 내자 아공간이 열렸고, 그 사이로 많은 보물들이 보였다.
“대를 이어받은 아공간입니다. 드래곤이 남기고 떠난 보물들이죠.”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많은 양.
저거면 일개 가문을 세우고도 남을 양이다.
“물론 모두 전해 드리라는 말은 아닙니다. 어차피 저 많은 것들이 제 가문에 흘러 들어가면, 탐욕에 따른 피가 흐르겠죠.”
드미트리는 한숨을 내쉬더니 말을 이었다.
“전 서자입니다. 제 어머니는 영지 외곽의 별관에서 쓸쓸히 늙어가고 계시겠죠. 그분께 이걸 전해 드리면서, 부디 지금이라도 떠나라고 말씀해 주십시오.”
리치의 목소리가 떨린다.
“그것만 해주신다고 약속하면, 여기 있는 모든 것들은 넘겨 드리겠습니다.”
내 대답은 간결했다.
“거절하지.”
“……왜입니까?”
“직접 하는 편이 더 낫지 않겠나?”
“하지만 이 꼴로 어떻게…… 이걸 직접 주겠다는데도 말입니까?”
“별로 관심 없는데.”
“…….”
충격을 받은 듯, 날 멍하니 바라보는 드미트리.
내가 특이한 거지, 돈 마다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육체만 있으면 직접 전할 수 있겠나?”
“그야 당연히…….”
“그럼 그렇게 하는 게 좋겠는데.”
“예?”
나는 크로스 교수를 떠올렸다.
리치지만, 인간의 육신을 지닌 존재.
아마 방법이 있을 것이다.
임시방편으로나마 ‘사람처럼’ 보이게 만드는 방법을.
“정말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여기 있는 재물들은 물론, 이곳에서 나와 선대들이 연구한 자료들도 모두 넘기겠습니다. 저에게는 이제 더 이상 필요한 게 아니니까요.”
녀석의 안광에 희망이 물든다.
난 곧바로 통신 수정구를 개방했다.
이곳을 감추는 장막이 걷힌 이상, 바깥과의 통신도 원활할 것이다.
“교수님?”
-뭐냐, 꼬맹아. 역시, 모험 중에 무슨 일이 터진 게로구나.
“그렇긴 한데, 다들 멀쩡합니다.”
-뭐야. 그럼 왜 연락한 거냐.
다들 멀쩡하다는데 이렇게 말할 양반은 하나뿐일 것이다.
“교수님 도움이 필요합니다.”
나는 간단하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물론, 같이 있는 사람들이 크로스 교수에 대해 이상하게 생각하지 못하도록 적당히 잘 에둘러서.
-……정리하자면, 날더러 기구한 사정을 가진 리치를 도와 달라 이 말이냐?
“그렇습니다.”
-그래서 내가 얻는 건?
“제자 부탁인데요.”
난 굳이 ‘제자’를 강조했다.
그러자 크로스 교수도 아무 말이 없다가 한숨을 토해냈다.
-망할 제자 녀석. 알겠다.
“농담입니다. 이쪽에서 연구한 자료들을 넘기겠다고 하는군요.”
-뭐? 연구 자료?
크로스 교수는 오래 살았다.
하지만 마법사다.
그런고로 자신이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한 연구 자료엔 눈이 뒤집힐 테다.
-내가 그쪽으로 가마. 내일 보자꾸나.
역시 반응이 빠르다.
이걸로 해결.
난 통신을 끊은 뒤 드미트리에게 고개를 돌렸다.
“해결됐군.”
“……정말인가?”
“일단 죽는 건 내일로 미루라고. 내일 알게 될 테니.”
“…….”
녀석은 믿기지 않는 듯 몸을 떨고 있었다.
육체가 영구적인지, 아니면 유효기간이 있는 건지는 모르겠다만 그거야 크로스 교수가 알아서 하겠지.
난 잠시 화제를 돌렸다.
“그나저나 북부 쪽이면 어느 가문이지?”
드미트리는 잠시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달라한 가문입니다.”
“달라한?”
뭐야.
“아는 곳입니까?”
“알지. 그 가문 사람을.”
밀튼 달라한.
황실 기사단 캠프.
차남들의 북부 팀을 이끌던 그 녀석 가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