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398)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398화(398/582)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398화
293. 당신들의 왕
이 흔적이라는 게, 상당히 의도적이면서 악질적이다.
프리실라의 설명에 따르면 본래 마족의 마력은 일반적인 인간의 힘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성질이라 한다.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속성의 문제라고 해야 할까.
그러니 일반적인 사람이 이를 받아들여 이른바 ‘준마족’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한다는 것.
“읍, 으읍!”
나는 몸부림치는 놈을 바라보았다.
이 끌의 힘을 소멸시키면 이 녀석은 죽는다.
다행히 녀석은 최측근을 제외하면 이 힘을 많은 사람들에겐 공유하지 않은 모양.
결론은 났다.
하지만 그 전에-
“이걸 찾아낸 정확한 장소를 말해라.”
알아낼 것이 하나 있지.
“읍, 으읍!”
“선택해라. 여기서 그냥 죽을 건지, 아니면 그 장소를 안내하고 최소한의 명예를 챙길 건지.”
물론 명예를 챙긴다고 안 죽는 건 아니다.
우리의 목적은 흔적을 찾아내는 것.
그리고 당연히 흔적을 정화하는 것도 동반한다.
“읍!”
녀석, 누라는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살고 싶겠지.
이러다 갑작스러운 방문객에게 말 한마디 못하고 죽게 생겼으니까.
난 그래서 마력을 끌어올린 뒤, 약간의 조치를 취하고 놈의 입을 풀어 주었다.
“여, 여봐라! 여기, 날 죽이려 하는 암살자가 있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고래고래 터져 나오는 목소리.
너무 뻔한 일이라 웃음도 안 나온다.
“여, 여봐라!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느냐!”
난 녀석이 외치도록 내버려 두었다.
잠시 후.
“왜…… 아무도…… 서, 설마. 넌 족장이 고용한…….”
그럴 리 있나.
그냥 소리를 차단한 것뿐인데.
뭐, 저런 착각도 나쁘지 않다.
협조적으로 변할 것 같으니까.
“더 이상 묻지 않겠다. 이걸 어디서 발견했지?”
“……아, 안내해 주면. 그다음은?”
“질문할 틈이 없을 텐데. 협상을 하자는 건가?”
“…….”
상황은 바보라도 명확히 보일 것이다.
녀석의 선택은 결국 간단했다.
“그렇게…… 하겠다.”
“허튼수작을 부리면 후회할걸. 그 힘의 정체가 뭔지 모두에게 알려 주지.”
“그, 그것만은!”
난 전생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봐 오며 쌓은 경험으로 이 녀석을 상대할 방법을 생각했다.
그리고 그게 제대로 먹혀들었다.
내부 반란이라는 건 보통 명분이 중요하거든.
정통성도 인정받아야 하고.
그런 상황에서 자신들을 이끌고 반란을 일으킨 지도자가 무려 ‘마족’을 숭배하고 그 힘을 받아들였다?
글쎄.
물론 우리는 외부인인지라 논리가 무시당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쯤이면 프리실라를 비롯한 우리 친구들이 부족원들의 신뢰를 열심히 쌓고 있겠지.
“안내해라.”
손가락을 튕겨 녀석을 향한 마력의 속박을 풀었다.
그러자 무너지는 주저앉는 누라.
“헉, 허억.”
“의심받지 않게 잘하라고.”
돌발행동을 한다?
그럼 나도 과격해지는 거지.
과정은 깔끔하지 못하더라도 이 녀석을 처리하면 구심점이 없어진 이상 무너지거나, 혹은 내부에서 또 한 번 싸움이 일 것이다.
의도하지 않은 여럿의 피를 본다는 건 아쉬운 일이지만, 상황이 그러하니.
결국 가장 좋은 방법은 이 누라라는 녀석과 그 주변 녀석들만 빠르게 처리한 뒤, 나머지는 알아서 하도록 두는 것.
한 집단의 일에 개입하는 건, 늘 그렇듯 신중해야 한다.
그렇다고 우리의 목표까지 흐릿해질 필요는 없다.
“크윽…….”
나는 간신히 몸을 일으키는 누라의 양 옆으로 마력의 칼날을 쏘아 보냈다.
퍽, 퍼벅!
땅에 깊숙이 틀어박힌 뒤 흩어지는 마력.
“한순간이야.”
“……아, 알겠소. 아니, 아, 알겠습니다. 안내하겠습니다.”
“좋아.”
누라는 다급히 일어나 심호흡을 몇 번 하더니 앞장섰다.
난 그 뒤를 따랐고, 텐트 문이 걷히자 기다렸다는 듯 사람들이 고개를 숙였다.
“전하.”
“전하.”
이게 이 ‘나라’의 전통인가.
뭐, 상관없다.
덕택에 지금 누라의 표정을 볼 수 있는 사람이 몇 안 되니까.
나는 그사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저쪽에서 느껴지는 신성력으로 보아, 프리실라는 병자들을 치료하는 모양.
“이건 말이죠, 제국의 수도에서 주로 먹는 디저트인데…….”
“엄청 달콤하네요! 이걸 몇 개만이라도 팔 수 없을까요?”
어니스트는 열심히 제국의 문화를 설파하는 중인 모양.
다른 녀석들도 이런저런 장기를 뽐내며 이곳 사람들에게 신뢰를 얻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베나티오와 제나는 여기 없다.
미리 세워 둔 계획에 따르면, 지금쯤이면 도착했을 것.
이제 내 차례다.
“커흠, 모두 일 보도록.”
누라의 손짓에 다시 흩어지는 사람들.
“이, 이쪽으로 가겠소. 데인 소그레스.”
녀석은 좀 떨긴 했지만, 겉보기엔 전혀 문제없는 모습으로 앞장섰다.
그리고 잠시 후.
녀석이 날 데려간 곳은 일종의 성소(聖所) 같은 곳이었다.
울타리로 주변을 두른 곳.
“부족장…… 아니 전하!”
가자마자 성소를 지키고 있던 녀석들이 부리나케 고개를 숙인다.
아무리 봐도 체계가 잡혀 있진 않다.
어설프게 흉내를 내는 모습이라 해야 할까.
“성소에는 어쩐 일로…… 아침에 기도차 다녀가시지 않았습니까?”
“큼. 내 손님에게 소개를 시켜 주려 한다.”
“아하. 그렇군요! 그럼 아랫것들을 시켜서 주변을 조용히 시킬까요?”
단어 선택을 보니 소탈한 왕이라면 그럭저럭 어울린다만…….
글쎄.
뭐, 중요한 사실은 아니니.
난 누라에게 눈짓했다.
그러자 녀석이 용케 알아먹고 바로 지시했다.
“됐다. 너희들이야말로 물러가거라.”
“알겠습니다.”
그렇게 성소를 지키던 경비병들도 물러가고, 성소에는 나와 누라 단둘만이 남았다.
“여, 여기입니다. 이곳, 동상 부근에서 발견했지요.”
“여기는 원래 어떤 곳이었지?”
“그냥…… 땅이었습니다. 정확히는 이 구슬을 발견한 지점이었죠.”
성소 중앙에 서 있는 동상.
뭔지 몰라도, 묘하게 누라와 닮은 듯하다.
대충 의도는 알 것 같아 묻지 않았다.
중요한 건 동상의 모델이 아니라 이 주변을 탐색하는 거니까.
그나저나-
“이 동상, 왜 여기 세운 거지?”
“그야…… 이 끌이 발견된 장소니까요.”
그렇다기엔 논리가 빈약한데.
이 성소의 위치는 상당히 어색하다.
묘하게 애매한 위치에 있다고 해야 할까?
그리고 이렇게 묻는 데엔 다 이유가 있다.
나는 동상 아래 깔린 땅을 향해 기감을 집중하고, 마력을 흘려 넣었다.
델 오르노 유적의 입구를 찾아냈을 때처럼, 빈 공간을 찾는 것.
아니나 다를까 다른 공간이 느껴진다.
“한 번 남았다.”
“……예?”
“허튼 수작부리지 말라고 했을 텐데. 마지막이다. 아래 뭐가 있지?”
“…….”
누라는 바로 반응을 보였다.
내 말을 들은 순간 식은땀을 흘리며 안 그래도 더듬던 말을 더 심하게 더듬기 시작한 것.
“아, 알…… 겠습니다. 아, 안내하겠습니다.”
말을 더듬는 모습이 처량하게 느껴지는 건 처음이다.
이런 녀석이 왕을 자처한다니.
참 믿을 수 없군.
난 길게 덧붙이지 않았다.
“안내해.”
놈의 마력을 다시 한번 제압하면서.
* * *
누라는 걷는 동안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누라가 발견한 건 비단 이 끌만이 아니었다.
지식.
그것도 감춰진 공간의 지식.
끌을 집어들고 힘을 받아들인 그 순간, 본능적으로 찾아내게 된 공간.
‘이것만은 절대 안 되는데.’
여기엔 자신이 앞으로 받아들일 추가적인 힘과 누려야 할 지식, 나아가 ‘왕국’을 세우는 데 필수적인 것들이 담겨 있다.
이건 어떤 존재들이 남기고 간 것.
그들이 누군지는 몰라도, 이 힘과 지식들을 모두 취하는 순간 자신은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되리라.
그랬어야 하고, 그렇게 될 예정이었는데…….
‘망할, 이렇게 된 이상…….’
누라는 안에 있던 힘의 집약체를 떠올렸다.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아 받아들이지 못한 그것.
만약 그걸 받아들여서 어떻게든 제어해낼 수만 있다면…….
저 끝 모를 강함을 지닌 데인 소그레스라는 녀석을 처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 이쪽입니다.”
누라는 그렇게 생각하며 성소 안쪽, 모래로 잘 위장해 둔 입구를 손수 열었다.
끼이익.
문이 열리며 안쪽으로 떨어지는 모래.
그리고 확 풍겨 오는 기운.
순간 탐욕이 치밀었다. 이 힘을 전부 취하면 위험하다는 건 느끼고 있었지만-
저 제국에서 온 녀석만 처리하면 모든 게 해결된다.
이걸 흡수하기만 한다면, 이 지긋지긋한 사막을 벗어나 마침내 푸른 풀이 있는 곳으로 진출할 수 있다.
“이익!”
그래서 누라는 뛰었다.
아주 순간적으로 몸을 던지며.
우당탕탕, 누라의 몸이 계단 아래로 하염없이 굴러떨어지는가 싶더니 어느새 멈추었다.
그리고 온몸의 통증 속에서 고개를 든 순간 보이는 힘의 원천.
웅웅웅!
끌을 주운 뒤 인도받은 이곳.
‘저거만, 저거만 취한다면!’
누라는 온 힘을 다해 일어났다.
머릿속으로 수만 가지 생각이 스쳤다.
만약 힘을 취한 뒤 원래대로 돌아가지 못한다면, 그다음은?
통제에 실패한다면, 그다음은?
하지만 다음은 없다.
여기서 힘을 취하지 못하면…….
“컥.”
다만 다음 생각도 없었다.
한 발을 채 떼기도 전에 온몸이 무기력하게 무너진 것.
“시도는 좋았군.”
뒤에서 들려오는 건 그 망할 데인 소그레스라는 녀석의 목소리였다.
도대체 어떻게 한 걸까.
어떻게 굴러온 자신를 따라잡아서, 도대체 어떻게 자신을 이렇게 간단히 제압하는 걸까.
“넌…… 도대체 뭐 하는…….”
“마법소환탐사창검술 동아리 회장.”
“뭐?”
“줄여서 낭만. 아, 저기에 조만간 강령도 붙여 볼 생각이야.”
뜬금없는 대답에 누라가 할 말을 잃은 가운데 데인은 곧장 힘의 원천으로 다가갔다.
다 소멸되는 와중에 흔적 하나 알차게 남기고 갔다.
이제 이것만 처리하면 적어도 이쪽 대륙에선 마족 걱정이 없을 듯하다.
그대로 두었으면 어떤 방식으로든 피해를 끼쳤겠지.
아르카나의 서적에서는 마족들을 두고 이렇게 말한다.
척박한 땅을 벗어나, 새로운 영토에서 삶을 이어가고 싶은 존재들.
“상관없지.”
물론 그러거나 말거나 데인에게 마족이란 존재는 귀찮으면서도, 소멸시켜야 하는 것들.
조용히 살아갔으면 마주칠 일도, 건드릴 일도 없었을 테니.
데인은 끌에 반응하여 웅웅거리는 힘의 원천과 누라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이 녀석에게도 별 유감은 없다.
하지만 원천은 제거해야겠지.
내가 끌로 다가가려던 그때 뒤에서 절규가 들려왔다.
“제발, 제발! 원하는 게 뭡니까! 뭐든 다 드리겠습니다! 그, 그러니까 그것만은 제발!”
평생 지켜 온 보물을 대하듯 목이 찢어져라 외치는 누라.
힘이란 그런 것이지.
이전에 가져 본 적 없고, 그 힘덕에 자신의 위치가 바뀌었다면 더더욱.
나의 경우와 차이가 있다면, 굳이 애써서 모든 걸 다 가지려 하지 않는다는 것.
난 말 없이 끌을 들었다.
그리고, 역수로 쥔 끌로 원천을 찍어버렸고-
파앗!
순간 거대한 암흑이 원천으로부터 뿜어져 나온 그때, 미리 깔아 뒀던 내 마력이 사방에서 조여들며 암흑을 한데 모으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먹만 한 공간 안으로 모든 암흑이 모여들었을 때-
“됐군.”
마침내, 봉인이 완료되며 암흑은 내 손으로 들어왔다.
마족들이 남기고 간 힘의 원천.
“컥, 커어어억…….”
끌은 먼지가 되어 흩어졌고, 뒤에서는 고통스러운 비명이 들려왔다.
잠시 뒤, 고개를 돌렸을 때 보인 건 피를 토하며 죽어 있는 누라의 시체.
“끝났군.”
난 곧바로 공간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을 아공간에 꼼꼼히 쓸어 담았다.
어떤 도움이 될진 몰라도 일단 챙기는 게 맞겠지.
나중에 파기하든, 연구 자료로 써먹든.
그리고-
“이건 남겨야겠군.”
외부자와 사라진 족장이 죽었다면 당연히 난리가 날 것이다.
그 반발들을 잠재울 수 있는 건 하나밖에 없지.
누라의 ‘악마 숭배’의 증거만 남긴다.
“그럼 이제 상황을 마무리하러 가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