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402)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402화(402/582)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402화
297. 사막의 유사(1)
제사장은 생각했다.
아르카나.
사막 사람들은 어렴풋하게나마 ‘옛 왕국’이라 부르는 과거의 융성했던 나라.
이미 오래전에 멸망했으나, 그 위명은 당연하게도 제국을 넘어 대륙 전체에 퍼져 있다.
당연히, 이 외딴 사막에도 그 이름이 전승된다.
하지만 이 사막에는 약간 다른 방식으로 전승되고 있었다.
보다 정확히는…….
“제사장님은 오랜 세월, 대를 이어 이 사막을 관장하고 계시오.”
이 스마르족의 제사장이 타고난 능력이 이를 알려 주고 있었다.
마족들의 힘이 사라진 걸 가장 먼저 감지한 것도 바로 제사장.
이 사막에, 스마르족만으로는 접근할 수 없는 무언가가 존재한다고.
“혹, 데인 소그레스 당신은 이 사막에 무언가 존재함을 알고 오셨소?”
“추측이 정확하다면, 분명히 이곳에 옛 마법왕국의 잔재 혹은 흔적이 존재할 겁니다.”
“그렇다면…… 제사장님과 선대의 제사장님들이 말씀하시는 ‘신비한 구역’이 바로 이를 뜻하는 것 같소.”
신비한 구역.
제사장도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아주 잘 아는 곳이지. 정확히는, 위치만 알 뿐 접근할 수 없는 곳이다.”
“왜입니까?”
“강력한 무언가로 보호받고 있으니까.”
무흐타르가 그 말을 받았다.
“제사장님의 타고난 능력 덕에 감지는 했으나, 그게 전부였소. 마법, 그러니까 우리 사막에서는 ‘요술’이라 불리는 힘의 대가 끊겼으니.”
마력이 존재하는 한, 마법은 어디에서나 존재하는 것.
하지만 안 그래도 척박한 사막은 사정이 조금 다른 모양이다.
“데인 소그레스, 그대 일행이 만약 그곳을 탐험하길 원한다면 얼마든지 가는 길을 알려 줄 수 있소.”
“혹, 스마르족에서 중히 여기는 지역입니까?”
데인의 말에 무흐타르는 고개를 저었다.
“사막에는 땅을 소유하거나 신성시하는 개념이 없소. 이 사막 자체가 누군가의 소유가 아닌데 말이오.”
“아아.”
“우리는 닿을 수 없는 것을 애써 소유하려 하지 않소.”
무흐타르의 그 말은 데인에게 참 와 닿았다.
닿을 수 없는 것을 애써 소유하려 하지 않는다.
제국의 관점에서 본다면 ‘끈기가 부족한 것’이 되겠지만, 사막의 관점에서 본다면 ‘효율적인 것’이 되겠지.
‘신기한 녀석이로다.’
이런 한편, 제사장은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것을 쫓고 있는 데인 소그레스라는 소년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물론 거친 사막의 기준으로 봐도 소년이라 하기엔 조금 어폐가 있다.
나이와 앳된 얼굴만 그렇지, 나머지는 모두 사막의 단련된 전사보다 더욱 다듬어지고 노련한 느낌을 풍기니.
이런 소년이 대체 왜 옛 마법 왕국의 잔재를 쫓는 걸까.
아카데미 학생이라던데.
잘은 모르지만, 거기 선생님이 내준 숙제 같은 게 아닐까?
‘더군다나 운명도 안 보이고 말이야.’
이곳, 사막의 제사장은 이명으로 ‘보는 자’라 불린다.
지금은 사실상 사어(死語)가 되어 쓰이지 않으나, 이렇게 불린 이유는 간단하다.
다른 이의 운명을 제한적으로나마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에.
반란을 일으킨 누라가 제사장을 어떻게든 포섭하려 애를 쓴 것도 그 이유.
제사장은 일종의 위신이자, 부족의 상징이나 다름없다.
그런 사람이 난생처음으로 마주하는 볼 수 없는 자라니.
여하튼, 이 소년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는 지켜봐야 할 일.
“그럼, 인도를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데인의 말에 무흐타르가 고개를 끄덕이며 제사장에게 물었다.
“제사장님, 그렇게 하겠습니다.”
“음. 그러거라.”
이런 가운데 무흐타르가 문득, 의문을 제시했다.
“노파심에 묻는 말인데 말이오, 혹 그곳을 파괴하거나…… 어떤, 엄한 일을 벌이려는 건 아니리라 믿소.”
그 말에 데인은 웃음을 터뜨렸다.
“방금까지는 사막에는 땅의 소유라는 개념이 없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 그게 아니라 워낙 오래된 곳이니 말이오. 우리로서도 추억은 있는 곳이라…….”
처음 본 당황한 무흐타르의 모습에 데인은 웃음을 머금곤 대답했다.
“안심하셔도 됩니다. 그런 목적이 아니라, 단지 조사입니다.”
“아아. 그렇다면 다행이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단, 저희가 예상 못 한 사고는 있을 수 있죠?”
“응?”
낭만 동아리의 사건사고.
그 역사를 알지 못하는 무흐타르로선 데인의 말에 알쏭달쏭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 * *
떠날 채비를 마친 뒤, 우리는 다시 한번 스마르족의 군락을 둘러 보았다.
평화로운 곳이다.
얼마 전까지 저들 중 절반이 반란을 일으킨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물론, 잠재적인 갈등은 분명히 존재하겠지.
그걸 풀어가는 게 아마 무흐타르의 역할일 테다.
“잘 가시오, 낭만 동아리.”
무흐타르는 우리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들이 해준 일과 우리가 입은 은혜는 평생토록 잊을 수 없을 것이오. 반드시 보답하겠소.”
“기대하겠습니다.”
거 참, 사막 한복판에 아르카나의 흔적이 어디 남았는지 알려 준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니까.
아무래도 무흐타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고마워하는 모양이다.
“아, 그리고. 데인 소그레스.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곧 네크벳이 올 겁니다.”
네크벳?
“저기 오는군요.”
무흐타르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멀찍이서 헐레벌떡 뛰어오는 네크벳이 보였다.
거구가 쿵쿵거리며 모래먼지를 일으키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다.
“누구야, 데인?”
“아침에 대련했던 사람.”
“또 나만 빼놓고?”
레일라가 볼을 부풀렸고,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억울하면 일찍 일어났어야지.”
곧바로 다가온 네크벳은 흐른 땀을 한번 닦아내더니, 날 향해 눈을 반짝였다.
“아직 떠나지 않으셔서 다행입니다. 늦는 줄 알았습니다.”
옆에서 흐뭇하게 웃는 무흐타르.
“결국 결정했나?”
“그렇습니다. 결정했습니다.”
뭔데 저런 모습들일까.
그런 네크벳이 다가와 건넨 건 일종의 쐐기였다.
“이게 뭐죠?”
“우리 사막의 전사에게 주어지는 ‘전사의 징표’입니다. 오직, 전사가 되기 위한 과정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전사에게만 주어지는 물건이죠.”
그렇다면 귀한 물건이란 이야긴데.
“그리고 이 전사의 징표는 사막의 전사가 일생에 단 한 명, 자신이 인정한 상대에게 주는 것으로 사용합니다.”
난 잠시 눈을 동그랗게 떴다.
단 한 번의 대련으로 나를 그런 상대라 생각한 건가?
“감사히 받겠습니다.”
“단, 이 징표의 최종적인 용도는 ‘회수’입니다.”
아아.
그런 의미였군.
“언젠가 반드시 되찾으러 가서 당신에게 인정받은 뒤, 그 쐐기를 제품에 다시 넣겠습니다.”
난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쐐기를 품에 넣었다.
“기대하죠.”
성장한 이의 도전을 상상하니 즐겁다.
무엇보다 네크벳의 창술은 나조차도 인상 깊게 볼 만큼 상당한 수준.
볼 만큼 봤으니, 돌아가서 아버지한테 보여 드리면 좋아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우리는 길을 떠났다.
스마르족으로부터 약속받은 은혜, 그리고 네크벳의 쐐기와…….
“근데 아까 받은 그건 뭐야, 데인?”
“아. 이거?”
제사장으로부터 받은 ‘인도의 새’까지.
“이걸 들고 있으면, 알맞은 방향일 때 눈에 빛이 난다던데.”
참고로 이건 진짜 새가 아니라 정교하게 깎은 조각상이다.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가치가 있을 법한 물건인데, ‘인도’의 기능까지 있다고 한다.
다만 일회성이다.
제사장이 출발 전 이 새 조각상에 힘을 담아 주었고, 우리가 사막을 떠날 무렵이면 평범한 조각상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대단한 물건인데? 어떻게 작용하는 거지?”
알투르는 내가 들고 있는 새 조각상을 연신 신기하단 눈으로 바라보았다.
우리 중 유일하게 마법 외길을 걷는 녀석답다. 이런 신기한 걸 보면 못 참는단 말이지.
“아무리 봐도 마법은 아닌 것 같은데…… 세상엔 역시 신비한 힘이 많군.”
아무튼 인도하는 새를 들고 방향을 이리저리 바꿔 보니 마침내 눈에서 빛을 발한다.
“여기다.”
새 조각상의 부리가 향하고 있는 곳은 지평선 너머로 별다른 장애물 없이 깨끗하게 펼쳐진 사막.
얼마나 걸릴지는 몰라도, 낙타를 타고 쭉 가야겠지.
“이쯤 되니까 사막도 정겨운걸.”
내 말에 레일라가 맞장구쳤다.
“맞아. 나쁘지 않은 곳이야. 좋은 사람들도 있었고.”
물론 이게 다 큰누나가 챙겨 준 아티팩트 덕택이다.
그게 아니었다면 진작 더워서 쓰러졌거나, 너무 추워서 벌벌 떨었겠지.
다만 그걸 내 특제 마력석을 동력 삼아 만들긴 했다만.
그래, 돌아가는 대로 큰누나와 슬슬 이 마력석을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좀 해 봐야겠다.
“끼륵!”
“푸히힝!”
이런 가운데 타이밍 좋게 합류한 두 녀석이 보였다.
카르나스.
그리고 키론.
“잘들 놀다 왔냐?”
“끼-륵!”
“푸헤헤헹!”
왜 저렇게 신이 난 거지.
둘이 합심해서 마물들을 쓸어버리기라도 한 건가.
그러다 문득, 나는 키론의 등에 걸려 있는 물건을 보고 조금 놀랐다.
“약탈자들 거잖아?”
“끼륵!”
“푸힝!”
분명하다.
약탈자들이 걸치고 있던 누더기 같은 천 쪼가리다.
그때 봐 두어서 기억하는데…….
“너희들이 어떻게?”
난 혹시나 싶어 물었다.
“혹시 덤비길래 혼내줬냐?”
“푸히히힝!”
“끼-륵!”
맞네.
하필 걸어도 엄한 데 시비를 건 약탈자 녀석들에게 애도를 표한다.
그나저나 그놈들은 살아 있었네.
탈탈 털었는데, 생명력 하나는 질기군.
하긴, 제국에서 추방형을 받고 사막으로 쫓겨났는데도 아득바득 살아남았을 텐데.
“난 솔직히 얘들이 더 신기한 것 같아. 우리처럼 아티팩트도 없는데 어떻게 사막에서 버티는 거지?”
나도 그게 궁금하다.
카르나스야 드래곤이니 그렇다 치는데…….
하기야, 나도 그렇고 이 녀석들을 상식선에서 설명하는 건 좀 무리니까.
아무튼, 잠시 떠나 있었던 녀석들이 합류하며 우리는 마침내 길을 떠났다.
옛 왕국의 잔재를 찾기 위해.
“이 방향이면 돌아가는 방향이랑 일치해서 괜찮겠는데.”
어쨌건 안광이 완전히 물들어 붉은빛을 뿜으면 목적지에 도달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 다시 이동의 시간이다.
“이번엔 얼마나 걸리려나.”
“혹시 사막 초입에 있는 거 아니야? 그럼 좀 허탈할 것 같은데. 그것도 모르고 지나쳤다는 거잖아.”
“알투르 선생님, 오히려 좋은 거 아닐까요? 돌아가는 길에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이런저런 이야기 속에서 시작된 이동.
중간에 강한 모래바람이 불어오긴 했지만, 이동에 방해가 되는 수준까지는 아니다.
“묘하게 사막이 평화로워진 느낌인걸.”
프리실라의 말대로 처음 서부 사막에 들어섰을 때와 느낌이 조금 다르다.
우리가 일을 해결한 덕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을까.
“지나치게 고요한데.”
레일라도 묘한 낌새를 눈치챘는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확실히, 모든 게 멎은 느낌이다.
바람도, 모래도, 공기의 흐름도.
“불안한데.”
어니스트가 중얼거리던 그때였다.
손에 들고 있던 인도의 새의 눈이 변했다.
빨간색으로.
뭐야.
우리 걸은 지 하루도 안 됐는데?
그러면서 주변을 돌아봤는데, 아무것도 없다.
옛 왕국의 잔해로 추정되는 건물은커녕 표지로 삼을 만한 바위조차도.
“음.”
그러다 나는 문득, 묘한 흐름을 감지했다.
멈춘 것만 같던 공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고-
사아아아악…….
“유사(流沙)다.”
우리 발 바로 아래.
모래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