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415)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415화(415/582)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415화
306. 먹혀들어 가는군
대회 당일.
에스테란자는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적당히 ‘변장’했다.
복면을 쓰거나 한 건 아니고 햇빛을 가린다는 명분으로 모자를 쓴 것 정도.
자신이 남부 테릭스 영지에 몸을 의탁 중이란 사실이 무조건적은 비밀은 아니다만…….
‘그냥 저 데인 소그레스 녀석이 알아선 안 될 것 같단 말이지.’
아무튼 중요한 건, 데인 소그레스 녀석에게 적당히 복수하는 것.
하지만 왜인지 그 전에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
마지막 남은 체면 때문일까.
“허허. 전직 아카데미 교수님이라 들었습니다. 저희 선수들 잘 부탁드립니다.”
그때 들려오는 테릭스 남작가 참가 선수들의 인사.
에스테란자는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그들과 악수를 나누었다.
“이거, 별로 좋지 못한 실력이지만 초청받은 만큼 테릭스 남작가의 명예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소.”
“허어. 마력이 제한당한다고는 하나 전직 교수님이시면 한가락 하실 텐데요!”
그나저나 왜 저 전직 교수님이라는 호칭이 거슬릴까.
이유는 잘 모르겠고, 저쪽도 그럴 의도야 없겠지만 빙글빙글 웃는 모습이 영 마음에 안 든다.
“그 전직 교수라는 말보다는 오늘 동등한 참가자로 대해 주시면 좋겠소.”
“허허, 이리 소탈하실 줄이야!”
다행히 잘 넘어간 듯했다.
아무튼, 상황을 보니 각 영지에서 모두 모여 투석 대회 준비가 거의 끝난 듯하다.
대회 구역은 소그레스 백작가와 테릭스 남작가 사이의 거대한 평원.
여기에 장애물을 이것저것 설치한, 일종의 자연 대회장이다.
“엄청나게 넓군.”
고저 차에, 언덕도 있고 중간에 나무도 있어 여러 전략 사용이 가능할 것 같았다.
에스테란자는 군사적 전략, 전술보다는 검술에 조금 더 능하지만.
“그나저나, 이 투석 대회라는 건 항상 테릭스 남작가가 이긴다고 들었는데 말이오.”
“음. 두말하면 잔소립죠. 거의 모든 대회에서 저희가 승리했습니다. 전통적으로, 소그레스 쪽은 첫 대회와 마지막 대회에 집중하고 저희 테릭스는 두 번째 대회에 강세를 보이니까요.”
“첫 대회와 마지막 대회는 신경 쓰지 않는 겁니까?”
“신경을 안 쓴다기보다야…… 세 번째 대회는 소그레스를 도저히 따라갈 수 없기도 하고, 그래서 첫 번째 대회는 이번에야말로 가져오려 했는데…….”
뒷말은 에스테란자가 예상한 그대로였다.
“왜, 이미 제국 전체에 천재라 소문난 그 소년 있지 않습니까? 무려 황제 폐하의 총애를 받는다고 하던. 데인 소그레스 도련님이 갑자기 나서는 바람에…….”
데인 소그레스.
테릭스 남작가가 이번에야말로 우승을 자신하던 언덕 내려가기를 망친 장본인.
“솔직히, 아직도 말이 좀 오가긴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이미 영지 간 교차 검증이 끝나 부정행위가 없다는 게 확인됐으니까요.”
“흐음.”
“아무튼 그래서 우리는 이번에 반드시 이겨야 합니다. 교수님, 도움 좀 많이 주시길 바랍니다.”
“걱정 마시오. 일러 주는 대로 잘할 테니.”
에스테란자는 공을 꽉 쥐었다.
뭐가 됐든, 데인 소그레스 그 녀석에게 한 방 먹이는 게 자신의 목표.
“저기, 오는군요.”
그리고 마침내 보이는 데인.
저 마음에 들지 않는 은색 머리카락.
“아마 소그레스 녀석들은 일부 방어 및 소수 기동전으로 나올 겁니다.”
“소수 기동전이라 하셨소?”
“예. 저쪽에는 저희처럼 잘 던지는 녀석이 하나도 없어서, 다수 혹은 전원 기동전은 불가능할 겁니다.”
에스테란자는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럼 도련님도 매한가지겠소.”
“물론입니다. 이 던지는 건 단지 재능이 있다 하더라도 당장 해결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감각을 수도 없이 갈고닦고, 어깨가 부서지라 던져야 하죠.”
즉, 요행이나 그때의 운보다는 꾸준한 연습이 중요하다는 것.
그런 의미에서 에스테란자가 보기에 첫 대회처럼 데인이 갑작스레 활약할 일은 없어 보였다.
아니, 그래야 한다.
“모든 가문 대표들은 여기로 모여 주시기 바랍니다!”
아무튼, 그렇게 대회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소그레스! 이번에도 지러 왔냐!”
“이번에도 우리 테릭스가 가져간다!”
“다들 헛수고 그만하고 기권해라!”
도발을 곁들이면서.
다만, 약간의 문제가 있었다면…….
“우리한테 이젠 전직 아카데미 교수님도 있다! 아주 뼈도 못 추리고 탈락하게 만들어 주마!”
전혀 생각지도 못하게 에스테란자가 당황할 만한 발언이 나왔다는 점이며-
“교수님?”
“저기서 뭔 소리를 하는 거야?”
“전직 교수님이 여길 왜 와?”
소그레스 진영 쪽 몇몇 사람들의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데인은 신경조차 쓰지 않고 모두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우리는 우리 작전에만 충실합니다. 시작되는 순간, 양쪽으로 갈라져서 뛰는 거예요.”
모두가 테릭스의 승리를 믿어 의심하지 않는 상황.
하지만, 데인은 어째서인지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다.
마치 승리를 확신하듯.
‘이런 망할 경우가 있나.’
덕분에 에스테란자의 짜증이 팍 치밀었다.
구태여 모자까지 쓰고 있었는데!
“젠장.”
하지만 아무래도 좋다.
기왕 이렇게 된 거, 데인 저 녀석의 머리통만 노린다.
누가 이 속내를 들여다보면 전직 교수씩이나 되어 참 치졸하게 군다 싶겠지만…….
애초에 데인 녀석이 아니었다면 자신이 이 남부 구석에 처박혀 있을 일도 없었을 것이다.
에스테란자는 홀로 그렇게 철썩 같이 믿고 있었다.
“경기 시작하겠습니다!”
그리고 외침과 함께 허공에서 펑, 하는 폭죽이 터지며 마침내 경기가 시작되었다.
이와 동시에 흩어지는 소그레스 진영 쪽 참가자들.
“음?”
테릭스 쪽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항상, 시작되면 바로 움직이기보다는 장애물 뒤에 몸을 숨긴 채 상황을 지켜보곤 했었는데.
“둘로 나누어 흩어지는군.”
소그레스 진영이 둘로 흩어진다.
숫자는 정확히 절반.
뭘 하려는 걸까.
잘 던지는 녀석이 없는 이상 기동전으로 가면 필패일 텐데.
“다른 가문 쪽은 일단 다들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으음. 일단 견제하자고.”
그렇게 날아가기 시작하는 공들.
휙, 휘익!
테릭스 쪽은 가볍게 던진다고 하지만,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속도며 정확도가 장난이 아니었다.
퍽, 퍼억!
“어우, 장난 아닌데요.”
“일단 천천히 장애물 이동하면서 엄폐하자고. 도련님 명령이니까.”
그리고 견제받는 소그레스 진영 쪽은 의외로 침착했다.
“우리는 진짜 반격 안 해요?”
“기다리라고 하시잖아. 이상하다 싶을 정도만 아니게 던지라 하셨고.”
“거참, 이게 맞나 모르겠네.”
“이기자고 하시는데 어쩌겠어. 우리가 장단 맞춰 드려야지.”
지금까지만 해도 소그레스 백작가 쪽 출전자들은 이런 전략들이 어디까지나 데인의 욕심, 요 정도로만 이해하고 있었다.
“틀림없이 견제가 점점 심해질 거라고 하셨으니까. 기다리자고.”
그런데 잠시 후.
정말로 공이 쉴 새 없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하하, 겁먹었냐! 멍청이들, 그냥 포기하고 나와라!”
“어디 고개만 내밀어 봐라! 작살을 내 줄 테니까!”
위력과 정확도를 과시하듯, 장애물 쪽으로 쉴 새 없이 공이 날아들고 있던 것이다.
마치 공이 몇 개 안 남아도 너희 정도야 머리만 내밀면 바로 맞출 수 있다는 듯.
덕분에 당연하게도 엄폐한 소그레스 진영 쪽에서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러나-
데인 쪽은 좀 달랐다.
“음?”
에스테란자는 순간 눈을 의심했다.
저기, 멀지 않은 곳.
은색 머리카락이 보였다.
데인 소그레스였다.
그것도 홀로 나오고 있다.
“이놈.”
에스테란자가 외쳤다.
“저기, 저기 있소!”
그리고 돌아가는 모두의 시선.
모두가 보았다.
데인 소그레스, 단 한 명이 엄폐물 밖으로 나오는 모습이.
* * *
“데인, 잘되어 가는 거 맞겠지?”
퍽, 퍼퍽!
여전히 공이 날아드는 와중이었으나, 나는 여유롭게 상황을 살피고 있었다.
“우리가 무리하게 반격만 안 하면요. 상대적으로 명중률이 떨어지니까, 단 한 번의 기회를 노려야 해요. 무슨 말인지 다들 아시죠?”
내 말에 모두든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괜찮겠어?”
아저씨의 물음에 난 가볍게 주억거렸다.
“네. 잘 버티고만 계세요.”
“너 맞으면 그대로 끝인데.”
불안해하는 에크넥 아저씨.
나는 그런 아저씨에게 어니스트, 알투르의 평온한 표정을 가리켰다.
“보세요. 쟤들 아무런 걱정 없잖아요.”
“…….”
조금 없다면 모를까, 애초에 이번 대회에서 지금까지 아무 걱정도 없던 녀석들.
“그…… 래. 알겠다. 휴. 그래, 어차피 탈락이었을 대회니까.”
“걱정 마세요.”
난 그 한마디만 남기고 내 몫의 공 숫자를 점검했다.
스무 개.
상대는 열 명.
차고 넘치는 수량이다.
“그럼, 가 볼게요.”
타닥.
곧바로 엄폐물을 벗어나는 순간, 이쪽으로 향하는 수많은 시선들이 느껴졌다.
테릭스 남작가는 물론, 다른 가문의 출전자들까지 이쪽을 보고 있었다.
그래, 미쳤냐 싶겠지.
혼자 나와서 저렇게 돌아다니는데.
하지만 나라고 대책 없이, 운에 맡기고 나온 건 아니다.
기감.
그리고 감각.
마력을 제한해도 사라지지 않고 내 신체에 각인된 그것.
쉬익-!
저렇게, 날 향해 날아오는 공의 방향과 속도를 대략적으로 알려 주는 이 놀라운 기감을 믿고 나온 것.
쐐액!
귓가를 스치는 공의 감각.
테릭스 남작가는 공 던지는 실력도 남다르다던데, 확실히 그렇긴 하다.
그러나 이만하면 충분히 피할 만하다.
물론 하나 피했다고 전부는 아니다.
쉬익, 쉬이이익!
순식간에 날아드는 십수 개의 공.
저걸 미련하게 다 피하기보다 나는 반대편 엄폐물로 뛰는 쪽을 택했다.
퍽, 퍼퍽!
간발의 차로 내가 몸에 숨긴 엄폐물에 틀어박히는 공들.
이만하면 시선은 확실히 끌었고.
이제부터의 계획은 이렇다.
계속 내가 시선을 끄는 동안, 나머지는 두 갈래로 기동하여 후방을 점한다.
그리고 나와 함께 세 방향에서 공격을 가하는 거지.
듣기로 테릭스 쪽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수세에 몰린 적이 없었다고 한다.
우월한 참가자들을 보유한 만큼, 그에 걸맞은 공격 전술만 펼쳐 왔다.
그 자만심 넘치는 심리를 역이용해서, 수세에 몰린 분위기만 만드는 게 핵심.
이번에는 이전과 다를 것이다.
“좋아.”
나는 공을 쥔 채로 잠시 고개를 내밀었다.
그 찰나의 순간 공 십수 개가 날아들었지만, 살필 시간은 충분했다.
엄폐는커녕 대놓고 몸을 드러낸 테릭스 쪽 참가자들.
자신감의 표현일지, 아니면 자만심일지.
뭐, 보면 알겠지.
난 맨 앞, 가장 앞에서 가장 열성적으로 공을 던지는 사람 하나를 조준한 뒤-
쉬익!
공 세례가 잠시 멈춘 그 순간, 몸을 일으키며 그대로 공을 집어던졌다.
그리고 허공을 가르며 날아간 공은 부지불식간에 남자를 맞추며 빛나는 가루를 펑! 터뜨렸다.
“…….”
“…….”
놀랍게도 고요해지는 주변.
좋아.
먹혀들어 가고 있다.
난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새로운 공을 집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