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417)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417화(417/582)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417화
308. 할 일이 더 많지
축제는 성황리에 막을 내려가고 있었다.
본래는 두 번째 대회가 끝난 시점부터 그 분위기가 더욱 달아오르기 마련.
하지만 이번에는 다들 슬슬 큰 미련 없이 먹고 마시는 분위기다.
나 역시 그렇고.
왜냐?
이미 우승이 결정됐으니까.
“술래잡기는 이제 아무래도 좋은 것 같던데.”
다들 마지막 대회인 술래잡기는 경쟁보다는 그냥 편하게 즐기자는 마인드가 된 듯하다.
오히려 좋지.
그게 축제 분위기에 부합하기도 하고.
“맛 좋네.”
나는 손에 든 잔을 기울여 주스의 달콤한 맛을 음미했다.
남부에서만 나는 자두에서 즙을 내 만든 주스다.
이렇게 한 번씩 마셔 주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단 말이지.
사실, 나도 술 한잔하고 싶지만 그래도 가문의 장남이라는 입장이 있는 이상 마냥 그럴 수도 없다.
열여섯은 되어야 성년이고, 그 이전에 술을 마시는 건 불법까진 아니지만 피해야 할 일이니.
그렇게 테라스에서 한숨 돌리며 전경을 내려다보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랜만에 가문으로 돌아오니 어떠냐?”
아버지셨다.
“당연히 좋죠.”
“그리 좋으면 좀 자주 내려오거라. 요즘 영 심심해서 말이다.”
딱히 취하신 것 같진 않고.
진짜 서운하신 것 같았다.
물론 난 짐짓 모른 척했다.
“할 일 많다고 하셨잖아요?”
“그거랑 별개지. 할 일 많다고 안 심심하냐? 요새 네 엄마가 술도 못 마시게 하는데.”
아버지는 투덜거리셨다.
“내가 뭐 맨날 마시는 것도 아니고…….”
“어머니가 그러시던데요. 저번에 아예 술통째로 비우셨다고.”
“……큼.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이 왜 한 번에 많은 식량을 비축하는지 알겠더구나.”
평소에 하도 못 마시게 하니까 억눌렸던 게 튀어나오신 건가.
“적당히 좀 드세요. 그러다 병나요.”
“나 아직 짱짱하다.”
“한 통 다 드시고 사흘 내리 누워 계셨다면서요?”
“……아니, 네 엄마는 뭘 그런 걸 다 이야기하냐?”
“그러니까 잘 좀 하세요. 아버지라 사흘 누워 있던 거지 다른 사람이었으면 바로 갔어요.”
난 진심으로 걱정했다.
그러면서도 아버지가 안쓰러웠다.
아버지는 종종, 전쟁의 상흔을 벗어나지 못한 듯한 모습이었기 때문.
기사로서, 또 전사로서 매일 같은 수련이야 필수적이라지만 아버지는 그 정도를 넘으셨으니까.
어느 정도냐면, 당장 내일 전쟁이 일어난다 해도 믿을 만큼 단련에 단련을 거듭하셨다.
그러다 최근에야 좀 놓으시면서 시간이 나 저러시는 거지.
전쟁이 그래서 무서운 거다.
끝난 지도 이미 이십 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사람을 벗어나질 못하게 하니.
“알았다. 에휴. 그러니까 이 심심한 아버지 놀아 주러 종종 좀 오거라.”
“알았어요. 자주 올게요.”
“아니면 얼른 와서 승계를 준비하든가.”
“승계요?”
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조심스레 물었다.
“아버지 혹시 병 걸리셨어요?”
아버지가 순간 할 말을 잃은 표정으로 날 바라보다 한숨을 푹 쉬셨다.
“얘가 아카데미 가더니 이상한 친구들을 만났나…….”
내 입장에서는 당연한 물음이다.
왜냐하면 귀족 사회에서 다음 대를 잇는다는 건, 선대가 죽거나 가주 노릇을 하기 힘들 만큼 큰 병에 걸렸다는 뜻이기 때문.
“혹시 무슨 일 있으세요?”
“그야 이제 좀 쉬려는 거지. 내가 무슨 병이냐. 너무 멀쩡해서 탈인데.”
아버지는 보란 듯이 팔뚝을 내미셨다.
잔상처 가득한 팔뚝에 꿈틀거리는 굵은 핏줄들.
정정하다 못해 너무 쌩쌩하신데.
“물론 지금 당장 하라는 건 아니지. 앞으로 6년, 7년? 길면 10년도 보고 있으니까.”
“그런데 왜 벌써 승계 이야기를 하세요?”
“그야 네 누나들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욕심을 보인 적이 한 번도 없으니까.”
푹푹 흘러나오는 한숨.
아버지는 기가 막히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수도는 물론이고 남부에서도 하루가 멀다고 승계 다툼이 일어나고 형제 누가 누굴 죽였니 하는 소식들이 들려오는데, 어째 우리 가문은 아무도 가주를 안 하겠다는 거냐?”
그야…….
다들 그보다 더 재미난 걸 하고 있어서?
솔직히 가주직이 뭐 얼마나 재미있겠는가.
명예라면 차고 넘치겠지만 딱 그뿐.
“덕분에 평화롭고 자식끼리 싸우는 꼴 안 봐서 좋긴 하다만…….”
내 생각엔 그런 환경적인 ‘문제’가 아닐까 싶다.
형제자매 간 투닥거리긴 해도 기본적으로 죽일 듯이 굴진 않고, 가족 분위기 자체가 화목하다.
그러니 누구든 가주 하겠다고 설치며 피바람을 일으킬 이유가 하나도 없는 셈.
오히려 우리 가문은 ‘누군들 알아서 하겠지’라는 생각뿐.
나도 그랬다.
누군들 하겠지.
그리고 누나들 중 한 명이 하겠다면 난 흔쾌히 양보할 것이다.
“네가 가능성이 있어 보이니 그나마 이렇게 물어보는 거다, 데인.”
“누나들한테는 안 물어보셨어요?”
“물어볼 틈이나 있었냐? 물어볼라치면 아카데미에서 다들 뭔가 하겠다고들 이야기하는데, 거기서 무슨 이야기를 더 꺼내냐. 다들 신이 나서 이야기하는데.”
나는 전생과 이번 생을 통틀어 단 한 명의 아버지만 만났지만, 이렇게 좋은 아버지도 없을 거라 확신한다.
우리 누나들이 뭘 하든 고민할 여지가 없도록 도와주셨으니까.
“하지만 데인 넌 아카데미에 가는 것 말고는 네가 하고 싶은 걸 하겠다고만 했었지.”
“그래서 저한테 물어보시는 거군요?”
“늦기 전에 말해 두는 거다, 이 녀석아.”
아버지는 그러면서 눈을 빛내곤 내 어깨에 손을 올리셨다.
“내가 설마 외부 사람한테 가문을 넘겨야겠냐?”
잠시 고민 끝에 내가 입을 열었다.
“방법이 하나 있긴 해요.”
“응?”
“동생 만들어 주세요.”
“…….”
장담할 수 있다.
내가 아들만 아니었어도 욕먹었을 거라고.
“……아들이란 녀석이 진짜.”
아무튼 뭐.
이렇게까지 말씀하시는데, 한번 고려는 해야지.
나 말고 할 사람이 없어서라는 이유가 아니라, 가주직에 관심이 아주 없던 건 아니거든.
“후우. 내년에 오거든 여기서 술이나 한잔하자꾸나. 이제 슬슬 술을 알려 줄 나이도 됐고. 면도하는 법도 알려 줘야 하고.”
그렇게 아버지의 목소리에 또 다른 익숙한 목소리가 섞여들었다.
“여기들 있었네요.”
“어머니.”
“오, 부인.”
어머니는 늘 그렇듯, 흐트러짐이 거의 없는 모습으로 빙그레 미소를 띤 채 우리 부자에게 다가왔다.
“날이 참 좋죠? 부자 간에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들 하고 있었어요?”
“그게…… 크흠. 글쎄, 이 녀석이 동생 이야기를 꺼내지 뭐요?”
“어머, 그래요?”
어머니는 흥미롭다는 듯 날 바라보셨고, 아버지는 하소연하듯 말을 이어가셨다.
“하도 안 내려오고 그러니 심심해서 아들 붙잡고 이야기 좀 했소이다.”
“그래요? 여전히 사이가 좋아요. 귀족가 자제들은 부모랑 떨어지면 서먹해지고 그런다던데.”
“난 그런 걸 원하지 않소. 큼.”
이런 가운데 어머니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셨다.
“그런데…… 동생 이야기는 왜 나온 거예요?”
안타깝게도 아버지는 어머니 저 말이 어떤 걸 의미하는지 잘 깨닫지 못하신 것 같았다.
“그게 말이오, 우리 가문을 어디 다른 사람 손에 맡길 수 있겠소? 그랬더니 하는 말이 동생을 낳으면 된다는 거요. 거참. 언제 또 키우라고. 그리고 그 녀석도 가주 안 한다고 하면? 나는?”
“틀린 말은 아니네요.”
“역시. 부인은 내 말을…….”
“한 명 더 낳는 거요.”
“……으응?”
나는 아버지에게 고개를 살짝 숙여 보였다.
오늘의 작별 인사였다.
“데인? 데인? 잠깐만, 데인!”
아련한 목소리를 뒤로한 채 나는 테라스를 나왔다.
음.
남동생이 좋을까, 여동생이 좋을까?
* * *
다음 날이 밝고, 마침내 술래잡기 당일.
당연하게도 전혀 어렵지 않았다.
전설적인 암살자(전직)인 어머니한테 배운 게 있는데, 마력이 제한당한다 한들 지는 게 더 이상하다.
“도, 도저히 못 찾겠습니다!”
“도련님, 이제 그만 나오세요!”
참고로 그림자 숨기는 쓰지도 않았고, 너무 잘 숨으면 그럴까 봐 적당히 하기까지 했는데…….
타닥.
“어, 어디서 나오신 겁니까?”
“저기, 나무 위에요.”
“거긴 아까 본 곳인데!”
“코앞에 있는데도 그냥 내려가시던데요.”
“…….”
아무래도 어머니한테 배운 게 이들에게는 너무 과했던 모양이다.
위장이 너무 강했나.
아무튼, 이겼다.
“이걸로 소그레스 백작가는…… 3개 대회 모두 우승이야?”
“역대 최초 아닌가? 심지어 3개 대회 모두 백작가의 도련님이 다 우승으로 이끌었는데.”
“앞으로 열릴 축제들은 어쩌나…… 소그레스 백작가 독주 체제가 완전히 굳어지겠구만.”
종합우승을 넘어 모든 대회 우승을 기록했고, 이걸로 우리 가문의 염원하던 20회 우승도 달성되었다.
덕분에 우리 가문에서는 또다른 축제가 열릴 분위기다.
적립금이 한 방에 들어오기도 하고, 그게 아니더라도 우리 가문이 어디 축제 좀 더 연다고 휘청일 곳인가.
“백작님께서 우리 영지 축제를 명령하셨다던데? 그것도 사흘이나 연장해서?”
“이래서야 농사는 어쩔 수 없이 미루게 됐구만! 하하하!”
덕분에 우리 영지 분위기는 좋다.
이전에도 그랬듯이.
다만 아쉬운 게 있다면…… 여기 누나들이 없다는 것 정도?
내 생일 때처럼 다들 깜짝 등장이라도 하면 좋으련만, 이젠 현실적으로 두 사람 다 그러기가 쉽지 않다.
큰누나는 새로운 발명 프로젝트에 파묻혀 지내고, 작은누나는 학위 취득에 집중하고 있으니.
이러니 아버지가 가주 이야기를 참다 못해 꺼내신 거겠지.
뭐, 그건 차차 고민해 보자.
아버지가 말씀하신 6~7년의 시간이란 결국 내가 아카데미를 졸업한 후를 뜻하는 거니까.
물론 결정을 내린다면 그 전부터 가주 업무를 본격적으로 인계받아야겠지.
“데인, 여기 있었네?”
상념 속에 섞여드는 레일라의 목소리.
좀 들뜬 목소리라 술을 마신 게 아닌가 했는데, 그냥 신난 것 같았다.
“남부 여기 너무 좋다. 아버지한테 여기 와서 살자고 할까?”
그 말이 어이가 없어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래도 농담이나마 저런 말을 할 정도면 어지간히도 마음에 든 모양.
“가문 전체가 이주하는 건 잘 모르겠지만, 언제든 와. 우리 집은 내 친구들이라면 언제든 환영일걸.”
“그래도 너 없는데 가긴 좀 그런데.”
“그렇게 따지면 나는 대장간 간다고 너희 가문 정문을 틈 나면 드나들었는데?”
“그게 그렇게 되나?”
아버지와 어머니는 오히려 반길 분들이다.
“근데 누나들은 안 와?”
“바빠서.”
“하긴, 우리 오빠들도 그러니까.”
“형님들은 별일 없으시지?”
“그럼. 작은오빠는 요새 좀 잠잠하고, 큰오빠야 항상…… 동부에 있지.”
동부.
오랜만에 떠올리는 곳이다.
그곳에서 레일라의 큰오빠 오웬 테르미온을 마주했고, 오랜만에 에드워드도 만났지.
지금은 잘 지내고 있으려나.
손도 고쳤겠다, 동부에서 눈먼 화살 맞고 죽는 거 아니면 돌아왔을 때 더 큰 녀석이 되어 있을 텐데.
“이제 방학도 절반이나 지났네.”
“그러게.”
레일라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이며 이번 방학 동안 있었던 일들을 떠올렸다.
서부로 가서 페크스라는 도시를 구하고, 이후 마족의 흔적을 찾아낸 데다 아르카나의 흔적을 좇아 다섯 번째 고대 마력 집약체를 얻기까지.
그뿐인가.
우리는 남부 축제의 영웅이 되었다.
“우리는 뭐 이렇게 한 게 많냐?”
“그러게.”
하지만 확신한다.
지금까지 해 온 것보다, 앞으로 할 일이 더 많을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