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420)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420화(420/582)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420화
310. 이렇게 하면 되겠네요
어머니는 내 이야기를 듣고 사뭇 진지한 반응을 보이셨다.
“네 생각은 어떠니?”
“암살자가 될 생각은 없어요. 암살단의 수장이 되는 건 더더욱요.”
늘 그렇듯 나는 하나에만 얽매일 생각은 없다.
난 지금 아카데미를 다니면서 이런저런 일들을 하고 있다. 하지만, 암살자가 되어 암살단을 이끌어야 한다면 아마 다른 건 할 수 없게 되겠지.
그리된다면 아버지와 가주 자리를 두고 이야기했던 게 무색해진다.
거기에, 내가 했던 일들을 모두 등져야 한다.
그건 내가 바라는 바가 아니지.
어머니도 아마 잘 아실 것이다.
“엄마 역시 네가 어둠 속에 숨어 지내는 걸 원치 않는단다. 발을 들이면 나오기 어렵거든.”
그 일을 직접 겪고, 오랜 고생 끝에 마침내 발을 뺀 뒤 아버지와 혼인하신 거니까.
듣기로 어머니처럼 암살자였다가 일반인의 신분이 된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된다 하더라도 투바처럼 그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난 게 아니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엮이지 않고,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을 받는 정도로만 원했지. 그 표식은 일종의 증표니까. 누가 지니고 있든, 그 표식을 지닌 자의 부탁을 들어주어야 한다는 맹세.”
“제가 그 부탁을 거절하셨으면 하세요?”
“그건 네 선택이란다, 데인. 잘 생각해 보렴.”
잠시 고민 끝에 물었다.
“태고의 암살검은 어떤 물건인가요.”
“아주아주 오래된 물건이지. 자격 있는 자가 나타나면 산산 조각난 파편들이 한데 합쳐진다는 전설이 있지만, 아직까지 적합자는 나타나지 않았단다.”
어머니는 대답에 한마디를 더하셨다.
“데인, 널 빼면.”
이젠 딱히 이상하다거나 의심이 가는 사실은 아니다만…….
“그게 저인 이유가 있을까요?”
“모르지. 하지만 확실한 건, 태고의 암살검은 가질 만한 가치가 있는 물건이란다.”
태고의 암살검.
그게 무엇이냐에 따라 내 다음 행동이 갈릴 것이다.
“상징적인 의미인가요?”
“그런 것도 있지만, 그 파편이 한데 모여 적합한 자의 손에 쥐어졌을 때 어떤 힘을 낼지 모른다는 거지. 전설에 따르면, 상상하기 어려운 힘이라더구나.”
태고의 ‘암살검’이라기에 보이지 않는 칼날이라든가, 혹은 암살에 도움이 되는 물건을 막연히 생각했었는데.
관념상으로 ‘암살’과는 거리가 좀 있는 모양.
난 혹시나 해서 물었다.
“들어본 적 있어, 미니골렘?”
그럼 아르카나 쪽은 탈락.
아니면, 아르카나 멸망 이후에나 만들어진 물건이라든가.
“만약 관심이 있으면 나서도 되고, 그게 아니라면 거절하렴.”
나는 잠시 고민하다 물었다.
“어머니의 진짜 생각은 어떠세요?”
“내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뿐이란다.”
어머니의 생각은 확고하다.
암살자로서 이제 자신은 없다.
남은 건 어머니로서, 아내로서, 그리고 이 성의 안주인으로서의 본인만 남았을 뿐.
“그렇다고 네 앞길을 막고 싶은 건 아니란다, 데인. 그 태고의 암살검을 얻게 된다면 분명히 너에게 큰 도움이 될 테니까. 거기에…… 암살자가 될 필요도, 암살단을 이끌 이유도 없잖니?”
데커스, 그리고 룬.
이 둘은 현시점에서 암살단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존재들이라고 한다.
그런 사람들이 이야기했으니 나중에 가서 배 째라고 나오진 않겠지.
그런다 해도 내가 들어줄 리 없겠지만.
“브랜트라는 자에 대해 아시나요?”
“내가 있을 때만 해도 견습이었지. 정확히는, 가장 두각을 드러내던 후보생 중 한 명이었어.”
이어진 말은 약간 충격적이었다.
“암살자가 되기 위한 마지막 관문이 있단다. 그건, 한 사람을 ‘완벽하게’ 암살하는 거지. 그 임무에서 브랜트는 가장 가깝게 지내던 후보생을 암살해 버렸단다.”
아아.
그런 녀석이었군.
적어도 녀석을 쫓아 나머지 파편을 회수할 때, 쓸데없는 죄책감은 느끼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물론-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그만큼 브랜트의 실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란다.”
어머니의 의도는 그게 아니겠지만.
하지만 어머니는 날 믿으신다.
내 친구들, 아니 어쩌면 그 이상으로.
물가에 내놓은 애 다루듯 하던 건 갓난아기 시절에 이미 끝내셨으니까.
본인이 직접 가르치셨는데 무슨 걱정을 하겠냐?
“싸워 보면 알겠죠.”
“엄마 생각엔 우리 아들이 알아서 잘해낼 것 같은데?”
누가 보면 오해하겠다.
아들이 암살자 잡으러 간다는데, 걱정은커녕 당연히 내가 잘할 거라 생각하시는 어머니라니.
하지만 우리 가족이 원래 그렇지 않은가.
내 안전을 걱정하는 사람은 이제 누나들뿐이다.
“카르나스, 잘 지켜 줄 거지?”
“끼륵!”
그리고 어머니는 무릎 위, 얌전하게 똬리를 틀고 있는 카르나스의 머리를 간질였다.
참 평화로운 풍경이다.
누가 짐작이나 하겠어.
이게 암살자 잡는 이야기를 하는 상황이라는 걸.
“아마 추적이 어렵지는 않을 거야. 브랜트도 그 파편을 노리고 있을 테니, 적당히 흔적을 흘릴지도 몰라.”
아무튼 이제 결정의 시간이다.
태고의 암살검을 쫓아 브랜트라는 녀석을 잡으러 가느냐.
아니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이대로 조금 더 쉬다 아카데미로 돌아가느냐.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중요한 건, 더 재미있는 게 무엇이냐는 거지.
“이렇게 하면 되겠네요.”
난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 * *
암살자의 덕목은 인내심과 기다림이다.
굳이 길게 설명할 것도 없이, 암살 대상이 늘 뜻대로 움직여 주지 않기 때문.
물론 지금 여기에 암살하러 온 건 아니다.
다만, 기다려야 할 대상이 자신들의 통제를 완전히 벗어난 존재라 그렇지.
데인이 이 일을 수락한다면 명분상으로도, 전력상으로도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다.
일단 브랜트는 자격도 없는 주제에 태고의 암살검을 훔쳐 도망간 놈이 되고, 데인의 실력이야 말할 것도 없다.
굳이 아까의 상황을 떠올릴 것도 없이, 제국 전역에 이름난 천재니까.
듣기로는 황제 폐하의 무한한 총애를 받는 소년이라던데.
“도련님이 수락할까요?”
“모르지. 수락하시면 좋으련만.”
만약 데인 소그레스가 ‘소그레스’만 아니었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데려왔을 것이다.
하지만 소그레스의 성씨를 달고 있다는 게 문제.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잘못 건드리는 순간, 브랜트가 아니라 릴리 소그레스에게 암살단이 박살 날 것이다.
‘상상만 해도 끔찍하군.’
자신이 아는 선배라면, 암살자조차 아무도 모르게 암살해 버릴 것이다.
그리고 흔적조차 지우겠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때문에 데커스와 룬은 기다리고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만약 안 되면…….”
“우리끼리라도 브랜트를 쫓아야지.”
그렇게 긴장된 기색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마침내 데인이 둘 앞에 나타났다.
그림자 숨기처럼 갑자기 나타난 건 아니지만, 지금 둘은 그때보다 더 긴장하고 있었다.
눈은 데인의 입에 고정된 채로.
“도련님.”
데인은 간단하게 말했다.
“추적 시작하죠. 브랜트라는 암살자 말입니다.”
“가…… 감사합니다!”
“단, 제가 말했던 조건들은 잊지 않길 바랍니다.”
“물론입니다!”
둘은 뛸 듯이 기뻤다.
이걸로 됐다.
브랜트 녀석은 붙잡힐 거고, 태고의 암살검도 회수될 것이다.
‘문제는 그다음인데…….’
암살단은 누가 이끌 것인가?
그리고, 태고의 암살검이 없는 상황에서 암살단은 이제 무엇으로 지탱될 것인가?
하지만, 지금 생각할 겨를은 없다.
브랜트를 쫓아 태고의 암살검을 회수하지 못한다면 아무런 쓸모도 없는 고민.
“아, 데려갈 사람이 한 명 있습니다.”
데인의 말에 데커스는 일단 상념에서 벗어났다.
“데려갈 사람이요?”
“추적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잠시 후.
다소간 왜소한 체격의 소년 한 명을 볼 수 있었다.
“인사해, 어니스트. 이쪽은 암살단 사람들.”
“우와, 그럼 암살자야?”
“응.”
무슨 동네 아저씨 소개하듯 암살자와 암살단을 소개하는 모습에 데커스와 룬은 당황해 버렸다.
“안녕하세요, 어니스트 딜런이라고 합니다. 딜런 남작가의 장남이자 아카데미 탐사학부 2학년입니다.”
딜런 남작가.
아카데미 탐사학부.
들어는 봤어도 딱히 대단하다 생각이 안 드는 자기소개.
하지만 떨떠름함을 티 낼 수 있겠는가.
무려 데인 소그레스 도련님께서 데려 온 사람인데.
‘대단하다, 천재다 해도 애는 애라는 건가?’
자신들에게는 세상 무엇보다 중요한 일인데, 무슨 애들 놀이로 인식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반갑습니다, 데커스와 룬으로 불러 주시면 됩니다.”
암살자는 유명해선 안 된다.
적어도 업계 밖에서는.
지금이야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지만, 이런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녀석에게 코드네임을 알려야 한다니.
‘이놈의 파편이 반응만 안 했어도.’
아무튼, 데커스는 한숨을 속으로만 내쉬며 물었다.
“도련님의 친구분께서는 어떤 식으로 도움을 주시는 겁니까?”
“추적을 잘해요. 저보다 더.”
“네?”
“정확히는 뭔가를 잘 찾아내죠.”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일까.
“자세한 건 가서 이야기하죠. 추적을 시작해야 하는 지점이 어딘가요?”
“수도 부근입니다. 여기서 조금 가야 하죠.”
“마무리하고 저녁에 출발하죠. 준비해 두세요.”
데커스와 룬은 떨떠름하지만, 결국 자리를 뜰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남겨진 데인은 신이 나 보이는 어니스트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암살자 쫓는 게 그렇게 신나냐?”
“나한테 새로운 경험은 다 모험이야. 살면서 내가 언제 암살단과 연관되어서 암살자를 쫓아 보겠어?”
“참 긍정적이야.”
새로운 경험은 다 모험이라니.
이거야말로 탐험하는 탐험가가 갖춰야 할 필수적인 마인드이자 덕목이 아닐까 싶다.
“그나저나, 그 암살검을 찾기만 하면 되는 거야?”
“정확히는 그 암살검을 가지고 도망간 암살자를 찾는 거지.”
“음. 데인 네가 있으니까 위험하진 않겠네.”
저 끝도 없는 믿음.
뭐, 내가 자초한 믿음이다만.
“다른 애들은 어쩌지? 안 데려간다고 섭섭해하려나.”
“알아서들 잘 놀겠지.”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데인에게 어니스트도 수긍했다.
“하기야. 걔들 신났어. 남부에 더 있다 간다는 애도 있다던데?”
“그럼 잘됐네. 우리 당초 할 일들은 다 끝났으니까.”
“알아서들 놀다가 개학하면 아카데미에서 보면 되겠는데? 나 이렇게 신나는 방학은 처음이야.”
돌이켜 보면 참 알찬 방학이었다.
거기에 화룡점정으로 암살자 쫓기까지.
진짜 화룡점정일지는 지켜봐야겠지만.
“근데, 그 태고의 암살검이라는 건 대체 뭐야? 무슨 단검 같은 건가?”
“정확히는 나도 모르겠는데, 상징성이랑 엄청난 힘이 담겨 있대.”
“엄청난 힘?”
어니스트는 그 말에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대수롭지 않다는 듯 이야기했다.
“그래 봐야 데인 네가 가진 힘만 할까?”
음.
틀린 말은 아니다.
그 태고의 암살검이 고대 마력 집약체 같은 거라도 되지 않는 이상에야 말이다.
“뭐, 찾는 재미는 있을 테니까.”
그렇게 개학 전, 모험 하나가 또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