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423)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423화(423/582)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423화
312. 선택의 여지는 없어(1)
암살자들은 작전 중 발각되었을 때 다음과 같은 방법 중 하나를 택한다.
첫 번째, 도망칠 것.
두 번째, 다시 은신할 것.
세 번째, 가장 약한 대상을 노릴 것.
네 번째, 목격자를 없앨 것.
네 가지 방법을 순차적으로 수행해도 되고, 상황에 맞춰 한두 개만 골라 수행해도 된다.
여의치 않을 경우, 행동강령에는 존재하지 않는 마지막 수칙을 사용한다.
바로 자결하는 것.
이도 저도 아니면 자결하여 암살 시도 자체를 없던 일로 만드는 셈.
아무튼, 암살자들은 거의 대부분의 상황에서 저 수칙만 지키면 별탈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엔 좀 달랐다.
“정말 습격할 줄이야. 이렇게 다수가 한꺼번에 달려드는 건…… 녀석의 방식이 맞군요.”
“브랜트를 말하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녀석은 소수에 의한 암살보단 다수에 의한 암살을 선호하는 편이죠. 그편이 쉽고 빠르다면서 말입니다.”
데커스의 설명이 들려오는 사이 하딜은 빠르게 상황을 파악했다.
마치 좁은 벽 사이에 끼인 이 느낌.
마법적인 무언가인가?
아니면 물리적인 무언가?
‘둘 다일 수도 있다.’
다행스럽게도 암살자들은 양쪽의 상황에 대처할 방법들을 모두 익혀 두고 있다.
다만, 이 경우 다섯 번째 수칙을 명령받지 않았다는 게 문제.
하딜은 찰나의 순간 고민했다.
브랜트를 따르고 있는 지금, 과연 암살자의 수칙을 따라야 하는 것인가?
첫 번째부터 네 번째 수칙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결’을 택해야 하는 것인가?
“좀 더 단단히 묶어 두려고요.”
그 고민은 데인이 해결해 주었다.
침입 즉시 함정이 발동되도록 만든 뒤, 이후 미리 깔아 둔 마법까지 발동시킨 것에 더해 후속 조치까지.
그 후속 조치란 바로 데커스의 조언을 받아들여 고안한 마력 구속이다.
“컥.”
하딜을 비롯한 단원들의 입에서 약속이라도 한 듯 외마디 탄식이 흘러나왔다.
방금까지는 좁은 벽 사이에 갇힌 느낌이었지만, 손가락과 발가락이라도 꼼지락거릴 수 있는 정도의 자유였다면…….
이제는 그 좁은 벽 사이에 마치 끈적함이 가득한 액체가 채워져, 그나마 가능하던 미약한 움직임도 불가능해진 것 같은 느낌.
“움직임을 방해하는 마력을 채웠습니다.”
“그게…… 가능한 겁니까?”
데커스는 암살자다.
그렇다고 마법에 아주 문외한인 건 아니다.
암살 대상 중 종종 마법사도 있는 만큼, 마법에 대해 공부해야 하는 건 당연지사.
때문에 마법의 대략적인 원리와 마법사들의 유형과 분류는 알고 있는데…….
‘완전히 결이 다르군. 격이 다른 건가? 아니면 둘 다?’
어찌 됐든, 암살자들의 습격을 예상하는 걸 떠나…….
몇 명에 달하는 암살자들이 동시에 습격하는 걸 이렇게 여유롭게 막아내는 사람은 처음 봤다.
자신이라면 가능할까.
과연, 글쎄.
“어니스트, 다친 데는 없지?”
“어우, 연기하느라 엄청 쫄았어. 심장 떨어질 뻔했네. 칼이 목 근처까지 온 게 느껴졌다니까?”
“다친 데 없으면 됐다. 좀 쉬다 이따 또 추적 도와줘.”
데인은 곧장 데커스, 룬과 함께 암살자들에게 다가갔다.
움직임을 제한당한 채 허공에 뜬 모습을 보고 있자니 과연 암살자들이 맞나 싶다.
“하딜, 이렇게 보게 되다니 참 씁쓸하군.”
데커스는 하딜을 바라보며 진심으로 말했다.
브랜트를 따르긴 해도 아까운 인재다.
현직 암살자들 중에서는 그래도 양손에 꼽히는 실력자였으니까.
“마음을 돌릴 생각은 없나?”
움직임은 제한당했지만 의사 표현은 확실했다.
하딜은 아주 천천히,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역설적으로 그래서 더 마음을 바꿀 생각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런 가운데 하딜의 입꼬리는 마치…….
휘어 올라가는 것 같았다.
‘뭐지?’
그렇게 느낀 그 순간-
스릉.
서늘한 감각과 함께 뒤쪽에서 검은 섬광 한 줄기가 쏘아져 날아들었다.
카앙!
그리고 튕겨져 나가는 데커스와 룬.
반사적으로 각자 방어했지만, 힘과 속도를 이겨내지 못한 것.
그뿐만이 아니다.
“큭.”
둘은 각각 어깨와 손에 부상을 입고 말았다.
“너희들이라면 그 상처의 의미를 알겠지.”
그리고 들려오는 묵직한 음성.
암살자라고는 전혀 상상하기 어려운 차림의 사내가 꺼낸 말이었다.
“브랜트.”
암살자들에게 명령을 내린 뒤, 여태껏 지켜보다 마침내 나선 브랜트.
그냥 본다면 밀 수확하러 나가는 농부와 전혀 다를 바 없는 행색.
하지만 손에 들린 건 두 자루 단검이었으며, 방금 그 단검으로 날린 각각의 일격에 수준급의 암살자 두 명이 나가떨어졌다.
“이 정도였으면 기다릴 것도 없이 너희들을 습격하는 거였는데. 데커스, 룬.”
실망했다는 듯 한숨을 쉰 브랜트는 단검과 함께 오른손을 까닥였다.
“기회를 주지. 남은 파편을 지금 이 자리에서 넘기고 물러간다면 모두 없던 일로 해주마. 물론, 해독제도 주겠다.”
해독제.
지금 당한 일격은 단순한 일격이 아니었던 것이다.
바로, 독이 발린 단검의 일격이었던 것.
‘실수했다. 너무 방심했어.’
자책했지만 이미 늦었다.
사실 그냥 독 정도가 아니라, 아예 독을 품은 광석으로 만든 칼날.
해독할 방법도 아마 브랜트만 알고 있을 테다.
듣기로 브랜트는 저 두 자루 단검으로 불가능해 보인다던 암살도 수차례 해냈다던데.
“아. 물론 여기 계신 귀하신 분과 그 친구분도 살려 드리지.”
거기에 한마디 덧붙인 브랜트.
그 말에 하딜은 역시나 싶었다.
‘아무도 살려 줄 생각이 없군.’
자신을 따르는 지금 이 단원들을 제외한다면, 모두 죽여 이 상황을 없던 일로 만들 작정.
따르는 사람들은 잘 아는 브랜트의 방식 중 하나다.
일단 상대를 안심시켜 상황을 자신의 통제 아래 둔 뒤, 자신이 원하는 결론을 끌어낸다.
“너희들 선택에 달렸다. 데커스, 룬.”
저렇게 적절한 압박을 곁들이면서.
온몸이 통제된 상황이라 아무것도 하지 못함에도 하딜은 소름이 돋는 느낌만큼은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망할.”
선택의 시간이 다가왔다.
파편을 넘기고 모두의 안전을 도모할 것인가.
모든 걸 불사하고 파편을 지킬 것인가.
사실, 어떤 선택을 하든 예상한 대로 되리라는 보장은 별로 없어 보인다.
브랜트의 악명을 데커스가 모를 리 없으니.
하지만 안다 한들, 지금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건…….
결국, 선택을 해야 한다.
데커스는 피를 토하는 심경으로 입을 열었다.
“알겠다. 네 말대로…….”
그때 나선 사람이 있었다.
“네 말대로 하지 않으면?”
데인이었다.
브랜트는 흥미롭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모두 죽는 거죠, 어린 도련님. 도련님 목숨도 포함해서 말입니다.”
“두려운 게 별로 없는 모양이군.”
“태고의 암살검을 제 것으로 만들었는데 그깟 목숨 한둘쯤이야 어떻겠습니까?”
쉽게 말해 네가 전설적인 암살자의 아들인들 어쩔 거냐는 뜻이다.
거기에 데인은 이렇게 답했다.
“그럼 네 말을 듣는다고 산다는 보장도 없군.”
이건 객기일까, 용기일까.
의문 속에서 브랜트는 덤덤히 답했다.
“듣지 않으시면 더더욱 그러하시겠죠.”
“그래?”
데인은 곧바로 손에 마력의 칼날을 만들어 낸 뒤 하딜의 목으로 가져갔다.
“그럼 해봐.”
“……뭐 하시는 겁니까?”
“네가 한 그대로. 누구든 다시 손을 대면, 하나씩 세상에서 지워 주지.”
“후회하실 텐데요. 이제 저 둘은 어린 도련님을 지켜드릴 수 없습니다.”
독에 당해 서서히 마비되어 가는 데커스와 룬을 말하는 것이다.
“고집을 부리시면 모두가 죽을 겁니다.”
“그럴 리 있나.”
데인은 하딜의 목 앞에 들이민 마력의 칼날을 허공에 띄운 채 데커스와 룬 앞으로 다가갔다.
그러더니, 품에서 별안간 단검 한 자루를 꺼냈다.
“지금 뭐 하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데인의 단검이 데커스와 룬의 상처를 각각 한 번씩 찌르고 빠져나왔다.
“컥.”
“크윽.”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지켜보던 브랜트는 물론, 찔린 당사자인 데커스와 룬도 놀랄 만큼.
‘뭐 하는 짓이지? 브랜트의 손에 내줄 바에야…… 죽여서 파편을 일단 자신이 가지겠다 이건가?’
그게 아니면 설명이 안 될 만큼 당황스러운 상황.
안 그래도 부상을 입은 아군을 재차 찌른다는 발상 자체를 이해하기 어려우니.
이러다 보니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다 못해…….
‘설마, 선배가 이 모든 상황을 꾸민 건가?’
어쩌면 자신들이 상대해야 할 건 데커스와 룬이 아니라 암살자들의 전설이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마저 들었다.
생각이라는 게 본래 그런 거니까.
그러던 그때 데인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이제 다시 이야기할 마음이 생기나?”
“……넌 뭐냐? 선배의 지시인가?”
“아니. 그러실 분은 아니라서.”
데인은 피식거리곤 물었다.
“이번엔 내가 묻지. 훔쳐 간 파편들, 이쪽으로 넘길 생각은 없나?”
어처구니없는 역제안에 피식거리긴 브랜트도 마찬가지였다.
“어린 도련님께서 세상물정을 잘 모르시는군. 선배가 나만 한 암살자 앞에서는 협상하지 말라고 말하지 않던가?”
“글쎄. 그런 말씀은 안 하셨는데 이런 건 말씀하셨지.”
데인이 거기까지 말했을 때, 브랜트는 알 수 없는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그것도 착각이었나 싶었던 아주 미약한 수준.
또한 적절히 대처할 만큼 길었던 것도 아니었다.
때문에 브랜트는 이어진 데인의 말을 듣고 더 이상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어머니께서 말씀하시길, 암살자는 모습을 드러낸 것만으로도 이미 암살에 실패한 거라더군.”
데인의 말이 끝난 그 순간, 그사이 은밀하게 움직이던 데인의 마력이 실체화되어 브랜트의 움직임을 막아버린 것.
모든 움직임을 봉한 건 아니었으나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사이 데인이 땅을 박차고 달려들어 브랜트의 목젖 아래 단검을 들이밀었으니까.
“아무래도 넌 실패한 것 같은데.”
브랜트는 입술조차 달싹일 수 없었다.
난생처음 경험하는 강력한 마력이 마치 형체를 지닌 밧줄처럼 온몸을 꽁꽁 옭아매었기 때문.
그러니까, 얼굴까지 말이다.
“큽, 크읍.”
이 생소한 경험 속에서 믿을 수 없는 광경도 눈에 들어왔다.
지금쯤 죽거나 기절, 혹은 죽기 일보 직전의 상황에서 잠잠해야 할 두 녀석이 멀쩡히 몸을 일으킨 것.
“데인, 허.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우리는 분명…….”
데커스.
룬.
당사자들도 못 믿겠다는 표정.
데인은 그들에게 단검을 들어 보여 주었다.
“이거 덕이죠.”
“단검…… 덕이라고?”
아무래도 어머니가 지니고 있다 선물해 준 이 단검은 무척이나 귀한 물건인 모양.
나이트혼.
세상에 존재하는 물질은 독이건 뭐건 모두 빨아들이는 신비의 광석 ‘에트릴’로 만든 단검.
그걸로 브랜트의 단검에 발려 있던 독을 뽑아내 저 둘이 살아난 셈.
그리고, 그 뽑아낸 독은 지금 단검의 칼날에 담긴 채 브랜트의 목젖 아래 놓여 있다.
데인은 웃음기를 지운 채 마지막 통보를 날렸다.
“선택의 여지는 없어. 알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