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426)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426화(426/582)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426화
313. 저 녀석까지 그림자에서?
하딜은 지져서 지혈한 상처에도 인상 하나 찌푸리지 않았다.
심지어 말을 타고 흔들리고 있는데도.
암살자들은 아마 다 이런 훈련을 공통적으로 받는 모양이다.
“근데 데인, 지지는 대신 포션을 쓸 수는 없었던 거야?”
“포션이 안 듣는 상처였어. 암살자들이 사용하는 무기엔 포션이 안 듣도록 하는 광석의 가루가 발리거든.”
“아하.”
어니스트의 궁금함을 풀어주는 사이 우리의 추적은 수월하게 이루어졌다.
하딜의 합류 덕에 굳이 멈춰서 말에서 내린 뒤 살피고 다시 타고 가는 번거로움이 없어졌기 때문.
“배신감이 상당하겠군, 하딜.”
이런 가운데 데커스가 슬며시 물어오자 하딜은 고개를 저었다.
“룬 녀석에게 붙잡혀 있는 내 동지들이 무사하길 바랄 뿐이다. 뜻도 중요하지만, 뜻을 함께하는 이들은 더 중요하다.”
“예전부터 네가 탐이 나는 이유였지.”
“그랬었나? 진작 말을 하지.”
능청도 떠는 걸로 봐선 둘의 사이가 원래 나쁘지는 않았던 모양.
“그나저나 선배가 아들은 기가 막히게 키웠군. 안 그래도 선배 딸들에 아들까지 다들 재능이 엄청나다던데.”
“엄청나다뿐이겠나. 특히 도련님은 브랜트까지 꼼짝못하게 만들었는데.”
데커스의 말에 하딜이 한마디 덧붙였다.
“심지어 일부러 놔 주기까지 했고.”
“……알고 있었나?”
“그냥 넘겨짚었는데, 진짜였군.”
하딜은 감탄 가득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난 어깨만 으쓱이며 화제를 돌렸다.
“그런데, 거기가 어디지? 브랜트가 갈 만한 곳이라는 게?”
“비원을 이루었을 때 거점으로 삼으려 했던 곳입니다. 암살행을 나갈 때마다 조금씩 준비해 둔 곳이죠.”
꽤 오래도록 계획을 세운 모양.
“이제 몇 시간만 더 가면 됩니다. 한 시간 정도 더 이동하면 소도시 ‘라다린’이 나오는데, 작은 상점 건물로 위장한 곳이죠.”
소도시에 건물까지 사서 할 정도면 상당히 본격적인 셈.
“준비가 꽤 거창한데.”
“그만큼 오랜 준비를 거쳤으니까요.”
이 시점에서 내가 물었다.
“왜 이렇게까지 다 말해 주는 거지?”
이건 일종의 핵심적인 확인 절차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하딜은 우리가 쫓고 대적하던 브랜트의 심복이었다.
심지어 우리를 습격하기까지.
그런 자가 지금 우리를 돕고 있다.
“배신당해서 칼에 찔리고 배에 바람구멍이 난 데다, 덕분에 지져서 지혈했다고 하면…… 너무 단순한 이유겠죠?”
저런 일을 겪었다지만, 내가 본 이 녀석의 브랜트에 대한 충성은 조금 다른 의미 같았거든.
“조금 더 가면 말씀드리려 했는데.”
하딜은 하는 수 없다는 듯 뒤통수를 긁적였다.
“브랜트를 막아 주십시오. 대신…… 죽이진 말아 주십시오.”
죽이진 말아 달라.
나는 별로 고민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지.”
“이렇게 쉽게 받아들이십니까?”
“날 방해하고 죽이려 드는 게 아니라면, 얼마든지.”
애초에 난 브랜트에 별 감정이 없다.
오히려 하딜 이 녀석에게 감정이 있으면 있지. 왜냐하면 어니스트를 노렸으니까.
물론 다치지도 않았고, 그렇게 될 일도 없었을 테니 실제로는 별 감정이 없는 거지만.
“……시원시원하시군요. 감사합니다.”
“왜 그런 부탁을 하지?”
다시 내가 물었다.
그러자 하딜은 한숨을 쉬었다.
“동정이자 아쉬움입니다. 이렇게 녀석이 끝나는 걸 보고 싶지 않아서 말입니다.”
하딜은 아마 브랜트와 꽤 오랜 시간을 함께해 온 것 같다.
뭐, 다른 이유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것까지 내가 알아야 하는 건 아니니.
하딜이 나에게 문득 물었다.
“그러면 하나 여쭙고 싶습니다. 왜 합류한 겁니까?”
별로 숨길 것도 없는 이야기인지라 난 간단히 답했다.
“태고의 암살검을 가지기 위해서지.”
“그렇군요. 역시.”
아무래도 이쪽은 태고의 암살검이 나에게 반응한다는 걸 잘 모르는 듯한데.
뭐, 상관없다.
곧 알게 될 테니까.
이야기는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우리는 다시 걸음을 옮겼고, 암살자들은 침묵에 익숙하다는 듯 입을 다물고도 전혀 어색하거나 지루함 없는 분위기 속에서 앞으로 나아갔다.
오직 어니스트만이 이 말없는 분위기를 견디다 못해 내 옆으로 와서 슬며시 말을 걸었을 뿐.
“데인. 나 진짜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거야?”
“저 사람이 도망가면 그때 할 일이 생길걸.”
“아, 심심한데.”
“잘됐지 뭐. 그래도 너 덕분에 여기까지 온 거야.”
아닌 게 아니라 어니스트 아니었으면 추적에 꽤 애를 먹었을 것이다.
아니면 우왕좌왕하다 기습을 당했거나.
결과론적으로 보자면 어니스트가 없었어도 뭔가 되긴 됐었겠지만, 상황을 어디 그런 쪽으로만 바라 볼 필요는 없는 거지.
본래 결과와 과정을 함께 보아야 하는 법.
“그래도 너 따라와서 덜 심심하다. 애들이랑 있었으면 별로 재미없었을 것 같아. 이미 아카데미 돌아간 애들도 있을 거고. 참, 베나티오는? 수도로 돌아갔다고 하지 않았어?”
아.
잠시 잊고 있었다.
그 녀석, 돌아가서 이거저거 잘 보고했으려나.
아니, 어쩌면…….
이미 내 뒤에 따라붙고 있을지도?
* * *
쾅.
소도시, 라다린.
아직 해가 지지 않아 사람들이 꽤 오가는 거리 한쪽의 건물 문이 거칠게 열렸다.
문을 연 자는 평범한 차림새의 남자였는데, 생각보다 꽤 다급해 보였다.
“어서 오십…….”
그리고 건물 1층의 잡화점 주인은 문을 열고 들어온 사내를 보자마자 눈을 빛냈다.
“돌아오셨군요.”
“드나든 자는?”
“없습니다.”
“먼저 오거나 주변에서 감시의 시선이 느껴졌던 건?”
“그 역시 없었습니다.”
이상하게 다급한 모양새.
평소와는 전혀 다른 모습에 잡화점 주인, 아니 코드네임 ‘엔타로’는 의아함을 느꼈다.
‘이분이 이렇게 동요한 적이 있었나?’
엔타로가 아는 브랜트는 동요하기는커녕 모든 상황에서 무서울 정도로 침착하고 냉정하게 구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다급하게 이 위장 잡화점의 문을 열고 들어 온 것도 모자라 저렇게 묻고 있다니.
“건물을 봉쇄해라.”
“알겠습니다.”
물론 의아함을 느낄지언정 의심은 없다.
지시하면 따른다.
그게 뜻을 함께하는 이들이 보여야 할 행동.
철컥.
엔타로는 문으로 다가가 걸쇠를 내리고 이중, 삼중으로 문을 잠근 뒤 마력으로 작동하는 잠금장치까지 가동시켰다.
그리고 거기까지 하고 나서야 엔타로가 문득 의문을 느끼고 물었다.
“함께 간 다른 동지들은…….”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브랜트는 바닥을 더듬어 문을 열었다.
철컥.
그러자 나타난 건 지하로 통하는 문이 아니라 또 하나의 바닥.
당연히, 여는 즉시 지하 통로가 드러나도록 허술히 만든 게 아닌 셈.
스륵, 톡.
브랜트는 한 차례 문을 열어 드러난 바닥을 일정한 간격으로 정해진 지점을 두들겼다.
그러자 잠시 후 이동한 건 방금까지 두드리던 바닥이 아니라 가판대 뒤쪽의 벽이었다.
철저한 보안이라 해야 할까.
이렇게 뒤쪽의 벽이 열리는 광경은 엔타로도 처음 보았다.
지금껏 브랜트는 누군가 함께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걸 보여 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
그만큼 다급하다는 증거였으나, 엔타로는 그 덕분에 더더욱 의아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엔타로. 따라오도록.”
“예.”
엔타로는 일단 군말 없이 브랜트를 따라 열린 벽으로 다가갔다.
좁은 공간 아래로 사다리가 있었는데, 그 사다리가 지하로 이어지는 방식이었다.
‘땀을 흘린다?’
엔타로는 앞장서는 브랜트의 목덜미와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목격했다.
의아함이 의심으로 바뀌는 순간.
‘설마, 쫓기고 있나?’
엔타로는 진행되는 상황을 자세히는 모른다.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만 알고 있을 뿐.
그래서 지금 브랜트에게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 뜻을 같이하는 동지들이 무슨 일을 겪었는지 잘 몰랐다.
그저, 지금 앞에서 지하로 내려가고 있는 브랜트가 자신들을 그림자 밖으로 꺼내 주리라 믿고 있을 뿐.
“저 혹시, 무슨 일이 있으십니까?”
“…….”
“브랜트?”
“아무 일 없다. 그보다, 내가 오기 전에 누가 왔었나?”
“예? 아뇨, 없었습니다.”
이런 걸 왜 묻는 걸까.
엔타로의 눈에도 브랜트는 묘하게 초조해 보였다.
무언가에 쫓기고 있는 걸까.
뭔가 이상하다.
심지어 항상 같이 다니던 하딜도 없다.
‘아무래도…… 이상하다.’
이런 이유들이 모이고 모인 지금, 엔타로의 마음 속에 의심이 가득 뭉치기 시작했고-
“멈춰.”
브랜트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태가 발생했다.
“네놈은 누구냐.”
브랜트의 목 뒤에 다가온 칼날.
“너 지금 무슨…….”
“넌 브랜트가 아니다. 내가 아는 브랜트는 이렇게 초조하게 굴지 않지. 우리의 뜻에 반하는 녀석 중 하나인가? 데커스? 아니면 룬?”
브랜트는 어이가 없다 못해 환장할 지경이었다.
자신의 초조함이 의심과 화를 부른 셈이나, 지금으로선 엔타로가 앞길을 막는 거나 다름없었다.
“엔타로, 후회할 행동 말고 치워라. 지금 한시가 바쁘다.”
“후회는 네가 해야 할 거다. 넌 누구지? 대답해라.”
하는 수 없지.
브랜트는 엔타로가 상상하기 힘든 속도로 몸을 돌렸고-
“치우라 말했을 텐데.”
푹.
어느새인가 손에 쥔 단검으로 엔타로의 단검을 밀어낸 후 단숨에 목을 찔러 버렸다.
“컥.”
그 좁은 통로에서 삽시간에 벌인 일이었다.
엔타로와는 격을 달리하는 실력.
핏물이 왈칵 쏟아지고, 목을 찔린 엔타로가 목각인형처럼 털썩 무너졌다.
휙.
브랜트는 망설임 없이 몸을 돌렸다.
평소였다면 확실하게 죽음을 확인하고 시체를 처리했을 텐데,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다.
‘파편을 회수해야 한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엔타로 녀석이 좀 더 버텨 준다면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일이 될 테지.
쫓아오던 놈들이 엔타로를 발견한 후, 거기서 시간을 빼앗길 테니까.
‘하딜 녀석은 죽었을 테지만.’
죄책감은 없었다.
하딜을 찌른 것도, 엔타로를 방금 저렇게 쓰러뜨린 것도.
중요한 건 태고의 암살검.
그 상징만 온전히 자신의 손에 있다면, 자신의 동지들은 여전히 자신을 믿고 따를 것이며…….
마침내 자신은 그림자 밖으로 나가 암살자들의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되는 것이다.
‘일단 파편들을 회수하고, 기습의 때를 노린다.’
찰나간의 생각을 마치고 자연스레 아래로 내려가려던 그때.
“크륵.”
자신의 발목을 잡아채는 손길.
엔타로였다.
브랜트는 단숨에 뿌리치려 했으나 엔타로의 아귀 힘은 생각보다 강했다.
“……난 아무래도 큰 오해를 산 모양이군.”
브랜트는 씁쓸하게 웃었다.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으면 해명도 했을 텐데.
하지만 여전히 아쉽진 않다.
외려 화가 날 뿐.
으득.
브랜트는 망설임 없이 다른 발로 엔타로의 손목을 밟아 으스러뜨렸다.
언뜻 보인 눈은 알 수 없는 무언가로 번들거렸고, 이를 마주한 엔타로는 몸을 부르르 떨다 그대로 엎어졌다.
그리고 그때.
쿵, 쿵.
위에서 들려오는 소리.
“……!”
바로 알 것 같았다.
놈들이 코앞까지 들이닥쳤다.
브랜트는 곧바로 지하실로 내려갔다.
자신이 태고의 암살검 파편들을 숨겨 둔 곳.
그곳에서 파편들을 빼 낸 뒤, 자신만이 아는 통로로 빠져 나간다.
그리고 밖으로 나가 놈들의 위치를 파악, 단숨에 기습하여 나머지 파편 하나를 회수한다.
계획은 완벽했다.
덜컥.
마침내 아래로 내려가, 파편을 숨겨 둔 상자에서 파편 꾸러미들을 꺼내기 전까지는.
‘혹시 모른다.’
브랜트는 아주 잠깐의 망설임 끝에 몇 개의 파편을 꺼내 다른 상자에 넣고 위장해 두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서.
자신이 파편을 빼앗겼을 때, 마지막 발악을 하기 위해서.
‘이제 가기만 하면 된다.’
정확히는, 파편을 회수한 뒤 비밀통로 쪽으로 향하기 위해 몸을 돌렸을 때-
“끝이다, 브랜트.”
브랜트는 그림자에서 튀어 나온 세 명을 볼 수 있었다.
데커스.
하딜.
그리고.
“……저 녀석까지 그림자에서 튀어나올 줄은 몰랐는데?”
데인 소그레스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