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432)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432화(432/582)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432화
317. 최종심의 비극(1)
원래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하는 새학기 첫 주는 순식간에 진행된다.
그리고 나에게는 지난 학기들이 그러했듯, 그 첫 주 동안 참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데인, 또 붙잡혔어?”
“응. 학점 잘 줄 테니까 같이 연구해 보면 어떻겠냐고 하던데.”
“그래서?”
“거절했지.”
“역시.”
오늘 같은 교양 강의를 들은 제나가 그럴 줄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왜, 어떤 연구였는데?”
“전쟁사 연구. 고대 쪽 이야기하시던데?”
“이번 강의랑 너무 관련 있는데.”
“그러게. 내가 전쟁사에 관심 있어 할 것처럼 보였나.”
참고로 이번 교양 강의는 군사학부 교수님이 진행하는 교양 강의.
말이 교양이지, 군사학부 준 전공 강의라 해도 될 만한 강의다.
“오늘 교수님 질문에 대답한 사람 너밖에 없잖아. 솔직히 그거 누가 대답해?”
“그래?”
질문이란 이러했다.
적은 숫자의 병력으로 제시된 지형에서 두 배 이상의 적을 상대하는 방법에 대해 실제 사례를 언급하며 이야기하라, 라는 것.
그래서 나는 실제 사례를 언급했다.
내가 직접 겪은 사례를.
참고로 최신 전쟁 교본이나 서적에 실릴 만큼 꽤 크고 유명한 전투였고, 당연히 드레니크가 아닌 알테온 입장에서 이야기했다.
그러니까, 패전군의 입장에서 설명한 셈.
전생의 나는 그 전투에 참가해 승리했으니까.
“신기하더라. 어떻게 그렇게 자세히 잘 아는 거야? 남들은 관심도 없는 분야인데.”
“그러게. 어쩌다 보니까.”
물론 이런 경우는 아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
거기서 드레니크도 방어군 입장에서 많은 병력을 잃은 끝에야 승리했다.
그 병력 중엔 내 부하들도 있었고.
다들 내 손으로 묻어 주었지.
묘비가 아직 잘 남아 있으려나.
나중에 드레니크로 가면 한 번쯤은 들러야겠다.
“데인, 다음 강의는 뭐야?”
“난 공강. 가까운 강의동 가서 산책이나 하려고.”
“아하. 난 우리 학부 전공. 난 이쪽으로 갈게?”
“응. 이따 우리 동아리 부지 앞에서 보자.”
그렇게 제나와 헤어진 나는 소환학부 강의동 쪽으로 향했다. 그쪽이 가장 가까웠기 때문.
가는 동안 뜨거운 시선이 느껴졌지만 가뿐히 무시했다.
아니, 그러려 했는데…….
“데인 소그레스, 데인 소그레스! 1분만! 딱 1분만 나에게 내줘! 그럼 네가 우리 캠프를 지지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
“아니야! 이놈들 말은 듣지 마! 이 녀석, 학회장 시절 횡령 의혹이 있다고! 해명은커녕 뻔뻔하게 입이나 다물고 있어!”
“어디 음해야! 그건 당장 해명할 수 없지만 결코 그런 사실이 없다고!”
서로 잘들 논다.
내 지지 선언을 얻고 싶어 하는 녀석.
그런 녀석을 방해하는 녀석.
옆에서 뭐 안 떨어지나 싶어 바라보는 녀석들.
그리고 다른 녀석들 뒤에 서서 같이 욕을 주고받는 녀석들까지.
작은누나가 언젠가 그랬던 것 같은데.
정치 쪽에는 발도 들이지 말라고.
아무튼 난 녀석들이 싸우는 아시 어머니에게 배운 암살자의 걸음을 활용하여 현장을 무사히 빠져나왔다.
“데인!”
이런 와중 날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 보니 작은누나가 보였다.
“누나. 오랜만인데?”
“우리 막내 왜 이렇게 컸어? 못 본 사이에.”
작은누나는 남들이 보든 말든 날 끌어안더니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조금만 더 크면 까치발 들어서 쓰다듬어야겠다.”
“그땐 내가 알아서 무릎 굽히지 뭐.”
“아유, 이뻐라.”
그나저나 작은누나와는 진짜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비교적 자유롭게 연구실과 실험실을 드나들며 볼 수 있었던 큰누나와 달리, 작은누나는 논문을 준비하며 여러모로 바빴던 것.
“이젠 좀 괜찮아졌어?”
“논문 최종 심사만 남았어. 그래서 한숨 돌릴 겸해서 이렇게 나온 거지.”
논문 최종 심사.
겪어보진 않았지만, 약간 들뜬 작은누나 반응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라 생각된다.
많이 긴장했구나.
“안 그래도 감회가 새로워서. 나도 여기서 처음 본격적인 소환술사의 길을 걸었으니까. 돌아볼 겸해서 이렇게 하는 거지.”
“그렇구나. 결과는 언제 나오는데?”
“지금 최종심 진행 중이니까…… 아마 앞으로 한두 시간? 참, 우리 막내 덕이야.”
“나?”
“응. 이번 논문. 네가 준 힌트 덕에 완성할 수 있었는걸? 그리고 카르나스도 도움을 줬고.”
나는 품에서 꼬물거리는 카르나스를 느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가?”
“그럼. 아무튼 결과 나오면 카르나스한테 맛있는 것 좀 먹여야겠어. 얘 뭐 좋아하니?”
“음. 고기라면 전부?”
“고기야 뭐 얼마든지 사 주지.”
아무튼 작은누나의 얼굴에는 묘한 해방감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심사 결과가 나온 건 아니지만, 오래 준비한 논문을 마침내 마친 후 이제야 비로소 쉬는 거니까.
그럴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하지만, 만약 탈락한다 하더라도 작은누나는 이 해방감을 만끽할 생각인 듯했다.
이런 내 생각을 읽은 듯, 작은누나가 피식거렸다.
“떨어지면 진짜, 진짜 아쉽겠지만…… 어쩔 수 없지. 1년 더 하는 수밖에. 괜찮아. 킬리언 선배에 비하면야.”
“누군데?”
“있어. 6년째 최종심에서 탈락하는 사람.”
“아.”
6년째 최종심 탈락이라니.
“내가 보기엔 논문의 문제보다는 교수님한테 밉보여서 그런 것 같은데…….”
“교수님들 힘이 세구나.”
“응. 엄청. 나도 그래서 가급적 가문을 안 내세우려 하지. 뒷배경으로 교수 권위 이겨 먹으려 든다는 소문이 나기 십상이니까. 이쪽 바닥이 원래 그래.”
물론 작정하면 우리 가문의 영향력을 투사 못 할 건 없겠지만, 작은누나가 바라는 건 그런 위력에 의한 업적이 아닌 모양.
“요새 많이 힘들어 보였거든. 6년이나 했으니 그럴 만하지만…… 사람이 많이 야위었어…….
작은누나는 정말 진심을 담은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난 그런 작은누나를 보며 제안했다.
“구경이나 하러 다니자.”
“응? 구경?”
“최종심 끝나면 연락 올 거잖아? 그사이에 안절부절못하면서 이러지 말고, 그냥 돌아다니면서 구경이나 하자고.”
“……그거 좋겠네.”
작은누나의 얼굴에 미소가 번져 나갔다.
그리고 이 선택은 썩 나쁘지 않으면서도 은근한 시선을 끌었다.
“저기 봐봐. 데인 맞지? 옆엔 누구야?”
“애인인가?”
“아냐. 잘 봐. 소환학부의 그 유명한…….”
“아! 클레어 소그레스!”
이쪽 구역, 그러니까 소환학부 학생들이 그득한 이 강의동 주변에선 당연히 작은누나가 유명인사다.
학부 시절, 전설적인 일화를 숱하게 남겼다고 하니까.
뭔지 알아보진 않았다.
알면 안 될 것 같아서.
“저기, 클레어 소그레스 선배님이 우리 학부 교수님으로 올 수도 있다던데.”
“에이, 설마. 나이가 저렇게 어린데?”
“어린데 지금 논문은 최종심만 앞두고 있다잖아. 그거 통과하면 끝 아니야?”
“그런가?”
산책 내내 주변에서 부러움과 질투, 놀라움 섞인 수군거림이 하도 들려와 난 적당히 귀를 닫았다.
지금은 얼마 안 되는 귀한 시간이니까.
“누나는 논문 통과하면 뭐부터 하고 싶어?”
“나? 음…… 그간 못 마신 포도주를 한잔해도 좋을 것 같고, 짐 챙겨서 대륙 전역을 돌아다녀도 좋을 것 같고.”
“가문에는 안 가고?”
“당연히 가야지.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안 가고 있었는데. 이번에도 안 가면 엄마한테 반쯤 암살당하지 않을까?”
내친김에 내가 물었다.
“그럼 누나는 가문 이을 생각 없어?”
가문.
꽤 중요한 문제.
내가 하는 걸 떠나, 누나들의 의사를 물어보는 것도 중요하다.
“가문?”
작은누나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날 바라보았다.
작은누나는 논문 통과 이후 소환학부의 교단에 서는 게 꿈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과연 가문을 이을 수 있는 건가?
당장은 아니고, 나중에라도?
“으음…….”
작은누나가 잠시 고민하며 입술을 달싹이던 그때였다.
쾅, 콰콰쾅!
순간 연쇄적인 폭음이 일었다.
그것도, 아카데미에서.
난 본능적으로 마력 방벽을 나와 작은누나 주변에 둘러치며 상황을 살폈다.
바로 느꼈지만 가까운 곳에서 일어난 폭발은 아니다.
그렇다면-
“포, 폭발이야!”
“꺄아아아아악!”
“테러인가?”
“다들 대피해!”
폭발에 생겨나는 혼란과 무질서함 속에서 난 폭발의 근원을 확인했다.
연구동 건물이다.
정말 테러일까?
아니면 연구동이니만큼 단순 사고?
난 일단 전개한 방벽을 해제했다.
그런데…….
옆에 있던 작은누나가 안 보인다.
“누나?”
고개를 돌려 보니 작은누나는 미친 듯이 뛰어가고 있었다.
순간 지금 작은누나의 논문 최종심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최종심은 지금 연구동에서 진행되고 있다.
타닥.
나는 땅을 박찼다.
* * *
모두가 연구동에서 빠져나오는 가운데 오히려 안으로 뛰쳐 들어가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나와 작은누나다.
나는 연구동에 도착하기도 전에 작은누나가 왜 그렇게 미친 듯이 뛰었는지 알 수 있었다.
“엘리베이터 말고 이쪽 계단으로!”
폭발이 일어난 곳은 6층.
그리고, 최종심이 진행 중인 사무실도 6층.
뛰어 올라가는 와중에도 6층의 안내판을 보니 실험실이나 연구실 외 사무실들만 모여 있었다.
그럼 왜 폭발이 일어났는가?
싸움?
아니면 테러?
의문 속에서 도착한 6층.
“누나.”
나는 누나 앞에 서서 마력 방벽을 둘렀다.
그러지 않으면 당장에라도 검은 연기가 우리 둘을 뒤덮을 것 같았기 때문.
연기의 근원은 연구동 서편 중앙.
“저기 맞아?”
“…….”
아무래도 저기서 최종심이 진행되고 있었던 모양인데.
작은누나의 표정이 좋지 않다.
나는 평소에 잘 쓰지 않는 물 계열 마법을 시전했다.
그리고 불길의 근원인 연구실 앞에 도착하자마자 최대한 흩뿌려 불부터 껐고-
“교수님!”
“으윽…….”
작은누나를 도와 안에 쓰러져 있는 사람들을 일으키며 부상 정도를 살폈다.
상당히 심하다.
폭발의 여파로 다들 기절했다 깨어난 데다, 화상이며 파편에 찢긴 상처들이 꽤 보인다.
“아카데미 응급구조대는?”
“여기 오는 길에 불러 뒀어. 올 거야.”
일단 불길은 잡았고, 이젠 검은 연기 대신 하얀 연기가 치이익- 소리를 내며 피어오른다.
안을 보니 평범한 사무실이다.
작은 원형 테이블에 보이는 건 종이 정도.
위험하거나 잠재적 위험요소를 품은 물건이나 가구는 전혀 안 보인다.
폭발이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게 아닌 이상에야…….
“교수님, 괜찮으세요? 이게 도대체…….”
“나, 나도 모르겠구나. 논문 최종심 논의 중이었는데, 하나를 마치고 휴식하던 중이었거든. 저기, 책장 쪽에서 갑자기 폭발이 일어서…….”
책장 쪽이라는 말에 곧장 다가가 보니, 유독 검게 그을리고 깊게 파인 부분이 보였다.
아무리 봐도, 일반적으로 폭발이 일어날 만한 곳은 아니다.
책들 사이에서 폭발이 일어나겠는가.
그럴 리가.
그렇다는 건…….
“테러…….”
가능성이 높은 건 그뿐이다.
그렇다면 왜, 라는 의문이 남는다.
글쎄.
그건 오히려 쉬울지도 모르겠는걸.
나는 교수들 중 유일하게 정신을 차리고 있는 한 사람에게 다가가 물었다.
“누구의 최종심 논문이었습니까?”
“으응? 킬리언의 것이었지.”
설마 했는데.
아까 작은누나에게 들었던 말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교수에게 밉보여, 6년째 논문 최종심을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한 선배 이야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