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435)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435화(435/582)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435화
317. 최종심의 비극(4)
클레어 소그레스.
소환학부의 ‘얼음공주’라는, 당사자는 제발 면전에서 절대 듣고 싶지 않은 별명을 지닌 사람.
성적도 출중하고, 실력이야 말할 것도 없다.
또한 학문에 뜻을 두어 향후 교수가 되기 위해 아카데미에서 논문까지 쓰고 있었다.
그런 인재인 클레어에게도 동생, 데인 소그레스는 실로 대단한 녀석이다.
‘진짜 하루가 다르게 크네.’
신체뿐만 아니라, 보이는 모든 것들을 포함해 보이지 않는 실력까지.
안 그래도 남들은 상상하기 힘든, 여러 개의 재능을 지닌 데다 그 재능이 하나같이 다 엄청난 수준.
그리고 이제는 이런 일에까지 나서서 해결해 주고 있었다.
물론 가족이라는 가장 큰 이유가 있지만, 클레어 입장에서는 고마울 따름이다.
본인 혼자였다면,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기도 어려웠을 테고 잘못했다간 선배의 시체를 봤을 테니까.
“뭐라고 적혀 있어, 데인?”
“여기 적힌 게 사실이면, 모르긴 몰라도 교수직은 내놓아야겠는데.”
클레어는 데인이 건넨 서류들을 살펴 보았다.
첫 장부터 보인다.
“연구비 횡령?”
보통 교수가 비위를 저지른다면 가장 흔하게 보이는 항목.
“보면 알겠지만 꽤 상세해.”
“도대체 이걸 어떻게 조사했어요, 선배?”
킬리언은 그 물음에 멋쩍은 듯 대답했다.
“……그거 알아보려고 내가 회계원론 강의도 청강했었어.”
“와…… 횡령 쪽은 장부 조작하면 알아보기도 힘들었을 텐데…….”
“그러게. 내가 절실했나 봐.”
횡령은 단순히 연구비만 있는 게 아니다.
연구비 외 지급되는 자잘한 품목들에 대한 횡령도 있다.
“이거만 해도 퇴출은 예정된 수순이겠는데.”
클레어의 말이 맞다.
하지만 인정되는 건 다른 문제겠지.
“세상에.”
횡령 다음은 폭언, 폭행.
이건 증거 확보가 쉽지 않다.
다만, 증인은 있다.
“그건 아무래도 좀 어려울 것 같아. 그 증인들이 나서 줄지는 잘 모르겠거든.”
“그래도 시도는 해 봐야죠.”
그나저나 폭언과 폭행은 서류가 이렇게 두껍다.
논문 통과를 빌미로 도대체 이런 짓을 얼마나 자주 벌인 걸까.
여기에 마지막.
“……이건 뭐야?”
“추문이지.”
“아니, 릴타렉 교수님…… 로웨나 교수님이랑 이런 관계였어?”
지극히 개인적인 행위.
그러나 대상이 같은 교수라는 점에서 문제의 소지가 다분한 행위.
“릴타렉 교수님이…….”
“라우타로 가문이시고, 부인도 있지.”
“……로웨나 교수님도 혼인하지 않으셨어?”
세상은 종종 요지경이다.
“고민 많이 했는데, 내 생각엔 이게 제일 치명적이고 파괴력이 높을 것 같아서…….”
“그으렇긴…… 하네…….”
두 교수의 그렇고 그런 사이.
심지어 서로 배우자가 있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다 조사한 거예요?”
“모은 돈도 좀 쓰고…… 내가 직접 쫓아다니기도 하고…… 이래저래 들킬 뻔하기도 하고. 그러다 결국 교수님 쪽에서 눈치채긴 했지만.”
참 어이가 없다.
“그렇게 다 해놓고, 심지어 그렇게 해서 이런 명확한 증거들을 얻어 놓고도 숲에서 생을 마감하려고 한 거예요?”
“……죽어야 이야기를 들어 준다고 생각했으니까.”
데인은 킬리언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아뇨. 보통 죽은 자는 말이 없죠.”
아카데미 제한 구역의 폐쇄된 성당에 있던 성 아이마르처럼 오랜 세월 한 장소에 묶여 있다면 모를까.
원한이 강하니 이 킬리언이라는 사람도 그렇게 될 수 있겠지.
하지만 그게 과연 좋은 결말일까.
아무리 그래도 살아 있는 게 낫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심지어 교수님 테러까지 해놓고 말이죠.”
거기에 폭발물까지 터뜨릴 용기까지 있는데 이렇게 되면 도망치는 것밖에 안 되는…….
“응? 테러?”
“예. 테러요.”
“무슨 테러?”
“폭발 테러요. 교수님들을 대상으로 당신이 한 거잖아요.”
이제 와서 발뺌하는 건가?
“내가? 내가 폭발 테러를? 무슨 말이야? 교수님들이 테러를 당했어?”
데인과 클레어는 킬리언을 바라보며 할 말을 잃었다.
“……선배?”
이거 좀 이상한데.
더 큰 혼란으로 빠지기 전, 데인이 일단 정리해서 물었다.
“최종심 도중 연구동에서 폭발 사고가 있었고, 조사 결과 정황상 킬리언 당신일 확률이 높다고 생각해서 연구실에 딸린 숙소에서부터 여기까지 추적해 왔습니다.”
“그럼 아까 연구동에서 나올 때 들렸던 폭발음이…… 그거였어?”
도통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본인이 하지 않았다, 이 말인가요?”
“테러? 내가?”
킬리언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되물었다.
“심지어 폭발? 나는 마법사나 연금술사가 아니야. 폭발이 어느 정도였는지는 모르겠는데…….”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뭔가 조금 어긋난 것 같은데.
“선배, 정말 선배가 아니에요?”
“아무리 그래도 내가…… 아니, 생각을 해 봐. 다치게 할 생각이라면 굳이 이런 증거들을 내가 수집했겠어? 너희들이 방금 말해준 대로 폭발물 한 번이면 끝나는 일인데?”
그럼 킬리언은 공교롭게도, 타이밍상 이런 우연 속에서 의심을 받았다는 건가?
“최종심에는 당연히 떨어질 줄 알았어. 그래서…… 오늘을 고른 거고.”
이 말이 사실일까.
만약 그렇다면 둘은 일단 결론적으로 잘못 짚은 셈이 된다.
“뭐 이런…….”
클레어는 혼란스럽다는 듯 이마를 짚었고, 이런 가운데 데인은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다행이네, 누나.”
“응?”
“사람 목숨은 살렸으니까.”
하지만 킬리언이라는 사람이 일단 무사하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잘못 짚어서 다행이다.
만약 진범을 처음부터 찾아 나섰다면, 킬리언은 시체로 발견됐을 테니까.
“그럼 어디서부터 되짚어야 하지?”
클레어의 물음에 데인은 다시 자료들을 살폈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번 테러가 성공했을 때, 가장 이득을 보는 사람.
그건 바로…….
“킬리언.”
“어, 응.”
“아까 말한, 두 교수님의 배우자들 이름이 어떻게 되죠?”
두 교수의 밀월관계에 가장 열받아 있을 두 사람일 것이다.
“릴타렉 교수님의 부인은 라우타로 부인이시고…… 로웨나 교수님의 부군은 케우스 남작이고.”
“라우타로 부인, 케우스 남작. 둘의 행적을 조사하면 되겠군요.”
데인은 마침 적당한 둘을 떠올렸다.
“일단 돌아가죠. 이 숲에 오래 있어서 좋을 건 없을 듯합니다.”
“으, 으응.”
“그 밧줄도 챙기시구요.”
“…….”
일단 사람 목숨은 살렸고.
이제 진범을 찾으러 갈 차례.
하지만 숲에서 나온 세 사람의 앞길을 막은 사람이 한 명 있었다.
정확히는 한 사람과 그 사람을 따르는 무리 여럿.
“아카데미 경비대 소속 수사관입니다.”
아까 연구동에서 만난 그 수사관이다.
그는 데인과 클레어를 발견하곤 조금 놀란 표정이 되었다.
“함께 계신 줄은 몰랐는데.”
그리곤 곧장 킬리언을 향해 말했다.
“킬리언? 당신을 이번 연구동 교수 테러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합니다. 이에 동행 및 조사를 요청드립니다.”
“제, 제가 용의자요?”
“현재 가장 유력한 용의자이니 순순히 동행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그 말에 클레어는 한숨을 쉬었다.
“봐요. 우리가 찾아온 이유가 있다니까요?”
“…….”
하지만 그렇다고 킬리언이 범인이라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클레어가 한발 앞으로 나섰다.
“그래서, 명확한 증거가 있나요?”
“최종심에 참여한 교수님 한 분이 지목해 주셨습니다. 최근 행동이 수상하고, 자신에게 위해를 가할 동기가 충분하다고요.”
“혹시 릴타렉 교수님이던가요?”
“그건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다만, 현 시점에서 가장 유력한 용의자인 만큼…….”
“그럼 증거를 가져오셔야죠.”
클레어는 한마디 덧붙였다.
“그리고 제 명예를 걸고 보증하죠. 선배는 범인이 아닙니다.”
클레어의 명예.
다른 사람도 아니고 소그레스 백작가의 차녀가 하는 말이었기에 수사관도 움찔할 수밖에.
소그레스 백작가가 어디던가.
지난 전쟁의 영웅 가문이자 그 이름도 드높은 소그레스 백작이 가주로 있으며…….
자제들도 죄다 천재 아니던가.
그 둘이 지금 이 자리에 있다.
‘망할, 일이 이렇게 꼬이는군.’
수사관은 당연히 킬리언을 동행시켜 수사하고, 별 무리 없이 용의점을 특정하여 범인으로 확정 지을 수 있을 줄 알았다.
현시점, 테러 동기도 확실한 데다 교수의 지목까지 있었으니.
하지만 두 사람이 막아 나섰다.
그것도 그 이름 높은 소그레스 백작가의 두 자제가.
“선배는 그저…… 교수님한테 밉보인 불쌍한 사람이죠.”
“……나 불쌍한 사람이었구나?”
“아무튼 증거 없는 동행은 거부할 수 있어요. 동행을 원하시면, 증거를 가져오세요.”
“…….”
수사관은 꽤 현명한 사람이었다.
아카데미 안에서 무력을 쓰는 건 권장되지 않는 일이고, 설령 쓴다 한들 저 둘을 이길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잘못하면 욕이란 욕은 다 먹을 수도 있다.
상대가 소그레스니까.
“알겠습니다. 물러가죠. 하지만, 명확한 증거를 찾아내면 그땐 두 분도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셔야 할 수도 있습니다.”
클레어는 그 말에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았다.
틀린 말이 아니기 때문.
하지만 킬리언이 범인이 아니라는 걸 확고하게 믿고 있는 만큼, 걱정은 없을 듯했다.
그렇게 수사관과 경비대가 물러갔고, 킬리언은 한숨 돌릴 수 있게 되었다.
“후우. 고마워, 클레어.”
“아까까지 그렇게 무서운 생각이나 하던 사람이. 되게 긴장했나 보네요?”
“……나 사실 겁 되게 많거든.”
상황은 진정되었다.
그러나 안심하긴 이르다.
“조금이라도 빨리 진범을 밝혀야겠어.”
데인의 말에 클레어가 주억거렸다.
“그래야지. 안 그러면 선배가 잡혀갈걸.”
진범이 잡히지 않는다면, 결국 의심의 화살은 킬리언 쪽으로 돌아갈 것이다.
이건 교수의 비위와는 전혀 다른 문제.
“어떻게 할 생각이야, 데인?”
데인은 두 사람을 떠올렸다.
하나는 맨날 자신 주변을 맴도는 녀석.
지금도 아마 저기 건물 뒤편에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을 녀석.
그리고 또 하나는 전직 암살자이면서 지금은 새 삶을 살아가는 녀석.
‘이번에는 그 암살자 말고 이번에 알게 된 암살자들을 써먹을까.’
얼마 전 얻은 태고의 암살검.
일련의 사건들 덕에 암살자들의 ‘상징적인’ 지도자가 되었다.
때문에 이번에는 투바보다는 현업으로 일하는 암살자가 더 나을 것 같다.
물론, 둘만으로는 부족하다.
데인은 이참에 진범 및 교수의 비위사실을 확실하게 파악할 작정이었다.
“킬리언, 돌아가서 아무 문제 없다는 듯이 평소처럼 행동하세요.”
데인은 그런 킬리언에게 암살자 하나를 붙일 작정이었다.
당연히 암살 목적이 아니라 요인 호위 및 증거 수집용으로.
“……나 괜찮겠지?”
“내 동생이 말하는 거니까 믿어도 돼.”
여기에 하나 더.
“그리고 수집한 증거들 좀 써먹어 보죠. 그대로 썩힐 건 아니죠?”
“그야 그렇긴…… 하지. 그런데 어떻게 써먹으려고?”
데인은 남부 밀림에 따라나섰던 녀석을 떠올렸다.
“제 말이라면 무슨 일이 있어도 기사화해 줄 녀석이 하나 있어서요.”
바로 아카데미 일보 기자, 그리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