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44)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44화
19. 어머니한테 감사해야겠지?
드나보 교수는 방금 강의에서 있었던 일들을 다시 한번 떠올렸다.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
딱 최소 입학 연령인 14살짜리 1학년 신입생이 자신의 수업에서 구슬을 모조리 들어 올린 것도 모자라 그걸 움직여서 무언가를 표현한다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인가?
‘아라벨라 때도 그랬었나?’
그랬을 것이다.
다만 그때는 방식이 조금 달라 직접적인 비교가 어렵다.
왜냐하면 저 마력 측정 기계 자체가 아라벨라가 발명한 것이기 때문.
아라벨라가 저걸 만들어내기 전까지는 드나보 교수가 직접 마력을 측정하고 자신 있는 마법을 펼치는 게 전부였던 것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재능이라니…….”
대략 20년만 더 일찍 태어났으면, 종전이 몇 년은 앞당겨지지 않았을까?
“아니지. 평화의 시기에 태어나서 다행이지.”
전쟁은 참혹하다.
재능 넘쳤던 아이들이 제국의 영광이라는 미명하에 끌려가 군사 훈련을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드나보 교수는 이런 시기에 데인이 나타나 참으로 다행이라 생각했다.
자신의 재능을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펼칠 수 있을 테니.
“그야말로 놀라운 가문이야.”
소그레스 백작가.
테르미온 공작가와 함께 제국을 지탱하는 영웅들의 가문 중 하나.
그 위상은 테르미온 공작가에 필적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지라, 이런 가운데 아라벨리와 클레어에 이어 막내 데인 소그레스까지 재능을 보였다는 건…….
“어쩌면 나중엔 어떤 가문도 건드리지 못하겠군.”
소문에 따르면 남부에 머무르기 위해 공작위를 거절했다던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알 수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정말 마법학부로 오라고 꼬셔볼 걸 그랬나?”
인재를 놓친 것 같아 무척이나 아쉽다.
자율전공인 이상, 그 영예를 학생 스스로 포기할 일은 없을 것이다.
물론 데인은 자율전공의 영예 때문이 아니라 그냥 하고 싶은 걸 제한 없이 하기 위해 고른 거지만, 드나보 교수가 그걸 알 턱이 없었다.
“아니지. 기회는 있지.”
원하기만 한다면야 전과 정도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리고 드나보 교수는 안 그래도 높은 마법학부의 위상을 더더욱 드높이고 싶었다.
“알투르. 들리나? 지금 바로 학과장실로 올 수 있겠나?”
-교수님? 네, 알겠습니다!
드나보 교수는 곧장 수정구로 알투르를 호출한 뒤 중얼거렸다.
“영 익숙하질 않단 말이지. 그래도 뭐, 애제자가 선물한 거니까.”
그는 애제자이자 자신의 가장 큰 자랑, 아라벨라가 개발한 콤팩트 수정구를 애정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잠시 후.
“교수님,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오, 알투르. 들어오거라.”
철컥.
문이 열리고 알투르가 들어섰다.
만면에 미소를 띤 채였다.
드나보 교수는 씩 웃으며 자리를 권했다.
“앉거라.”
“네, 교수님.”
“아까 보았느냐? 데인 그 친구 말이다.”
자리에 앉으려던 알투르는 순간 멈칫했지만 내색하지 않고 대답했다.
“네, 봤습니다. 대단한 재능이더군요.”
“허허. 그렇지. 어쩌면 아라벨라 이상일지도 몰라.”
“그……렇게 보이십니까?”
“흠. 당장은 알 수 없지. 마법이라는 게 워낙 분야가 방대해서 말이야. 어느 쪽의 재능이 뛰어나다, 이런 말보다는 ‘마력’ 그 자체의 재능을 놓고 보는 편이 나으려나?”
사실 이쪽이 더 대단했다.
마력에 대한 재능이 뛰어나다는 건 곧 마법을 더욱 수월하게 펼칠 수 있다는 소리니까.
다만 알투르는 자신이 존경해 마지않는 아라벨라보다 데인의 재능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다.
아라벨라.
그녀는 알투르에게 태양이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그래서 말이다, 알투르. 네가 한번 잘 챙겨 보는 건 어떻겠느냐?”
알투르는 문득 고개를 들었다.
드나보 교수가 빙그레 웃음을 지었다.
“너는 학생회 임원이기도 하고, 5학년장이지. 무엇보다 마법학부의 모두에게 신임을 받지 않느냐?”
알투르가 잠자코 가만히 있는 사이 말이 이어졌다.
“그러니까 네가 한번 잘 챙겨 보거라. 잘 구슬려서 마법학부로 올 수 있도록.”
“…….”
“그래, 학생회에 먼저 추천하는 것도 괜찮겠구나. 가만, 1학년이 학생회에 들어간 전례가 있던가? 뭐, 전례야 깨면 그만이지. 그 녀석의 존재 자체가 전례를 다 부수는 느낌인데. 하하하…… 근데 표정이 왜 그러느냐?”
알투르는 결국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는 것을 사실대로 토로했다.
“……허허.”
드나보 교수는 잠시 헛웃음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학생회 제안을 거절했다라…… 아라벨라에게 무슨 말이라도 들은 건가?”
“그런 것 같진 않습니다.”
“흐음. 볼수록 흥미롭단 말이지.”
그래 봐야 어린애.
드나보 교수는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뭐, 한 번 거절했다고 어디 포기할 수는 없지. 알투르. 한번 잘해보거라.”
“……네, 교수님.”
알투르는 하는 수 없이 받아들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참, 저번에 그 추천장 건 말이다. 아무래도 아주 간단하지는 않을 것 같구나.”
“그, 그렇습니까.”
“그래, 너무 초조해하지 말고. 아직 6학년, 7학년이 남지 않았느냐? 천천히 생각해 보거라. 너 정도 재능이라면 졸업 즈음에는 마탑에서 줄을 설 거다.”
알투르는 속으로 욕을 퍼부었다.
‘작년에도 저런 말을 했었지.’
재능만 있다면야 마탑에선 얼마든지 데려가려 한다. 실제로 알투르는 3학년 때 이미 두 개 마탑에서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4학년이 되고, 드나보 교수의 ‘총애’를 받게 되면서 그 관심이 뚝 끊겼다.
이유야 간단할 것이다.
조기 취업으로 마탑에 가게 되면 드나보 교수가 편안하게 부릴 학생이 사라지는 셈이니, 그걸 학과장 차원에서 막고 있는 것.
안 그래도 안탈리온 마탑의 마탑주를 역임한지라 영향력이 어마어마한데, 과연 그 심기를 거스를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러면서 종종 은근히 가문의 이름을 들먹이기까지.
서러운 일이었다.
남작가라는 콤플렉스.
알투르가 ‘아카데미의 규칙’을 강조하며 가문을 들먹이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제기랄.’
결국 좋든 싫든 이 늙은이의 말을 따라야 한다는 뜻.
“혹시 뭐 문제라도 있느냐?”
“아닙니다. 그럴 리가요. 제가 한번 잘 구슬려 보겠습니다.”
“하하. 그래야지. 알투르 너는 잘할 수 있을 거다.”
알투르는 속으로 씹어뱉듯 외쳤다.
망할 늙은이.
* * *
나와 레일라는 식당으로 향하며 광장을 통과했다.
광장은 그야말로 사람으로 바글바글했다.
아까 레일라를 만났을 때만 해도 사람이 이렇게 많지는 않았었는데.
“와, 장난 아닌데?”
레일라는 잔뜩 들떠 있었다.
내가 한번 슥 보고 신기해하는 정도에 그치는 것과는 확실히 다른 반응이다.
“데인, 저거 봐! 물이 엄청 높게 솟아!”
저러는 걸 보면 내가 너무 염세적인 것 같으면서도, 저 밝은 분위기에 휩쓸려 나도 모르는 새 피식거리게 된다.
애는 애구나.
아까 마법학부 강의 시작 전에 위엄 넘치게 따지던 모습을 생각하면 참 신기한 일이다.
“마법으로 쏘아 올리나?”
“아마도? 그런데 요새는 기계공학으로 만드는 분수도 있대!”
기계공학.
오랜만에 듣는 단어다.
전생의 내 소속이었던 드레니크 제국의 자랑이자, 마법과는 또 다른 의미에서 신기함으로 가득하던 학문.
어지간하면 마법으로 죄다 해결하는 알테온 제국에서 환생한 후엔 접할 길이 별로 없었는데, 은근 반갑다.
그나저나 아카데미에도 기계공학이 들어오다니, 과연 아카데미는 아카데미다.
“신기한 게 되게 많다.”
레일라는 신이 난 나머지 점심은 잠시 잊은 건지 여기저기를 쏘다녔다.
쿠키를 판매하는 좌판 앞에 멈춰 쿠키를 하나 집어들더니 오물오물 먹는가 하면, 신기한 장난감들을 늘어놓은 좌판 앞에 쪼그려 앉아 있었다.
“그렇게 좋냐?”
“응! 너는 안 신나?”
“신나지.”
아, 신난다.
그리고 배고프다.
하지만 레일라는 갈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데인, 데인. 저거 봐. 엄청 멋있다.”
“뭔데?”
“마술! 마법이랑 다른 거!”
개중에는 ‘마술’이라는 것도 있었다.
마법과는 다른 개념.
일종의 트릭을 활용해 마력 하나 없이도 즐거움을 선사하는 그런 거라고 해야 할까?
“자아, 혹시 아까 전 이 카드를 골랐었나요?”
“대박! 나 이거 맞아! 어, 어떻게 안 거예요?”
“마술은 신비하답니다, 학생. 더 알고 싶으면 마술 동아리에 입부하는 건 어때요?”
아, 동아리 가입 권유였구나.
저런 식이라면 얼마든지 흥미롭지.
저렇게 한낮부터 땀 뻘뻘 흘리면서 망측하게 훌러덩 벗고 있는 것보다야.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이 아름다운 근육! 이 멋진 몸매! 이 환상인 밸런스! 완벽한 몸매를 원하나? 그럼 넌 ‘육체미’로 와야 한다!”
나는 상의를 탈의한 채 구릿빛 근육을 이리저리 움직이는 육체미 동아리 녀석들을 애써 외면했다.
“자자, 이걸 받도록! 비포 앤 애프터! 보이나? 여기 있는 삐쩍 마른 갈대 같은 녀석이 이런 멋진 녀석이 되었어!”
“오오!”
안타깝게도 관심을 보이는 녀석들이 몇몇 있는 것 같았다.
그나저나 어느 동아리든 묘하게 필사적으로 보이는 건 내 기분 탓일까.
삑-! 삐익-!
그때 들려오는 날카로운 호각 소리.
“아카데미 선도부다! 육체미 동아리 너희들을 아카데미 내 풍기문란죄로 체포한다!”
정의의 사도들이 출현한 것 같았다.
“젠장, 튀어! 이번에도 잡히면 큰일이야!”
“몸을 잡아도 미끄러지게 기름을 더 발라!”
나는 선도부와 육체미 동아리 녀석들이 추격전을 벌이며 멀어지는 걸 바라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이런 한편으로 광장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여전히 왁자지껄하다.
흔히 일어나는 일이라 이건가?
“내가 들었는데, 동아리는 그 해 입부원 숫자가 무척 적거나 활동 성과를 입증하지 못하면 폐부되기도 한대.”
그래서 저렇게 필사적이었구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저 근육 미치광이들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독특한 경험이었다.
이게 바로 큰누나가 말한 ‘아카데미의 낭만’인가 싶기도 하고.
“데인, 저기만 들렀다 점심 먹으러 갈까?”
“뭔데?”
나는 레일라가 가리킨 쪽을 쳐다보았다.
저걸 뭐라고 불러야 할까.
원판이 있었는데, 가운데를 중심으로 영역을 나눠 두고 영역별로 무언가를 하나씩 적어 두었다.
“저길 맞추면 상품을 주는 건가 봐!”
“아하.”
학생들이 꽤 몰려 있었는데, 단검을 던져 원판을 맞출 때마다 사방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으아! 아깝다!”
“거의 맞췄는데!”
“도대체 저걸 어떻게 맞추라는 거야?”
가까이 가서 보니 던질 준비를 마치면 원판이 빠른 속도로 회전하고, 학생들은 그 회전하는 원판에 단검을 던져 맞추는 셈.
그리고 단검이 꽂힌 곳에 적힌 상품을 받는 방식이다.
“아이고, 너무 아깝네요! 아쉽지만 여기 열쇠고리 받아가시길 바랍니다!”
당연하게도 원판의 영역은 제각각이다.
엄청 커서 안 보고 던져도 맞겠다 싶은 곳이 있는가 하면, 저걸 도대체 어떻게 맞추라고 만든 건가 싶은 영역도 있었다.
심지어, 점 하나짜리도 있었다.
나는 상품 목록들을 살폈다.
열쇠고리, 쿠키 세트, 강의동 순간이동 스크롤…… 신기하면서도 기발한 것들도 있었는데, 개중에 눈길을 끄는 상품 하나가 있었다.
“아카데미 보물 지도?”
바로 그 ‘점’에 해당하는 영역을 맞출 때 주어지는 상품이다.
보물 지도라.
분수대에 다녀오고 어니스트에게 아카데미 내의 비밀스러운 장소에 대해 들어서 그런가.
아주 흥미가 도는데.
“나 한번 해볼게.”
“그럼 나도! 나는 음, 강의동 순간이동 스크롤이 당기는데? 저거 있으면 바로 이동 가능한 거지?”
“그런 것 같은데.”
“너는 뭐가 당겨?”
“나? 보물 지도”
레일라의 눈이 동그래졌다.
“저거 맞출 수 있겠어?”
나는 어깨를 으쓱하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렇게 나와 레일라가 나섰다.
단검 투척이라.
어머니한테 감사해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