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446)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446화(446/582)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446화
325. 국경 너머로(2)
크로스 교수는 데인이라는 녀석을 단지 제자로만 생각하지 않았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
단순한 제자를 넘어 자신의 ‘유일한 제자’이자 자신이 본 그 어떤 녀석보다 천재적인 녀석이었다.
단지 그뿐인가.
노련함도 대단해서, 동 나이대는 물론이고 어지간히 경험 쌓은 사람도 상대가 안 될 법한 대범함도 갖추고 있다.
쉽게 말해 자신이 별로 지적할 것도 없다는 말.
심지어 자신은 수백 년을 살아왔는데 말이다.
그래서, 가끔은 생각했다.
‘이 녀석도 혹시 리치?’
그렇지 않은가.
설명이 안 되는 노련함과 대범함, 재능과 강력함까지.
모든 정황이 리치를 가리키고 있었다. 마치 자신처럼.
그런데도 사람처럼 먹고 마시고 자는 걸 보면 리치란 추측은 틀린 걸지도 모르겠다.
다만, 이번에는 좀 말려야 할 것 같다.
“이렇게 하자니. 데인, 이건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다.”
크로스 교수는 이미 여러 차례 경험해서, ‘신분’이라는 게 얼마나 중요한 건지 잘 안다.
자신이야 리치니 대충 얼굴을 재구성하고 가문 역시 어디서 갖다 붙이거나 정 안 되면 귀족이 아닌 채로 살아가면 된다.
하지만 데인은 다르지 않은가.
“안 들키면 그만이라지만, 이건 드레니크 고위층과도 엮일 가능성이 크다. 저 녀석이 말하지 않았느냐? 이건 드레니크 귀족들 사이에서 도는 ‘유행’이라고.”
크로스 교수의 설득에도 데인은 어깨를 으쓱였다.
“침입해서 드레니크군 주둔지에 전쟁상인으로 변장해 숨어들 생각을 하면서 이런 고민을 하네요.”
“그야…….”
말문이 턱, 막히지만 사실 진짜 의도는 안 그래도 위험한 일을 하는데 얽힐 만한 일을 여러 개 만들지 말자는 의미.
“아무튼, 이번 일 개입은…….”
“우리는 아무것도 안 할 겁니다. 적어도 국경 밖에서는요.”
“응?”
아무것도 안 하겠다고?
“이놈들 계획 들으셨죠?”
“계획? 아.”
“어차피 국경 통과라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이상, 괜한 위험을 만들 필요는 없죠.”
크로스 교수가 멍하니 고개를 끄덕이는 사이 데인의 말이 이어졌다.
“물론, 국경 안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있죠.”
“안에서 할 수 있는 일?”
“밀수는 큰 범죄고, 인신매매는 더 큰 범죄입니다. 당연히 제국에 알릴 필요가 있죠.”
계속 말하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데인은 덧붙였다.
“하지만 그게 성립되기에는 다소 부족합니다. 지금 우리가 제압한 녀석들은 단순 심부름꾼에 불과할 겁니다.”
심부름꾼.
맞는 말이다.
아마 이 ‘거래’를 통해 이득을 보는 녀석이 분명히 있을 테지.
다만 지금까지 술술 불었던 녀석은 아마 아는 게 여기서 끝인 듯하다.
나머지는 조사해 봐야 알겠지만.
“그러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하나는 하고, 그다음 국경을 넘죠. 직집적으로 밀수에 개입하는 것보다 아마 나을 겁니다.”
크로스 교수는 살짝 부끄러워졌다.
데인에게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만 해도 자신은 이미 국경을 넘어 이 밀수에 개입하는 상상을 하고 있었기 때문.
그렇기에 데인을 말릴 생각이었는데, 역시 녀석답다.
“할 수 있는 일이라.”
크로스 교수가 무슨 의미인지 고심하는 사이 난쟁이 두 명이 데인의 부탁을 받아 아까 그놈과 다른 녀석 하나를 끌고 왔다.
마침 치료를 받고 정신을 차린 모양.
통증에 끙끙거리고 있었지만, 대답은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너희들에게 지금부터 질문하지. 하지만, 그 전에.”
데인은 둘에게 간단한 방법을 제시했다.
“대답하면 너희들은 여기 남고, 대답하지 못하거나 하지 않으면 국경을 넘는다.”
“……!”
전쟁의 상흔이 채 가시지도 않았고, 공식적으로 적대하는 국가의 국경을 ‘넘는다’는 것.
의미는 간단했다.
너희들의 신병을 적국의 말도 통하지 않는 외국인에게 맡기겠다.
그냥 거기서 죽으라는 이야기다.
알테온이든 드레니크든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이야기가 있다.
국경을 넘어 자신의 국적을 들키는 순간, 절대 돌아올 수 없다.
‘저 녀석들은 아마 모든 대비책을 마련해 두고 넘어가려는 거였겠지.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넘어간다면…….’
저 녀석들은 과연 살아서 돌아올 수 있을까?
억울함을 호소해 봐야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쪽에서는 안 믿어줄 테니.
“대답할 시간은 충분히 주지.”
데인은 마치 아량을 베풀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대답은 금세 돌아왔다.
“대, 대답하겠습니다! 살려만 주십시오…….”
“뭐든! 뭐든 답하겠습니다!”
치료받는 동안 뭐 들은 거라도 있는 모양인지 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외쳤다.
덕분에 협조는 잘될 것 같다.
“그러니 제발, 제발 살려 주십시오.”
크로스 교수가 보기엔 아무래도 데인이 선보인 그 마력 형상화된 칼날 덕인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첫 번째 질문이 날아갈 시간.
크로스 교수는 아마 작은 질문부터 시작할 거라 생각했다.
그게 신문의 기본이니까.
하지만 데인은 이번에도 예상을 벗어났다.
“이 일, 누가 시켰지?”
시작부터 핵심이다.
심지어 머리도 괜찮게 썼다.
“…….”
“다음부터 옆에 있는 놈보다 늦게 대답하는 녀석은 바로 아까 그 말대로 해주지.”
데인은 손가락 세 개를 펼쳐 보였다.
“셋을 세겠다. 정확한 타이밍에 맞춰 대답하는 거다. 너무 빨라도, 너무 늦어도 안 되고 동시에 대답하는 거에 실패한다면…….”
다음 말이야 뻔했다.
‘거짓말을 할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는 거군.’
크로스 교수는 새삼 또 한 번 감탄했다.
저 나이에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저런 살벌한 말과 대답을 유도하는 질문까지 던지다니.
이런 가운데 마침내 데인이 하나를 시작으로 둘을 지나 “셋”이라 말한 그 순간-
“피니어스 남작입니다!”
“피니어스 가문에서 시켰습니다!”
꽤 생소한 이름이 튀어 나왔다.
피니어스 남작.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을 만큼 명성이 그리 높지 않은 귀족.
이런 큰 건과 연관이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의외의 인물인 셈.
때문에 아마 한 명만의 대답이었다면 거짓말이라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피니어스 남작?”
“그, 그렇습니다. 이 사업을 상당히 오래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파 봐야 알겠지만, 일단 증언은 확보했다.
피니어스 남작.
전혀 예상하지 못할 만큼 영향력이 적은 인물이지만, 외려 그렇기에 더 이런 일을 대범하게 벌일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아니 어쩌면, 지금 나온 남작가조차 진짜 머리가 아닐지도 모른다. 이런 일을 유력 가문에서 이름을 내걸고 하진 않을 테니.
얼마나 이득이 나건, 일단 들키면 참작이고 자시고 목이 잘려야 할 테니까.
“조금 더 구체적으로. 조금 더 자세하게 말하는 녀석은…….”
“저는 정말 이번이 처음입니다! 하지만 피니어스 남작, 그놈이 한 사람당 금화 수십 개씩을 쥐여 주면서 시킨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제가 잘 압니다! 아주 잘 알죠! 이 녀석은 처음이지만 전 이번이 일곱 번째니까요!”
데인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경쟁적으로 대답을 쏟아내는 녀석들.
일곱 번이라는 녀석은 자랑하는 게 아닌가 헷갈릴 정도.
“피니어스 남작은 한번 밀수할 때마다 적어도 금화 수천 개 어치의 이익을 보고 있습니다. 확신합니다. 마법으로 봉인된 금괴 상자가 언뜻 열렸을 때, 그 수량을 봤거든요!”
아무튼, 이 일을 통해 피니어스 남작이 얻는 이득이 어마어마하다는 건 알겠다.
“그리고?”
밀수 및 인신매매에 일곱 번이나 참여했다는 녀석이 얼른 대답했다.
“피니어스 남작은 아마 드레니크와 강력히 연관된 게 아닐까 싶습니다!”
드레니크에서 한자리 약속하기라도 한 건가?
“또.”
이번엔 초범이라 주장하는 녀석이 답했다.
참고로 이 녀석은 아까 전투가 끝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열심히 대답하던 녀석이다.
녀석은 우물거리며 옆에 있던 밀수 7범의 눈치를 보더니 별안간 외쳤다.
“피니어스 남작만 있는 게 아닙니다! 이 일은 국경 수비대장이 뒤를 봐 주고 있습니다!”
7범의 입이 쩍 벌어지고, 초범은 눈을 질끈 감았다.
그래, 이런 게 나와 줘야지.
데인은 이제 됐다는 듯 몸을 일으키더니 7범을 향해 다가갔다.
“제, 제발…… 어억.”
곧바로 뒤통수를 맞고 쓰러져 기절하는 7범.
그 모습에 마른침을 삼키던 초범 녀석이 환희에 찬 표정이 되었다.
“저, 저는 그럼…….”
“넌 살려 주지.”
“역시!”
“당장은.”
“예?”
초범 녀석이 잠시 멍해진 사이 데인이 크로스 교수에게 말했다.
“어차피 넘어야 할 국경, 이놈을 데리고 일단 국경까지 가죠.”
초범 녀석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기 시작했다.
“마, 말하면 분명히…….”
“그래. 적어도 지금 바로 보내진 않았잖아. 아닌가? 아, 그리고.”
데인은 하나 더 가리켰다.
방금 기절시킨 7범 녀석이다.
“이놈도 데리고 가죠.”
“살려준다는 거 아니었냐?”
“살려는 주죠. 일단은요.”
그는 깨달았다.
진짜 공포는 이제부터라는 걸.
* * *
정리해 보자.
나와 크로스 교수는 아르카나의 흔적을 쫓기 위해 국경을 넘어갈 계획을 세우고 막 동부로 넘어왔다.
그런 와중, 타 종족 인신매매 현장을 발견했고 관련자들을 적발한 끝에 피니어스 남작과 국경 수비대장이 연관되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물론, 인신매매당할 뻔한 타 종족들은 모두 구해냈으며 이들은 아크리움에 갈 예정.
몇몇만 남기고 말이다.
“당신의 말대로라면 이 사건은 이미 황실 귀에 들어갔고, 허투루 처리하진 못할 테니 우리만 남아도 되지 않겠소?”
올가도를 비롯한 몇 명이 바로 그렇다.
그들은 자신들이 여기 남아 책임지고 인신매매범들을 지켜본 뒤 신병들을 인계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도 이후 아크리움에 합류하겠소. 고맙소, 데인 소그레스.”
“다르바도에게 안부 전해 주길 바랍니다.”
이걸로 이쪽은 해결됐고.
이제부터는 시간이 중요하다.
“이봐, 초범.”
“예, 예?”
“거래가 새벽이라 했었지.”
“그렇습니다.”
“그럼 자정에는 국경에 도착하는 걸로 이야기했겠군.”
거래에 개입할 생각은 없다.
중요한 건, 이놈들이 국경을 자유자재로 드나들도록 만든 국경 수비대장의 신병 확보.
바로 이놈들을 데리고 가는 이유다.
“사, 살려 주시는 거 맞죠? 그렇죠?”
“하는 거 봐서.”
“제발…… 제발 부탁드립니다!”
초범이든 7범이든 인신매매에 가담해서 영영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사람들을 보내 버린 건 매한가지.
죗값이야 국가가 치르게 할 일.
무엇보다 그런 짓을 저지른 녀석들이 곱게 살아 돌아가는 것도 웃긴 일 아니겠나.
적어도 지금은 써먹을 필요가 있으니 이렇게 두는 거지.
“데인, 점검 마쳤다. 저놈들, 적어도 하루는 꼼짝 못 할 거다.”
“고생하셨습니다, 교수님.”
“고생은 무슨. 네 마력석 덕이지. 개조에 시간깨나 쓰긴 했다만.”
그리고 올가도와 몇몇이 지키고 있을 인신매매범들은 황실에서 보낸 사람들이 도착하기 전까지 특별한 구속 도구로 묶어 둘 예정이다.
소식은 이미 전했고, 지금쯤 열심히 달려오고 있을 텐데.
그사이 연루된 수비대장까지 엮어 보내 버리면 사건 해결에 큰 도움이 되겠지.
“데인, 그나저나 너도 어쩔 수 없긴 하구나. 황제 폐하께서 아주 기뻐하시겠어.”
“무슨 말입니까?”
“그야…… 가문을 위해 하는 일처럼 보이니 그렇지? 사실, 이놈들 증언이 더해지면 수비대장 정도야 엮는 게 어렵진 않을 텐데.”
“일을 확실하게 해 두고 넘어가려는 거죠. 그리고 수비대장이 일이 잘못된 걸 알면, 증거를 인멸하려 할 테니까요.”
크로스 교수가 내 말에 별안간 피식거렸다.
“그쯤이면 황실에서도 아주 충실하게 생각하겠어.”
뜬금없는 말에 난 고개를 저었다.
“아뇨. 받은 걸 갚는 거죠.”
“받은 걸 갚아? 황제 폐하에게서?”
“네.”
“황제 폐하께 하사받은 거라면…… 뭐, 대단한 명검이라도 되는 거냐?”
명검이라.
나에게는 명검 그 이상이다.
“실은 아주 맛있는 타르트를 선물받은 적이 있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