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448)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448화(448/582)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448화
326. 싸늘해지는데
황제, 알테온에서 가장 고귀한 자인 그는 생각했다.
어지간해서는 당황할 일도 없고, 당황해서도 안 되며, 당황하더라도 겉으로 드러내선 안 되는 사람이 자신이다.
한데 지금 들려 온 소식은 자신을 당황시켰고, 하마터면 그 기색을 밖으로 드러낼 뻔했다.
황제는 속으로 여러 차례 고민한 끝에 이름나고 까다로운 장인이 자신의 완성품을 고르듯 선택한 말을 입에 담았다.
“데인 소그레스가 또 무슨 사건에 엮인 것이군.”
고민 끝에 나온 말이란 바로 저랬다.
물론 듣는 사람도 십분 공감했다. ‘이번에도’ 데인 소그레스였으니까.
“그렇습니다.”
정리하자면 간단했다.
데인 소그레스가 범죄 현장을 발견했고, 1차적으로 범죄자들을 처리 후 사건과 엮인 녀석을 처리하러 가는 중이라는 것.
“그럼 지금 국경 쪽으로 간다, 이 말인가?”
“그렇습니다.”
보고하던 방첩대장도 혀를 내둘렀다.
“약 5분 전 들어온 지급 보고에 의하면, 데인 소그레스와 아카데미 자율전공학부의 크로스 교수가 처리한 범인들은 상당한 실력을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
방첩대장이 이렇게 말할 정도면, 그 범인이라는 자들의 실력도 실력이지만 행동력도 엄청난 수준.
“저는 방첩대장이지만, 솔직히 방첩대원들 중 누가 이렇게 빠르게 일을 처리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제국 방첩대의 수준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이렇게 말할 정도라면, 지금 데인이 어떤 수준인지 가늠하기도 어려운 셈.
“그렇군. 그다음은?”
“이후 국경으로 간다는 말만 남겼습니다. 파견된 방첩대원 일부가 국경으로 향하는 중입니다.”
황제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러나 복잡한 속내를 정리하며 물었다.
“인신매매라 했나?”
“그렇습니다.”
“국경을 건너 드레니크에 넘긴다고 했었지.”
“……맞습니다.”
드레니크.
고작 얼마 전까지만 해도 황실 안에서는 금기였던 단어.
데인 소그레스가 제시한 ‘하나된 제국’이란 단어를 황제가 입에 올린 후 조금씩, 조금씩 언급되던 차였다.
‘놈들이 전쟁을 준비할 리 없을 테고.’
사실 국가 간 전쟁 상태가 아닌 이상에야, 사이가 아무리 나빠도 민간 영역의 밀수는 어쩔 수 없이 일어난다.
고작 며칠 전 방첩대장으로부터 국경 부근 주민 간 생필품 교환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물론 처벌을 명령하진 않았다.
그걸 막거나 처벌한다고 벌어지지 않는 일도 아니며, 오히려 더 안 좋은 결과를 낳는다는 걸 아니까.
한데 ‘사람 밀수’라.
오랜만에 광기가 꿈틀거리는 것 같았다.
“방첩대장.”
“예, 폐하.”
“그간 방첩대에서 보고하지 못했던 일을 성년도 되지 않은 소년이 알아낸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황제는 이전에 비해 많이 부드러워졌다.
원래대로라면 저렇게 묻는 대신 질책을 행동으로 보여 주었을 것이다.
때문에 방첩대장은 지금 이 순간, 황제가 무던히 화를 참고 있음을 잘 알고 있었다.
“송구스럽습니다.”
사실 좀 억울하지만 어쩌겠나.
황제 앞인데.
“내가 데인 소그레스라는 소년이 그대들의 정보력보다 뛰어나다는 오해를 하지 않게 하면 좋겠군.”
“명심하겠습니다.”
폭풍이 한차례 지나간 것 같았다.
물론 예전이었다면 폭풍 그 이상이었을 테다.
방첩대장이 교체되고, 전 방첩대장은 아마…… 목이 잘렸겠지.
방첩대장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수차례 흘리곤 다시 보고를 이어갔다.
“수법으로 보아 당연히 처음 있는 일은 아닙니다. 방첩대원들이 현장에서 고문 중이니, 아마 곧 소식이 들어올 것 같습니다.”
황제는 일단 잠시 마음을 가라앉혔다.
연루된 녀석들은 어차피 사건을 모두 밝혀낸 뒤 목을 잘라 내걸면 된다.
문제는 드레니크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느냐는 건데…….
“폐하, 방금 들어온 소식입니다.”
다행스럽게도, 방첩대원들이 전해 준 소식을 들어보니 그런 건 아닌 듯했다.
“드레니크 녀석들 사이에서는 실로 독특한 유행이 도는 모양이군.”
“조금 놀랍습니다. 피 섭취 및 수혈이라…… 잘못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을 텐데.”
전쟁 중이었다면 잘된 일이라며 쾌재를 불렀을 테지.
하지만 정치적으로 본다면, 드레니크에서 혹시나 알테온이 삿된 소문을 퍼뜨려 귀족들 사이에 그런 유행이 돌게 만든 게 아니냐며 의심할지도 모를 일.
물론 당연히 그러지 않았지만 말이다.
아무튼 저 말이 사실이라면 드레니크와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잠시 접어 두어도 될 것이다.
“황당한 일이군.”
황제의 중얼거림은 두 가지 뜻을 내포했다.
드레니크에 도는 그런 유행이 황당하다는 뜻.
그리고 지금쯤 국경에 도착해 있을 데인 소그레스의 행보가 황당하다는 뜻.
“방첩대장.”
“예, 폐하.”
“이전에도 비슷한 질문을 했던 것 같은데, 그대가 생각하는 데인 소그레스란 소년은 어떠한가?”
방첩대장은 망설임 없이 답했다.
“지금이 전쟁 중이었다면, 아마 전쟁의 향방을 바꿨을 겁니다.”
황제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무력 때문인가?”
“그렇기도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저 나이에 결코 가지기 힘든 판단력과 정신력입니다.”
“그렇군.”
그리고 그런 평가를 증명하기라도 하듯 날아든 새로운 소식.
“폐하, 방금 국경에 도착한 대원이 전한 소식입니다.”
* * *
덤벼든 병사들은 죄다 쓰러졌고, 수비대장은 제압했다.
죽은 사람은 없다.
아까 그 인신매매범들과 다르게 일단 제국의 제식 갑옷을 입은 병사니까.
국경수비대가 곧 몰려와 우리를 포위하려 들었지만 내가 내보인 황실의 인장에 다들 무기를 내렸다.
“그거 성능 좋구나. 하나 남는 거 없느냐?”
“어디서 받은 게 있긴 한데. 준 사람이 잘 가지고 있냐고 물어볼까 봐 못 드리겠네요.”
“아쉽구나.”
대놓고 농담을 할 만큼 상황은 무척이나 여유로웠다.
수비대장은 그 큰 덩치가 무색하게도 땅에 엎드려 얼굴을 처박은 채 바르르, 몸을 떨고 있었다.
7범 녀석은 온몸이 묶인 채.
그리고, 초범 녀석은…….
“세, 세상에…… 황실의 인장…….”
도망갈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하고 입을 쩍 벌린 채.
“장관이긴 하구나. 이렇게 많은 병사들이 손도 못 대고.”
그리고 크로스 교수의 말처럼, 국경 수비대원들은 모두 무기를 내린 채 여전히 아리송한 표정으로 우릴 바라보고 있었다.
단, 수비대장을 비롯하여 처음 이 화물 마차를 맞이한 병사들은 예외.
그들은 수비대장 주변에 따로 분류되어 온몸을 벌벌 떠는 중이다.
에드워드에게 고마워해야겠는걸.
마침 동부에 왔으니 볼 수는 없으려나?
내 기억으로 레일라의 큰오빠 오웬과 3황자 에드워드가 있는 국경 구역은 여기서 아주 멀진 않은 곳일 텐데.
“이제 어떻게 할 참이냐?”
“잠시만 기다리면 됩니다.”
이제 우리가 직접적으로 손댈 만한 상황은 지나갔다.
증거도, 증인도, 물증도 있으니.
그리고 정말 잠시 후.
“저기 오네요.”
자욱한 먼지를 일으키며 이쪽으로 달려오는 몇 명이 보였다.
대충 봐선…… 내가 아는 녀석 한 명과 느낌이 비슷한데.
“방첩대네요.”
“여기서 보이냐?”
“보인다기보다는 그냥 그렇게 느껴지는 거죠.”
비슷한 느낌.
베나티오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제국 방첩대입니다.”
허공에 마력을 투사하며 방첩대 인장을 내 보인 사람이 말에서 내린 뒤 숨을 고르며 물었다.
“데인 소그레스 님과 크로스 교수님 되십니까?”
“그렇습니다.”
“그렇소.”
“다친 곳은 없으십니까?”
“괜찮습니다.”
방첩대원은 상황을 한번 바라보곤 다시 우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상황은 이미 끝난 것 같군요. 설명을 좀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참고로, 지금 이 모든 상황은 기록되고 있습니다.”
“이번 일에 가담한 자들을 제압해 두었습니다.”
설명은 간단했다.
“저기, 제압한 녀석과 수비대장이 이미 아는 사이더군요.”
“그렇습니까. 알겠습니다. 저희가 조금 더 조사해 보겠습니다.”
곧바로 7범 녀석과 수비대장이 포박당하고, 마력까지 제한당했다.
나머지 병사들도 마찬가지.
그리고 날 향해 간절한 눈빛을 보내는 녀석이 하나 있었다.
“아, 그리고 이자는 초범이라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번 일 해결에 약간의 도움을 주긴 했죠.”
“협조자이군요. 조사에 참고하겠습니다.”
협조에 대한 약속은 지켰다.
나머지는 황실에서 판단하겠지.
내가 황실의 판단 기준은 모르지만, 인신매매에 가담한 이상 그냥 둘 것 같진 않다만.
잘하면 감옥에서 평생 썩는 정도겠지.
협조한다고 처벌이 크게 달라질 만한 일은 아니니.
아무튼 그렇게 우리가 얻은 정보들을 모두 넘긴 뒤, 방첩대원은 감사를 표했다.
“두 분 덕에 흉악 범죄자들을 검거할 수 있었습니다.”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입니다.”
적당한 겸손도 표했다.
기록 중이라는데, 구태여 너무 잘나게 굴 필요도 없겠지.
어쨌든 이 방첩대원들이 자신들의 공으로 돌린 게 아니라, 이 일을 해결한 주체를 나와 크로스 교수라 명확히 말해주었으니.
놀라운 일도 있었다.
“그리고 황제 폐하의 전언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에게 무려 황실의 직인이 찍힌 통신 수정구를 보여 주며 저렇게 말한 것.
황제 폐하와의 통신이라.
아마 알현보다 더 드문 일이 아닐까 싶기도 한데.
왜냐하면 몇 번이나 마주한 나조차도 알현은 해 봤지만 통신은 해보진 않았으니까.
“으음.”
그때 침음을 흘리는 크로스 교수.
무슨 일인가 싶어 돌아봤는데, 이내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방첩대원도 그런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말을 이었다.
“핫라인 직통 통신 수정구입니다. 황제 폐하께서 준비되는 대로 연결하겠습니다. 부디, 언행에 주의하십시오.”
잠시 후.
-데인 소그레스.
내가 아는 황제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방첩대원이 예를 갖추라는 신호를 보냈다.
우리는 수정구 앞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누가 보면 이상하다 생각할 광경.
아무튼 곧바로 치하가 이어졌다.
-또 한 번, 그대가 제국에 큰 은혜를 안겼군.
“과찬의 말씀이옵니다.”
-그대를 잠시 잊어 보려 해도 이렇게 다시 제국에 흥복을 안겨 주는군.
말이 좀 이상한데.
하지만 황제니까, 어쨌든.
-사안이 밝혀지는 대로 관련자들을 처벌하고, 그대들에게는 걸맞은 상을 내릴 것이다.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타르트도 언급했다.
“황제 폐하께 받은 은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요. 특히, 딸기 향이 가득한 은혜 말입니다.”
언뜻 황제의 웃음소리가 들린 것 같기도 했다.
내 입장에서는 진짜다.
그게 얼마나 맛있었는데.
레일라에게는 미안하지만, 테르미온 공작가 만찬 때 먹은 것보다 두 배는 더 맛있다.
-좋다. 그럼 더 진한 딸기 향 가득한 선물을 하사하마.
이런 가운데 언급되는 크로스 교수.
-그리고…… 그대가 아카데미에서 교수직에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여기서 보는군.
“폐하, 알아봐 주시니 감읍할 따름이옵니다.”
서로 아는 사이일까.
-내 누이와의 혼담을 거절한 자를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아.
분위기 싸늘해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