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46)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46화
21. 너는 뭔데?
학생식당은 신기하게도 나나 레일라가 가문에서 먹던 정찬식 식단과는 거리가 꽤 멀었다.
대부분은 그릇 하나에 모든 음식이 담기는 식이었다.
거부감은 딱히 없었다.
오히려 이게 효율적이다.
그릇 여러 개에 나눠 담느라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것도 아니고, 처리하기도 편하다.
전생에 군에 있을 때는 아예 한데 섞어 끓여 먹는 스튜가 주식이기도 했으니까.
대충 보니 식사 시간이 촉박하기도 하고, 제국 아카데미의 그 많은 인원들이 가문에서 먹던 방식대로 먹으려면 아카데미 부지 전체에 식탁을 깔아도 모자랄 테니 그런 것 같았다.
“오, 괜찮은데.”
가문에서 먹던 것만은 못하지만, 나는 입맛이 그렇게 까다로운 편이 아니다. 전생에서 산 세월이 지금 삶보다 더 길었으니까.
오히려 맛없더라도 무슨 음식이든 배만 채우면 된다는 쪽이다.
타르트 빼고.
그래서 나는 받자마자 별다른 망설임 없이 잘 먹고 있는데, 레일라는 이상하게도 가만히 있었다.
“왜 안 먹어?”
“…….”
레일라는 식기를 들 생각도 안 하고 가만히 식판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이상하다 싶어서 더 물어보려는데, 레일라가 간신히 대답했다.
“……어떻게 먹을지 고민 중이니까 기다려 봐.”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나야 전생에서 이것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서 밥도 먹고 잠도 자는 게 일상이었으니 상관없다만, 레일라는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서 티 내지 않고 적응하려는 모습이 퍽 기특해 보였다.
“맛은 좋네.”
다행히 레일라는 금방 적응했다.
음식들을 한데 모아 놔서 그렇지 맛 자체는 좋았다.
“격식은 좀 떨어지긴 해도, 은근히 편한데?”
“적응 빠르네. 좋아.”
아무래도 레일라는 마냥 깐깐하고 고고하게 구는 귀족 아가씨는 아닌 모양이다.
“그나저나 사람 엄청 많다. 점심 때마다 다들 여기로 모이는 건가?”
“간단하게 주전부리 사 먹기도 하고, 저기 광장 쪽에서 샌드위치 같은 걸로 때우기도 한다던데?”
사람이 정말 많다.
우글우글하다는 게 이런 느낌일까.
이런 와중에 연식이 좀 돼 보이는, 아니 학년이 좀 높아 보이는 학생들은 앉자마자 5분이 채 지나지 않아 식사를 마치고 허겁지겁 나가기 일쑤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공부하기 힘들다더니, 그 말이 딱인 것 같다.
“우리도 저렇게 되려나?”
“글쎄, 데인 너는 안 그럴 것 같은데?”
“응?”
“너는 잘하잖아.”
나는 그 말에 피식거렸다.
“잘하는 것도 다 노력해야 하는 거라고.”
물론 내가 재능이 있다만, 그렇다고 그 재능만 믿고 탱자탱자 노는 건 아니니까.
“그 이야기 들었어? 그 신입생 상대로 룰렛 돌리는 켄트너라는 녀석 말이야, 이번에 제대로 털렸다던데?”
“그래? 그 녀석 2학년 때부터 그거 하지 않았어? 그게 뭐 과제 하는 거라던데?”
그때 들려오는 흥미로운 이야기.
레일라도 먹다 말고 나를 바라보다 그쪽으로 귀를 기울였다.
“그럴 수도 있고 돈벌이일 수도 있고. 아무튼 그래서, 신입한테 제대로 털렸다는 거 아니겠어?”
“털려? 신입한테?”
“그렇다니까. 던졌다 하면 다 맞췄다던데.”
아무래도 내 이야기 같다.
“데인, 네 이야기 아니야?”
“그런 것 같은데.”
녀석들은 음식을 담으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런데 글쎄, 그 녀석이 데인 소그레스라는 거야. 이번 신입 수석. 자율전공 입학!”
“수석은 뭔가 달라도 다르네.”
“부럽다, 부러워.”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소문이 퍼진 것 같은데?”
“그러게. 너 안 그래도 유명한데.”
소그레스라는 이름을 달고 다니는 이상 한편으로는 당연한 일처럼 느껴진다.
물론 단검 던지기로 유명해질 줄은 몰랐지만.
아무튼 우리는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식당에서 나왔다. 따사로운 햇살 대신 약간 흐린 하늘이 우리를 맞아 주었다.
“데인, 다음 수업은 뭐야? 나는 검술개론!”
“나는 교양 강의 하나.”
“좋아. 그럼 끝나고 보물 지도 한번 같이 보자! 정원으로 바로 와! 먼저 끝난 사람이 와서 기다리기!”
안개의 정원.
생각하니까 미안하네.
하지만 난 차마 진실을 말할 수 없어 그렇게 레일라와 헤어지곤 드메르트동으로 향했다.
교양 강의가 주로 열리는 곳.
건물 앞 현판을 보니 아카데미 설립 당시 맨 처음으로 지은 건물 중 하나라고 한다.
내가 들을 교양 강의는 필수 교양 중 하나인 ‘제국의 역사’.
이미 여기 오기 전 집사장에게 교육받아 어지간한 내용은 다 아는 만큼 큰 걱정은 없었다.
그래서 강의실로 들어와 마침 창가 자리가 비어 그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는데, 옆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데인, 옆에 앉아도 돼?”
어니스트 딜런이었다.
“너도 같은 강의었구나.”
“응. 신입생들은 필수적으로 들어야 하는 강의니까. 혹시 너 있나 해서 찾아봤는데…….”
녀석은 아까 안개의 정원에서 신이 나서 떠들던 모습이 무색하게도 무척이나 쭈뼛거리며 나에게 물었다.
“혹시 옆에 앉아도 돼……?”
“그런 거 허락받아야 해?”
“아, 아니. 그런 건 아니고…….”
신기한 녀석일세.
아무튼 어니스트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내 옆에 자리를 잡았다.
“참, 데인. 몸은 좀 어때?”
“음. 크게 이상한 건 안 느껴지는 것 같아. 그냥 약간 달라진 정도?”
“뭐가 달라졌는데?”
“말하자면 좀 복잡한데, 나중에 자세히 설명해 줄게. 참, 맞다. 너한테 말하려고 하던 게 있었는데.”
내가 막 단검 던지기 1등 상품으로 타낸 아카데미 보물 지도에 대해 말을 꺼내려던 그때였다.
“뭐야, 너 어니스트냐?”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다.
그래서 고개를 돌리려던 그때 어니스트와 순간 눈이 마주쳤다.
두려워하고 있었다.
동공은 떨리고, 입술은 꽉 다문 채로 주먹을 쥔 채 몸이 부르르 떨린다.
뭘까.
흡사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병사처럼.
“이야, 맞네! 어니스트! 여기서 다 보네?”
이런 와중 다가온 무리는 다섯 명이나 되었다.
그들 중 덩치가 가장 큰 한 명이 어니스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러자 어니스트가 깜짝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다.
“브, 브론. 아, 안녕.”
“뭐야, 너 입학했어? 나 참, 그럼 말을 했어야지! 나도 이번에 입학했는데!”
친구 관계인가.
정상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데.
“자아식, 어떻게 들어 온 거야? 너는 아카데미 못 올 줄 알았는데. 하하. 농담이야, 농담. 무슨 말만 하면 쫄아서 벌벌 떨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안 그래?”
어니스트의 표정은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었다.
단순한 악우(惡友)일까?
아니면…….
“이럴 줄 알았으면 입학식 가는 건데, 안 그러냐? 따분한 줄 알아서 안 갔단 말이지.”
역시나.
“마침 잘됐다. 안 그래도 매점 멀어 보여서 귀찮았는데. 이야기는 나중에 천천히 하고, 만난 김에 매점 가서 샌드위치나 좀 사 와.”
“…….”
“뭐야, 왜 말이 없어?”
“나, 나 지금 친구랑 있어서…… 지금은 조금 곤란할 것 같은데…….”
“친구우? 너한테 친구우?”
말꼬리를 늘이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예전 같았으면 아마 혀를 잘랐을지도 모르겠다.
브론이라는 녀석은 날 바라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네가 어니스트 친구야? 신입?”
나는 가타부타 대답 없이 가만히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브론은 피식거렸다.
“이 새끼 봐라. 대답 안 하냐? 타 학부라 이거야? 너 어디 학부냐? 나 검술학부거든. 알아? 검술학부. 혹시 어니스트랑 같은 학부?”
어느 가문 출신인지 모르겠지만 껄렁거리는 모습이 전장에서 수도 없이 봐 왔던 시정잡배 출신들을 연상시켰다.
참고로 나는 그런 녀석들 교정 전문이었다.
뒷골목에서 주먹질 좀 했다고 전장까지 와서 뭐라도 된 것처럼 행동하다 된통 깨진 녀석이 여럿이었지.
가만히 고민하던 그때였다.
“자자, 강의 준비합시다. 다들 제자리로 돌아가세요.”
문이 열리며 교수님이 들어섰다. 나에게 다가오려던 브론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다 어니스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따 강의 끝나고 보자, 어니스트? 반가워서 할 이야기가 많아.”
등을 탁 치자 어니스트의 상체가 앞으로 기우뚱, 하고 기울었다.
“악!”
“새끼, 엄살은.”
그리고 그 녀석들이 떠나간 가운데 어니스트는 명백하게 공포로 떨고 있었다.
“괜찮아?”
“데, 데인…… 미, 미안해…… 괜히 나 때문에…….”
“뭐 하는 녀석들이야? 원래 알던 사이 같은데.”
어니스트는 쥐어 짜내듯 대답했다.
“고향에 있을 때…… 나 괴롭히던 다른 가문 녀석들…….”
무슨 느낌인지 대강 알 것 같다.
동네 친구라 이거지.
물론 친구 사이처럼은 안 보인다.
“아카데미가 워낙 넓고 학부도 많아서 안 마주칠 줄 알았는데…… 내 기대가 너무 컸나 봐. 미안해, 데인. 괜히 내가 옆자리에 앉는다고 해서 너까지…….”
“아냐, 상관없어.”
나는 덤덤하게 덧붙였다.
“이따 같이 갈 거거든.”
“가, 같이 가? 어딜?”
“이따 저 녀석들이 보자면서?”
“아니야! 나, 나 혼자 가면 돼!”
“그럼 무슨 일이 벌어지는데?”
“…….”
대답이 없는 걸 보니 내가 예상하는 게 맞는 모양이다.
“얕보이면 앞으로 계속 괴로울걸.”
“그야 그렇지만…….”
“그럼 알아서 해. 뭐, 나는 좋지. 바로 기숙사 가서 쉬면 되는 거니까.”
나는 어니스트 쪽에서 고개를 돌리고 교수님 쪽을 바라보았다.
“강의 시작한다.”
* * *
아카데미는 어니스트에게 모험의 땅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탈출구이기도 했다.
트라우마로부터의 탈출구.
어쩌면 도피처였는지도 모르겠다.
지방 귀족가문은 어릴 때부터 다른 귀족가문과의 정서적인 교류가 잦다.
가주들끼리의 교류가 곧 자제들끼리의 교류였고, 그 과정에서 가주들의 지위나 명성에 따라 자제들의 서열도 갈린다.
어니스트의 경우 딜런 가문이 탐험 외적으로 별달리 유명한 게 없어 자연스럽게 낮은 서열을 받아들여야 했다.
어니스트는 다른 귀족 가문 자제들의 지독한 괴롭힘 속에서도 버티다 결국 아카데미 입학을 택한 것이다.
하지만 누가 알았겠는가.
최소 입학 연령에 맞춰 자신을 괴롭히던 다른 가문 녀석들도 함께 입학했을 줄은.
특히 그중에서 브론이 있는 건 최악이었다.
“야, 근데 어니스트랑 같이 있는 놈은 누구냐? 저놈한테 우리 말고 ‘친구’가 있었어?”
“모르지. 입학도 했겠다, 운 좋게 사귄 놈일 수도.”
브론 사우어는 치클을 잘근잘근 씹으며 어니스트의 뒤통수를 노려보았다. 옆에 있는 은발 머리 녀석이 꽤나 거슬리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이따가 저 새끼한테 매점 위치나 좀 교육시켜. 시키면 바로바로 사 올 수 있게.”
브론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언제든 불러다가 부려먹을 부하가 생겼다는 건 무척이나 좋은 일이다.
사우어 백작가.
서부에서도 꽤 강력한 세력을 구축한 사우어 가문의 후계자인 그에겐 딜런 남작가 따위야 언제든 발로 밟을 수 있는 존재다.
“근데 그 테르미온 아가씨는 여기 안 온 거지?”
“그런 것 같은데. 다른 교양 듣나 봐.”
브론은 아깝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레일라 테르미온.
그렇게나 아름답고 멋있다던데.
벌써부터 선배들은 물론 같은 신입생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된 것이다.
‘내가 쟁취한다.’
브론은 출세욕이 높았다.
언제까지나 서부 촌구석에 처박혀 있을 수는 없었다. 아카데미에 온 이상 수도에서 인맥을 구축할 것이다.
그리고 브론은 그 인맥의 정점으로 레일라 테르미온이라는 트로피를 쟁취할 생각이다.
지방 귀족 남성의 출세 스토리.
그럴듯하지 않은가?
“오늘은 오리엔테이션이니 이 정도로 마무리하겠습니다. 개학일인데 다들 좋은 시간 보내길 바랍니다.”
오리엔테이션인지라 강의는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브론은 곧장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음 강의도 없겠다, 저 녀석을 데리고 한번 천천히 걸어 볼 생각이었다.
그래, 안개의 정원이 좋겠지? 거기는 날이 흐리면 항상 안개가 끼고, 안개가 끼는 날이면 아무도 오지 않는다고 하니까.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였다.
“어, 브론?”
무리 중 한 명이 브론을 부르며 강의실 문을 가리켰다. 어니스트 녀석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그 은발 머리 녀석과 함께 말이다.
“뭐야, 도망가는 거야?”
브론은 피식거렸다.
그래 봐야 손바닥 안이다.
놓쳐도 상관없다.
어차피 아카데미를 다닌다면 어떤 식으로든 마주치게 될 테니까.
이제 와서 벗어날 수는 없지.
“가보자. 어디까지 가는지 한번 보자고.”
덫에 걸린 사냥감을 쫓는다면 이런 기분일까. 브론은 무리와 함께 강의실을 빠져나와 어니스트의 뒤를 쫓았다.
옆에 있는 은발 머리 녀석이 묘하게 거슬렸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다다익선. 저 녀석의 친구라면 어차피 비슷할 테니, 한 명 더 부하가 생겨 편한 거 아닐까?
“근데 어디로 가는 거야?”
그렇게 얼마나 뒤쫓았을까.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서서히 줄어들었고, 어느새 이들은 정원 쪽으로 접어들었다.
브론은 실소를 터뜨렸다.
아주 알아서 걸어 들어와 주는구나.
어차피 여기로 올까 했었는데.
“어이, 이제 그만 멈추지? 어차피 갈 곳도 없어.”
브론의 외침에 멈춘 두 사람은 고개를 돌려 브론을 마주했다.
브론은 피식거렸다. 어니스트는 여전히 벌벌 떨고 있었다. 옆에 있는 녀석은 태연해 보이지만, 곧 비슷하게 될 것이다.
“이봐, 뭐 어쩌려고? 그냥 이야기 좀 하자는데.”
“글쎄, 얘는 아닌 것 같은데.”
데인은 어니스트를 가리키더니 브론에게 물었다.
“너, 친구 맞냐?”
“하하. 그럼. 친구 맞지. 아주 친한 친구. 너보다는 얘를 오래 봤거든. 그치, 어니스트?”
브론의 물음에 어니스트는 대답하지 않았고, 브론은 눈썹을 꿈틀거렸다.
“어니스트, 대답.”
“…….”
“너 미쳤냐?”
데인이 피식거렸다.
“봐, 친구 아니네.”
브론은 타깃을 돌렸다.
“넌 뭐 하는 놈이냐? 뭔데 끼어들고 지랄이야? 야, 뒤지고 싶냐?”
데인은 브론을 가만히 바라보다 물었다.
“내가 묻고 싶은데?”
“뭐?”
데인의 싸늘한 음성이 울려 퍼졌다.
“너는 뭔데 먼저 한 약속에 끼어들고 지랄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