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466)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466화(466/582)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466화
331. 제국의 큰손(4)
창술학부 1학년, 데인 소그레스를 동경하여 부스를 찾은 오르니어는 조금 멋쩍어졌다.
데인을 보자마자 가서 말을 걸어 보려 했는데, 먼저 도착한 사람이 있는 것이다.
‘엄청 고풍스럽게 입었네. 어느 가문 사람일까?’
곧 알 수 있었다.
저 사람이 웬델 탈리아라는 걸.
‘설마 보석을 사려는 건가?’
충분히 그럴 만했다.
탈리아 가문은 미술품 수집으로 유명한 가문이니.
오르니어의 가문에도 탈리아 가문이 주최하는 ‘펌 경매’에 참여한 경험이 있었다.
어린 시절이지만, 교양을 쌓아야 한다며 따라간 그 경매의 현장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엄청난 돈이 오가는 현장이었으니까.
한데, 자신의 예상과는 조금 달랐다.
“저는 알아요. 이 그림을 그리신 분이 더 유명해질 거라는 거 말이죠.”
‘그림?’
그림이라니.
보석이 아니었단 말인가?
“어니스트 딜런 님. 원하는 금액을 맞춰 드리죠.”
데인을 만나야겠다는 생각으로 왔는데, 흥미진진한 광경을 목격해 버렸다.
당사자들 사이에서는 긴장감이 맴돌고 있었지만.
‘이게 대체 무슨 경우야?’
특히 당사자 중의 당사자, 어니스트는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저는 그냥 모험하면서 취미로 그리는 것뿐인데…….”
“스스로의 가치를 굳이 낮출 필요가 있나요. 오히려 그렇다면 더 대단한 재능을 지닌 거죠. 모험과 탐험에서 그리며 키운 실력이기 때문에 더더욱 큰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는 거예요.”
예술이란 무엇인가.
사교계, 혹은 예술계에 슬쩍 던지기만 해도 온갖 종류의 말다툼이 다 벌어질 수 있는 질문.
그 질문이 지금 떠오르는 건 왜일까.
“저는 확신해요. 이 그림들은 트렌드를 이끌 수 있어요.”
이런 와중에 나오는 어마어마한 평가까지.
어니스트는 데인을 바라보았다.
데인은 아무런 반응도 없다.
알아서 하라는 걸까?
아니면…….
‘내 선택을 기다리는 건가?’
예전의 어니스트였다면 어쩔 줄 모르다 데인의 결정을 기다렸을지도 모른다.
데인은 자신의 세계를 바꿔 준 사람이었고, 이전의 어니스트는 유약했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달라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어니스트는 짧은 사이 치열하게 고민했다.
이 그림을 팔아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뭔지부터 시작해서 다른 모든 것들을.
그사이 유혹이 이어졌다.
“원한다면, 트렌드를 이끄는 것도 도와드릴 수 있죠. 저희 가문은 단순히 미술품을 사고팔지만은 않으니까요.”
어니스트는 생각했다.
우리 가문은 쥐뿔도 없다고.
그런데도 저렇게 이야기하는 걸 보면, 정말 자신의 그림이 마음에 든 모양.
예술 하는 사람들은 나쁘게 말해 불같고 좋게 말해 화끈하다더니, 딱 그랬다.
그래서 어니스트는 결심했다.
데인이라면 어떻게 말했을까, 생각한 뒤에 말이다.
“죄송합니다. 팔 생각이 없어요.”
웬델 탈리아의 목소리가 조금 높아졌다.
“가격도 아직 이야기 안 했는데.”
침착함을 가정하지만 바로 당황한 기색을 보인다.
“얼마를 말씀하시든 당장은 생각 없어요.”
그 덕인지 어니스트는 반대로 조금 침착해졌다.
“왜죠? 탈리아 가문이 지불할 수 있는 금액은 상상 이상일 텐데?”
어니스트는 고개를 저은 뒤 덧붙였다.
“지금 팔면 제 생애 가장 큰 손해를 볼 것 같아서요.”
“……뭐라구요?”
“저기, 미술학부 교수님들이 기다리고 계시거든요.”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
웬델은 그제야 지금의 이 상황을 깨달았다. 주변의 시선이 집중되어 있는 것이다.
웬델 탈리아가 특정 그림에 관심을 보인다.
그것만으로도 화제가 될 테고, 소문은 금방 퍼질 것이다.
그렇다면…….
‘경쟁자.’
재빠르게 마음에 드는 그림을 독식하려는 시도가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자신의 의도가 읽힌 것이다.
어니스트는 싱긋, 웃었다.
“그러니 가격 이야기는 전시가 모두 끝난 뒤 하겠습니다.”
“하.”
웬델은 어이가 없다는 듯 허리춤에 손을 올렸다.
자신이 누군가.
무려 탈리아 가문의 장녀다.
단순히 가문의 뒷배만 믿고 날뛴 적도 없다.
어린 시절부터 철저한 공부와 훈련, 수많은 경매 참여와 현장 경험으로 이미 엄청난 차익을 실현한 바 있다.
예술가라며 콧방귀 좀 뀌는 사람들도 웬델 앞에서는 한 수 접어야 할 정도.
데인도 그제야 나섰다.
“저희가 부스 운영으로 바쁘니 플리마켓이 모두 끝난 뒤 이야기하실까요, 선배님?”
“…….”
원래의 탈리아였다면 지금 즉시 가격을 불렀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섣부르게 가격을 불렀다간 향후의 기회마저 잃을 수 있다.
“……플리마켓이 끝나고 다시 찾아오죠, 어니스트 딜런 님.”
그렇게 웬델 탈리아가 물러갔다.
기다렸다는 듯 뒤를 따르는 여학생 둘을 데리고.
뒷모습을 바라보던 데인이 어니스트의 어깨를 툭 쳤다.
“강단 있던데.”
“후아. 후. 나, 나 잘한 거 맞지?”
“응. 잘했어. 지금 안 판 건 훌륭한 선택이야.”
“……실은 안 팔고 싶어.”
어니스트의 말에 데인과 레일라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엄청난 가치라면서? 팔면 가문에 큰 도움이 되지 않겠어?”
“맞아. 플리마켓 끝나고 이야기해 봐. 혹시 알아? 어니스트 네가 나중에 유명한 작가가 될지. 탐험작가.”
어니스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건 우리 동아리방에 걸어 둘 거야. 그런 가치를 지닌 그림이면, 더더욱 그래야 하지 않을까? 우리가 다 같이 함께한 흔적이니까.”
두 사람은 잠시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다 약속이라도 한 듯, 한마디씩 건넸다.
“그래, 음. 후회하지 말고.”
“뭐, 낭만 좋지. 동아리 이름처럼.”
뭔가 기대하던 반응은 아니었다.
“뭐, 뭐야, 그 반응들은?”
“아냐, 아냐. 결정에 후회 없길 바래.”
“다른 애들한테는 비밀로 할 테니까 플리마켓 끝날 때까지 고민해 봐.”
하지만 돌아서는 데인과 레일라의 입가에서는 아까보다 훨씬 진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플리마켓 1일 차.
시작부터 수확이 좋았다.
* * *
플리마켓에 대한 소문은 무척이나 빨랐다. 단지 빠르기만 한 게 아니라, 소문을 듣고 움직이는 사람들도 빨랐다.
“들었어? 귀한 보석들이 제국 아카데미 플리마켓에 전시된다던데.”
“뭐? 전시회 일정 들은 거 없는데?”
“그게 아니라, 어떤 동아리가 연 플리마켓 부스에서 전시되고 있대.”
“아카데미 동아리?”
처음에 무슨 아카데미 동아리 부스에서 하는 전시가 왜 인기를 끌고, 거기서 전시하는 보석이 귀해 봐야 얼마나 귀하겠냐는 말이 돌았으나-
“들어 보니까 데인 소그레스가 창설하고 이끄는 동아리래.”
“소그레스 백작가의 그 천재 도련님?”
“그래, 그 도련님.”
데인의 이름이 한 번 언급되자, 모든 의심은 눈 녹듯 사르르 사라져 버렸다.
소그레스 백작가.
이거 하나만으로도 충분한데, 본인도 그만한 신뢰성과 명성을 지니고 있었으니.
덕분에 플리마켓 부스는 2일 차인 오늘도 하루가 멀다고 보석 가격을 묻는 ‘손님’들로 문전성시였다.
“저, 저희 아버지, 그러니까…….”
“카셀 남작님, 맞으시죠?”
“예에. 그러니까 저 보석의 가격을…….”
“죄송하지만, 판매하지 않습니다.”
다른 보석도 아니고 하나는 난쟁이가 만든 물건이고, 또 하나는 아르카나처럼 지금은 사라진 나라의 기법이 적용된 물건.
그래서 인기는 더없이 높았는데 가격을 들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팔 이유가 없었기 때문.
“대충 세 봤는데, 오늘만 벌써 60명이 넘는 것 같아.”
레일라가 입가를 문지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냥 저기 팻말 하나 세우면 안 될까? 안 팔아요, 하고.”
“그런다고 안 물을 사람들이 아니거든. 어제 온 웬델 탈리아 못 봤어? 안 판다고 하니까 가문 재산 다 털어 올 기세였잖아.”
데인의 말이 맞다.
안 판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걸 보고 오히려 더 욕심을 낼 사람이 태반이다.
더 값을 치러서라도 사 갈 심산이 커지겠지.
문제는 이건 최종적으로 팔 계획이 있을 때나 먹히는 말이고, 데인은 팔 생각이 없으니 구태여 팻말을 세워 두지도 않았다.
“도대체 뭘 받으려고?”
“플리마켓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 거야. 일단 플리마켓에나 집중하자고.”
데인은 알투르와 함께 부스 인테리어에 쓰인 마법 도구들을 점검했다.
모래바람을 부르고, 열기를 내고, 냉기를 뿜어내는 부스의 모든 것들이 이 마법으로 만들어 낸 것.
“데인.”
도구를 점검하는데, 문득 알투르가 한 말이 있었다.
“나 이거 부스 만들면서 생각해 본 건데…… 나가서 이거 해볼까?”
“뭔 소리야?”
“아니, 그렇잖아. 이렇게 인기를 끄는데…… 이런 도구들을 전문적으로 제작해서 부스를 만들면 손님을 엄청 끌 것 같아서.”
임팩트가 얼마나 컸으면 마탑 들어가려고 갖은 애를 썼던 녀석이 이런 말을 다 할까.
“무, 물론 마탑은 갈 거야. 마탑 가서 사업도 하고 그러는 거지…….”
“니륵시온 마탑은 아마 겸업 금지일걸.”
“…….”
알투르의 꿈은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로 그렇게 격추당했다.
그래도 이런 말을 할 정도로 부스에는 손님들이 끊이질 않았고, 체험을 마친 사람들은 보석과 그림을 보며 감탄했다.
이후 하는 일은, 재체험을 위해 플리마켓을 끊임없이 돌며 대기줄이 줄어들길 기다리는 것이었다.
많은 손님들이 몰리니 대기줄이 너무 길어지지 않도록 중간에 잘라 통제하고 있었는데, 그 대기줄에 설 기회를 노리는 것.
아무튼 입장료는 무료지만, 덕분에 관심은 아주 높았다.
그렇게 3일 차.
플리마켓 마지막 날이 밝았다.
“후아, 오늘로 끝이네.”
개장 전.
레일라는 1일 차 손님과 2일 차 손님 숫자를 다시 한번 점검하는 한편, 문득 궁금해져서 데인에게 물었다.
“근데 데인, 돈을 안 받을 거면…… 저번에 어떤 이권이나 사업 지분? 이런 걸 노린다고 했었지?”
“응.”
“원하는 사업이라도 있어?”
데인은 그 물음에 망설임 없이 답했다.
“우리 동아리와 큰누나 이름을 걸고 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
“새로운 사업?”
“응. 여러모로 삶의 질을 높여 줄 거야.”
레일라는 데인이 도통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원래도 그런 녀석이었는데, 이번에는 더더욱 그랬다.
“……너랑 있으면 내가 테르미온인 걸 종종 잊게 되거든? 그러니까 나 화내기 전에 좀 더 쉽게 설명할래?”
“음.”
데인은 시퍼런 안광에 시선을 피하며 입을 열었다.
“간단해. 내 마력석으로 할 수 있는 게 많아.”
“그런데?”
“하지만 발명품은 양산되고 공급되었을 때 가치가 있거든.”
이제야 레일라도 슬슬 감이 잡히는 모양.
“어…… 그럼…… 그 양산을 도와줄 사람을 찾는다, 이 말이야?”
“바로 그거지.”
데인은 플리마켓 계획 전, 이번에 드레니크에서 얻은 비전 마법 분석을 위해 큰누나의 연구실에 들렀다.
그리고 그곳에서 이전에 발명품 활용으로 했던 이야기를 이어갔고, 본격적인 사업을 결심한 것.
“쉽게 말해 시설이 있어야지.”
“아…… 넌 진짜.”
“왜?”
“어떻게 이렇게 예상 못 할 말만 쏙쏙 골라서 하지.”
그야…….
데인은 속으로 중얼거리던 걸 멈추고 어깨를 으쓱였다.
“슬슬 개장하자.”
사실 말 안 한 게 하나 있다.
바로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것.
본래 목표했던 것과 완벽히 부합하여 큰누나와 맨 처음 언급한 사람.
정확히는…….
가문이다.
그리고 그 가문의 자제는 아카데미에 다니고 있다.
3일 차에도 안 오면 그다음 계획을 써야겠지.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반갑습니다, 데인 후배. 난 아카데미 경제학부 5학년, 콜튼 브랜슨이라 합니다.”
개장하고 1시간.
브랜슨.
제국에서 가장 큰 공장을 운영하는 가문.
그 가문의 자제가 마침내 찾아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