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47)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47화
22. 내 소개가 좀 늦었나?
브론은 어이가 없어 데인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저 미친놈이 뭐라고 하는 거지?
“너 뭐라고 했냐?”
“말했잖아. 내가 먼저 약속했다고.”
“약속? 아아. 뭐, 같이하기로 했나? 딱히 급한 것도 아닐 텐데 그거야 나중에…….”
“급한지 아닌지는 어떻게 알고?”
브론의 눈썹이 비틀렸다.
“아카데미 들어왔다고 뭐라도 된 줄 아나…….”
“그러는 너는 뭔데?”
“나? 들어봤나? 사우어 가문이라고, 서부에서도 가장 강력한 세력을 지닌 가문이지.”
브론은 그러더니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하긴, 너희 둘 손봐주는 데 중요한 사실은 아니지.”
브론은 더 말할 것도 없다는 듯 손을 들어 지시했다.
“야, 가서 조져.”
그 말에 어니스트가 심하게 떨었다.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올수록 떨림은 더욱 거세진다.
아카데미에서 폭력은 때론 정당화된다.
대놓고 폭력을 휘두르는 건 교칙 위반이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맞은 녀석도 때린 녀석도 입을 다물기만 한다면 상관없다.
그리고 그건 세상의 법칙이기도 했다.
‘죽었다.’
어니스트는 어린 시절부터 학습된 무기력함에 몸을 떨었다.
브론에게 걸핏하면 얻어맞고 때로는 구타까지 당하면서도 관계를 끊을 수 없었던 건, 무기력함이 학습되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용기를 내 간신히 아카데미로 탈출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마주치는 그 순간 찾아온 건 이전보다 더한 무기력함과 체념.
‘벗어날 수 없어.’
그때 데인이 어니스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어니스트가 다급히 말했다.
“지금이라도 피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아무리 너라도 저 녀석들은…… 정말 무서운 애들이야!”
“상관없어. 보답하는 거니까.”
“보, 보답?”
안개의 정원에서의 보답.
어니스트는 당황했다.
“다, 다들 무서운 애들이야! 특히 브론은 어릴 때부터 검술 천재라 불렸다고!”
검술 천재라.
데인은 그 말에 오히려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그거 궁금한데.”
어니스트는 멍하니 입을 벌렸다.
지금 얘가 뭐라고 하는 거지?
가만, 그나저나 쟤들은 얘가 데인 소그레스인 걸 아나?
만약에 알았으면…….
“쟤들이 날 모르는 것 같아서 다행이야.”
“으응?”
“어니스트. 이따 한 놈 양보할 테니까 주먹으로 턱을 날려 버려.”
“내, 내가?”
“나 믿고 그렇게 해 봐.”
데인은 알 수 없는 말을 하더니 어니스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알고 보면 별거 아닌 경우도 종종 있거든.”
데인의 말이 이어졌다.
“언제까지나 그럴 수는 없잖아?”
“…….”
그리고 말을 마침과 동시에 움직이는 데인.
“뭐, 뭐야!”
먼저 나선 세 명 앞에 다다른 건 순식간이었다.
한 녀석이 반사적으로 주먹을 휘둘렀지만, 데인은 가볍게 몸을 비틀어 피하고 씩 웃었다.
“먼저 휘둘렀다?”
“어, 어?”
퍼억!
그리고 믿기지 않는 일이 일어났다.
“아으으윽…….”
데인이 눈 깜짝할 새에 한 녀석을 잡아채 바닥에 메다꽂아 버린 것이다.
정원에는 정적이 흘렀다.
데인은 손을 툭툭 털더니 다른 두 녀석을 바라보며 말했다.
“별거 없네.”
그러곤 어니스트를 한번 바라보더니, 나머지 두 녀석 중 가까이 있던 녀석에게 다가갔다.
“이 새끼가…….”
통성명도 안 한 그 녀석은 무척이나 엉성하고도 어설픈 자세로 달려들었다.
적어도 데인이 보기엔 그랬다.
이놈은 천재가 아닌 모양이다.
“억!”
손가락을 튕겨 마력탄을 날려 주자 녀석이 코를 감싸 안고 그대로 나동그라졌다.
아마 무슨 영문인지도 모를 것이다.
일반적으로 마력탄은 마법사가 아니어도 쓸 수 있는 논체인 마법이지만, 그렇다고 쉽게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정신을 집중하고 마력을 재배열한 뒤 한데로 모아 쏘아내는 지난한 과정이 필요한 것.
하지만 데인은 짧은 시간 안에 해냈다.
천재니까.
그것도, 재능 천재.
‘생각보다 세게 나갔는데.’
정작 데인은 코피를 줄줄 흘리는 녀석을 보며 약간 당황했다.
고대의 마력 코어를 하나 만들어서일까.
그냥 손가락으로 튕기는 정도의 위력으로 쏘아 낸 줄 알았는데, 이건 뭐 주먹으로 후려친 수준이다.
이제 남은 건 둘.
“어쩔래?”
데인의 물음에 남은 한 녀석은 주춤거렸고, 브론은 당황한 채 할 말을 잃은 것 같았다.
“니들 별거 아닌 것 같은데.”
“브, 브론.”
남은 한 녀석이 뒤를 돌아보며 브론을 애타는 표정으로 바라보았지만, 브론은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비켜. 내가 직접 한다. 너는 저기 어니스트 저 병신이나 조져서 내 앞에 데려와.”
“오, 오케이.”
살았다는 듯 옆으로 비켜서는 녀석을 데인은 가만히 지켜보았다.
어니스트는 화들짝 놀랐다. 이쪽으로 정말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내, 내가 어떻게…….’
그때 데인과 눈이 마주쳤다.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시도라도 한번 해보라고.
어니스트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하, 할 수 있어.’
묘한 용기가 솟아난다.
데인과 함께 있어서일까?
그래,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수는 없다.
어차피 앞으로 계속 마주쳐야 하는데, 마냥 도망만 다닐 수 없다.
꾸욱.
어니스트는 마침내 주먹을 말아 쥐었고, 방금까지도 데인을 보며 벌벌 떨던 녀석은 이제야 살판났다는 듯 입맛을 다시며 다가왔다.
“뭐냐. 지금 주먹 쥔 거야? 그냥 몇 대 맞고 가자, 응? 살살 때릴게, 살살.”
히죽거리며 다가오는 모습이 더없이 공포스러웠지만…….
“안 되겠다, 좀 맞자.”
해낼 수 있다는 용기가 솟았다.
그렇게 녀석이 다가온 그때였다.
“어?”
순간 움직임이 멈추었고.
퍼억!
부지불식간에 어니스트의 주먹이 녀석의 턱을 아래에서 위로 후려갈겼다.
“억!”
순간 세상이 느리게 흘러가는 것 같았다.
공중에 살짝 뜨고, 입에서 약간의 피가 터지고, 그대로 바닥에 처박히는 그 일련의 장면들이 느릿하게 보였으며…….
털썩.
어니스트는 마침내 깨달았다.
자신이 난생처음으로 ‘저항’이라는 걸 했다는 사실을.
“내, 내가…….”
주먹이 벌벌 떨려오고 다리가 후들거렸다.
하지만 틀림없었다.
쓰러진 녀석은 미동도 없었다.
자신이 기절시킨 것이다.
데인은 그 모습을 보며 씩 웃었다.
거봐, 내 말이 맞지? 라고 하는 듯한 표정.
“해냈어…….”
어니스트가 감동으로 몸을 떨었다.
“저 병신이 진짜 이젠 하다하다 저런 찐따 새끼한테…….”
이런 와중 브론은 황당함을 넘어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기절한 녀석을 바라보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브론은 아버지가 입학 선물로 준 아공간을 열더니 느닷없이 검을 한 자루 꺼냈다.
“여기면 아무도 안 보이니까 상관없겠지.”
그러더니 마치 미친 사람처럼 비릿한 웃음을 머금었다.
“그거 알아? 여기는 날이 흐리면 안개가 낀대. 가끔 시체도 못 찾는다고 하던데.”
뒤가 없는 녀석일까.
아니면 그냥 미친놈일까?
“아, 그래도 살살 칠게. 겉으로는 안 드러나는 곳 위주로. 가슴팍에 멋들어진 흉터 하나 정도면 되려나?”
후자 쪽이 분명한 것 같았다.
데인은 그 말을 비웃듯 대답했다.
“다행이다.”
“뭐라고?”
“네가 날 몰라서.”
브론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네가 누군지 알면 뭐가 달라져?”
“알았으면 이렇게 시비 못 걸거든. 걸어 줘서 다행이야.”
브론은 웃음을 터뜨렸다.
“뭐, 그래서 어디 테르미온 공작가나 소그레스 백작가 아드님이라도 되나? 사우어 백작가 몰라? 서부의 패자이자 제국 전쟁의 영웅 가문 중 하나라고!”
브론은 더 말할 것도 없다는 듯 검을 허공에 한 번 휘둘렀다.
잘 벼려낸 칼날이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살벌했다.
하지만 데인은 태연하게 몸을 으쓱하더니 마침 눈에 띈 장대 하나를 집어 들었다.
정원 관리사가 두고 간 것 같았다.
그러고는 마치 창을 잡듯 가볍게 자세를 취했다.
“너 뭐냐? 그딴 걸로 날 상대하겠다고?”
데인은 브론이 비웃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고 장대를 한번 바라보며 태연히 대답했다.
“응. 될 것 같은데.”
“이 새끼가…….”
브론은 앞뒤 가릴 생각이 없었다.
사우어 가문의 뒷배라면 조금 문제가 된다 해도 충분히 무마할 수 있다.
아버지는 심지어 테르미온 공작과도 약간이지만 친분을 지니고 있으니, 이놈이 어떤 녀석이든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때문에 브론은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달려들었다.
‘적당히 후려 패다가 목 뒤에 문신이라도 하나 새겨 줘야겠군.’
상처를 볼 때마다 공포가 떠오르도록.
그나저나 저 녀석, 꼭 창을 쥐고 있는 것 같다.
창술을 배운 건가?
거기까지 생각한 뒤 달려들어 검을 내리그으려던 그때였다.
퍼억!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꺼어어억…….”
철그렁.
브론이 들고 있던 검이 바닥에 떨어지고, 브론은 복부를 부여잡은 채 그대로 엎어지며 숨이 넘어갈 것 같은 비명을 흘렸다.
‘바, 방금 무슨…….’
눈앞의 그 녀석이 순간 사라진 것 같았다.
하지만 더 생각하기도 전에 복부에 강력한 충격을 받고 검을 떨어뜨리고야 만 것.
“일어나. 진검 뽑았으면 끝장 봐야지.”
“끄으윽…….”
“우리 아버지가 그랬거든. 정당한 결투를 제외하고 진짜 무기를 뽑는다는 건, 끝장을 본다는 뜻이라고.”
대답할 겨를이 없었다.
간신히 몸을 일으키니 시야가 흔들거리고 속이 메슥거렸다.
단 한 대.
저 무기 같지도 않은 장대에 복부를 얻어맞은 것뿐인데 이럴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세상에…….”
어니스트는 입을 쩍 벌렸다.
최근 몇 년 사이 자신이 본 광경 중 가장 충격적이었다.
브론은 어니스트의 세계에서 가장 강하고 무서우며 두려운 존재.
그런 녀석이 단 한 번에 저렇게 바닥에 쓰러져 버르적거리고 있는 것이다.
브론이 자신의 생각 이상으로 약했던 걸까?
아니다.
데인이…… 말도 안 되게 강한 것이다.
“왜, 죽을 것 같아?”
“가, 감히 나한테…….”
죽을 것 같은 와중에도 브론은 마력을 끌어올려 복부 쪽으로 흘려보냈다.
통증이 살짝 가라앉았다. 시야가 흔들거리는 건 여전했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행운이라는 걸 깨닫게 해 주마!”
브론이 다시 땅을 박찼다.
어느새 검은 집어 든 채였다.
살벌하게 날아드는 검.
하지만 어니스트는 더 이상 걱정되지 않았다.
으득!
“으아악!”
처절한 비명 속에서 브론은 검을 들었던 오른팔을 장대로 맞고 다시 나동그라졌다.
“내, 내 파알!”
아무래도 팔이 부러진 것 같았다.
데인은 싱겁다는 듯 가만히 브론을 바라보았다.
브론은 온몸을 부르르 떨며 외쳤다.
“너, 너 뭐 하는 새끼야!”
그제야, 데인은 기다렸다는 듯 자신의 소개를 꺼냈다.
“데인 소그레스. 아켄 소그레스의 장남이자 자율전공학부 1학년이지.”
피가 모두 빠져나가면 이런 기분일까?
브론은 뒤통수가 싸해지는 기분이었다.
불현듯 떠오르는 소문들.
입학 당시부터 수도 없이 들었던 소문.
소그레스 백작가의 막내아들이 수석 입학도 모자라 50년 만의 자율전공 학부 합격까지 했다더라.
뭐, 흥미는 동했지만 그뿐이었다.
그냥 엄청 대단한 녀석이구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으니까.
이런 와중 브론이 들은 소문들 중 유독 떠오르는 소문이 있었다.
마치 머리카락을 은으로 짠 것처럼 그렇게나 아름답다더라.
바로, 지금 자신을 바라보는 저 녀석처럼.
“아, 내 소개가 좀 늦었나?”
그리고 한 가지 더.
‘푸른 광풍’이라 불리는 제국 최고의 창술사, 소그레스 백작.
장대를 든 데인에게서 그의 모습이 보였다.
‘이런 녀석이 저딴 녀석이랑 어울리는 거야?’
강자는 강자끼리 어울려야 한다.
강자가 약자와 어울리는 건, 강자가 약자를 불쌍히 여겨 잠시 어울려 ‘주는’ 것에 불과하다.
브론은 지금까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상식은 무너지고 있었다.
‘망할…….’
브론은 그날, 굉장히 오랜만에 떠올렸다.
‘공포’라는 원초적인 감정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