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498)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498화(498/582)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498화
350. 그래도 전쟁은 아닙니다
모로조프 소령은 여전히 혼미한 정신을 붙잡느라 물을 연신 들이켰다.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시원한 물의 감각에 소리가 절로 나올 뻔했다.
피를 너무 흘리고 이래저래 고생한 덕일까.
“후우.”
그렇게 한숨 돌리던 모로조프 소령은 슬쩍 배를 살폈다.
제대로 감긴 붕대다.
아까부터 느낀 거지만, 이런 솜씨는 보기 드문데.
전쟁을 겪은 이가 아닌 이상에야.
“몸은 좀 어떻소, 소령?”
바로 저 사람이다.
이 붕대를 감은 실력 좋은 의사.
밤 의사의 목소리에 모로조프 소령은 한숨을 내쉬었다.
“소령이라 부르지 않으셔도 됩니다, 주인장.”
“듣던 대로 대쪽같은 양반이군. 황실에서 제적 결정 좀 내렸다고 어디 그렇게 바로 말하오?”
“그 때문이 아닙니다. 제가 스스로 버린 겁니다.”
아직 완전한 몸 상태가 아님에도 형형히 빛나는 모로조프 소령의 눈빛에 밤 의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 그렇다면야.”
모로조프 소령, 아니 모로조프를 바라보던 밤 의사가 물었다.
“현기증은 좀 가셨나?”
“아직이오. 좀 어지럽군.”
“그럼 며칠 더 있다 가시게. 여긴 안전하니.”
밤 의사는 슬쩍, 아주 희미한 틈새로 밖을 내다보곤 덧붙였다.
“밖이야 좀 소란스럽지만.”
“……제가 정신이 없을 때 들어서 그런데, 다시 한번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아아. 그쯤이야.”
이어지는 간단한 설명.
“이름도 모르는 사내가 피를 흘리는 자네를 데리고 와서 치료해 달라 하더군. 지혈이나 붕대 감은 솜씨가 제대로였어. 그리고 대금을 치른 뒤 떠났지. 나에게 맡기고.”
“그게 끝입니까?”
“끝이지. 다시 오지 않았으니까. 자네를 잘 아는 것 같진 않던데.”
“…….”
모로조프는 머리를 열심히 굴려 현 상황에서 자신을 도울 만한 사람이 있나 떠올려 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없다.
체포부대의 그 시퍼런 서슬을 뚫고 자신을 구해 준 것도 모자라 밤 의사에게 맡기고 비싼 대금까지 치를 사람 말이다.
상황이 상황이지 않은가.
같은 반역자로 몰릴 텐데.
“누군지 전혀 모르겠군요.”
“바깥 상황들 들어 보니 꽤 큰일이 난 것 같던데. 그리고 모로조프 당신은 꽤 크게 다쳐 있었고. 당신 정도의 실력자를 다치게 할 정도라면, 상대는 상당히 강했다는 뜻이 되겠군.”
“그 상대로부터 저를 구해낸 사람이면…….”
“그보다는 더 강하다는 뜻이겠지. 뭐, 자네 정도의 덩치를 가볍게 들어 여기 눕힌 것만 봐도 대강 알 수 있었지.”
더욱 혼란스러워진다.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다만 좀 신기하게 이 이상은 관여하고 싶어 하지 않던 눈치로군.”
“……감사 인사도 못 전했는데.”
솔직히 죽은 줄 알았다.
다섯을 넘어 여섯 명째를 베어 넘겼을 때, 복부에 칼이 들어왔으니까.
그 순간 간신히 몸을 숙이고 둘을 더 베어냈지만, 그 이상은 버틸 재간이 없었다.
그래서 도망쳤고, 거의 잡힌 줄 알았는데.
가만, 그렇다면…….
“그럼 주인장께서는 저를 왜 이렇게까지 돌보시는 겁니까?”
“대금을 치르지 않았나?”
“그뿐입니까?”
모로조프도 밤 의사의 존재에 대해서는 안다.
다만, 일반적으로는 너무도 비밀스러워 찾아내기 어려워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만나 보진 못했었던 것뿐.
아니, 구태여 찾을 이유도 없었다.
“아무리 대금을 치렀다 한들, 당신도 위험해지는 건 매한가지일 텐데요.”
모로조프 소령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밤 의사는 문득 이런 말을 꺼냈다.
“어차피 소령, 아니 모로조프 당신은 여기서 나가면 죽소. 적어도 며칠, 아니 한 달은 넘게 여기 있어야 할지도 모르지.”
“…….”
“그러니 하나 물어보리다. 제국을 배반한 것이오?”
간단한 질문이었다.
모로조프는 고개를 저었다.
“전 언제나 제국을 위해 살아가는 군인이었습니다. 제가 ‘배반’한 대상은…… 황실이었죠.”
황실.
일련의 사건들을 덮고 자신을 영웅으로 만들어 감시하려 했던 자들.
못내 견디지 못해 도망치니 쫓아와 죽이려 했던 자들.
대답을 들은 밤 의사가 말했다.
“당신의 수배령이 내려졌소.”
“그럴 거라 생각했습니다.”
“잘 알겠지만, 이 작은 도시가 진정된다 한들 밖으로 나가면 잡히는 건 시간문제일 것이오.”
“…….”
“생각해 둔 방법은 있소? 당신을 도울 사람은?”
“없을 겁니다. 평생을 군에 몸담았고, 지금은 다행스럽지만 가족도 없죠. 전 이제 혼자입니다.”
씁쓸하게 말하는 그에게 밤 의사가 물어왔다.
“그럼 우리와 함께하는 건 어떻겠소?”
“무슨 말입니까?”
“어차피 모로조프 당신의 그 대쪽 같은 성정은 익히 알려져 있고, 황실을 ‘배반’한 동기 역시 우리의 마음에 들 것이오.”
우리?
“도대체 뭘 두고 우리라 말하는 것입니까?”
“그야…… 황실을 뒤엎고자 하는 이들이오.”
“……!”
모로조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지금 자신이 무슨 말을 들은 것인가?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까?”
“반응을 보니 우리가 아직 황실이나 군부 쪽에서는 잘 파악되지 않는 모양이군. 다행이오.”
“예?”
“그런 의미에서 당신 같은 사람은 언제나 우리가 필요로 하고 있지.”
“지금…… 뭐 스카우트 제의, 그런 겁니까?”
“바로 봤소이다.”
“허…….”
어이가 없는지 모로조프는 고개만 갸웃거렸다.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리인지.
요 며칠 사이 있었던 일들이 너무 대단해서일까.
모로조프 소령은 답답한 마음에 물었다.
“그럼 뭐, 혁명이라도 꿈꾸고 있다는 말입니까?”
“바로 맞췄소이다.”
“…….”
“뭐, 입에 담기 힘든 말이오. 하지만 모로조프 당신은 지금 밖으로 나가면 얼마 지나지 않아 죽을 신세이고, 엄한 마음을 품은 것 같다면 내가 죽여도 되지. 여긴 약품이 가득하오. 마음만 먹으면 당신에게 던져 깨뜨리는 것으로 3초 만에 절명시킬 독약도 있소.”
“…….”
하도 어이가 없었는지 모로조프 소령이 물었다.
“의사가 그런 말을 해도 됩니까?”
“그러니 묻는 것이오. 우리와 함께하겠소?”
“…….”
결국, 모로조프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차피 못 나갈 몸, 이야기나 들어 봅시다.”
* * *
밤이 되었고, 우리는 국경 인근을 살폈다.
횃불이 가득하고 병사들이 쉴 새 없이 움직이는 게, 모로조프 소령이 올 거라 확신하는 모양이다.
“이제 어둠도 충분히 생겼으니 이동해 볼까요.”
슬슬 어둠이 드리웠다.
이곳은 평야.
먼 거리에 있어도 상대방의 움직임이 모두 관측되는 지형이다.
그림자 숨기는 그림자가 이어져 있어야 가능한 만큼, 낮에는 그걸 쓴다고 해도 큰 의미가 없다.
그래서 밤까지 기다린 셈.
“그림자 숨기라는 게 편하고 좋긴 한데, 이럴 때는 밤에만 쓸 수 있다는 게 아쉽구나.”
“원래 숨어서 이렇게 길게 이동 못 해요.”
“아. 너라서 가능한 거였군.”
원래 그림자 숨기는 은신의 기술이다.
이동도 제한적으로 몇 미터 정도나 가능할 뿐.
내 마력이 좀 특별할 뿐이다.
“역시나.”
나는 군영으로 다가올수록 느껴지는 이질적인 감각에 안도했다.
안도한 이유는, 우리가 저 이질적인 감각에 포착되는 대상이 아니기 때문.
“확실히…… 무언가 헤집는 느낌이구나.”
“네. 마력입니다.”
“흠. 드레니크가 마력 감지 기술 하나만큼은 탁월하다더니.”
드레니크는 국가적으로 마법과 소환술을 배척한다.
하지만 전쟁을 거치며 알테온의 마법사와 소환술사를 상대하며 이에 대응하는 방식을 연구하고 발전시켰다.
지금 이 방법이 바로 그것.
원리는 잘 모르겠지만, 기계장치에 특수한 시약을 삽입해서 뭘 어떻게 한다고 했었는데.
뭐, 전쟁 당시에 드레니크로 잡혀간 마법사들이 꽤 있긴 했었지.
“그래도 대단하구나. 마력의 본질을 찾아서 그걸 분석하는 것 같은데. 흠. 너는 모르겠다만, 나는 꼼짝없이 감지되겠군.”
물론 마법사라고 다 걸리는 건 아니다. 마력을 재배열해서 펼쳤을 때 걸리는 거지.
다만 나는 예외다.
아무튼 그런 의미에서 크로스 교수도 이번만큼은 내 그림자 숨기에 의존해서 움직여야 한다는 뜻.
“그거 나도 배울 수 있는 거냐?”
“암살자 수업, 꽤 빡빡할 걸요.”
“흠. 리치라 어려우려나. 암살자들은 몸의 유연성부터 키운다면서?”
“작은 박스에 몸을 욱여넣는 것부터 시작하죠. 저희 어머니는 안 시키셨지만.”
“그럼 넌 어떻게 배웠냐?”
“그거 안 해도 몸이 유연하던데요?”
“……아주 다 타고나라, 응?”
그렇게 이동하며 우리는 국경 인근으로 빠르게 접근했고, 당연히 병사들도 우리의 접근을 알아채지 못했다.
“갑자기 이게 무슨 꼴이래?”
“난들 아나? 빨리 좀 움직여. 교대 안 갈 거야?”
“아, 거. 좀 늦게 간다고 무슨 일이야 있으려고.”
병사들도 이 난데없는 상황이 어이가 없고 당황스러운 모양. 장교들의 표정도 영 좋지 못한 것이, 지나가며 들은 대화는 이러했다.
“그래서, 모로조프 소령이 정말 망명했을 거라 생각하나?”
“잘 모르지. 근데 ‘소령’이란 직위는 붙이지 말자고. 요새 괜히 꼬투리 잡히면 피곤해.”
“하기야. 그래서, ‘모로조프’ 그 양반이 망명?”
“뭐가 됐든 망명은 아니야. 그런 대쪽같은 인간이 망명? 죽으면 죽었지.”
“그래서 이상하다는 거야. 그런 인간이 왜 황실에 반기를 드냐 이거지. 소문이 사실 아닌가?”
“쓰읍, 이 친구 진짜. 조심 좀 하라고. 누가 들으면 어쩌려고?”
“왜. 다들 쉬쉬하면서도 도는 이야긴데. 황실이 모로조프 소령을 희생양으로 내세웠다. 심지어, 잘못도 없는데?”
“거 참 진짜…….”
이쯤 되니 다들 알 만큼은 아는 모양.
이 정도면 좀 심각한데.
내가 있을 때만 해도 군부와 황실의 사이가 썩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되면 더더욱 안 좋아질 텐데.
“모로조프 소령이란 사람이 군부에서도 꽤 신망이 괜찮았던 사람 같구나.”
크로스 교수 말처럼, 군부 내 신망이 좋은 사람을 그렇게 내세워 놓고 팽했으니 이럴 만하지.
안 그래도 황실은 귀족파를 상대해야 하는데, 군부까지 적으로 돌린다면 골치가 많이 아플 것이다.
드레니크가 어쩌다 저렇게 됐나.
전쟁으로 돌려 두었던 갈등들이 전쟁이 끝나니 내부적으로 폭발하는 걸까.
정확한 정치 상황은 잘 모르지만, 어쨌건 갈등이 이렇게 표면화된다는 건……
“어째 우리가 계기를 제공한 것 같구나.”
언젠가 터질 폭탄을 미리 건드린 기분이라 해야 하나?
이놈의 사건사고는 참.
“스케일 커졌네요. 이제는 드레니크까지.”
“이제 알테온에서는 더 건드릴 게 없다는 증거지.”
“거, 그렇게 말씀하시면 제가 무슨 나중에 전쟁이라도 일으킬 사람처럼 들리잖아요.”
“아니었냐?”
“그래도 전쟁은 아닙니다.”
“거, 진지해지긴.”
아무리 그래도 전쟁은 안 된다.
무슨 일이 있어도.
“다 왔구나.”
그렇게 우리는 국경 앞에 다다랐다.
밤까지 기다린 보람이 있군.
물론 아직 안심할 때는 아니다.
넘은 뒤에도 한동안은 은신을 유지해야겠지.
그런데…….
마침내 국경을 넘으니, 상황이 드레니크에서만 심각한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허, 알테온에서도 비상이 걸린 것 같구나.”
보였다.
국경 인근.
부산스러운 알테온 병사들의 모습.
그리고 그 병사들 앞에 있는 사람은 바로 3황자 저하, 에드워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