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5)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5화
3. 일곱 번째 생일날(1)
소그레스 가문의 막내, 데인 소그레스를 축하하는 생일 연회가 시작되었다.
총 사흘 동안 소그레스 백작성에서 진행되는 연회.
전날부터 이미 귀족들이 속속 백작성에 도착했고, 현재도 제국 전체에서 초대장을 받은 귀족들이 당도하고 있었다.
그들에겐 이 연회는 단순히 ‘파티’에 초대받은 게 아니다.
전쟁에서 커다란 공적을 세우고 마침내 대륙 최강자 중 한 명이 된 소그레스 백작에게 점수를 딸 절호의 기회.
“아이고, 소그레스 백작님. 이렇게까지 나와 계시다뇨.”
“허허. 그럼 백작성의 주인이 손님을 직접 맞이해야지 누굴 시키겠습니까?”
“이러시면 제가 너무 송구스럽습니다.”
인자해 보이는 소그레스 백작에겐 당연히 이런 의도가 있었다.
전쟁도 끝났고, 슬슬 남부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고 소그레스 가문의 힘을 알리기 위한 수단이라 해야 할까.
물론 가장 큰 이유는 당연히 막내 데인의 생일을 가급적 크게 축하하기 위함.
데인이 어떤 아이인가.
1살 생일에 무려 네 개의 물건이 자기를 골라 달라고 아우성치듯 반응하지 않았던가.
아라벨라와 클레어의 일곱 살 생일 못지않은 규모로 이렇게 연회를 열어 귀족들을 초청한 건 그런 이유.
이런 가운데 이번 연회에 초대받은 손님들 중 가장 특별한 손님도 도착했다.
“하하하! 아켄! 이게 얼마 만인가!”
“공작님.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이 사람아. 딱딱하게 공작님은 무슨. 하던 대로 해, 하던 대로.”
“보는 눈이 많습니다. 형님 소리는 이따 하겠습니다.”
바로 테르미온 공작이었다.
아켄 소그레스와 더불어 전쟁영웅이라 불리는 사내.
알테온 제국 최고의 가문, 테르미온 공작가의 가주이자 ‘검은 파도’라는 이명으로 불렸던 헥사급의 검사가 바로 그.
또한 알테온 제국에서 황제 다음가는 권세를 지닌 가장 강력한 귀족이며, 그 영향력은 말할 필요도 없이 강대하다.
거기다 제국은 물론 대륙 전체에 극소수의 인정받은 사람만을 위해 무기를 만드는 것으로 알려진 ‘테르미온의 대장간’을 보유한 가문이기까지.
그리고…….
“어이쿠, 잘생겼네그려. 이 아이가 바로 자네가 그렇게나 자랑하던 막내 데인인가?”
“그렇습니다. 데인, 인사하거라. 테르미온 공작님이시다.”
지금 마주한 데인이 모를 리 없는 남자였다.
“데인 소그레스입니다. 테르미온 공작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허허. 거 참 똘똘하게도 또박또박 말하는구나!”
물론 데인은 전혀 티를 내지 않았다.
전생에서 자신의 목숨을 거둔 자라 할지언정, 중요한 건 지금의 삶이니까. 복수라는 감정과 거부감을 품기에는 전쟁터란 환경이 원래 그런 곳이었다.
다만, 피가 끓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전쟁터에서 구르며 새겨진 전사의 본능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서, 자네 따라 창을 배운다지?”
“그렇습니다.”
“아깝군. 골격이 딱 검 배울 골격인데.”
“보는 사람마다 그 소리 하시는 건 여전하시군요.”
“하하. 내가 그랬었나? 흐음. 이제 보니 검이나 창을 배울 골격보다는…… 나중에 여자 여럿 울릴 걱정부터 해야겠는데.”
“그게 다 절 닮아서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무슨 소리! 백작부인을 닮아서지. 어디 자네가 얼굴로 나설 계제인가?”
일종의 사석이라 그럴까.
테르미온 공작은 사람 좋은 호방한 웃음을 연신 터뜨리며 격의 없는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아차차. 내 정신 좀 보게. 이쪽은 우리 막내딸, 레일라네. 레일라, 인사하거나.”
“안녕하세요, 소그레스 백작님!”
발랄하게 인사하며 앞으로 슬쩍 나온 아이는 눈이 번쩍 뜨일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다.
“오! 소문의 그 수도의 이름난 레일라 아가씨군요. 반갑습니다, 레일라 아가씨. 하하. 소문대로 정말 미인이십니다.”
소그레스 백작의 말처럼 장밋빛 머리칼과 뚜렷한 이목구비, 그리고 새하얀 피부는 왜 이 먼 남부까지 소문이 났는지 알려주는 미모였다.
“허허. 요새는 미인이라는 단어를 아주 싫어한다네. 테르미온 가문에서 태어났으면 모름지기 검으로 평가받아야 한다면서 말이야.”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그 모습에 소그레스 백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제대로 교육시키셨군요.”
“아비 닮아서 자기 오빠들보다 벌써 검을 쥐고 휘두를 정도야. 아주 영특하지. 자네 아들과 일곱 살로 동갑이야. 둘이 인사 나누거라.”
레일라는 손을 내밀었다.
“반가워! 레일라 테르미온이야.”
“나도 반가워. 데인 소그레스야.”
두 아들딸의 귀여운 첫인사에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빙그레 미소지었다.
“참, 부인께서는…… 좀 어떠십니까?”
“아직 차도가 없네. 방법을 백방으로 알아보고 있지만…….”
테르미온 공작은 병을 앓고 있는 부인 이야기에 어두운 표정으로 말꼬리를 흐렸다.
“꼭 나으실 겁니다.”
“혹 내가 사라지더라도 이해하게. 급히 스크롤을 찢고 수도로 돌아간 거니까.”
“걱정하지 마십시오.”
소그레스 백작은 애처가로 소문난 테르미온 공작이 부인을 두고 어쩔 수 없이 여기까지 와야 했을 마음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슬슬 연회가 시작됩니다. 안으로 가시죠, 공작님.”
“아이쿠, 본성 앞을 너무 오래 막고 있었군. 가세.”
그렇게 테르미온 공작 일행은 소그레스 백작성의 환영단을 따라 본성으로 이동했다. 이런 와중 레일라는 데인을 힐끔거렸다.
남부까지 오는 긴 시간을 감내한 끝에 처음으로 마주한 또래 남자아이라서일까. 꼭 그런 이유만 있는 것 같아서는 아닌 듯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시작된 연회.
“인자하신 소그레스 백작님을 위하여!”
“소그레스 백작님과 데인 도련님께서 만수무강하시길!”
소그레스 가문의 연회에는 귀족이나 영지민을 구분하는 경계가 없다.
타 영지에서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방문한 귀족들은 물론, 백작가의 가솔들도 영지민들과 한데 섞여 먹고 마시며 이 연회를 즐기는 셈.
“저기, 저기 앉아 계신 분이 알테온 제국의 그 유명한 테르미온 공작이시군!”
“어쩜. 위용이 넘치시는데? 가서 술 한잔 따라드려야겠어!”
“따님도 어쩜 저렇게 인형 같으실까. 듣기로는 우리 막내 도련님과 같은 나이라지?”
“소니언 남작가에서도 왔군! 클레어 아가씨의 열 살 생일에도 오셨던 것 같은데!”
소그레스 백작가는 알테온 제국에에서도 손꼽히는 명문가.
그래서 방문한 귀족들의 면면 역시 어마어마한 수준이었다.
“백작님! 여기입니다! 저희 지구에서 만든 맥주 맛 좀 보시죠! 백작님 드리려고 특별히 만들어 왔습니다!”
“저민 양고기 좀 드셔 보세요! 저희 특제 소스에 찍어 드시면 아주 기가 막히답니다?”
“아이고, 저번에 오셨던 소니언 남작님 또 오셨네? 이번에는 저희 특제 스튜 좀 드셔 보시겠습니까?”
아버지 아켄 소그레스도, 어머니 릴리 소그레스도, 막내 아들 데인 소그레스의 생일을 축하하러 온 다른 귀족들도 어느새 자연스럽게 섞여 먹고 마시며 즐기고 있었다.
“오오! 백작부인. 손이 정말 빠르시군요. 술잔이 열 개나 되는데 3초도 안 걸렸습니다.”
“호호. 그런가요?”
전쟁에서 우정을 키운 소그레스 백작과 테르미온 공작도 정겹게 대화를 나눴다.
“그래, 아들 키우는 맛은 어떤가? 딸이랑은 조금 다르지?”
“어유, 천방지축은커녕 워낙 혼자서도 잘 자라서 뭐 한 게 있나 싶습니다. 누나들 보고 배워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하하. 그렇구만. 1살 때부터 재능을 보였다더니, 이거 벌써 철이 든 건가?”
“기왕이면 어리광도 부리고 그랬으면 좋겠는데, 그러질 않는군요.”
“그나저나 소문이 자자한 따님들은 역시 아카데미 건으로 오질 못했군.”
그는 자신의 큰아들 오웬 테르미온과 아라벨라 소그레스의 약혼을 넌지시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많이 아쉽겠구만.”
“뭐, 그렇죠. 어쩔 수 있겠습니까. 하하.”
“그나저나, 생일 주인공은 어디 갔는가? 똘똘한 녀석이라 몇 마디 나눠보고 싶었는데.”
그런데 이 생일의 주인공 데인 소그레스는 정작 어디로 간 건지 보이질 않았다.
테르미온 공작가의 막내딸, 레일라 테르미온도 마찬가지.
아켄은 당연하다는 듯 테르미온 공작이 따라 준 술을 단숨에 들이켠 후 대답했다.
“아직 일곱 살 아이이니 밖에서 뛰어놀고 있지 않을까요?”
* * *
연회는 아직 익숙지 않았다.
전생을 기억해서인지, 아직 어려서인지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전쟁의 기억과는 거리가 먼 광경이다.
그래서 난 적당한 틈을 봐서 빠져나왔다.
물론 어머니에게는 미리 말해두고.
“본 행사가 두 시간 뒤니까…… 여유롭겠구나.”
나는 정원을 걸으며 중얼거렸다.
연회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생일 선물 수여식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
“누나들이 왔으면 좋았을 텐데.”
당연히 나보다 일찍 아카데미에 입학한 누나들은 중간고사가 코앞인 관계로 이번 생일에 참석하기 힘들다는 편지를 보내 왔다.
아쉽지만 어쩌겠는가.
아카데미가 위치한 수도 근처에서 이곳 남부까지는 꽤 먼 거리고, 두 사람이 오기에는 쉽지 않을 테니까.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 속에서 연회장 근처 정원을 거닐 때였다.
휙, 휘익!
무기가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상하다.
수련장은 꽤 멀리 있을 텐데. 경비병들이 훈련이라도 하는 걸까?
그것도 아니다.
이런 큰 행사에는 모두 예외 없이 참여해야 한다며 정말 최소한의 경호 인력만 남겨두고 모두 연회 참가를 명하시는 분이 바로 아버지였다.
그마저도 교대로 돌아가며 최소한의 인력만 유지하는 편.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소리의 근원을 찾아낼 수 있었다.
“읍!”
한 꼬맹이가 정원 분수 부근, 꽤 넓은 공간에서 검을 수련하고 있었다.
휘두른다고 표현하지 않은 건 꼬맹이 나름대로 진지함이 가득 담겨 있었고, 검술의 자세 역시 상당히 잡혀 있었기 때문.
“왜 안 되는 거지……?”
나름대로 진지한 고민도 있는 모양이다. 나는 분수 근처에서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찌르고 베는 동작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그리고 어딘가 그 형세가 익숙하다.
“아.”
나는 곧바로 깨달았다.
이 아이는 아까 연회에 참석하기 위해 우리 가문을 방문한 귀족 중 한 명, 바우트 테르미온 공작이 데리고 온 레일라 테르미온이다.
그런데 지금 저 레일라 테르미온이 든 검에선 바우트 테르미온이 펼치던 검술의 향기가 나고 있었다.
내가 저 검술 잘 알지.
이런 가운데 질끈 묶은 은발을 휘날리며 열심히 동작을 이어가던 레일라는 별안간 한숨을 푹 내쉬었다.
“왜 안 되는 걸까? 나도 아버지처럼 마력 코어를 만들면…… 이런 동작이 가능한 걸까?”
레일라는 아마 자신의 검술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꼬맹이한테 이런 말은 그렇지만,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잘 흘러가던 검식이 흐트러지기 일쑤.
이유는 대충 알 것 같았다.
휙, 휘익!
그렇게 검술을 한창 감상하던 그때였다.
“누구야!”
일부러 기척을 내자 녀석은 화들짝 놀라 내 쪽으로 검을 겨누었다.
나는 양손을 들어 공격하거나 나쁜 의도가 없음을 확인시켜 주며 대답했다.
“수련을 방해하려던 건 아니었어.”
“……기척을 낸 순간부터 이미 방해한 거야.”
녀석은 날 빤히 쳐다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근데 너…… 신기하다?”
“응?”
“밤에 보니까 더 잘생겨 보여서.”
예상외의 대답에 나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