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519)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519화(519/582)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519화
359. 긴 알현(2)
수석 사무관 행크는 옷도 갈아입지 못한 채로 비몽사몽 알현실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언제쯤 끝날는지.’
알현이 길어진다.
새벽의 알현이 지금까지 아주 없던 건 아니지만, 보통 이런 시간대의 알현은 짧게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
긴급한 사안이라 긴 보고보다는 빠른 처리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벌써 2시간…….’
슬슬 동이 트고 있다.
도대체 안에서 무슨 이야기가 오가는 건지.
황제 폐하가 분노한 걸까?
설마 그런 거라면…….
“아니지, 아니야.”
정말 그랬다면 이미 난리가 나도 한참 전에 났을 것이다. 자신이 알던 황제는 그랬다.
여태까지는 과거형으로 치부할 만했는데, 앞으로도 제발 그러길 바랄 뿐.
“수석 사무관님.”
그때 들려오는 목소리.
고개를 돌려 보니 힐데론 경이 있었다.
“힐데론 단장.”
“저희 둘이 있을 때는 그냥 이름을 부르셔도 됩니다.”
“음. 그러고 싶은데 장소가 장소다 보니. 그냥 경으로 부르지.”
“그러시지요.”
같은 황실 식구들끼리는 대개 사이가 가깝다. 행크 사무관과 힐데론 경도 그렇다.
특히, 행크 사무관은 힐데론 경이 풋내기였던 시절부터 봐 온 사람.
“자네가 온 걸 보니 일이 쉽게 풀렸거나, 아예 안 풀렸거나. 둘 중 하나군.”
“후자입니다. 첩자들이 입을 안 여는군요. 아센트리오는 자신이 납치될 뻔한 거라며 고래고래 소리만 치고 있습니다.”
“으음. 어떻게 보는가?”
“글쎄요. 일단 드레니크의 첩자라는 건 확실하고…… 아센트리오의 경우 주장이 그렇지만, 여기까지 오면서 들은 데인 학생의 진술을 고려하면 납치보다는 전향 쪽이 더 가능성이 있습니다.”
“전향이라…… 아무리 그래도 전향이라니.”
전향, 그것도 마법사의 전향에 충격을 받은 듯 행크 사무관이 침음을 삼켰다.
“최근 상황들을 조사해 봤는데, 전향 동기도 그럭저럭 있는 편입니다. 일단…… 학계에서 영향력을 거의 상실하다시피 했고, 아카데미 내에서도 입지가 무척 위태로웠습니다. 아시다시피, 마법학부에서 그간 벌인 일들 때문에 교수 숫자가 부족해서 간신히 붙어 있는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러다 최근에 사직을 한 것이지요.”
“확실히, 사직까지는 동기가 분명하고 딱히 부자연스러운 게 없는데…… 아무리 그래도 전향은 조금 충격이군.”
“예. 아마 정말 전향이라면, 드레니크에서 엄청난 부와 명예를 약속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전쟁 때도 그러지 않았습니까?”
“…….”
행크 사무관은 전쟁을 경험한 세대.
그래서 드레니크와 알테온이 전향자를 만들고 그것으로 자국을 선전하려 애썼다는 걸 잘 안다.
“그럼 드레니크에서 뒤늦게 마법에 관심이라도 가지게 된 건가…….”
“굳이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나름 한 가락 하는 마법사를 데려간다는 거라면, 그런 의도가 맞을 겁니다.”
“흐음. 마법과 소환술을 그렇게나 배척하던 녀석들이…….”
“일단 신문은 계속할 예정입니다. 그나저나…….”
화제는 다른 쪽으로 돌아갔다.
“데인 학생은 아직 안 나온 겁니까?”
“그런 셈이지.”
“동이 트고 있는데, 별일이군요. 황제 폐하께서 야간에 알현하시는 것도 그렇고 이렇게나 오래 하시는 경우가 있습니까?”
“음. 거의 없지.”
“좋은 쪽으로 해석해야겠군요.”
“속도 편하군.”
“데인 학생이니까요.”
힐데론 경은 행크 사무관을 바라보며 씩 웃었다.
“데인 학생이라면 어디서든 잘하니까요.”
“갑자기 열렬한 추종자라도 된 건가?”
“함께 겪은 일들을 생각하면 그럴 수밖에요. 그냥…… 엄청납니다. 무슨 표현을 가져다 붙여야 적절할지 모르겠네요.”
그 말에 행크 사무관은 조금 놀랐다.
힐데론 경은 온화하지만 그렇다고 칭찬을 남발하는 사람도 아니다.
오히려 사람에 대해서는 냉정한 평가를 내리는 편.
“하기야…… 대단하지 않고서야 이렇게 자주, 많이, 밤에 알현에 불려가진 않겠지.”
행크 사무관도 인정했다.
데인 소그레스.
그야말로 대단하다.
안에서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 모르겠다만.
이런 가운데 마침내 열리는 문.
안에서는 데인 소그레스가 걸어 나오고 있었다.
“데인 학생.”
힐데론 경이 반갑게 데인을 맞이했고, 행크 사무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목은 붙어 있군.
제발로 걸어 나온 걸 봐선, 황제 폐하의 심기가 나쁘게 흘러가진 않았다는 뜻.
“다시 보니 반갑군요, 힐데론 경. 피곤해 보이십니다.”
“음. 데인 학생 덕에 이번 체포 건은 제4 기사단에서 맡아 담당하게 됐습니다.”
“잘됐군요.”
그 말인즉, 이번 일이 잘 풀리면 그 공도 제4 기사단에 간다는 뜻.
어쩌면 힐데론 경은 제4 기사단장 이상의 위치로 올라갈 수도 있는 일이다.
“언젠가 신세는 꼭 갚죠.”
힐데론 경이 씩 웃어 보였고, 그사이 행크 사무관이 물었다.
“이야기가 길어졌더군요. 별일 없으셨습니까?”
“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황제 폐하께서 황송하게도 이번 일에 대해 큰 칭찬을 해주시더군요.”
“아아.”
진심으로 다행이다.
재차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행크 사무관.
이제야 일이 좀 마무리된 것 같다.
“행크 수석 사무관님. 황제 폐하께서 찾으십니다.”
그때 들려온 내관의 말에 행크 사무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데인 학생, 토벌전 보상을 받아야 하니 나중에 다시 보지. 힐데론 경? 부탁하겠네.”
“알겠습니다. 다녀오시죠.”
행크 사무관은 헐레벌떡 옷매무시를 가다듬은 뒤 안으로 들어갔다.
평소의 알현실과 다르지만, 그래서 더 조심해야 하는 곳.
“음, 수석 사무관.:”
도착하니 이미 방첩대장과 내무대신이 도착해 있었다.
방첩대장.
그리고 내무대신.
한 명은 음지에서, 한 명은 양지에서 황제 바로 아래의 권력을 쥐고 있는 자들.
‘갑자기 이게 무슨……?’
방첩대장이야 매일매일 보고를 올리고 있으니 그렇다 치는데, 내무대신까지 왔다는 건 좀 심상찮다.
“세 사람이 모두 모였군.”
그때 마침내 입을 연 황제.
“정례회의보다 일찍 그대들을 부른 이유는 간단하다.”
세 사람을 따로 한 자리에 모은 것도 그렇고, 정례회의보다 일찍 불렀다는 건…….
앞서서 할 말이 있다는 거겠지.
“오늘 그대들에게 정례회의에서 논의할 이야기를 하나 미리 하고자 한다.”
방첩대장도, 내무대신도, 그리고 행크 사무관도 모두 황제의 말이 이어지길 바랐다.
아니, 어쩌면 원하지 않는 걸지도 모른다.
보통 이런 경우,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말이 나오는 경우가 많으니까.
그리고 예상대로였다.
다만…….
다만, 좀 많이 놀라웠다.
“드레니크와의 외교를 재개할 것이다.”
* * *
황제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약간의 시간을 들여 드레니크와의 외교를 재개할 경우 얻을 수 있는 여러 이득들을 설명했다.
일단 군비 감소로 세금을 다른 곳에 쓸 수 있게 되고, 긴장감 해소로 양국의 무역이 활발해지며 경제가 어느 정도 살아날 것이다.
그 외 양국이 교류하며 얻을 수 있는 유무형의 여러 이득까지.
물론, 시작부터 드레니크와 전면 외교 개방을 진행하는 건 아니다.
아마 그건 알테온인들부터가 반발할 테지.
당장 전쟁을 겪은 이들이 아직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살아 있는데, 그게 간단히 될 리 없다.
그러니 점진적으로 시작하는 것이다.
이번 첩자 건을 빌미로 마법 쪽에 먼저 외교 재개를 노리는 셈.
황제가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뭐, 곧 알게 되겠지.
하나 확실한 건, 황제는 전쟁으로 갈 생각이 전혀 없었다는 것.
“날 시험했다는 건데.”
그럴 생각도 없으면서 나에게 물었다는 건, 아마 이에 대한 나의 생각이 궁금했던 거겠지.
말 그대로…… 평가라고 해야 할까?
만약 내가 거기서 전쟁을 주장했으면 어땠을까.
“별로 재미없었겠지.”
아무튼 뭐, 토벌전도 마쳤고 황궁에도 다녀왔고 야심한 새벽의 알현도 무사히 끝났다.
그리고 나는 하루 머물다 가라는 말을 정중하게 사양하고 지금 막 황궁 밖으로 나왔다.
“해가 다 떴네.”
동이 다 트고 아침이 시작되고 있었다.
거리를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
어차피 나왔겠다, 나온 김에 여기저기 좀 들렀다 갈까 싶어 걸음을 옮겼다.
처음 간 곳은 오티에르 제약.
“은인님 아니십니까! 이게 얼마 만이죠?”
“오랜만입니다, 오티에르 자작.”
오티에르 자작은 마치 내가 10년 만에 방문하기라도 한 것처럼 격하게 환영해 주었다.
“생산은 좀 어떻습니까?”
“아주 좋습니다. 그리크 상단에서 많은 물량을 유통해 준 덕에 큰 걱정은 없습니다.”
“좋네요. 성과는요?”
“훌륭합니다. 제국 구석구석으로 필수 약재들이 배달되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해당 지역에 꼭 필요한 약들은 매우 저렴한 가격에 판매 중입니다. 서류는 곧 발송드리겠습니다.”
“좋네요.”
오티에르 제약은 아주 잘 돌아가고 있는 모양.
“그래서 말인데 일단 생산 라인을 3개 정도 더 늘려야 하나 고민 중입니다. 미래 수요까지 고려하면 상당한 양이라서요.”
오티에르 자작의 말에 난 잠시 고민하다 말해 주었다.
“10개로 하시죠.”
“네? 10개요?”
“네. 자금은 걱정 마시고, 10개 정도의 생산 라인을 늘릴 만한 부지를 찾아보시면 좋겠습니다.”
“10개나…… 그럼 수요를 한참 초과하게 될 텐데, 괜찮을까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나중엔 아마…… 10개도 부족하다고 느낄지도요.”
황제가 어떻게 나올지는 모른다.
하지만 생산 라인을 짓고, 가동에 들어가는 시점을 고려한다면 그쯤에 드레니크와의 외교가 진행될 수 있다.
나는 모로조프 소령을 치료하느라 찾아간 ‘밤 의사’를 떠올렸다.
거기 있던 알테온의 약품들.
정확히는 우리 오티에르 제약의 약품들.
그걸 음지가 아닌 양지로 유통시킬 수만 있다면?
“10개라…… 알겠습니다. 은인님께서 하시는 말씀인 만큼, 고민 않고 추진하겠습니다.”
물론 드레니크와의 외교가 그때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약품의 수요는 이미 알테온 내에서도 증가 중이니, 굳이 드레니크와의 외교가 아니더라도 늘리면 일단 남는 장사.
“네, 그럼 기획 후 연락 바랍니다. 참, 따님은 좀 어떻습니까?”
“아! 내년도에는 아카데미에 보낼 생각입니다.”
“좋네요.”
내년도 입학 예정이라.
어느 학부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지켜봐야겠군.
“그럼, 다음에 또 들르죠. 참, 투바는 잘 있습니까?”
“아, 그 친구 말입니까? 하하. 이제는 새로운 이름으로 불립니다. ‘딕슨’이란 신분을 얻었죠.”
“그래요?”
안 보던 사이에 신분도 잘 세탁하고 새 출발을 한 모양.
잘된 일이다.
한 번 암살자의 세계에 발을 들이는 그 순간, 평범한 삶으로는 절대 돌아갈 수 없을 텐데.
“잘됐네요. 나중에 안부 전해주십시오.”
“벌써 돌아가시게요? 식사라도 같이하고 가시면 좋을 텐데.”
“또 들러야 할 곳이 있어서요. 조만간 들르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은인님.”
그렇게 오티에르 자작의 배웅을 받아 공장에서 나온 나는 곧장 다음 행선지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