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522)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522화(522/582)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522화
361. 앙가트산(1)
조금 지난 일이지만 어니스트의 아버지, 딜런 남작을 만난 적이 있다.
딜런 남작은 우리가 가야 할 곳이 아리엘라산임을 추리해 주었고, 우리는 그곳으로 가서 모험을 하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때 딜런 남작이 알려 준 건 아리엘라산뿐만이 아니다.
바로 앙가트산.
드래곤의 둥지가 있을 법한 곳.
접근한다 싶으면 사람들이 강제로 돌아가게 만드는 ‘암시’가 걸린 곳.
그 암시는 무척이나 강력해서, 사람들은 자신이 암시에 걸려 걸음을 되돌린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할 정도라 한다.
쉽게 말해 그 산이 이상하다는 것 자체를 감지하지 못한다는 뜻.
딜런 남작은 오래도록 탐험했고 그쪽으로는 일가견이 있어 알아낸 모양이지만.
아무튼 나와 우리 마물, 동물, 드래곤 친구들은 그곳으로 가게 되었다.
“푸히히힝.”
키론은 아주 좋아 죽으려는 것 같았다.
아카데미 부지 안에서는 풀어 두었고, 보니아의 숲에도 종종 다녀가서 마물들을 쥐 잡듯 잡았다던데 그걸로 어디 만족할 녀석인가.
필요하면 달려 줘야지.
“숲지기 아저씨 안 괴롭혔나?”
“푸헤헹.”
괴롭혔군.
아무튼 키론을 타고, 카르나스를 품에, 토르키를 주머니에 넣은 뒤 마침내 아카데미 정문으로 나서자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와, 말이 무슨…….”
“말 갈기 윤기 보여?”
“가만, 데인 소그레스 아니야?”
“맞네! 데인 소그레스!”
키론은 사람들의 말을 알아듣고 시선을 즐기는 모양.
어째 하나같이 다 사람 말 알아듣는 녀석들과 함께하게 됐을까.
“푸히히힝!”
기분이 얼마나 좋으신지 갑자기 앞발을 들어 올릴 정도다.
그렇다고 내가 갑자기 떨어지거나 하는 일은 없었지만.
난 녀석의 갈기를 쓱쓱 쓰다듬으며 조용히 속삭였다.
“거리에서 괜히 나대면 두고 간다.”
“푸헹…….”
알아듣는 것 같은데 왜 비웃는 것 같지.
요새 내가 교육을 안 시켜서 그런가.
뭐, 앙가트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리니 가는 동안 교육하면 되겠지.
그렇게 수도를 빠져나와 마침내 길에 접어든 나는 카르나스와 토르키를 꺼내 두었다.
“끼-륵!”
“푸헹!”
“끼륵!”
“캐앵?”
이게 무슨 동물악단도 아니고.
카르나스는 키론 머리 위에, 토르키는 키론의 갈기 속에서 머리만 내 놓고 있었다.
그리고 이 세 드래곤, 동물, 마물 친구들을 바라보며 어이없이 웃는 나.
친구들과 모험 떠날 때랑 다른 기분인데.
난 일부러 사람이 없는 곳으로 방향을 잡았다. 주변에 지켜보거나 따라붙는 녀석이 없는지도 확인하고.
늘 그렇듯 한 녀석이 있긴 했지만, 나와 거리를 두고 따라오는지라 딱히 신경은 안 쓰인다.
“산에는 못 들어올 텐데.”
베나티오 녀석.
저렇게 쫓아오다 또 놓치게 생겼다.
앙가트산으로 같이 들어갈 생각은 없으니까.
뭐, 들어오면 좋은 구경 하겠지.
그나저나 저 녀석은 카르나스를 와이번 새끼쯤으로 생각하려나?
“끼륵?”
“와이번이랑 많이 다른데, 그치?”
하기야.
드래곤을 ‘드래곤’이라 인식하고 본 사람은 이 세상에서 손에 꼽고, 그마저도 나와 내 주변 사람들로 한정된다.
그러니 당연히 와이번의 새끼라 생각할 수밖에.
다행스럽게도 내 소환술의 재능이 그걸 ‘사실’로 만들어 주고 있다고 해야 하나.
“앞으로 하루면 되겠군.”
수도 인근의 앙가트산까지의 거리는 멀지 않다. 그리 큰 산도 아니고, 주변이 위험한 것도 아닌지라 접근성은 무척이나 좋았다.
어느 나라나 그렇긴 하겠지만, 알테온에는 특히 산이 많은 느낌이란 말이지.
한때 귀족들 사이에서 등산이 유행했었다고 할 정도로.
물론 귀족들의 유행이라는 게 항상 바뀌는 법이라 지금은 등산하는 사람이 없다고 하지만.
사실 산에 서식하는 마물들이나 위험한 맹수들을 고려하면, 귀족들 입장에서 등산은 마냥 안전하고 좋은 취미만은 아닐 것이다.
“끼륵!”
“푸헤헤헹!”
“캐앵? 캐앵!”
오랜만에 밖에, 그리고 답답함 없이 모습을 드러낸 우리 친구들의 기분 좋은 울음소리 속에서 나는 천천히, 그리고 느긋하게 말을 몰았다.
그러다 밤이 되었고, 난 적당한 바위와 나무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잠이 그리 많지 않아 그냥 쭉 가도 되고, 키론 녀석의 체력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그래도 이런 낭만이 있어야지.
탁, 타닥.
모닥불 타드는 소리.
찌르르…… 삐이…….
풀벌레 우는 소리.
휘이이.
나뭇잎 사이로 스미는 부드러운 바람까지.
“좋네.”
이런 한적함도 나쁘지 않다.
친구들이랑 같이 왔으면 시끌벅적하고 조용할 일이 없었겠지만, 가끔 이런 고요함도 있어야지.
“먹을래?”
“끼륵.”
보존 마법으로 공수해 온 신선한 고기도 구워 카르나스와 나눠 먹고, 이후 특제 스튜도 끓여 배도 채웠다.
토르키는 미리 챙겨 온 나무열매를 챙겨주었고, 키론 녀석은…….
두두두두-!
이때다 싶어 달리러 가 버렸다.
“낮에 달린 거로는 부족했나.”
말은 달리지 않으면 병에 걸린다더니, 저 녀석은 아마 하루 종일 뛰어 줘야 건강하지 않을까.
뭐, 아침에는 돌아오겠지.
그나저나 앙가트산에 도착하면 정보 수집부터 해야겠다.
사람들의 소문들을 수집해서 접근이 어려운 지점을 탐색하고, 그러다 보면 대략적으로 드래곤의 둥지가 있는 곳을 유추할 수 있겠지.
이후에는 그곳으로 가서 카르나스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아리엘라산에서 그랬던 것처럼.
시간이야 좀 걸리겠지만, 어차피 방학이고 하니 촉박할 건 하나도 없다.
이참에 여행도 하고.
“슬슬 잘까?”
“끼륵!”
아공간에서 텐트를 꺼내 설치하고, 안에는 푹신한 매트도 깔았다. 이후 침낭도 깔아 두니 완벽한 잠자리가 완성되었다.
이제 잠들기만 하면 되는데…….
“쟤는 뭐 하나.”
저기, 적당히 거리가 떨어져 있는 나무 뒤에서 날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뭐, 날은 안 추우니까.
알아서 하겠지.
그렇게 기감을 닫고 잠들어 보려던 그때였다.
쟤‘들’은 또 뭘까.
텐트 문을 닫으려 하자 이쪽으로 슬금슬금, 다가오는 녀석들이 있었다.
숫자는 열 명 정도.
숨을 죽인 채, 불빛도 없이 어둠을 틈타 다가오는 모습.
“음.”
다시 기감을 열고, 텐트 틈새로 살짝 보니 접근하는 모양새나 움직임들이 영 어설프다.
그럭저럭 대형은 갖추고 흩어지는 것 같은데, 글쎄.
마침 잘됐다.
잠들기 전에 몸이나 좀 움직여 볼까.
* * *
전쟁은 많은 걸 파괴하고, 희생을 강요한다.
전후의 혼란은 보통 거기서 기인하는 편이다.
물론 알테온도 이를 잘 아는 만큼, 전후 여러모로 많은 노력을 기울여 혼란을 줄이려 애썼지만 그 흔적들이 종종 남아 있는 편이다.
이를테면 도적단이 바로 그것이다.
다른 말로는 산적단.
조금 부정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상종 불가능할 깡패 집단.
그 세력들은 대부분 전쟁 중에 생겨나 전후 절정을 찍었고, 이후 제국군의 대대적인 토벌 작전으로 거의 붙잡히면서 와해되었다.
하지만 늘 그렇듯, 그 와중에도 살아남은 녀석들이 있는 법.
이후 제국 황실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근근이 명맥만 이어 오다 최근 ‘사업 방식’을 변경한 도적단이 바로 그렇다.
참고로 이들은 표면적으로는 결코 도적단이 아니었다.
그럭저럭, 실력 좋은 녀석들이 모인 일종의 용병집단.
리더의 이름을 따 ‘제프 용병단’으로 불리는 그들은 실제로 괜찮은 용병단이라 평가받고 있었다.
맡긴 임무는 확실히 수행하고, 금전 계산도 칼 같다. 단골 고객에게는 필요 이상의 결과를 가져다주는 서비스 정신까지.
경쟁이 치열한 이 사회에서 그야말로 이 시대에 걸맞은 용병단이라 할 수 있겠다.
다만, 용병단 활동 이면으로 도적질을 한다는 게 다소 독특한 일면이다.
“대상은?”
“이제 텐트로 들어갔군. 텐트 좋아 보이는데.”
“말은 도대체 어디로 간 거야? 실루엣만 봐선 꽤 커 보이던데. 그 정도면 값이 상당하지 않나?”
“아마 돌아오겠지. 그건 나중 일이고, 대상만 제대로 털자고.”
대장 제프를 중심으로 대화를 나누는 이들은 당연하게도 지금 용병 의뢰를 수행하는 게 아니다.
바로 지금 막 텐트로 들어간 한 여행자를 털어 버리려는 것.
“한탕 제대로 하고 거점을 뜨는 거야. 다음은 서부로 가는 거고.”
제프의 말처럼, 이들은 지금 마지막으로 한탕 할 생각이었다.
그 한탕이 여행자 한 명 터는 게 고작이냐 할 수 있겠지만, 그간 쌓인 경험상 이는 충분히 한탕이 될 수 있다.
요새 귀족 자제들 사이에서 ‘모험’이 유행하고 있기 때문.
실상 모험이라기보다는 홀로 시종 없이 떠나 목적지까지 가는 그냥 여행 수준이었지만, 평생 사용인들이 떠받들어 주다 혼자 떠나는 것도 그들에게는 모험인 모양.
“하여튼 유행 참 좋아. 이런 기회도 자주 생기고.”
“저번에 털어버린 녀석은 아주 눈물콧물 질질 짜던데. 그런 녀석이 여행?”
“귀족들 참 순수하지.”
제프는 그 유행을 만든 제국의 한 천재 소년에게 깊은 감사를 보냈다.
뭐라더라.
그 데인 소그레스라는 소년이 아카데미에서 한 동아리를 만들었고, 모두가 그 동아리를 선망한다던데.
그 동아리가 모험도 여기저기 다니면서 이런저런 업적을 세우니 그게 귀족 자제들에게 큰 반향을 부른 모양이다.
‘다 그 녀석 덕분이지.’
그렇게 나름대로 ‘위험’을 무릅쓰고 떠난 귀족 자제들은 실제로 털어갈 게 참 많았다.
나름 모험가답게 수수하게 입는다고는 했지만 옷 한 벌도 금화 수백 개를 호가하고, 무기를 포함한 소지품도 엄청난 고가.
그뿐인가.
타고 있는 말도 매우 비싼 데다, 꼭꼭 숨긴 아공간을 털면 보석들이 쏟아져 나온다.
거기에 털기도 편하다.
모험의 기본은 ‘리얼리티’라면서 가문에서 어떻게든 붙여 주려 하는 호위병력도 기를 쓰고 마다하니, 그야말로 내놓은 먹잇감인 셈.
“이번에 제대로 털고 마무리해야겠군.”
물론 꼬리가 길면 밟힌다.
그간 턴 귀족 자제만 다섯.
이걸 마지막으로 슬슬 자취를 감추는 게 좋다.
야밤에 습격하고, 신분도 확실히 숨겼지만 그래도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법.
“슬슬 움직이자고.”
제프의 지시에 모두가 일제히 이동했다.
어둠에 몸을 묻은 채 천천히, 그러나 확실히 접근한다.
사방은 고요하고, 불빛은 저기 멀리 보이는 텐트의 다 꺼져 가는 모닥불 불씨뿐.
“산개.”
손을 들자 두 명씩, 둘로 나뉘어 양쪽을 포위하며 접근했다.
퇴로는 확실하게 차단한다.
이후 제프는 나머지 두 명과 함께 정면으로 천천히 접근했다.
여전히 고요하다.
상대가 눈치챈 것 같진 않다.
‘이번엔 얼마나 털 수 있을까.’
하나만 털면 대박이다.
이제 슬슬 이 사업도 방식을 변화시킬 때가 된 것 같았다.
다들 나이도 먹어가는 만큼, 위험부담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어디 자그마한 도시에 정착해서 떵떵거리며 살면…….
‘행복한 여생이지.’
제프는 흐뭇한 미소를 일단 감추곤 텐트로 다가갔다.
그리곤 모두를 한 번씩 바라보곤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탈탈 털어먹을 시간.
제프는 텐트 문을 붙잡고 단번에 확 열어젖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