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525)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525화(525/582)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525화
361. 앙가트산(4)
남자는 불콰하게 취한 표정으로 비웃음을 던졌다.
“푸흐…… 용건 없으면 가쇼. 치러 왔으면 미리 돈이나 주고 치던가.”
난 그 말에 주머니에서 금화 하나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 두었다.
순간 빛나는 남자의 눈.
“……뭐 얼마나 때리시려고?”
술이 조금 깨기라도 한 걸까.
하기야, 금화가 여기 여관 1층 술 마시는 테이블에 올라올 만한 금액은 아니지.
하지만 올려 둔 데엔 다 이유가 있다.
내가 손을 들자 곧바로 다가오는 종업원.
“여기, 이 돈 받고 이자가 원하는 만큼 술을 주십시오.”
“어…… 그…….”
금액이 너무 컸는지 종업원도 당황하긴 매한가지.
“한 나흘치 되겠습니까?”
“……일주일도 충분합니다.”
금화 하나면 일주일 동안 이곳의 싸구려 맥주를 마음껏 먹고도 남는다는 뜻이었다.
“그럼 그렇게 하지. 앞으로 일주일 동안. 이자가 달라는 대로 맥주를 주시면 되겠습니다.”
“아, 알겠습니다.”
처음 받아 보는 종류의 주문인지 당황한 것 같지만, 종업원은 금화를 눈앞에 두고 잘못된 선택을 하진 않았다.
“저…… 그럼 손님도 한잔 드립니까?”
“난 됐습니다.”
말했듯 나는 내가 술을 마실 준비가 되었을 때, 최고의 안주와 함께 최고의 한 잔을 단숨에 들이켤 예정이다.
이런 싸구려 맥주로 내 목표를 망칠 수 없지.
잠시 후, 내 앞에 맥주잔이 놓였다.
남자는 그 맥주잔을 멍하니 바라보다 별안간 어깨를 들썩이며 웃었다.
“혹시 정말 깽값이라도 주러 오셨수? 날 치고 간 놈이 어디 한둘이어야지.”
흐흐, 숫제 체념한 사람처럼 웃음을 흘리던 그는 나와 눈을 마주치며 물었다.
“아니면…… 집 나간 내 마누라 새 남편이 보내기라도 한 거요?”
잠시 그의 반응을 지켜본 나는 본론에 들어갔다.
“앙가트산.”
그 한마디에 웃음이 뚝 멎었다.
순간, 남자의 눈빛이 정상으로 돌아온 것도 보았다.
흐리멍덩하던 눈이 아주 잠깐이나마 이채를 띤 것.
하지만 아닌 척, 이내 다시 눈빛을 감추곤 힘없이 중얼거렸다.
“그딴 별 볼 일 없는 산 이름은 도대체 왜 꺼내는 거요?”
역설적으로, 별 볼 일 없는 산이라는 멸칭 덕에 이 남자가 앙가트산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거기서 무슨 일을 겪었습니까?”
“…….”
남자는 침묵했고, 나는 뒤를 돌아 우리 쪽을 바라보며 언제든 달려올 태세를 갖춘 종업원을 향해 턱짓했다.
“금화 정도야 얼마든지 거슬러 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이 한 잔으로 오늘 밤이 끝나겠죠.”
남자는 말 없이 맥주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별안간 중얼거렸다.
“그딴 망할 산…….”
부르르, 꽉 쥔 채 떨리는 주먹.
분노가 느껴졌고, 난 그 이야기가 궁금했지만 남자가 맥주잔을 다 비울 때까지 잠자코 기다렸다.
그리고 남자가 다시 두 잔을 추가로 비울 무렵, 마침내 입이 열렸다.
“거기서 있었던 일을 해 주시겠습니까?”
남자의 머뭇거림이 느껴졌다.
술에 취했으나, 이 순간만큼은 정신을 붙잡으려 애쓰는 모습.
“왜…… 들으려 하는 거요?”
“궁금하니까요.”
“하…… 당신도 어디 가서 전설이라도 들은 거요? 말도 안 되는 허무맹랑한 그 전설?”
“전설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날 바라보는 남자.
“그것도 아닌데 도대체 왜 앙가트산에 들어가는 거요? 레인저도 철수했고, 마물들도 별거 없는데.”
“궁금해서 그렇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정말 전설을 들은 게 아닌 거요?”
“그 전설이 뭔지부터 좀 들어 봅시다.”
내가 의자를 끌어당겨 앉자, 남자는 한숨을 쉬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드래곤의 전설이라는 게 있수다.”
드래곤의 전설.
이거 딱 들어맞는군.
“역시나.”
“뭐라고 하셨소?”
“아닙니다. 계속 이야기하시죠.”
“그러니까…… 난 이곳 토박이요. 어릴 때, 아무도 상대해 주지 않던 걸인이 있었지. 다리 하나가 없고, 수염은 덥수룩하게 자라난 데다, 온몸에서 악취를 풍기는 그런 흔한 걸인이었소.”
이어지는 이야기란 그랬다.
남자는 어느 날, 갑자기 측은지심이 든 나머지 걸인에게 자신이 먹을 빵을 주었다고 한다.
검고 딱딱한 빵이었지만 걸인은 그걸 참 맛있게도 먹었더랬다.
그리고 보답이라도 하듯 들려준 이야기가 바로 그 드래곤의 전설이라는 뜻이었다.
“그때 들은 이야기는 이러했습디다. 실은 저 앙가트산 아래 드래곤이 있다는 말이었죠.”
앙가트산 아래 드래곤?
드래곤의 둥지가 아니라 이 말인가?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한 욕심 많은 드래곤이 있었다.
사람들을 못살게 굴고, 심지어는 같은 드래곤도 괴롭히던 한 못된 드래곤.
거기다 욕심도 많아 여기저기서 빼앗은 보물들을 산처럼 쌓아 두었더랬다.
하지만 너무 포악한 나머지 아무도 그를 건드릴 수 없었고, 왕이 보낸 토벌대는 드래곤이 내뿜은 숨결 한 번에 모두 쓸려 나갔다고 한다.
결국 사람들이 의기투합하여 내놓은 방법은 ‘저주’를 거는 것.
물리적으로도, 마법적으로도 상대를 할 수 없으니 아예 다른 힘이라면 먹히지 않을까 하고 꾀를 냈단다.
“그 드래곤에게 저주를 걸기 위해 무려 1만 명분의 시체가 필요했다고 하지. 물론 당시에는 전쟁이 지속되고, 들판에는 시체가 널브러져 있고, 드래곤이 재미 삼아 죽인 사람들까지 더하면 1만 명의 시체는 너끈하게 모을 수 있었다고 하더군.”
그렇게 만 명의 시체를 산처럼 쌓아 두었고, 거기서 흘러 나오는 죽음의 기운과 아주 오래된 저주의 기원을 합쳐 마침내 저주의 구슬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누가 드래곤에게 이 구슬을 가져갈 것인가?
“그 문제로 서로 떠밀다 마침내 구슬을 손에 쥐게 된 사람은 한 어린아이였다 이 말이외다.”
“어린아이라…….”
“인간을 괴롭히지만 인간을 경계하는 드래곤이니 그간 숱한 토벌에도 멀쩡할 수 있었고, 그래서 어린아이를 들이밀면 드래곤을 속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거요.”
예나 지금이나.
세상에서 가장 잔혹한 건 사람이 아닐까 싶다가도, 얼마나 시달렸으면 저런 방법을 생각해 냈을까 싶다.
아무튼, 이야기는 이어졌다.
이후 어린아이는 드래곤에게 구슬을 가져갔고, 드래곤은 다행인지 불행인지 어린아이가 바치러 온 구슬을 받아들었다고 한다.
“이후 드래곤은 죽은 듯이 잠들었수다. 사람들은 환호했지. 자신들을 괴롭히던 드래곤이 마침내 사라졌으니까. 하지만 곧 어린아이도 돌아오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고.”
아이는 돌아오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정확히 어떻게 된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아이는 사라졌다.
“이후 사람들은 아이를 빠르게 잊고 잠든 드래곤이 다시 깨어나도 더 이상 자신들을 괴롭힐 수 없도록 수십 년 동안 그 몸 위에 흙을 쌓아 산을 만들었다고 했수다. 그게 바로 지금…… 저기 창밖으로 보이는 앙가트산이라는 거지.”
고개를 돌리자 창문 너머, 건물 위로 솟아 있는 앙가트산 꼭대기가 보였다.
아주 높진 않아도 그럭저럭 높이가 있는 산.
전설에 따르면 저 아래 드래곤이 묻힌 채 잠들어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그 전설을 쫓아서 앙가트산으로 간 겁니까?”
“그런 이유로 간 건 아니었수다…….”
남자는 이제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다.
이름은 벤.
이곳의 토박이로, 흔하디흔한 사람이었고 적당한 시기에 결혼하여 적당한 시기에 아이를 낳아 기르고 있었다고 한다.
벤이 앙가트산에 간 건 지금으로부터 3년 전.
농번기가 끝난 후, 푼돈이라도 벌 수 있을까 싶어 레인저들이 철수하며 처리한 마물 사체들을 운반하는 일에 자원했다고 한다.
“사체들은 산 여기저기에 널려 있었지. 개중에는 깊숙한 곳에 있는데, 그대로 두기엔 아까운 것도 있었수다. 가령…… 몰카드의 사체에 달린 뿔을 잘라 팔면 꽤 쏠쏠하지.”
결국 벤은 마물 사체를 수거한다고 산 속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몰카드 사체 몇 개를 찾아냈고, 뿔이라도 잘라다가 잘 감춰 판 다음에 고기라도 몇 점 사 가려 했었지. 그런데 그때였소.”
이후 벤은 자신도 모르게 정신을 잃었고, 눈을 떴다.
다행히 낮이어서 고작 몇 분 정도 정신을 잃었나 했는데, 산을 내려와 보니 하루가 지나 있었다고 한다.
“꼬박 하루를 산에서 보낸 거요. 하지만 문제는 그때부터였수다. 자꾸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서, ‘날 구해달라’는 소리가 끊이질 않더군.”
벤이 앙가트산에 집착하게 된 경위였다.
목소리는 산에서 멀어질수록 더 크게 들렸고, 벤은 이걸 해결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동원했다.
주술사를 찾아도 가 보고, 전재산을 다 털어 신전에 찾아가 축복도 받아 보았다.
그러나 달라지는 건 없었고, 사람들은 벤을 미친 사람 취급했다.
그런 벤에게 남은 선택지는 하나뿐.
앙가트산에 찾아가 고래고래 소리를 치고, 땅을 파면서 어떻게든 해결을 해 보려 하다 술을 마시고 죽은 듯이 잠드는 것뿐.
“지금도 들립디다. 이제는 익숙하지만. 술이 깨면 다시 미쳐 버리지.”
벤은 자조하며 쭈욱, 맥주를 들이켰다.
“크으. 돈은 없고, 술은 마셔야겠고. 그런 셈이외다.”
그 전설과 이 남자의 이야기를 종합해 본 결과, 이런 질문이 나왔다.
“그 목소리라는 건, 지금도 들린다고 하셨지요?”
“그렇수다.”
“그럼 산 부근으로 가면 들리지 않는다는 겁니까?”
“아예 안 들리는 건 아니고, 조그맣게 들리지. 아, 음. 아예 안 들리는 순간도 있었수다. 기억은 잘 안 나지만. 그 지점을 찾으려 갖은 애를 썼는데, 애석하게도 그날 술을 진탕 마시고 산에 가서 말이지.”
낄낄대는 그를 바라보며 주머니에 손을 넣은 나는 금화 하나를 꺼내 테이블에 올려 두었다.
“저와 그 산에 함께 간다면 이건 당신 겁니다.”
“……당신 진짜 정체가 뭐요?”
“그냥 산이 궁금한 사람입니다.”
“미친 사람이 또 있었다니…….”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눈은 금화에서 떨어질 줄은 모른다.
내가 지금까지 이런저런 사업과 포상 등으로 수도 없이 많은 금화를 가져 봤지만, 실제로 금화의 가치는 엄청나다.
이전에 아카데미에서 경제학부 강의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금화 하나면 지방 도시의 일반적인 평민 가정이 한 달은 충분히 먹고살 수 있는 수준.
두 개면 끼니마다 흰 빵을 먹을 수 있고, 세 개면 거기에 고기까지 곁들일 수 있다.
때문에 지금의 벤에게는 아주 달콤한 제안이 될 것이고, 난 쐐기를 박았다.
짤랑.
여기에 두 개의 금화를 더한 것이다.
“지금 마시던 술을 내려놓고 나와 함께 가면 이 금화 세 개는 모두 당신 겁니다.”
“…….”
나에게는 금화가 넘쳐난다.
그리고, 나에게 필요하다면 금화쯤이야 얼마든지 쓸 준비가 되어 있다.
쓸데없이 돈을 쓰는 건 지양하지만, 쓸 때는 확실하게 써야 한다는 게 나의 지론.
때문에 조금 더 써서-
턱.
작은 주머니 하나를 올려 두었다.
금화 스무 개는 충분히 들어갈 만한 가죽 주머니.
“그리고 이거면 당신은 이 길로 이곳을 떠나 당신 가족을 찾으러 갈 수도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