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530)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530화(530/582)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530화
363. 마력의 맹약(1)
드래곤의 본체라면 모를까.
단순히 사념만으로는 딱히 강한 기색이 안 보인다.
말 그대로 사념 아닌가.
사념에 당할 정도였다면 지금쯤 이미 홀려 제정신이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사념에 당하지 않았고, 지금 이 마력의 폭풍에도 별달리 위협적인 기색이 느껴지지 않는다.
외려 문을 열고 처음으로 마주한 드래곤의 동체에서 더 큰 압도적인 무언가를 느꼈을 뿐.
간단히 말해, 이 사념은 나에게 해를 끼칠 수 없다.
난 손을 휘저어 지금 응집하는 마력에 내 마력을 끼워 넣었다.
그러자-
퍼엉!
모여들던 마력이 터져 버렸다.
사념이긴 해도 드래곤의 마력일 텐데, 사념이라 그런지 양이나 위력은 별거 없다.
그래서 저렇게 터져 버린 것이다.
[……터뜨려…… 버렸군요.]“그런 셈이지.”
[드래곤의 마력을…… 당신의 마력은 도대체…….]물론 이런 걸 해냈다고 해서 내 마력이 드래곤의 마력보다 우월하다, 뭐 그런 건 아니다.
실제로 드래곤이 깨어나서 마력으로 대결을 펼쳐 보면 모를까.
그전까지는 어떤 마력이 우위인지는 알 수 없는 법.
하지만 사념이긴 해도 드래곤의 마력을 견뎌내고 외려 깨뜨려 버리기까지 하는 이 마력은 뭐라고 해야 할까…….
이제는 좀 궁금하기도 하다.
이 마력의 원류는 어디일까.
우리 아버지, 어머니나 누나들, 선조들까지 고려해도 이런 마력을 지닌 경우가 없었다는 걸 고려하면 핏줄은 아닌 듯하고.
뭐, 궁금하긴 해도 딱히 실마리가 없으니 당장은 잠시 호기심을 접어 두자.
[내…… 사념이…….]꽤 놀라워하는 사념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으니까.
“놀랐나?”
[……말도 안 되는 일로군…….]저쪽도 미니골렘만큼이나 적잖이 놀란 모양.
아무래도 녀석은 자신의 사념이 이렇게 쉽게 격파당할 줄은 몰랐던 거겠지.
상상이나 했을까.
무려 드래곤인데.
[너는…… 우리의 동족도 아니군.]“그래. 학생이지.”
[……학생?]사념은 드래곤의 사념답게 나름의 자아를 갖춘 모양인지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너는…… 왜 이곳에 왔지?]“탐험하러.”
[탐험가인가?]“지금은.”
“말하자면 그렇지.”
단답이 이어짐에도 드래곤의 사념은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 왔다.
[나를…… 당황시킨 자는 시오니프 이후로 처음이군.]시오니프.
그 이름이 나오기 무섭게 미니골렘이 반응했다.
[시오니프라면…… ‘저주의 대가’라고도 불리지요.]“아는 사람이야?”
[아는 사람은 아닙니다. 정확히는 ‘사람’이 아니라 ‘지위’를 뜻하는 거죠. 옛 조르디어로 ‘저주의 대가’를 뜻하는 말이 바로 시오니프입니다.]시오니프.
저주의 대가.
“그럼…… 그 ‘시오니프’라는 지위를 가진 자가 지금 저 밖에 있는 드래곤에게 저주를 걸어 영원한 잠에 빠뜨렸다?”
[그럼 셈이지요.]그때 드래곤의 사념이 말을 받아 이어갔다.
[나는 그 시오니프에게 당했고……, 지금 이렇게 갇혀 지내고 있다. 아주…… 오랜 세월…… 동안.]“그럼 넌 방금의 이 마력으로 뭘 하려 했던 거지?”
[널…… 사로잡으려 했다. 사념으로 완벽히 지배하기 위해서…….]그거 참 겁나는 이야긴데.
[하지만…… 왜 실패했는지…… 이해할 수 없군…….]나는 앞으로 다가가 아직 허공에 뜬 지팡이를 잡아채며 대답했다.
“그야 네 사념에 애초에 영향조차 안 받았으니까.”
[…….]나는 지팡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딱히 특별할 것 없는 일반적인 지팡이처럼 보이는데…….
가까이서 자세히 보니, 지팡이 끝에 박힌 검은 보석에 문자가 음각되어 있었다.
미니골렘에게 가져가니 녀석이 단박에 대답했다.
[이 역시 옛 조르디어입니다.]“그럼 저주를 건 시오니프라는 자가 만든 물건이라는 건가?”
이에 대한 대답은 반대편에서 돌아왔다.
[사념…… 그것은…… 저주를 걸었음에도 남아 있었던 것…… 나에게 저주를 건 시오니프는 죽었고…… 남은 자들은 내 사념을 제어할 방법으로 그것을 택했다…….]친절도 하셔라.
“드래곤이 원래 이렇게 설명을 잘해 주나?”
[글쎄요. 사념이라 그런 걸지도요. 어쩌면 너무 오랜만에 생명체를 만나 반가워 그런 걸지도 모릅니다.]사람들을 끝도 없이 괴롭힌 대가로 아주 긴 세월 동안 잠들어 있어야 하는 형벌.
뭐, 죄의 경중과 형벌의 적절함을 당장 따지긴 어렵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무척 심심했으리란 것?
사실 그보다 더 원했던 건, 누가 됐든 자신을 꺼내주길 바랄 것이다.
[나는…… 나는 너무 오래도록 갇혀 있었다…… 부탁이다…… 나를 세상 밖으로 꺼내 다오…….]간절해 보이기까지 한 저 목소리는 사념으로 날 통제하려 할 때보다 훨씬 더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물론 그렇다고 그래? 고생했네 하면서 풀어 줄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아쉽게도 안 되겠는데. 무엇보다 이 사념부터 제거할 생각이라.”
[내…… 내 사념을 없애면…… 나는 더 이상 이 세상에서…… 도움을 요청할 길이…….]“그건 네 사정이지. 이 사념 덕에 고통받는 사람이 한 명 있거든.”
내가 지금 이야기하는 건 벤이었다.
하필이면 이 사념이 우연찮게 흘러나간 곳에 가는 바람에 지금도 사념에 사로잡힌 남자.
[사, 사념에 사로잡힌…… 이는 내가 해결할 수 있다…… 그러니 제발 그 지팡이만은…….]살면서 드래곤이 애원하는 걸 들어볼 수나 있을까.
이 정도면 황제가 애원하는 것 이상 아닐까.
우위에 서서 남이 고통받는 걸 즐기는 성격은 아니지만, 드래곤쯤 되는 존재가 비록 사념이긴 해도 이렇게 비는 모습을 보니 기분 참 묘하다.
미니골렘은 당연히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생각하는 모양.
아무튼 사념으로 고통받으며 가정이 풍비박산 난 술 중독자의 한은 풀어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기다리라 했는데, 지금도 어디서 설마 술을 푸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고.
이 보석을 부수는 건 어려운 일은 아닐 듯하다.
다른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사념 정도는 충분히 제압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제발…… 제발, 그 사념은…… 그 사념에 물든 사람은 어떻게든…… 내가 풀 수 있다…….]하지만 애원하는 걸 보고 있자니 좋은 생각이 하나 떠오른다.
“그 사념을 해제해 줄 수 있다는 말, 확실한가?”
[그렇다. 그렇게 할 수 있다.]다급한 대답이 돌아왔고, 난 속으로 히죽 웃으며 되물었다.
“증명할 수 있나? 이를테면…….”
[필요하면 맹약도…… 하겠다…….]“사념 상태의 맹약이 의미가 있나?”
[나의 마력으로 말미암아 진행되는 맹약은…… 사념과 관계없다…….]걸려들었군.
“어떤 맹약이지?”
[맹약의 조건은…… 사념에 걸린 자의 혼돈을 풀어 주는 것…….]“아니지. 정확히 해야지. 사념에 홀린 ‘벤’이라는 남자를 정상적으로 되돌리는 것이지.”
맹약은 정확할수록 좋다.
아니, 그래야 한다.
두루뭉술한 맹약일수록 맹약의 당사자들이 해석하기 나름.
[……그렇게 하겠다.]그리고 맹약 등의 협상이나 조약이라는 건, 원래 아쉬운 쪽이 숙여야 하는 법이다.
이 경우 아쉬운 쪽은 드래곤의 사념 쪽이고.
물론 이 조건만으로 끝난다면 맹약이 아니다.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게 있어야지.
[그렇다면 넌…… 내 사념을 밖으로 가지고 나가 내 저주를 풀 ‘시오니프’를 찾아다오…….]그래, 바로 저거다.
내가 원하는 걸 해 줬으니, 저쪽에서도 원하는 걸 해 줘야지.
드래곤의 사념이 원하는 건 자신의 사념을 밖으로 들고 나간 뒤, 저주를 풀 ‘시오니프’를 찾아 달라는 것.
“시오니프가 아니면 저주를 풀 수 없는 건가?”
[그렇……다. 이 고대로부터 전해져 대를 거듭할수록 강해진 저수의 비술은…… 술자가 아니면 결코 풀 수 없다…….]“드래곤이라 할지라도?”
[드래곤들 중 나를…… 도울 이는…… 없을 것이다…….]설마 드래곤들이 모두 지평선 너머로 떠났다는 사실을 모르는 걸까.
오랜 세월 갇혀 지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
하지만 어차피 자신을 도울 드래곤이 없다고 스스로 시인하고 있으니 굳이 말해 줄 것까지는…….
가만.
“카르나스.”
“끼륵?”
“널 드래곤이 아니라 무슨 새끼 와이번 정도로 알고 있는 거 아닐까.”
여기도 드래곤은 있는데.
[무슨…… 말이냐.]“여기도 드래곤이라서.”
[……이런 작은 드래곤이 있다고?]“끼륵! 끼륵! 끼-륵!”
카르나스는 작다는 말에 반응해 버린 것 같았다.
나는 당장이라도 사념체를 소멸시킬 것처럼 볼을 부풀리는 카르나스를 제지했다.
“괜찮아. 어차피 사념체야.”
“끼륵!”
나나 미니골렘이 작다는 말을 아무리 해도 오히려 엉기던 녀석이, 같은 드래곤에게 들으니 기분이 좀 이상한 모양.
“네가 더 셀걸.”
“끼륵?”
“넌 돌연변이잖아.”
“끼-륵!”
그제야 고개를 치켜들고 우월한 척, 거드름을 피우는 카르나스.
후.
쉽지 않군.
[……드래곤이 타 종족과 함께한다고?]“보시다시피.”
[……이해할…… 수 없군…….]아무튼 본론으로 돌아가서.
“드래곤이라면…… 이 저주를 풀 수 있다는 건가?”
[저주의 술식만 안다면…… 가능하다…… 하지만 저 드래곤은…….]거끼까지 말한 사념체는 더 이상 말이 없었고, 카르나스는 다시 열이 받았는지 달려들려고 했다.
하지만 저렇게 말하는 데엔 다 이유가 있었다.
[저주의 술식을 다루기엔…… 아직 너무 어린 듯하다…….]“……끼륵?”
카르나스는 납득해 버렸는지 시무룩한 표정으로 내 품에 돌아와 버렸다.
어리긴 하지.
알에서 깨어난 지 5년도 안 됐으니.
[드래곤들의 수명은 보통 5천 년 정도입니다.]미니골렘이 덧붙인 설명이었다.
아무튼, 정리하자면 이렇다.
맹약은 일종의 조건 교환.
내가 원하는 건 현재 고통받는 벤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것.
정확한 의미로는, 목소리가 들려 일상 생활이 거의 불가능한 현 상황을 편안하게 만들어 달라는 뜻이다.
그 대가로 드래곤이 원하는 건, 자신의 사념이 담긴 이 매개체를 밖으로 들고 나가 ‘시오니프’를 찾아 달라는 것.
겉보기엔 나쁘지 않은 거래다.
하지만.
벤을 풀어주는 것치곤, 요구가 과하다.
나에게는 이득이 없다. 슬슬 진짜 협상을 시작해 볼까.
“사념을 밖으로 들고 나가는 것까지는 들어줄 수 있겠군.”
[뭐……라고?]만약 이대로 맹약을 맺으면 나는 시오니프를 어떤 수를 쓰더라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시오니프가 지금 어디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지금까지 재미나게 살던 인생 다 포기하고 거기에만 매진하라고?
어림도 없는 소리지.
다른 걸 하다가 우연히 찾거나, 필요에 의해서 원할 때 찾는 거라면 모를까.
무엇보다 저주를 풀면 이 녀석이 풀려나게 된다.
“그 조건으로 맹약은 못 하지.”
[…….]“한 번에 하나. 다른 걸 더 요구하고 싶으면, 추가 맹약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참 침묵하던 드래곤의 사념은 결국 꽤 놀라운 제안을 던졌다.
[나의…… 힘 일부는 어떤가?]“일부?”
[그렇다……. 내 심장의 마력을 담아 주겠다…… 그 결과 너는…… 인간으로서는 평생토록 가장 강력한 자로 기억될 것이다…….]하지만 구미가 안 당긴다.
“그런 거 말고.”
[지금…… 뭐라고 했지?]“그런 거 말고, 다른 흥미로운 건 없나?”
카르나스랑은 간식 주는 횟수로 협상했었는데.
살다 살다 드래곤이랑 이런 협상을 하게 될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