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531)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531화(531/582)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531화
363. 마력의 맹약(2)
맹약이라 함은 결국 교환이다.
교환이라는 건 대체로 동등한 가치를 지닌 걸 서로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벤의 현 증상을 고쳐 주는 것과 이 드래곤의 사념을 들고 밖으로 나가는 것까지는 동등한 교환이라 할 수 있다.
막말로 현 증상을 고쳐 준 뒤, 다시 여기로 돌아와 이 지팡이를 처박아 버린 뒤 문을 닫아 버리면 그만이니까.
사념이 흘러나오는 장소에 가서 후처리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그건 좀 연구가 필요해서 당장 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지만.
여하튼 맹약에는 구멍이 많고, 그래서 최대한 여지를 두면 안 된다.
내가 일단 거절하고 본 것도 그런 이유.
[드래곤의 힘을…… 거절……하겠다고?]물론 드래곤의 힘에 구미가 안 당겨서 그런 것도 있지만.
정말 그렇다.
강한 거?
좋다.
하지만 지금도 충분히 강하고, 살면서 강해질 여지는 얼마든지 남아 있다.
“별로 관심 없다니까. 다른 흥미로운 거 없나?”
[왜……지?]손짓 한 번으로 바다를 갈라 바닥을 보이게 만들고, 산을 옮겨 다른 곳에 새로운 산을 만들 수 있는 힘이 있으면 뭐 하는가.
그럴 일이 얼마나 된다고.
야망이 없다기보다는…….
지금도 충분히 강하다는 것 정도?
인생 재미나게 살 수 있고, 내 몸과 가족들, 친구들 지킬 힘이면 충분하지.
그리고 또 나만큼 하고 싶은 거 많은 사람이 어디 있다고.
[드래곤의 힘을 어째서…… 설마…… 넌…….]이어서 튀어나오는 엉뚱한 물음.
[초월자……인가?]혹시 아크리움에서 본 그렇고 그런 존재를 말하는 건가.
[어쩐지…… 내 사념에 영향을 받지도 않는 것 같고…… 마력이…… 전에 느껴보지 못한 것 같더라니…….]뭔가 오해가 생기는 것 같은데.
[역시…… 내 사념이 영향을 못 줄 리가 없는데…….]“네가 생각하는 그런 건 아니고.”
[거짓말 마라…… 같은 드래곤이 아닌데 내 사념을 견뎌낼 리 없다…….]어이가 없다는 듯이 받아치는 사념.
목소리에 높낮이가 없는데도 왜 악을 쓰는 것처럼 느껴질까.
난 이야기가 더 길어지기 전에 말을 돌렸다.
“아무튼 관심 없고, 다른 걸 제시해.”
[……재화를 원하나? 아마…… 날 잠재운 자들이 모두 가져갔을 것이다…….]“별로.”
[그건…… 다행이군…….]털 건 별로 없는 개털이란 이야기군.
이따 이야기 마치면 비늘이나 더 뜯어 가야겠다.
마음 같아서는 마력의 총아라 할 수 있는 심장을 일부 떼어 가고 싶지만, 그건 좀 비신사적인 것 같고.
[그렇다면…… 용의 주인(朱印)은 어떠한가…….]“용의 주인?”
미니골렘이 슬쩍 끼어들었다.
[용과의 계약을 대가로 제공받는 주인입니다. 그 주인을 통해서 용의 보호를 받습니다. 과거 아르카나 시절에는 그 자체만으로도 황제에 버금가는 지위를 가질 만큼 강력한 표식이었습니다.]“그래? 그럼 지금은?”
[드래곤이 모두 사라진 이상 가치는 당연히 더더욱 엄청나고…… 말이 안 되는 수준이죠. 드래곤의 보호를 받는다는 건, 드래곤이 수호한다는 뜻입니다. 어떤 경우에서든.]확실히 좋은 거긴 하군.
[아까 제안한 힘의 일부를 나누어 주겠다는 것보다 훨씬 강력한 제안입니다.]미니골렘은 조금 흥분한 듯이 말을 이어갔다.
[힘의 일부는 말 그대로 일부이고, 그걸 감당할 수 없다면 없으니만 못한 힘입니다. 무엇보다 데인 소그레스의 마력과 어떻게 섞일지도 모르죠. 하지만 드래곤의 주인은 다릅니다. 마력과 관계없이, 이 주인을 새긴 자는 어떤 방식으로든 드래곤의 가호를 받게 됩니다.]“어떤 방식으로든?”
[맞습니다.]“이미 카르나스가 하고 있는 거잖아.”
[아.]미니골렘은 말문이 막혀 버렸고, 나는 카르나스를 보며 씩 웃었다.
“안 그래?”
“끼-륵!”
녀석은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카르나스가 있는 한 어떤 식으로 작용하든 다른 드래곤의 힘은 필요하지 않다.
카르나스가 있는데 굳이?
물론, 카르나스는 성장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제 슬슬 이야기를 꺼내 보려 한다.
“이 드래곤 가르쳐 보는 건 어때?”
“끼……륵?”
“아직 태어난 지 얼마 안 돼서 모르는 게 많거든.”
[…….]대답이 없는 드래곤의 사념.
좀 당황스러운 제안이었나?
[새끼 드래곤을 가르치라…… 이 말인가……?]“그래. 교육 좀 하라는 거지. 최대한 상냥하고 친절하게. 이것도 맹약에 넣을 거야. 카르나스 마음에 안 들면 바로 맹약을 위반하는 걸로 간주하고.”
[…….]“왜, 싫나? 저주를 풀고 싶은 거 아닌가?”
[도……대체 뭘 가르치라는…… 거지?]“드래곤으로서 발휘할 수 있는 힘이라든가, 알아야 할 지식들. 걱정 마. 말은 잘 알아들어.”
드래곤의 사념은 실로 황당하다는 반응이었다.
[……그걸로 정말 저주를…… 풀어 준다, 이 말인가?]“저주를 풀고 말고는 내 소관이 아니지. 우리가 이야기한 건 ‘시오니프’를 찾는 거니까.”
애초에 이야기했던 조건은 시오니프를 찾아 달라는 것.
그자를 찾은 뒤에는 뭐, 알아서 할 일이다.
[……저주까지는 안 되겠나?]“안 되겠는데.”
[그……럼…… 원하는 게 또…….]“없어.”
[…….]드래곤의 사념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시무룩해진 건지, 실망한 건지.
“조건은 말한 대로 두 개. 맹약 하나로 묶어서 처리하든, 하나씩 각각 하든.”
하나.
이 사념이 담긴 지팡이를 밖으로 가지고 나가는 조건으로 벤의 증상을 해소시킨다.
둘.
시오니프를 찾아주는 조건으로 카르나스를 드래곤으로서 성장시킨다.
그 이상 이 드래곤에게 원하는 건 없다.
이 드래곤을 깨웠다가 무슨 사달이 나려고.
[나는…… 죄를 뉘우치고 있다…… 나로 인해 고통받은 이들에게…… 사죄하고…… 조용히 삶을 이어가고 싶다…….]본인은 이제 뉘우친다고 하는데, 그건 나한테 중요한 사실이 아니고.
뭐라도 안전장치를 마련해 두고 이 드래곤을 풀어준다면 모를까.
저주를 푸는 건 일단 ‘시오니프’라는 자를 만난 뒤에 생각해 보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나중에 고려해 보지. 그나저나, ‘시오니프’가 현존하지 않는다면? 해당 맹약은 무효로 하는 게 맞지 않나?”
[……존재한다, 반드시. 존재하지 않았다면 나는 진작 깨어났을 것이다…….]“좋아. 찾아주지. 이후에는 그다음에 이야기하는 걸로.”
[……알겠……다.]그럼 이제 슬슬…….
맹약을 맺을 차례인가?
아, 그 전에.
“서류 작성하고 검토하고 올 테니까 기다려.”
조항은 꼼꼼하게 확인해야지.
원래 서명 함부로 하는 거 아니라고 했거든.
[넌 정말…… 이상하다…….]그런 말 많이 들어.
* * *
“뭐였지……?”
베나티오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연신 중얼거렸다.
정신을 차려 보니 산 밑이었다.
뭔가 홀린 듯한 이 기분.
사실 원래대로라면 홀린 기분조차 들지 않는다.
암시란 그런 거니까.
그냥 산에서 내려오는 과정 자체가 원래 그러려 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작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왜일까.
베나티오는 ‘이상함’을 느끼고 있었다.
이 기시감.
이 위화감.
대체 뭘까.
그러나 안타깝게도 딱 거기까지다.
데인과 함께 지내며 알게 모르게 마력에 영향을 받은 덕분에 기시감 정도는 떠올렸으나, 딱 여기까지인 것이다.
“음. 선배님은…… 그럼 어디로 가신 걸까.”
드래곤의 암시 때문일까.
베나티오는 불쌍하게도 산 주변을 맴돌기로 작정했다.
‘선배님은 요새 도대체 뭘 하고 돌아다니시는 거지.’
이젠 사실상 장기 임무였다.
다른 임무들에 비하면 딱히 힘들 것도 없다.
누군가를 암살해야 하거나 요인을 경호하거나, 특정인을 지속적으로 들키지 않고 추적한다는 건.
하지만 데인 소그레스에 대한 감시 임무는 참 뭐랄까.
느낌이 묘했다.
“오히려 재미있기도 하고.”
재미가 있다.
딱 이렇게 정리될 수 있다.
임무에 따른 스트레스도 별로 없고, 오히려 얻는 게 더 많다.
물론 데인 소그레스의 그 괴물 같은 힘은 절대 따라갈 수 없지만, 전투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실마리를 얻는다고 해야 할까.
베나티오는 허리춤의 두 자루 검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방첩대의 일원으로서 어디 가서 검술로 밀린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아무튼 뭐, 재미는 있군.
데인 선배님이 너무 신출귀몰하신 것만 빼면.
“진짜 도대체 어디로 간 거야?”
투덜거리던 베나티오는 일단 종이를 꺼내 오늘 올릴 보고서의 키워드를 정리한 뒤 한숨을 쉬었다.
이 임무 다음에는 어떤 임무가 있을까.
가능하면 이 임무가 길게길게 이어지면 좋겠는데.
임무가 편해서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임무를 하면서 이렇게 즐거웠던 적이 있었나?
“음.”
아마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쭉 이 임무가 이어졌으면 좋겠는데…….
방첩대가 어디 호락호락한 집단인가.
“까라면 까야지 뭐.”
방첩대를 나가는 것도 솔직히 생각 안 해 본 건 아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면이 있어 고려하다가도 그만두었을 뿐.
“임무나 잘 수행하자.”
그래서 어디로 갔을까, 데인 선배는.
산을 진짜로 한 바퀴 돌아 봐야 하나.
한 바퀴 쭉 돈 다음에는 일단 기다려야 하나.
마법도 잘 쓰는 인간이니 솔직히 안 보이는 데서 스크롤 찢고 어디로 가 버리면 쫓을 방법이 없긴 하다만.
그렇게 정처 없이 걷고 있을 때였다.
“음?”
베나티오는 문득 걸음을 멈췄다.
뭔가, 기분이 이상하다.
이게…… 어떤 기분이라 해야 할까.
진하게 깔려 있던 안개가 가신 느낌?
그리고 그 안개 사이로 새로운 것들이 보이는 느낌?
베나티오는 순간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방금 막 내려온 산 쪽으로.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
저쪽에서 느껴지던 묘한 게, 이제 더 이상 느껴지지 않는다.
타닥.
베나티오는 빠르게 산 쪽으로 뛰었다.
뭔가 기분이 이상한데, 알 듯 말 듯한 이 느낌.
산에 올라서는 무작정 이상한 기분이 느껴진 방향으로 뛰고 또 뛰었다.
“후.”
그렇게 얼마나 뛰었을까.
‘내가 여기까지 왔었던가?’
산이 다 거기서 거기라지만, 방첩대답게 지형을 다 기억해 두고 있던 베나티오는 처음 보는 지형의 모습에 약간 당황했다.
아까는 이런 게 없었는데.
그러던 그때.
사박.
흙 밟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렸다.
베나티오는 재빨리 나무 위로 몸을 숨겼고, 나무 위에서 마침내 데인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선배님?’
아까와 크게 다를 게 없는 모습.
새끼 와이번은 어디 갔는지 안 보이는데, 대신 손에 지팡이가 들려 있었다.
산에서 찾아낸 건가?
하지만 그때였다.
“허억.”
지팡이를 눈으로 바라본 순간, 베나티오는 숨이 멎을 듯한 압박감에 헛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그만.
틱.
나무 위에서 발을 헛디디고야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