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537)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537화(537/582)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537화
364. 고향 방문(4)
혼사 이야기는 그렇게 간단히 정리되었다.
어머니의 의지는 확고했다.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그때 다시 이야기하자.
아버지 말대로 하는 건 아무래도 데인 너도 그렇고 나도 마음에 들지 않을 것 같다.
뭐, 이런 말이었다.
나도 동의한다.
다만 내가 눈을 감아도, 자기 전에도 떠오르는 사람이 있느냐의 문제이긴 하다.
“음.”
잘 모르겠다.
억지로 하려고 하니 더 안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이럴 줄 알았으면 전생에서 부하들이 몰래 마을 다녀오자고 할 때 갔다 올 걸 그랬나.
거기서 애인 만든 애들도 많았었는데.
싸우고 익히는 거야 재능이 없어도 그간의 경험이 있으니 어떻게든 해 보지만, 이 경우는 경험조차 없으니.
알다시피, 전장에선 이런 감정을 품을 틈을 주지 않는다.
감정이 메마르면 또 모를까.
나의 경우는 후자에 가까웠다.
죽음은 귀하게 취급받지 못하는 것이고, 나에게는 돌아갈 가족조차 없었다.
정상적으로 자라난 것도 아니고, 거친 병사들의 손에 길러졌으니.
그렇다고 뭐 지금의 내가 감정이 메말랐거나 감정적으로 어딘가 고장 난 사람은 아니지만.
아무튼, 고향 방문 후 꽤 진지하게 논의되었던 나의 혼사 문제는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떠오르는 사람이 있느냐, 하는 생각지도 못하면서 꽤 중대한 문제와 함께.
“잘 고민해 보렴. 분명히 있을 거야. 없는 줄 알았는데 사실 있는 걸지도 모르고. 우리 막내가 아직 깨닫지 못한 거지.”
내가 아직 깨닫지 못한 사람이라.
“네 아버지도 그런 사람이었거든.”
어머니의 말에 난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진짜요?”
“응. 대판 싸우고 다시는 저 인간은 보기 싫다, 생각했는데 자꾸 떠오르는 거 있지?”
“…….”
아마 정식으로 교제하기 전의 이야기인 것 같다.
내가 알기로 어머니가 아직 암살자이던 시절, 임무 도중 아버지를 만나 어쩔 수 없이 싸웠다고 들었는데.
그러다 몇 차례 더 부딪히고 사랑이 싹텄다고 한다.
아버지는 그날의 일만 꺼내면 언제나 표정이 굳어지면서 노코멘트하신다.
그러다 언젠가 뭐라고 말씀을 하셨는데…….
음.
그걸 말하면 어머니가 또 아버지를 끌고 가실 테니, 가만히 있어야겠다.
난 잡혀 살지 말아야지.
“큼. 대련이나 하러 가자꾸나.”
“어머, 대련이요?”
“커험. 정원 보수도 마무리되고 있고…….”
아버지는 화제를 돌리려다 이후 차마 말을 이어가지 못하셨다.
아버지.
아무래도 이번 방문에서 아버지와 대련하는 건 어려울 것 같습니다.
“큼! 실은 데인이랑 대련하려는 게 아니라 우리 기사단과 대련을 좀 시키려는 거지.”
“어머, 그래요? 그건 좋겠네요. 그것만이면요.”
“…….”
어머니는 철저하신 분이다.
암살자 시절의 명성만 들어 봐도 뭐.
아무튼 그렇게 아버지의 꿈은 날아갔고, 나는 아버지를 따라 훈련장으로 향해 우리 가문 기사들과 다섯 차례 대련을 펼쳤다.
“헉, 허억. 졌습니다.”
대련은 사실 실전보다 어렵다.
대련이 수월하게 진행되려면 어느 정도 실력이 맞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는 적당히 연기를 해야 하니까.
그래도 내 신분이 신분이다 보니 내가 봐 주는 것에 대해서는 다들 큰 거부감은 없는 모양.
“제대로 배웠습니다, 도련님.”
“경께서도 고생하셨습니다. 마지막 찌르기는 저도 놀랐습니다.”
“도련님께서 그리 말씀해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물론 신분만 있어서는 아니다.
이런 걸 보면, 그간 이런저런 일들로 유명해진 게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고 해야 할까.
물론 신분에 걸맞은 행동도 해야겠지.
“대신 중간에 있던 베기 기억하십니까? 하단에서 상단으로 올려 베는 거 말입니다.”
“아, 기억합니다.”
“발이 무척 정직했습니다. 반보 늦게 의식해서 빼더라도 상대가 예측하기 어려울 겁니다.”
“아……!”
무언가 깨달은 사람의 표정을 보는 건 즐겁고, 그 깨달음이 내 덕이란 사실은 더더욱 즐겁다.
그렇게 아버지가 아쉬움 가득한 표정으로 지켜보는 앞에서 대련을 마무리한 나는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아쉽네요. 아버지랑 창 부딪히면서 땀 좀 빼고 싶었는데.”
“……지금이라도 할까?”
아버지.
전 어머니를 화나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아무튼 내 고향 방문이란 이런 식이다.
쉬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게 나에게는 충분히 쉬는 거다.
공부할 필요도 없고, 학점 관리를 할 필요도 없고, 그렇다고 뭐 복잡한 고민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남부에 머무르면서 한동안 푹 쉬다가 돌아가면 그만이지.
물론 바로 돌아가는 건 아니고, 앙가트산에 들러서 카르나스도 데려가야 하고.
미니 드래곤이니 몸집이 커졌을 리는 없을 테고, 지금쯤 뭘 배우고 있으려나?
“전 그럼 방에 가 있을게요.”
“오냐. 식사 시간에 보자.”
그렇게 방으로 돌아가려 몇 걸음 떼던 그때 멀리서 시종 한 명이 다급히 뛰어오는 게 보였다.
곧바로 아버지에게 가는 것 같았는데, 구태여 기감을 집중해 대화를 듣진 않았다.
중요한 일이면 알려 주시겠지.
오늘은 그냥 평범하게 푹 쉬고 싶으니.
방으로 돌아온 나는 바로 드래곤의 사념을 호출했다.
“이봐, 드래곤.”
[왜…… 부르느냐…….]“거긴 좀 어때?”
[말 더럽게 안 듣는…… 드래곤 가르치느라…… 사념도 피로를 느낀다…….]“맹약이잖아. 잘해야지?”
[너는…… 반드시 저주를 받을 것이다…….]난 피식거리며 물었다.
“그래서 잘 배우고 있어?”
[습득은…… 빠르다. 일족의 언어는 반쯤 습득했고…… 곧 다 배우는 대로…… 일족의 권능들을 하나씩 배워 나갈 것이다…….]“다행이네. 나 찾진 않고?”
[나를 괴롭히며…… 심심함을 대체하고 있다…… 내 동체를…… 미끄럼틀로 쓰더군…….]과연 카르나스다.
아주 잘하고 있군.
근데 나 안 찾는 건 좀 섭섭한데.
[분명…… 재능 있는 드래곤이다…… 이런 돌연변이는 나도 처음 본다…….]“네가 있던 시절에는 돌연변이가 없었나?”
[내가…… 바로 돌연변이였다…….]“아, 그래.”
그럼 뭐 물어볼 거 있나.
[왜…… 실망한 눈치지……?]“좋을 대로 생각해.”
[넌…… 저주를 받아야 한다…….]그리고 다른 한 녀석도 물었다.
“골렘 녀석은?”
[돌멩이를 말하는 거라면…… 본인은 결코 돌멩이라 아니라 주장하고 있다…….]녀석답군.
[독특한…… 존재로더군…… 흥미로웠다…… 우리 드래곤들이 창조하는…… 것에 비하면 별거 아니지만…….]그래, 드래곤이니 뭔들 안 대단하겠나.
“아무튼 맹약 잘 이행하라고. 그래야 나도 그 시오니프라는 거, 찾을 마음이 들지도 모르니까.”
[넌 정말…… 저주를…….]생각보다 놀리는 재미가 있다.
그 후, 난 재빠르게 지팡이의 보석을 덮어 버린 뒤 벌러덩, 침대에 드러누워 버렸다.
아카데미 기숙사 당테르관의 침대도 분명히 최고급인데, 왜 항상 내 가문 내 방 침대만큼 편한 게 없을까.
역시 집이 좋긴 좋다.
베나티오 녀석은 어떠려나.
오늘 보니 신이 나서 여기저기 구경하는 것 같던데.
우리 가족들이 사는 본관만 아니라면야 보안상 문제 될 건 없다.
애초에 백작령 주민들도 뻔질나게 드나드는 곳인데.
“이따 저녁 먹고…… 밤에 오랜만에 산책이나 할까.”
“캐앵?”
아.
이 녀석도 있었지.
나는 ?, 하고 튀어나온 토르키를 쓰다듬었다.
이 녀석은 두고 오기가 좀 어려웠다.
미니골렘은 사념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 같고, 카르나스는 같은 드래곤인데 비해 토르키는 드래곤 앞에서는 한낱 미물이니.
“넌 어떻게 훈련시킬까.”
“캐앵?”
“저번에 큰 도움을 받긴 했었는데, 그치?”
“캐앵!”
드레니크에서 온 첩자들은 전직 마법학부 교수를 드레니크로 데려가려 했었다.
그때 토르키 덕에 그 녀석들이 드레니크의 첩자임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지.
그 녀석들은 어떻게 됐으려나.
황실에서 알아서 처리했겠지만, 과연 드레니크에 어떤 조치를 취할지 궁금하기도 하고.
이런저런 생각 속에서 오랜만에 아버지가 주신 창도 꺼내 손질해 보고, 영롱한 녹색 빛의 아르카니움제 검도 꺼내 괜히 톡톡 건드려 보기도 하고.
누가 보면 의미 없는 짓을 하는 것처럼 보여도 나에게는 아주 여유로운 시간이다.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매번 사건과 사고의 연속이었으니.
“이것도 좋네.”
가주가 되면 이런 여유가 있을까.
아버지만 보면 세상 편안하고 유유자적하게 사시는 것 같지만, 어제 들른 아버지의 집무실엔 서류가 그득하게 쌓여 있었다.
책임감을 가진다는 건 그런 의미겠지.
아무튼 뭐, 차차 생각하자.
당장 다음 날 가주가 되는 것도 아니고.
탁, 탁, 탁.
방 안의 시계추 소리가 고요함 속에서 울려 퍼지는 가운데, 상념에 잠겨 시간이 얼마나 흘러갔을까.
“음.”
대충 이쯤 됐다 싶었을 때 시종이 찾아왔다.
“도련님, 식사 시각입니다.”
“지금 내려갈게.”
오늘 요리는 뭐라고 하더라.
메인이 저민 송아지 고기를 레칸 오일에 절인 거라고 했던가?
그렇게 식당으로 향하니 어머니와 베나티오가 이미 와 있었다.
“어머니.”
“응. 왔니?”
베나티오는 기대감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저 녀석이 먹는 걸 그렇게 좋아했나.
“아버지는요?”
“곧 오시지 않을까?”
한데 조금 시간이 흘렀음에도 아버지는 오지 않으셨다.
어머니가 시종에게 눈짓했지만, 시종도 금방 돌아오지 않았다.
“요새 식사 시각에 자주 늦네.”
어머니의 중얼거림 이후에도 시종은 돌아오지 않았고, 결국 내가 먼저 일어났다.
“제가 다녀와 볼게요.”
“그러겠니?”
“네. 금방 다녀올게요.”
아버지의 방으로 향하는 내 머릿속엔 아까 훈련장에서 방으로 향하기 전 보았던 광경이 떠오르고 있었다.
다급한 표정으로 달려가던 시종.
그리고 그 시종을 아버지의 집무실 앞에서 만날 수 있었다.
“아, 도련님.”
“아버지는?”
“백작님께서는…… 5분 전에 금방 나가겠다고만 말씀하신 뒤 말씀이 없으셨습니다.”
“음.”
무슨 일일까.
다른 가문의 문제?
아니면 서류 작업?
아버지는 내가 아는 한 식사 시간에 늦은 적이 거의 없는 분이다.
안에 계시면서도 안 나오는 거라면, 뭔가 심각한 고민을 하신다는 건데…….
“내가 들어가 볼게.”
“알겠습니다, 도련님.”
시종이 돌아가고, 나는 문을 두드렸다.
똑똑.
“금방 나가마.”
아버지의 대답이 곧바로 들려왔지만 나 역시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지, 저예요.”
“아, 데인이냐. 들어오거라.”
그렇게 아버지의 집무실에 도착해 안으로 들어가니, 꽤 심각한 표정을 마주할 수 있었다.
“아버지. 부르셨어요.”
“음, 데인. 왔느냐.”
나는 슬쩍 방을 둘러 보았다.
오늘은 그득한 서류 대신 어디서 많이 본 판 같은 게 놓여 있었다.
저건…… 전생에서 자주 가지고 놀던 건데.
저게 저기 왜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