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538)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538화(538/582)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538화
365. 핌블 챔피언십(1)
“아들.”
난 아버지가 진지할 때가 사실 제일 불안하다.
혼사 이야기처럼 진짜 진지한 이야기를 꺼내기도 하지만, 대체로 이상한 이야기를 꺼내시거든.
어머니가 그랬다.
남자는 나이가 들수록 애가 된다고.
난 그게 나쁜 게 아니라 생각한다. 나이를 먹으며 애써 감춰야 하는 동심이 드러나는 거지.
그런 의미에서 아버지는 이번만큼은 저번에 이어 꽤 진지하신 것 같았다.
“실은 말이다.”
아버지는 잠시 고민하다가 책상 위, 내가 방금 주목한 물건을 가리켰다.
“저것 때문에 고민 중이었단다.”
난 모른 척 물었다.
“어떤 건데요?”
“남부의 귀족들 사이에서 알음알음 유행하다가 최근에 확 퍼진 건데…….”
설명하지 않아도 뭔지 잘 안다.
전생에서 한때 푹 빠져 지낸 거거든.
나쁜 건 아니고.
다만 지금은 설명할 때가 아니다.
“근데 아버지.”
“응?”
“지금 빨리 가 보셔야 할 것 같은데요.”
나는 눈빛으로 신호를 보냈다.
지금 안 가면 식탁 분위기 이상해진다.
심지어 손님도 있지 않은가.
“아아. 그렇지. 그치. 가자꾸나.”
아버지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시곤 나와 함께 방을 나섰다.
나는 가는 동안 왜 하필 저게 여기까지 흘러들어 왔을까, 생각했다.
이유야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금은 빨리 가야 할 때.
아버지의 보폭이 넓어지고, 속도도 빨라지고, 덩달아 그 뒤를 따르는 나 역시 빨라졌다.
그리하여 도착한 식당엔…….
어머니가 웃고 계셨다.
“큼, 크흠. 부인.”
“왔어요? 얼른 앉아요.”
손님 앞이라 대놓고 타박하진 못했지만, 난 저 눈빛을 안다.
우리 아버지, 이따 혼나겠다.
나는 모른 척, 베나티오 옆에 앉아 마침 나오고 있는 전채요리를 바라보았다.
“선배님, 음식이 정말…… 대단합니다.”
“괜찮아 보여?”
“그렇다마다요. 수프는 역시 남부식이라더니.”
베나티오는 수프를 한입 맛보더니 극찬을 터뜨렸다.
“부인, 이건 정말…… 엄청난 맛입니다. 제 표현이 미숙할 것을 미리 사과드립니다. 묵직하게 씹히는 건더기와 따스하게 넘어오는 이 수프의 맛이 정말…… 맛있습니다.”
원래 남부식 식사 예절이 이렇다. 요리마다 첫입을 맛보곤 극찬을 하는 셈. 우리 가문에 들른 손님들은 모두 그랬다.
하지만 베나티오의 극찬은 어딘가 모르게 세련되고 미려하기보다는 투박하나 날것 그대로의 느낌이 있어서 꽤 신선했다.
어머니도 마음에 드신 듯했고.
“많이 들어요. 우리 가문 손님은 언제나 후하게 대접해야죠. 우리 막내 친구라면 더더욱.”
덕분에 분위기는 아주 화기애애했고, 아버지는 한숨 돌린 채 식사를 마무리하실 수 있었다.
물론 이따 밤에 어떻게 되실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아버지가 해결하실 문제.
매정하게 들려도 어쩔 수 없습니다, 아버지.
아무튼.
“아들.”
“예, 아버지.”
방으로 돌아온 우리 두 부자는 어머니의 표정은 잠시 잊고 하던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게…… 말이다. 음. 당연히 못 들어 봤을 거다.”
이렇게 말한 아버지가 보여주신 건 내가 아주 잘 알고, 들어 본 수준 정도야 애초에 넘은 물건이다.
핌블(Pimble).
36개의 사각형이 그려진 판 위에서 말을 놓고 진행하는 게임.
지난 생에서 아주 중독 수준으로 열심히 했던 게임이다.
어느 정도냐면, 전투 중에도 갑자기 생각이 날 정도.
생사가 갈리고 피가 팍팍 튀는 전투에서도 핌블이 하고 싶어 얼른 다 처리하고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면 믿겠는가.
전장의 중심에 있던 나에겐 머리도 식히면서 전술 역량도 키울 수 있는 게임이기도 했고.
물론 점점 전쟁이 급변하기에 어느 순간부터는 게임에 쏟을 시간이 없어서 손을 안 대기 시작했지만…….
“이게 요새 남부에서 유행 중이란다.”
그 중독성은 그야말로 엄청나다.
드레니크에서도 시골 지방에서 알음알음 유행하던 걸 거기 출신 병사가 입대하며 전파됐는데, 그게 단 몇 달 만에 순식간에 전선 전체로 퍼졌을 정도.
어쩌다 여기 남부까지 왔는지는 모르지만, 남부에서 확산된 이유 정도야 굳이 말할 것도 없다.
“게임이네요?”
“그렇지. 원래는 아는 사람들만 하던 거라 들었는데, 엘딩턴 남작이 여기저기 권하면서 귀족들 사이에도 번졌다고 하는구나.”
그렇다면 아버지는 왜 이걸 가지고 계실까.
“아버지도 하세요?”
“……으음.”
하시는군.
그것도 꽤 빠지신 것 같은데.
“사실 너한테 이야기할 만한 고민이 아니긴 하지. 이건 일종의…… 그냥 남부의 가주들 간의 유흥거리라고 해야 할까?”
그래서 아까 큰 고민에 빠지신 모양이다.
아마 어머니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엘딩턴 그 놈팽이가 이걸 갑자기 유행시키지만 않았어도…… 으음.”
“왜 고민이신데요?”
“그야 이제 엘딩턴이랑 붙을 때가 왔으니까. 근데 실력이 생각 이상으로 대단해 보여서 말이다.”
“그런 것도 해요?”
“지금 귀족들 사이에서 날을 잡고 하루 종일 이 핌블을 플레이하는 게 유행이거든.”
하기야, 나도 전생에서 그랬다.
나의 경우 너무 푹 빠진 나머지, 실력도 급격히 늘어서 나중엔 하루종일 도전자를 상대할 정도였으니.
엘딩턴 남작도 딱 그런 케이스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
아무튼 중독성이 대단한 게임이라 귀족들 사이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도 이상한 건 아니다.
웃기게도, 정작 드레니크의 귀족들은 수준이 낮다며 거들떠도 안 보는 게임이었지만.
그쪽 귀족들은 복잡하고 어려운 게임을 선호했다.
돈이 많이 들어가는 건 덤.
그래야 신분 낮은 사람들이 끼어들지 못해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일단 호기롭게 수락은 했는데…….”
“이기고 싶으신 거죠?”
“그야 물론이지.”
음.
우리 아버지를 더 큰 중독의 길로 이끄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얼마나 남았죠?”
“일주일 뒤.”
일단 시간은 충분한 것 같다.
나는 일단 최대한 모른 척을 하며 핌블 판과 말을 챙겼다.
“규칙 좀 알려 주세요.”
“규칙?”
“일주일 남았으면 연습이 필요하잖아요.”
내가 해 본 바, 핌블은 혼자 하는 걸로는 실력 상승에 한계가 있다.
대련이든 게임이든 다 그렇지만, ‘적절한 상대’가 있어야 하는 법.
이 경우는 내가 되겠지.
전직 드레니크 제4군단 비공식 핌블 대회 챔피언, 아그릭.
전생의 이름을 떠올려 보는 건 또 오랜만인데.
“아들, 너랑?”
“이것도 대련이죠. 규칙 알려 주세요.”
그렇게 나는 연기력을 발휘하며 핌블 입문자인 척 규칙을 배웠다.
“요건 ‘캉’이라 하는데, 왕의 포지션이지. 이 ‘캉’이 두 번 공격당하면 지는 거야.”
“네.”
“이건 ‘델’. 왼쪽으로 두 칸 이동할 수 있지. 다시 돌아오려면 ‘둔’을 희생시켜야 해. 이건 전략이 되는 거지.”
초보적인 전략이자, 고급 전략이다.
그렇게 다 아는 규칙 설명이 이어지고, 마침내 아버지와의 대결이 시작되었다.
다 기억은 하지만, 실제로 플레이에 새롭게 적응하는데 약간의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하하. 그래, 요렇게. 방금은 아쉬웠지, 그치?”
“그러게요.”
하지만 오래 걸리진 않았다.
단 한 판.
딱 한 판만 진 뒤, 그다음 판을 바로 이겼다.
“……아들? 뭐냐 방금?”
“캉을 내 주는 척하면서 둔으로 친 거죠.”
“델로 치는 게 아니라?”
“둔은 가장 등급이 낮죠. 그래서 경계하지 않는 말일 거라 생각했어요.”
“대단한데. 초심자의 행운, 그런 건가?”
당연히 아니다.
하루에도 수십 판씩 핌블을 하면서 익힌 경험과 실력이지.
“……또 이겼어?”
“캉이 너무 드러났어요. 캉으로 가는 길이 단 두 수만에 해결돼요. 여기 보세요.”
감을 익혔으니 당연히 다음 판도 이겼고.
“여기서는 델로 쳐야 해요. 왼쪽으로 두 번만 이동하면, 이렇게 길이 열리죠.”
내가 한때 군단장과도 핌블을 둬 본 경력이 있다.
하도 졸라대서 나중에는 전투 막 끝나 부상 치료받는 사람을 앉혀 놓고 핌블을 두게 할 정도라 질려 버렸지만.
“자, 보세요. 방금 상황을 복기해 보면…….”
핌블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간의 플레이를 되짚는 복기와, 수를 내다 보는 예측력이다.
상대가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 그럼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리고 마침내 상대가 꼼짝도 할 수 없는 수를 어떻게 낼 것인가.
손으로 말을 움직이는 건 결국 머릿속으로 실행되는 수많은 경우의 수를 고민한 끝에 나오는 한순간의 플레이다.
“아들…… 왜 이렇게 잘하냐……?”
그런 의미에서 아버지를 ‘교육’시켜드릴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엘딩턴 남작, 이기고 싶으시죠?”
“……당연하지.”
“그럼 저랑 일주일만 연습하시죠.”
난 그 어느 때보다 자신만만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 * *
엘딩턴 남작가는 평화롭기로 유명한 남부에서도 아주 주목받는 가문은 아니었다.
보유한 사업도 아주 규모가 큰 것도 아니고, 남작령 역시 생산량이 딱히 뛰어난 것도 아니다.
물론 그건 크게 중요한 사실은 아니다.
남부 자체의 분위기가 적당히 하고 놀자, 라는 것에 가까웠으니.
하지만 그렇다고 가문의 위상이 높아지는 걸 마다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엘딩턴 남작도 그랬다.
가문의 위상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높아지고 있기 때문.
이게 다 자신이 우연한 기회로 발견해 남부에 전파시킨 핌블이란 전략 게임 덕이다.
남부는 전통적으로 날씨가 좋고 따스해서 느긋한 사람들이 많다.
놀거리도 많고, 늘 새로운 놀거리를 찾는다.
말도 안 되는 스케일과 이상한 내용의 축제도 바로 그 이유.
물론, 이 핌블의 중독성이 말도 안 되게 강한 것도 있지만.
‘저번엔 올슨 자작을 박살 냈으니…… 이걸로 10연승인가?’
핌블이 본격적으로 남부에 퍼지면서 엘딩턴 남작은 핌블의 전파자를 자처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개최한 게 바로 이거다.
엘딩턴 남작가배 핌블 챔피언십.
다른 가문의 후원도 받았고, 덕분에 상금도 어마어마하다.
중독성이 높은 게임 특성상 각 가문에서 앞다투어 참가해 준 덕.
하지만 엘딩턴 남작을 이길 사람은 없었다.
이 핌블을 남부에 들여오며 철저히 연구하고 연습한 뒤, 만족할 만한 수준이 된 다음에야 본격적으로 전파했기 때문.
초보자 상대로는 적당히 실력을 조절하고, 조금 실력이 있는 상대에게는 아슬아슬하게 져 주는 식으로.
그리하여 이제 남은 건 소그레스 백작가와 기타 몇몇 가문.
“소그레스 백작가만 이기면 된다.”
소그레스 백작가는 남부에서도 상징적인 가문.
아무리 자신이 핌블의 전파자고, 그래서 잘한다지만 소그레스 백작가를 이기는 건 의미가 남다르다.
이제 자신은 남부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게임의 진정한 챔피언이 되는 거나 마찬가지.
“남작님, 대회장 준비가 끝났습니다.”
“음. 가지.”
마침 시종이 알려와 엘딩턴 남작은 수염을 쓰다듬곤 걸음을 옮겼다.
이번 챔피언십을 위해 엘딩턴 남작은 아예 대회장을 따로 꾸렸다.
수많은 관전자들이 지켜볼 수 있도록 마법으로 확대한 화면도 제공하고, 구경꾼들이 편히 앉아 쉴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한다.
그리고 그 구경꾼들보다 조금 아래에 있는 테이블에서 펼쳐지는 핌블 경기.
‘거기가 바로 소그레스 백작이 패배하는 장소가 될 것이다.’
소그레스 백작이 누군가.
불패의 신화.
전쟁영웅이자 푸른 광풍.
그런 사람을 핌블이란 종목이긴 해도, 꺾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
“음. 완벽하군.”
대회장을 내려다 보는 엘딩턴 남작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준비는 완벽하다.
이제 이길 일만 남았다.
그리고 그때 마침 대회장으로 들어서는 소그레스 백작.
“음?”
그런데 그 옆에 못 보던 소년이 한 명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