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547)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547화(547/582)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547화
368. 냄새(3)
“레크. 지금 환자들은 모두 어디 있습니까?”
“회관 안에 격리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공간이 부족해 회관 말고 근처 창고나 넓은 여관방에 있죠. 쿨럭.”
슬슬 레크도 증상이 시작되려는 모양.
나는 격통에 시달리다 잠시 진정된 듯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레크. 혹시 약을 투여받아 보겠습니까?”
쿨럭.
또 한 번 레크는 거친 기침을 하더니, 이번엔 피 섞인 가래를 토해냈다.
급한 환자도 중요하지만, 당장 눈앞에 있는 사람은 레크다.
샘플도 충분하니 못 할 건 없다.
“……망설일 이유가 있을까요? 어차피 이대로 있으면 죽을 텐데.”
초췌하고 죽어가는 얼굴과 다르게 눈빛에는 살고자 하는 의지가 가득했다.
“저에겐 가족이 있습니다.”
가족.
그래, 그것만큼 강한 동기는 없지.
“그러니 저보다 제 아내에게 먼저 투여해 주시길 바랍니다. 제 아내도 어젯밤에 고열에 시달렸습니다.”
그리고 가족이라는 존재는 자신의 목숨보다 소중한 법이다.
“알겠습니다. 집으로 안내하시죠.”
“이쪽입니다.”
“혹시 아이는 없습니까?”
“다행히 사태 발생 전에 아이들의 보호자를 자처하는 사람이 있어서 그쪽에 있습니다. 저번에 물어봤을 때는 다행히 그쪽에서 증상이 발병하진 않았더군요.”
“보호자요?”
“예. 이 마을 출신 사람인데, 얼마 전에 고향 방문차 들렀다가 이 역병이 터지는 바람에…… 실력 있는 마법사라 들었는데, 마을에서 일이 터지자마자 발빠르게 움직여 주더군요.”
그 말에 베나티오가 반응했다.
“선배님, 그래도 한 명쯤은 도와줄 만한 사람이 있어 다행입니다. 혹시 시드레인 님과 같은 마탑이실까요?”
“글쎄. 만나 봐야 알겠지. 레크, 일단 집으로 안내하시죠.”
“알겠습니다.”
레크는 비틀비틀, 힘겨운 걸음을 옮기며 자신의 집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가는 동안 마력을 좀 불어 넣어 줄까 했는데, 그게 소용이 있을 것 같진 않았다.
내 마력에 병을 치유하는 능력은 없으니.
[내 권능만 살아 있었어도 이깟 역병쯤은 가볍게 처리했을 텐데.]그리고 그때 들려 온 사념체의 목소리.
“권능?”
[드래곤의 권능에는 말했듯 여러 가지가 있다. 개중에 하나가 역병 같은 사이한 힘을 몰아내는 거지.]드래곤답네.
“근데 지금은 못 쓰잖아.”
[그렇지. 내 동체는 잠들어 있으니.]“그럼 카르나스한테 가르쳐서 최대한 빠르게 날아오게 하든가.”
[안타깝게도 그런 고등한 권능을 배우기까지는 최소 수십 년의 시간이 걸린다. 물론, 요 꼬맹이 녀석은 상당한 수재이니 그보단 덜 걸리겠지만.]아쉽게 됐다.
그런 힘이 있었다면 크로스 교수를 부를 것도 없이 바로 처리하고 수도로 향했을 텐데.
“누구랑 대화하는 거냐? 내가 모르는 다른 녀석이 또 생겼어?”
그때 마침 말을 걸어오는 크로스 교수에게 난 지팡이를 건넸다.
“대화해 보실래요?”
“응?”
잠시 후.
“……세상에. 이거 진짜냐?”
[이거라니, 말을 조심해라.]“진짜…… 진짜…… 그거냐?”
“예. 본인 주장으로는요.”
[주장이라니! 너도 봤잖아!]드래곤의 사념체가 따지고, 리치가 황당해하는 이 희귀한 광경.
그리고 그 사이에 낀 나는 명백한 인간이라 묘한 뿌듯함마저 느껴지는 이 상황.
“무슨 일이십니까?”
“음. 아냐. 아무것도.”
정확한 영문을 모를 베나티오에게 둘러대는 사이 도착한 레크의 집 앞.
마을 자체가 그리 넓지 않아 순식간이었다.
“여기입니다.”
“들어가죠. 교수님, 베나티오. 잠시 밖에서 기다려 주십시오. 베나티오, 곧 사제들이 올 거야. 오거든 나한테 이야기하고.”
“알겠습니다, 선배님.”
그렇게 둘만 들어간 집 안의 풍경은 참 묘하게도 따스했다.
당장에라도 저녁 준비를 할 것 같은 풍경.
그러나 침대 위 누워 신음하는 한 여자의 모습은, 이 역병이 정말 한순간에 마을을 덮쳤음을 의미한다.
“여보.”
“레크. 당신…….”
힘겹게 몸을 일으키는 그녀는 안색이 좋지 않았지만 남편의 얼굴부터 살폈다.
“괜찮은 거야? 안색이 더…….”
“주기가 곧 찾아오겠지만 괜찮아. 그보다, 치료해 주실 분을 모셔 왔어.”
“치료해 주실 분?”
레크의 아내는 그의 어깨너머로 날 확인하곤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다.
은발이 이럴 때는 참 편하다.
흔치 않은 머리카락이니.
“혹시…… 내가 아는 그분은 아니지?”
“맞아. 소그레스 백작가의 데인 소그레스 도련님.”
“세……상에…….”
내 입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이런 상황에서 소그레스 백작가의 막내아들을 보는 것도 참 상상 못할 경험이긴 하다.
심지어 치료해 줄 사람이라니.
“부인, 치료가 완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일단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니까요.”
“확인이라 하시면…….”
“이 역병의 증상과 유사한 병의 치료제를 모두 들고 왔습니다. 그중 가장 잘 듣는 약을 확인할 겁니다.”
“…….”
“치료가 안 들을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악화될 수도 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것 외엔 방법이 없다.
그렇다고 이 사람에게 어차피 그대로 있으면 죽을 거니 협조하라 말할 수는 없지.
어디까지나 선택의 기회를 주는 것.
나는 남부의 이 자그마한 마을 사람들을 살리고 싶다.
그러나,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유로 죽을지도 모를 일을 강요할 권리는 없다.
“하지만, 성공한다면 살 수도 있습니다.”
“…….”
사실, 치료제가 듣는다 해도 완치까지는 보장하기 어렵다.
하지만 증세를 완화시키고 죽음을 늦출 수 있다면 이 대책 없는 역병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실제로 역병은 사제들도 ‘완치’시킬 수 없다.
어디까지나 사제들의 ‘치유’ 전문 분야는 외상이나 가벼운 내상이 대부분이니까.
병을 치료하는 경우도 있지만, 프리실라의 말에 따르면 그건 어디까지나 힘을 북돋아 병을 이겨낼 체력을 얹어 주는 거라 한다.
“……할게요.”
“여보.”
“하는 수밖에 없어, 레크. 어차피 이대로 있다간 죽을 테니까.”
애써 부드럽게 웃고 있지만, 살고자 하는 의지는 명확하다.
“알겠습니다. 투약 시작하죠 그리고 레크. 이제 곧 주기가 시작되니 이걸 드세요.”
“이건…….”
“진통제입니다.”
“가, 감사합니다. 진통제라니…… 저희 마을에도 몇 개 없는 건데.”
참고로 진통제는 꽤 귀하다.
중독 증세를 보이는 마약성 진통제는 한때 전쟁에서 사용되었으나 그 폐해가 상당해 알테온에서는 이후 금지된 걸로 안다.
그러다 오티에르 제약에서 출시한 게 바로 이 일반적인 진통제다.
마약성보다야 효과는 낮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테다.
“흡…….”
입에 진통제를 털어 넣기 무섭게 마침 통증이 찾아온 모양.
레크가 털썩 주저앉았고, 레크의 부인이 처연한 표정으로 손을 뻗었다.
“레크…….”
“당장은 괜찮을 겁니다. 부인, 그럼 이제 시작하겠습니다.”
“……네.”
전생에서 부상병을 치료할 때 가장 중요했던 건 역시 소독과 더불어 깨끗한 환경.
하지만 전장이기에 역설적으로 지켜지기 어려운 환경이다.
마법사들은 고급 인력이고, 그래서 일일이 정화 마법을 써 줄 만한 마력이 남아나질 않았다.
부상병 치료의 위생 관리에 도입하는 것보다 적에게 불덩이 한 번 더 날리는 게 효율적이었으니까.
어찌어찌 치료해도 상처 부위가 썩어들어가는 일도 잦았다. 난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며 정화 마법을 걸었다.
“숨쉬기가…… 한결 나아요.”
“마법을 썼습니다.”
“마법…… 생전 거의 처음 보는 것 같아요.”
“오늘 자주 보실 겁니다.”
난 레크의 부인을 안심시키려 최대한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뒤 몇 개의 마법을 추가적으로 시전했다.
모두 주변 공기를 정화하고, 먼지를 털어내고, 혹시 있을 감염을 방지하기 위한 추가적인 조치.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치료제 투여가 시작되었다.
먼저, 오티에르 자작이 샘플과 같이 보내온 회복제를 먼저 마시게 했다.
“써도 한 번에 삼키셔야 합니다.”
“네에…… 으읍.”
쇠약해진 상태이기에 어느 정도 체력을 회복시킬 필요가 있기 때문.
이후 안색이 조금 밝아진 걸 확인한 뒤, 샘플 치료제 중 가장 가능성이 높은 치료제부터 꺼내 들었다.
“투약 중 통증이 조금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상함이 느껴지면 즉시 이야기해 주셔야 합니다.”
“아, 알겠어요. 잘 부탁드려요, 도련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소그레스라는 가문의 이름을 달고 있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목숨을 맡길 만큼의 신뢰를 내보인다는 게, 과연 어떤 의미일까.
물론 희망이 없고, 어차피 이대로 두면 죽는다는 걸 스스로도 알겠지만 그렇다고 사람을 믿는 건 별개의 문제.
“반드시 살리겠습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저런 약속을 했다.
“전 믿어요.”
미소 속에서 마침내 시작된 투약.
오티에르 자작의 말에 따르면, 해당 치료제의 효과는 투약 직후부터 나타난다고 한다.
“윽…….”
짧은 신음과 함께 격통이 시작된 건지 이불을 잡고 있던 손이 꽉, 주먹을 쥐었다.
과연.
부작용일까.
치료가 되고 있는 걸까.
“어떠신가요, 부인.”
“조금…… 아파요. 가슴 쪽이…….”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이 사람을 살려야 한다.
지금 뒤에서 진통제로 간신히 고통을 버텨내며 아내를 바라보는 레크도.
그리고 지금…….
신음하고 있을 다른 사람들도.
“후우…… 후…….”
그사이 부인의 숨이 점점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설마 부작용인가.
하지만, 오티에르 자작이 알려 준 이 치료제의 부작용에는 없는 항목이다.
난 침착하게 지켜보기로 하고 뒤를 돌아보았다.
걱정하지 말라는 듯, 레크에게 고개를 끄덕여 준 뒤 다시 부인에게 집중했다.
“후우…… 후…… 후우…….”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거친 숨이 차츰 진정되고, 크게 오르락내리락하던 가슴도 이제는 거의 떨림이 멎었다.
“한결…… 편해지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레크만큼은 아니어도 얼굴에 나 있던 반점들이 아까보다 한결 옅어졌다.
“다행이군요. 차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아아…… 정말…… 정말인가요?”
“네. 부인. 다행입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나는 일단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다.
“레크, 이제 안심해도 됩니다.”
“……다행, 다행입니다. 쿨럭.”
“조금만 기다리세요. 당신한테도 치료제를 투여할 겁니다.”
그리고 잠시 후.
완연히 안색이 좋아지고, 열도 내려가고, 무엇보다 떨림이 멎었다.
“몸이…… 한결 편안해졌어요.”
“다행입니다, 부인.”
놀랍게도 부인은 당장 일어날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되었다.
물론 아직 빠르게 걷거나 뛰는 건 무리겠지만, 적어도 일어나서 의자에 앉는 건 가능했다.
덕분에 빈 침대에 레크가 누웠고, 나는 아까와 똑같은 과정을 거쳐 투약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레크의 증세까지 나아지는 걸 확인했다.
“이건…… 정말 죽음 문턱에서 살아 돌아온 기분입니다.”
레크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반점이 한결 줄어든 자신의 피부를 바라보았다.
“감사합니다…… 도련님. 이 은혜를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 일을 한 겁니다. 이곳은 남부니까요.”
“……정말, 뭐라고 말씀을 드려야 할지…… 정말 감사합니다…….”
이제는 오티에르 자작에게 연락할 차례.
곧바로 통신 수정구를 개방했고, 효과를 본 치료제를 이야기했다.
-……정말 그 치료제가 들었습니까?
“예. 잘 듣더군요.”
한데 반응이 좀 이상하다.
“기쁜 반응이 아니군요.”
-아, 아뇨. 치료됐다니 기쁜 건 맞습니다. 하지만…… 그 치료제는…….
잠시 후.
-그 치료제는…… 대단히 독특한 질병에서 비롯된 병의 치료제입니다.
“독특한 질병이요?”
-네. 본래 현시대에는 존재할 수 없는 병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