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549)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549화(549/582)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549화
369. 역병의 근원(2)
지도사제는 데인을 천재라 알고 있다.
데인의 존재를 모르는 게 더 이상하다.
제국에서 이름난 천재라는 건 이제 말하기엔 입이 아픈 사실.
창술, 검술, 마법, 소환술에 엄청난 재능을 선보였고 단순히 유망한 수준을 넘어 어지간한 사람은 대적도 안 된다는 수준.
심지어 그뿐만 아니라 황제의 총애까지 받는다고 하니, 지도사제 입장에선 어지간한 귀족들보다 더 대단한 존재다.
물론, 데인의 집안도 엄청난 귀족 집안이긴 하다만.
여하튼 그런 이유로 지도사제는 데인을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건 좀…….
“그럼 하루 종일도 정화 마법을 사용하실 수 있다, 이 말이십니까?”
“그런 셈이죠.”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 아닙니까?”
말이 안 되는 것 같다.
아닐 것 같지만, 사제들 대다수는 마법에 대한 지식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다.
학문적으로 마법을 탐구하면서 신성력과의 역학관계를 연구하는 것도 하나의 공부법이기 때문.
그런 관계로, 지도사제는 광범위한 영역의 정화 마법에 얼마나 큰 집중력과 마력이 들어가는지 잘 안다.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데인 도련님. 제가 아는 마법적인 지식으로 치면, 도련님의 마력은 순식간에 바닥날 겁니다. 설령 마력석을 사용하신다 해도…….”
“그런가요? 그런 이유로 마력석을 꺼낸 건 아닌데.”
“네?”
“제가 마법을 계속 쓰고 있으면 다른 일을 못 하잖아요.”
그 말과 함께 데인은 마력석에 어떤 장치를 장착하곤 마력을 일으켰다. 사제로서 신성력을 지니고 있기에 바로 알아챈 것.
‘마력이…… 좀 남다른 건가?’
그간 마법사들을 몇 번 만나 그들의 마력을 느껴 보았지만, 저 도련님의 마력은 무언가 다르다.
완전히 결이 다른 느낌?
마력은 맞는 것 같은데, 완전히 다른 종류의 마력처럼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물론 확신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느낌이니.
“이제 작동시키기만 하면 됩니다.”
“그…… 마력석에 말인가요?”
“네. 마력석에 연결된 건 간이 키트입니다. 마력석에 연결하고, 지정된 마력 코드를 입력하면 그 마법을 계속 발생시킬 수 있는 키트입니다.”
“그런…… 물건이 있었군요.”
사실 엄청나게 대단한 물건이다.
기존 제품 대비 마력 출력을 견딜 수 있는 수준이 향상되었고, 지속적으로 마법이 사용되어도 부하가 안 걸린다.
거기에 횟수 설정 기능까지.
양산 비용이 너무 비싸 데인과 아라벨라만 쓰는 게 문제라면 문제지만.
찰칵.
“이제 됐습니다.”
“이걸로…… 되는 건가요?”
“앞으로 며칠은 거뜬할 겁니다. 마력석을 갈아 주면, 1년도 멀쩡하고요.”
“허…… 도대체가…….”
지도사제는 마력석이 발동되는 순간, 묘한 이질감과 함께 주변의 공기가 확연히 깨끗해지는 걸 느꼈다.
“설정 시각은 한 시간입니다. 한 시간에 한 번씩 정화가 진행되고, 그때 찾아오는 이질감만 견디면 됩니다.”
마법의 발동 자체가 신성력을 지닌 사제들에게 이질감과 저항감을 주는 거지, 발동 이후에는 오히려 공기가 깨끗해지고 잔여 마력은 흩어지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셈.
“고맙습니다, 도련님.”
지도사제는 다른 사제들의 상태도 살폈다.
아까와 다르게 확연히 편안해진 표정.
“다들 괜찮나?”
“아주 좋습니다. 숨이 탁 트이는 기분입니다.”
지도사제는 다른 사제들의 반응을 보며, 저런 물건이 하나쯤 사제들에게 보급되면 어떨까 그런 생각을 했다.
다만 나중에 더 생각할 일.
“이걸로 안심하고 환자들을 돌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도사제의 말에 데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흔쾌히 달려와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제 사제들이 나설 차례.
“다들 시작한다.”
“알겠습니다.”
지도사제를 비롯한 사제들이 흩어지며 병자들에게 신성력을 발산하기 시작했고, 그사이 난 촌장을 마주했다.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리셨더군요.”
“……처음 도련님 일행을 보았을 때는 다 틀린 줄 알았습니다.”
그럴 만하다.
마을을 봉쇄했는데 느닷없이 외부인들이 들어왔으니.
“괜찮으십니까? 병에 걸린 지 얼마나 된 겁니까?”
“운이 좋아 최근에야 반점이 나기 시작했지만, 얼마 안 남았습니다.”
“일단 앉으시죠. 사제님, 여기 촌장님께 신성력을 좀 부탁드립니다.”
“늙은이를 살려 둬야 무얼 하겠습니까. 다른 사람을 먼저 살려 주십시오. 저보다 시급한 사람이 많습니다.”
“다른 사제분들이 해주실 겁니다.”
잠시 후.
촌장은 한결 편안해진 표정으로 농담을 던졌다.
“죽을 때가 되니 이런 귀한 경험도 해 봅니다.”
촌장의 말처럼 일반적으로 신성력을 경험할 기회는 많지 않다.
운 좋게 고행사제가 마을에 들르지 않는 이상에야, 사제들의 신성력은 돈 있는 자들의 권리처럼 여겨지기 때문.
“일단…… 보시다시피 상황은 좋지 않습니다. 이미 죽은 사람들은 당장 파악하기도 어렵고, 각자의 집에서 머무르는 병에 걸린 사람들도 있습니다.”
“식수나 식량 사정은 어떻습니까?”
“다행히 식수원이 오염되거나 한 건 아니고, 식량도 충분합니다.”
잠시 고민을 마친 데인은 결론을 내놓았다.
“일단 가장 급한 사람들부터 치료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치료제가 도착하는 대로 치료할 예정입니다.”
촌장은 그저 감사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이제 다 끝났고, 모두가 역병 속에서 말라죽을 때까지 기다릴 뻔한 상황에서 마치 신처럼 등장했으니.
“사실…… 모두가 다들 급하지만 제가 알기로 지금 병이 꽤 진행된 사람이 꽤 있습니다.”
“당장 모두를 치료할 수는 없습니다. 진행을 조금 늦출 수는 없지만, 근본적으로 치료하기 위해서는 향후 도착할 치료제가 필요할 겁니다. 급한 사람들부터 치료하는 걸로 하죠.”
데인이 한마디 덧붙였다.
“최대한 살려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저희 영주님께 알릴 걸 그랬습니다…… 이렇게나 도와주실 줄은…….”
데인과 옆에 있던 사제가 쓴웃음을 지었다.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평범한 촌부가 지니는 귀족에 대한 이미지란 보통 이런 법이다.
이 촌장이란 자는 역병에도 마을을 스스로 봉쇄할 만큼 비범한 결단력을 지녔지만, 그 이면에는 이런 인식이 깔려 있는 셈.
알려 봐야 도와주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끼리 해결해야 한다.
“이젠 조금 안심해도 됩니다.”
마침 지도사제도 다가와 거들듯 물었다.
“데인 도련님, 사제들을 더 들여보내겠습니다. 상황을 보니 교대보다 훨씬 효율적일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하시죠. 촌장님, 집에 머무르는 사람들을 이곳으로 데려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사제들이 더 투입되면 돌볼 수 있는 환자들도 많아질 것이다.
이제 한숨 돌린 셈.
지금부터는 각지에서 올 사제들이 교대로 버텨 주면서 병의 진행을 최대한 늦추는 것만 남았다.
식량도 충분하고, 식수도 멀쩡하다.
‘희망이 생겼어…….’
이제 데인 도련님이 말한 대로 치료제가 도착하기만 하면 된다.
마치 신이 내려온 것 같았다.
이대로 모두가 죽은 줄로만 알았는데…….
“이제 조금 쉬셔도 됩니다, 촌장님.”
“아닙니다. 몸도 조금 편안해졌는데 쉴 수 있겠습니까.”
촌장은 만류 끝에 결국 앉아 있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그리고 치료제 투여는 거절했다.
“이 노구가 앞으로 살아 봐야 얼마나 살겠습니까. 앞으로 이 마을을 위해 일해 줄 사람이 많습니다.”
“촌장님도 중요한 사람입니다.”
“정 그러시다면 저보다는 타스 그 녀석에게 투여해 주십시오. 그 녀석도 어제 자로 발병했는데, 고열에 시달리다 오늘 아침에야 간신히 일어났습니다.”
촌장이 얼른 말을 이었다.
“타스는 이 마을 출신의 유일한 마법사죠. 제 종손(從孫), 그러니까 제 조카의 아들입니다.”
아마 레크가 언급했던 그 마법사를 말하는 것 같은데.
“아침쯤에 마을을 둘러보겠다고 나갔는데, 여태 안 들어오고 있습니다. 아마 다른 환자를 간호하고 있지 않을까 싶은데.”
“제가 한번 찾아보죠.”
“부탁드리겠습니다.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여쭙겠습니다. 가장 먼저 이 역병에 걸린 사람이 누굽니까?”
“…….”
“촌장님?”
“아. 그, 예에. 처음 걸린 사람은 잘 모르……겠습니다.”
촌장은 시선을 피했으나, 데인은 다시 한번 물었다.
“정말 모르시겠습니까? 꽤 중요한 일입니다.”
“워낙 경황이 없어서…….”
“예. 알겠습니다.”
데인은 곧바로 회관을 나서 마을 밖으로 나왔다.
마침 맞이하는 베나티오.
“선배님.”
“아, 베나티오. 고생했어. 다른 사제들도 곧 도착할 예정이야.”
“알겠습니다. 걱정 마세요. 안쪽은 좀 어떻습니까?”
“사제들이 와서 한시름 덜었지. 돌아보니까 좀 어때?”
베나티오는 데인의 말에 마을을 한 바퀴 둘러 보고 온 상황.
“거리에 사람이 거의 없고, 집 앞을 지나갈 때 귀를 기울일 필요도 없이 신음이 흘러나오던데요.”
“어떻게 생각해?”
“예? 그야…….”
베나티오는 잠시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좀 우연이라 말하기엔 어려운 정황들이 있긴 합니다.”
데인은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너도 그렇게 생각했구나.”
“예. 하필 이 작은 마을에 갑자기 역병이 퍼진다는 것도 그렇고, 그 역병이 예전에 등장했던 상황과 매우 비슷하죠.”
남부이긴 해도, 사람들이 잘 찾지 않은 작은 마을.
그곳에서 갑자기 일어난 역병.
“촌장이나 레크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평소에도 외부인이 거의 드나들지 않는다고 했었지.”
“예. 분명히, 인위적인 냄새가 있습니다.”
역병의 조건은 다양하다.
때문에 정말 ‘우연히’ 이 마을에 역병이 퍼졌을 가능성도 고려해야 하지만…….
우연이라는 건 생각보다 쉽게 일어나지 않는 것.
“그리고 우리 이전에 유일하게 드나든 외부인이 딱 한 명 있지.”
“경비병이 언급한 그 마법사군요. 지금 찾으러 가시죠.”
“그러려고 나왔어. 가자.”
심증은 분명히 존재한다.
자세한 건 찾으면 확인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현시점에서 가장 의심스러운 인물이다.
[데인 소그레스. 그자를 찾은 후, 역병의 근원을 추적하는 게 좋을 것 같다.]그때 들려오는 사념체의 목소리.
“사제들이 있어서 그동안 말 안 했나?”
[아니. 사제들의 신성력 따위, 아무리 내가 사념체라도 아무런 영향도 없지.]“그래? 드래곤답네.”
[왜 네가 하면 칭찬 같이 안 들리는지 모르겠다.]투덜대던 드래곤의 사념체는 방금의 화제로 돌아갔다.
[아무튼 역병의 근원을 추적할 필요가 있다. 그게 중요하니까.]“그래서 그 마법사부터 찾아야지.”
마법사.
수도로 향하는 길목에 있긴 하지만, 그 규모가 작고 배타적이라 다들 시선을 주지 않는 마을.
그 마을에 갑자기 고향 방문차 나타난 마법사.
그 이후 생긴 역병.
묘하게 맞물리는 상황.
물론 속단은 이르다.
어디까지나 의심스러울 뿐.
어쩌면 마법사가 자신도 모르는 새 역병을 옮겨 오는 바람에 뒤늦게나마 수습하려 애를 쓰는 걸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 인위적으로 역병을 일으킨 걸 수도 있고.
‘제국에는 아직 수많은 위협들이 남아 있다.’
베나티오는 방첩대 생활 속에서 깨달은 사실을 떠올렸다.
전쟁은 끝났고, 겉으로는 평화로워 보이지만 지금 이 순간도 제국은 수많은 위협과 싸우고 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드레니크는 잠재적 위협 정도지, 직접적으로 위해를 가하지 않는다.
제국에 위협을 가하는 건, 과거 데인이 박살을 낸 바 있던 비밀결사 같은 암약하는 조직들.
외부의 상처야 도려내든 치료하면 그만이지만, 내부에서부터 썩어들어가는 건 답이 없다.
‘그러니 썩기 전에 처리해야지.’
방첩대는 정해진 임무 외엔 진행하지 않는다.
하지만, 임무 도중 위협으로 판단되는 일이 있다면 즉각 보고에 들어간다.
그리고 필요한 경우…….
위협을 제거한다.
‘선배님에게는 죄송하지만.’
베나티오는 마음을 굳게 먹으려 애썼다.
“베나티오.”
“아, 예. 선배님.”
“가자.”
베나티오는 묘한 흔들림 속에서 데인을 따라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