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572)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572화(572/582)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572화
383. 재능이 그렇게 많다더니
전생의 경험은 대체로 쓸모 있는 편이다.
전장에서 태어나서 자라고 죽었으니, 본 것들이 다 하나같이 다루고, 만들고, 부수고, 죽이고, 휘두르는 것들이다.
남들과는 다른 유년기를 보냈다는 건 썩 우울한 일만도 아니었다.
같은 이유로 활도 배웠다.
죽기 싫어서.
궁병으로 차출되면 죽을 확률이 좀 낮아지니까.
백병전이 벌어지기 전, 돌격해 오는 적들에게 활을 쏘아대니 그랬던 것 같다.
물론 짧은 생각이었다.
그런 경우 적들의 제1 목표가 궁병이 된다는 점을 전투가 시작되고 나서야 알았으니까.
아무튼 그때 어찌어찌 살아남아서도 활 쏘는 법을 꾸준히 연습했다.
어찌 됐든 배워 두면 쓸모는 있으니까.
당시만 해도 나는 가족을 이룬다거나, 새로운 삶을 살겠다는 목표보다는 생존에 초점을 맞추며 살아가고 있었기 때문.
그리고 이번 삶에서는 활을 거의 다뤄 본 적이 없다. 기껏해야 어니스트를 가르칠 때 정도?
이렇게 또 기회가 올 줄이야.
“정말…… 다 아시는군요?”
“네. 아버지가 알려 주셨습니다.”
난 조교가 질문한 내용에 모두 답한 뒤 자연스레 아버지를 언급했다.
이러면 가문의 위상도 높이고 일석이조지.
“다른 분들도 잘 들으셨죠? 설명도 완벽합니다. 말한 대로 제국의 제식 활은 크게는 네 부위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일단 먼저 활대부터…….”
설명이 이어지는 동안 나는 제식 활의 생김새를 자세히 살폈다. 전생에서 드레니크군 소속으로 노획해 만져 봤을 때랑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참고로 드레니크는 상황에 따라 단궁, 장궁을 번갈아 운용했고 알테온의 경우 한 종류의 제식 활만 사용한다.
바로 저거.
단궁과 장궁 중간쯤에 위치한다고 해야 할까.
대규모 회전에서도 마법을 써서 원거리 타격 능력을 갖췄기 때문에, 관통력을 높인 장궁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
저 활은 그럭저럭 다루긴 어렵지 않은 편이다.
입문은 쉬운데, 숙달이 어려워서 그렇지.
“자, 그럼 활의 관리도 알아보아야겠죠? 활은 간단히 말하면 쏘는 것보다 관리가 더 중요한 물건입니다. 관리하지 않으면 쏘아도 제대로 맞지 않거나, 시위가 풀리거나, 최악의 경우 활대가 부러지거든요.”
이런저런 설명들이 이어지는 가운데 마침내 활에 시위를 걸어 보는 시간이 왔다.
“자, 이렇게 합니다. 시위는 평소에 풀어 두어야 합니다. 계속 걸어두면 활대의 장력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죠. 참고로 시위에는 탄성이 없습니다. 그래서 익숙해지지 않으면 처음엔 시위를 걸기 무척 어렵죠.”
활은 시위의 탄성이 아닌 활대의 탄성으로 화살을 날리는지라 그런 셈.
“어우, 엄청 안 당겨져!”
“이거 팔 힘이 엄청 들어가는데……?”
두 명은 낑낑거렸고, 나는 잠시 활을 바라보다 다리 사이에 끼운 뒤 가볍게 시위를 당겨 끝에 걸었다.
“오, 역시 데인 학생! 해내셨네요? 혹시 마력을 사용했나요?”
“아뇨. 그냥 걸었습니다.”
“역시. 요령을 아시네요.”
힘도 필요하지만, 중요한 건 요령.
처음 활 배울 때 얼마나 개고생을 했던지.
아무튼 이후로 나머지 두 학부생이 낑낑거리며 활을 거는 데 성공한 후, 조교가 물었다.
“힘들면 지금이라도 수강 변경해도 괜찮아요. 본 강의가 시작되면 포크도 못 들 정도로 손이 떨리게 될 테니까.”
참고로 이 강의의 이름은 [궁술 입문]이다.
즉, 본 강의 때부터는 죽어라 쏘기만 한다는 뜻.
“아마 손톱이 부러질 수도 있고, 손 쪽의 근육이 마비될 수도 있어요. 활만 보면 화가 날 수도 있고요.”
“…….”
“그래도 괜찮으면 들어도 되구요.”
결국 두 학부생은 나와 조교를 번갈아 바라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저희 생각과 다른 것 같아요.”
“솔직히 데인 선배님 보러 온 건데……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어요.”
조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네요. 솔직히, 쉽지 않거든요. 힘들고 어렵고. 잘 생각했어요.”
그렇게 두 학부생이 수강 포기 의사를 내비쳤고, 빌렌 교수 역시 다행이라는 듯이 두 학생을 배웅해 주었다.
그러니까 타 학부생 중에서는 나만 남았다.
“세상에, 시위를 한 번에 걸었다고?”
“네. 아주 익숙한 자세였습니다. 요령도 있고, 힘도 있던데요. 심지어 마력을 쓴 것도 아니라네요.”
“허허, 세상에.”
빌렌 교수는 무척이나 기뻐했다.
“타 학부생이 이렇게 강의 들으러 오는 것도 드문 일인데, 심지어 처음부터 잘하다니! 이건 아주 좋은 일이야. 하하하하!”
목젖이 보일 정도로 웃어젖히는 모습.
사람이 이렇게 기뻐하는 모습은 최근에 우리 아버지가 핌블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것 외엔 못 본 것 같은데.
“그럼, 점검도 마쳤고 빠질 사람도 빠졌으니 사격하러 가면 되겠군.”
“교수님, 오늘 오리엔테이션인데요.”
“한 10발만 쏘고 들어가지. 어때? 궁도장 별로 안 멀잖아.”
“그러시죠…….”
오리엔테이션은 설명만 하고 끝나는 게 약간 암묵적인 규칙 아닌가, 싶었지만 빌렌 교수가 너무 들뜬 것 같아 차마 말할 수는 없었다.
엄밀히 말하면 오리엔테이션도 수업 시수에 포함되는 시간이니 뭐 어쩌겠어.
덕분에 사격학부 학부생들은 무슨 F라도 맞은 사람처럼 허망한 표정이 되었지만.
“자자, 여기가 바로 궁도장이야. 어떤가?”
아무튼 그렇게 이동한 궁도장의 상태는 과히 좋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어떻게 관리는 되고는 있는데, 시설이 무척이나 낡아 보였다.
“멋집니다.”
물론 그대로 말할 수는 없으니 적당한 대답을 꺼냈고, 빌렌 교수를 상당히 만족시킨 것 같았다.
“하하. 그렇지? 그래도 우리가 자부심 하나로 관리하고 있지!”
확실히 비인기 학부의 현실이 느껴지는 곳이긴 하다.
자율전공학부는 애초에 예외적인 곳이라 그런 걸 느끼고 자시고 할 것도 없었는데.
안 그래도 이런 시설이며 관리가 필수적인 사격학부일 텐데, 과녁만 해도 도대체 얼마나 쓴 건지 구멍이 수천 개는 뚫린 것 같았다.
저 정도면 과녁에 맞춰도 그냥 화살이 뚫고 뒤로 빠져나갈 확률이 높아 보이는데.
조교 표정을 슬쩍 살피니 고개만 푹 숙이고 있었다.
“그럼, 시범을 좀 보여 볼까!”
빌렌 교수는 힘차게도 나서더니 제국군 제식 활을 집어 들어 가볍게 시위를 걸었다.
시위를 활대 끝에서 끝으로 당길 때 핏줄이 툭툭 불거지는 팔뚝이 예사로운 수준이 아니다.
활은 단순히 힘만으로 쏘는 건 아니라지만, 근력이 강할수록 유리한 것도 사실이다.
“빌렌 교수님께서는 한때 황실에서 황실 일가에 궁술을 가르치던 선생님이셨죠. 이후 아카데미 교수직에 지원하시게 되었습니다.”
아카데미 교수들은 역시 이력이 화려하다.
“흐음.”
그사이 빌렌 교수가 가볍게 건 시위를 몇 번 당겨 보더니, 화살을 한 개 집어 시위에 걸었다.
시위가 늘어나고 활대가 팽팽히 휘는 소리.
자세도 안정적이고, 호흡도 흐트러짐이 없다.
목젖까지 보이며 웃어젖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고-
쐐애애액! 퍽!
시위를 놓는 순간 떠난 화살은 과녁 정중앙에 그대로 틀어박혔다.
정확히는…….
“하, 하! 이거 원. 화살이 사라져 버렸군! 내 신기술이야!”
예상한 대로 원래 난 과녁 구멍에 그대로 들어가 과녁 뒤로 넘어가 버렸다.
저것도 나름 기술이라면 기술이다.
원래 맞춘 곳에 정확히 또 한 번 맞추는 것만큼 어려운 게 없거든.
“…….”
물론 조교는 뭔가 할 말이 있지만 참는다는 표정을 짓곤 고개만 푹 숙였다.
타 학부생 앞에서 이런 열악한 환경을 보여주었으니.
“교수님, 이 정도면 저 과녁은 교체해도 될 것 같습니다.”
“흠. 오래 쓰긴 했지? 그러자고!”
빌렌 교수는 흔쾌하게 수락했지만, 저 지경이 될 때까지 과녁을 그대로 둔 것 자체가 흔쾌하지 않은 일이다.
그렇게 새 과녁으로 교체됐고, 사격학부 학생들이 각각의 사로에 섰다.
“먼저 우리 학부생들 실력을 한번 보고 그다음에 데인 학생 실력을 한번 보자고!”
그리고 확인한 사격학부 학생들의 실력은 썩 나쁘지 않았다.
저학년용 입문 강의라지만, 그래도 활을 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쐐애애액! 피잉!
대부분은 과녁에 꽂혔고, 몇몇은 빗나갔지만 거의 십중팔구는 모두 과녁에 명중하고 있었다.
“자, 그럼 데인 학생 실력을 좀 볼까? 부담 가지지 말라고. 하하하!”
나는 제식 활을 집어 들었다.
아까 만져 봐서 그렇게 낯설진 않다.
화살도 드레니크군에서 쓰던 것과 큰 차이도 없고.
촉의 형태가 조금 다르진 하지만, 그거야 뭐 지금은 사람한테 쏘는 게 아니니까.
나는 사로로 걸어가 화살을 집어 든 뒤 시위에 걸어 천천히 잡아당겼다.
활을 쏘는 기본은 바로 상체의 모든 근육을 이용하는 것.
팔로만 당기다간 금세 근육에 무리가 오고, 나중에는 시위도 못 당길 지경이 된다.
아마 첫 실전에서 그랬던 것 같은데.
쭈우우욱…….
몸으로 한 체험이란 참 신기하다.
수십 년이 지나고, 심지어 몸까지 바뀌었는데 이렇게 바로 기억이 나고 적용까지 되다니.
“오…… 자세가…….”
어렴풋한 목소리 속에서 난 마침내 시위를 놓았고-
쐐애애애액! 퍽!
날아간 화살은 새롭게 가져다 둔 과녁에 제대로 틀어박혔다.
“오! 나쁘지 않군!”
중앙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외곽도 아니다.
“음. 시선은 조금 더 위로 바라보는 게 좋겠군. 이 정도면 훌륭해. 처음에는 시위를 당기는 것도 어려워하거든.”
빌렌 교수의 말에 따라 나는 시선을 조금 더 위로 옮기고 과녁을 조준한 뒤, 두 번째 화살을 쏘았다.
퍼억!
그리고 이번엔 조금 더 중앙으로 향하는 화살.
“오. 습득이 빠른데?”
이후 집어 든 세 번째 화살.
아까보다 약간 더 위로 시선을 옮긴 뒤, 방향을 조금 왼쪽으로 향해 시위를 놓았다.
그리고-
퍽!
이번엔 중앙이었다.
그것도 정중앙.
“…….”
“……어어.”
“허, 허허…….”
순간 사방이 조용해졌고, 나는 그사이 화살을 하나 더 집어 시위를 당겼다.
다시 한번.
쐐애액, 퍽!
중앙이었다.
첫 화살 바로 옆에 박힌 두 번째 화살.
이거 좋은데.
전생에서 노획했을 때 이거나 쓸 걸 그랬다.
드레니크군 활은 묘하게 안 맞는 느낌이 있었는데, 이건 또 안 그러네.
“세…… 번째 화살에 정중앙…… 허, 허허…….”
빌렌 교수의 멍한 중얼거림이 들려왔고, 뒤를 돌아보니 조교는 얼빠진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머지 사격학부 학부생들의 표정은 굳이 볼 것도 없었다.
그쪽을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실례일 것 같아서 말이지.
나는 사로에서 내려와 조교에게 활을 건네주었다.
“활이 좋네요. 관리가 잘된 것 같습니다.”
“아, 어, 음. 그렇죠.”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궁술.
옛 기억도 살리고, 아주 재미있을 것 같다.
수강신청 실패가 그렇게 나쁜 일만은 아닌 것 같은데?
이런 와중 빌렌 교수는 날 멍하니 바라보다 한마디 중얼거렸다.
“……재능이 그렇게 많다더니.”
제가 전생에 구르면서 배운 게 좀 많아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