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576)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576화(576/582)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576화
386. 영원한 저주(2)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그런 종류의 이야기는 아니었다.
외려 브루노 교수를 모르는 사람이 듣는다면 면전에서 분노해도 할 말이 없는 경우였다.
“정리하자면, 교수님과 리엘이라는 연인분의 합의하에 영원한 사랑의 저주를 걸었다는 거군요.”
“네. 첫 요청은…… 리엘의 뜻이었지만 결국 저주의 시전자는 저였죠. 물론 같이 했지만요.”
영원한 사랑의 저주.
사랑이 영원하리라 믿었을까, 아니면 사랑이 영원하길 바랐을까.
아마 둘 다였겠지만, 그 결과는 이렇듯 사뭇 끔찍했다.
영원한 사랑을 약속한 사람은 그 저주 덕에 지금 죽어서도 이 사람 곁을 떠나지 못하는 영혼의 상태가 된 것이다.
저주의 위험성.
그 위험성을 2시간 내내 역설했던 브루노 교수는 결국 그 위험성을 직접 체험한 장본인이나 다름없었다.
“리엘은 저주에 걸린 뒤 5년 만에 사고로 죽었어요. 마차 사고였죠. 술에 취한 마부가 리엘을 치었고…… 사제들이 올 틈도 없이 리엘은 현장에서 죽었어요.”
덤덤했지만, 목소리에는 떨림이 느껴졌다.
“그래서 이런 상황이 되었죠. 그 저주 때문에 리엘은 저를 영원히 사랑해야 하고, 그래서 사랑하기 위해 제 곁을 떠날 수 없게 됐어요. 저는 그 저주를 풀기 위해 지금까지 모든 방법들을 찾아보고 있고요.”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저주의 시전자라면, 저주를 풀 수도 있는 거 아닌가요?”
“제가 아까 말했듯 ‘영원’이라는 단어는 무척 위험해요. 저주도 그렇죠. 앞에 ‘영원’이 붙으면, 시전자도 어찌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언어적 힘을 발휘하게 되죠.”
언령(言令).
말이 가지는 힘과 권능.
저주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었고, 영원한 사랑은 그렇게 영원한 저주가 되었다.
“애초에 시전자가 손쉽게 풀 수 있는 거였다면 영원이란 단어의 위험성을 말할 필요도 없었겠죠.”
“그럼 5년 동안 방법을 찾으신 거군요.”
“네. 리엘의 고통을…… 이제는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어요.”
씁쓸한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는 브루노 교수.
솔직히 사랑이란 감정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겠다. 가족을 제외하면 한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해 본 적이 없는 나니까.
하지만, 브루노 교수가 그렇게까지 하면서 한 사람과 영원히 사랑하고 싶어 했던 그 마음이 의도는 알 것 같다.
그리고 그 사랑의 고통이 지금 이 사람에게 어떤 아픔을 안겨 주는지도.
“그 고통을 해소해 주고 싶어요. 그래서 도움이 필요해요, 데인 학생.”
“그 사원에 간다면, 해소할 가능성이 있는 건가요?”
“어쩌면요. 확신은 못 하죠. 하지만 시오니프의 지식이라면, 분명히 해법이 있을지도 몰라요. 어쩌면 시오니프의 행적을 알 수 있을지도요.”
시오니프는 저주에 통달한 자에게 대대로 내려지는 칭호 같은 것.
그렇다면 시오니프는 흑마법사이거나, 혹은 흑마법사와 관련이 있다는 뜻이 된다.
그 사원은 흑마법사들이 떼죽음을 당한 곳이니.
“그런데 데인 학생도 시오니프를 찾을 줄은 몰랐네요. 혹시 제 강의를 들은 게…….”
“네, 맞습니다. 저주에 대해 알아보고, 시오니프의 단서를 찾기 위해서였죠.”
“……참 기묘하네요.”
브루노 교수는 한숨을 쉬었다.
“교수로서 참 부끄러워요. 결코 하고 싶지 않았던 이야기를 하고, 이렇게 부탁까지 하네요.”
나는 잠시 브루노 교수를 바라보다 물었다.
“리엘이라는 사람의 영혼은 그럼 저주를 푸는 순간 해방되는 건가요?”
“네. 맞아요. 강령이란 선택지도 있었지만, 한 사람이 희생되어야 하죠. 또한 어떤 이의 몸을 차지한 영혼은 결국 붕괴될 수밖에 없어요.”
결국 어떤 어떤 식으로든 저주를 풀고 영혼을 해방시키는 방법밖에 없다는 뜻.
이해관계가 일치한다.
나는 시오니프를 찾기 위해.
브루노 교수는 시오니프의 지식을 찾기 위해.
어쩌면 브루노 교수도 시오니프를 직접 찾아가서 저주를 풀 방법을 찾아야 할지도.
시오니프가 직접 저주를 건 포에네스의 경우보다는 조금 낫다고 해야 하나?
“만약 그렇게 된다면, 전 교수직도 데인 학생에게 넘길 수 있어요. 물론 아카데미에서 허락하지 않을 테고 데인 학생도 원치 않을 테지만, 정말 그 정도로 절박하다는 거죠.”
무조건 사양이다.
받아들이면 대학원 가야 할 것 같거든.
“제가 가진 거, 그리고 당장 없어도 제가 구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데인 학생에게 줄 테니, 저를 도와주세요.”
결론은 이미 나 있었다.
브루노 교수와 나의 목적은 어느 정도 일치한다.
그러니 거절할 이유가 없지.
“그러시죠.”
우리는 그렇게 또, 때아닌 모험을 결정하게 되었다.
* * *
동아리 부지로 돌아오니 건설이 한창이었다.
이제 대충 절반쯤 지은 것 같은데, 인부들이 쉴 새 없이 최고급 자재들을 나르고 있었다.
“이 정도면 당테르관보다 좋은 거 아니냐?”
“그러게 말입니다, 선생님들.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자재들로만 지어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돈 많잖아. 어떻게든 써야지.”
지금 올라가는 건물은 동아리 건물.
각종 훈련장과 편의 시설, 그리고 동아리원들이 휴식을 취하거나 잠을 잘 수 있는 모든 공간들을 비롯해 창고, 작업실 등의 시설까지 갖춘 곳이다.
그래서 엄청난 돈이 들어갔지만, 솔직히 그간 탐험하고 이래저래 얻은 돈을 생각하면 얼마 쓰지도 않았다.
죄다 최고급 자재들을 때려 박았는데도 그런 것이다.
“이거 다 지어지면 다들 기숙사에서 안 살고 여기에만 있겠다.”
“점호 때만 잠깐 가서 자는 거지 뭐. 솔직히 여기가 더 좋을걸? 당테르관보다 시설 더 좋을 것 같은데. 그리고 데인표 특제 마력석도 깔아 둘 거잖아.”
“호화롭겠다, 호화롭겠어. 안 그래도 내년에 동아리 회원 언제 뽑냐고 계속 다들 물어보던데.”
“선생님들, 우리 무투학부에서는 우리 동아리 들어오는 게 소원이라고 말하는 애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이러니 우리 동아리 인기가 치솟을 수밖에.
“근데 데인, 모험 간다고?”
“응. 강령학부 브루노 교수님이랑.”
“어쩌다 그렇게 됐대?”
“말하면 좀 길어.”
다 같이 가면 좋겠지만, 이번 모험은 브루노 교수의 개인적인 사유도 끼어 있는 만큼 나와 제나만이 가기로 했다.
브루노 교수도 우리에게 그 사실을 말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필요했을 텐데, 다수의 학생들이 자신의 지극히 내밀한 사정을 아는 건 원치 않을 거다.
“같이 가면 좋을 텐데. 나도 그 강의 들을 걸 그랬나?”
레일라가 조금 아쉬워하는 것 같았지만, 이내 곧 건설 중인 동아리 부지 건물 쪽으로 시선이 돌아갔다.
“인테리어는 어떻게 할까? 레일라, 그때 동아리방 꾸민 가구 가게로 가면 돼?”
“거긴 내가 알아볼게. 아니다, 근데 웬델이 조금 더 잘 알지 않을까? 예술 쪽이잖아.”
다들 아주 신이 났군.
솔직히 나도 좋다.
아카데미 역사상 최초잖아.
일개 동아리가 이런 넓은 부지를, 그것도 단독으로 사용하면서 건물까지 올리는 경우.
뭐, 우리 낭만 동아리가 이래저래 한 일이 많아서겠지만.
“슬슬 가자, 제나.”
“응. 데인.”
그렇게 신이 난 친구들을 뒤로한 채 나와 제나는 브루노 교수의 연구실로 향했다.
결정을 마쳤으니, 이제 출발 전 대략적인 계획을 세울 차례다.
“아, 왔군요. 바쁜데 불러서 미안해요.”
“아닙니다, 계획이 필요하니까요.”
브루노 교수는 간이 지도를 펼쳤다.
매번 어니스트가 가진 정교한 지도만 보다가 이렇게 대충 주요 위치만 찍힌 지도를 보니 새삼 어니스트의 탐험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사원의 위치는 수도에서 서쪽으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어요. 말을 달리면 한나절, 천천히 가도 하루면 도달하죠. 두 사람, 타고 다니는 말이 없으면 내가 빌려줄게요.”
“아, 저희는 괜찮습니다. 제나가 없긴 하지만 제 쪽에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이동에는 문제가 없겠네요. 다행입니다.”
대략적인 경로를 추측해 보니 우리가 서부 도시, 그러니까 모래폭풍을 해결했던 페크스로 갈 당시 지나친 곳은 아닌 듯했다.
만약 지나가는 과정에 봤으면 모를 수 없었을 테니.
“이곳, 이 지점에서 꺾어서 내려갑니다. 금지로 향하는 협곡이죠. 원래 이 협곡이 아니라 사원 주변을 경비하는 형태였는데, 이제는 협곡 출입 자체를 통제하는 형태가 됐죠.”
“몰래 들어가야 하나요?”
“아뇨. 연구 목적이면 출입이 가능합니다. 단, 열 장 분량에 달하는 서약서에 서명해야 하지만요.”
대충 알겠다.
생기는 모든 상황에 대해서 책임을 지겠다는 그런 서약서겠군.
“그렇게 통과 후 협곡을 지나면 접근 금지 구역들이 나오죠. 사원의 영향을 받아 썩어버린 숲도 있고, 마물들이 득시글한 곳도 있습니다.”
“위험한 장소네요.”
“네. 그런데 역설적으로 그 영향 덕분에 마물들은 밖으로 나오지 않죠. 본능적으로 아는 거예요. 이 사원에 영향을 받은 만큼, 이 사원의 영역에서 벗어나는 순간 위험해진다는 걸요.”
“제국 입장에서도 골칫덩어리겠는데요.”
“맞아요. 종종 신전에서 사제들을 파견해 정화하려는 시도를 했지만, 말했다시피…….”
쉽지 않다는 거군.
“어쨌든 도달까지는 어렵지 않아요. 도착해서가 문제가 되겠죠.”
사실 이게 핵심이다.
금지된 구역인 데엔 다 이유가 있다.
흑마법사들이 떼죽음을 당했고, 그 과정에서 폭주한 마력이 주변을 완전히 오염시켜 버렸다.
그 덕에 숲이 썩어버릴 정도고 마물들도 영향을 받을 지경이면, 아마 일반적인 경우에는 숨도 못 쉴 수준일 테다.
하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나에게는 얼마 전 남부에서 겪었던 역병 사태의 경험이 있다.
“그래서 말인데, 몇 개 방안을 준비해 봤어요. 비용이 좀 많이 들어가긴 하지만…….”
갑자기 브로슈어를 거내는 브루노 교수.
대신전에서 발행한 브로슈어 같았는데, 가구점 카탈로그처럼 각종 제품들이 설명되어 있었다.
“여기, 이거 보이죠? 신성력을 미리 충전해 두고 일회성으로 사용 가능한 보호 제품이에요. 지속시간은 환경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2시간 정도고, 보수적으로 잡아서 1시간이라 가정하고 한 45개 정도를 사 가면…….”
난 잠시 고민하다 브루노 교수의 설명이 끝난 뒤 입을 열었다.
“……대신전 물품들이 원체 비싸긴 하지만, 괜찮아요. 돈이야 어떻게든 구할 수 있으니까.”
“안 그러셔도 될 것 같습니다. 정 걱정되시면 몇 개 정도는 사 오셔도 되겠지만요.”
“무슨 말이죠?”
“제가 해결할 수 있습니다. 주변의 공기를 정화하고, 주변 기운과의 접촉을 차단하는 거요.”
“……네?”
백문이 불여일견.
적당한 게 뭐 있을까 고민해 봤는데, 역시 미리 담아 둔 사념체의 기운만 한 게 없다.
“이게…… 도대체 뭐죠?”
“봉인해 둔 위험한 기운이죠.”
그때 포에네스의 사념체의 기운 샘플을 미리 담아 두길 잘했다.
몇 개 더 있으니, 하나쯤이야.
“이걸 여기서 푼다는 말은 아니죠?”
“나가서 해야죠.”
잠시 후.
우리는 연구동 뒤뜰에 서 있었고, 나는 적당히 격리된 장소에 두 사람과 같이 섰다.
“……도대체가.”
나는 두 사람에게 내 특제 마력석을 장착한 정화 장치 및 마력 장막 형성 장치를 건네주었다.
이후, 기운을 방출시키는 순간.
“세상에.”
역시 브루노 교수는 경악하는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