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579)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579화(579/582)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579화
388. 아무도 안 죽는다
시체들이 한데 뭉쳐 활활 타는 광경은 고약했다.
풍경뿐만 아니라 냄새도 그랬다.
유쾌한 광경일 리 없다.
한때는 저 안에 영혼이 담겨 살아 움직이고 있었을 텐데, 이제는 그 형체조차 유지하지 못하는 것도 모자라 한데 뭉쳐서 이상한 존재가 되어 버렸으니.
어보미네이션.
이걸 여기서 볼 줄은 몰랐다.
이렇게 간단히 끝날 줄도 몰랐지만.
“참 쉽군. 죽을 줄 알았는데.”
“그러길 바랐나?”
“아니, 이쪽 몸도 보아하니 한 가락 하는 것 같더라도. 재능이 있어. 이 몸은 절대 못 빼앗을 것 같아.”
혀를 내두르는 전사의 영혼.
“그나저나 도대체 뭐야? 창도 그렇게 잘 쓰면서 마법도 쓴다고? 내가 죽은 사이에 트렌드가 바뀌었나?”
“아니. 서클과 코어가 양립할 수 없는 건 여전해.”
“그럼 넌 뭔데?”
“나? 돌연변이.”
“…….”
탁, 타닥…….
방금까지 존재하던 어보미네이션이란 녀석은 이제 거의 다 타서 잿더미가 되었다.
불덩이 다섯 개를 얻어맞았는데 뭐 어쩔 도리가 있었을까.
상대가 드래곤이 아닌 이상에야 저렇게 되는 게 정상이다.
언데드가 불에 약하기도 하고.
“열기 한번 강력하군. 아무리 봐도 일반적인 불은 아닌데? 무척 강력해. 그냥 마법이랑 좀 달라.”
제나의 몸에 강령한 전사의 말이었다.
“마법에 대해 아나?”
“알지. 내가 불에 타서 죽었거든. 여기서.”
불에 타서 죽었다니.
“어쩌다?”
“지금 네가 태워 버린 놈들이 날 고용했지. 용병들이었거든.”
“용병? 흑마법사들이 떼죽음을 당한 곳이라 알고 있는데.”
“세상엔 그런 곳에도 발을 들이는 멍청이들도 있지. 돈 된다는 소문만 있다면 황제의 무덤에도 침입하는 놈들이 있는데.”
아아.
도굴꾼을 말하는 것 같다.
“도굴하는 놈들은 돈만 된다면 지옥의 아가리에도 들어갈 녀석들이지. 날 고용한 놈들이 그랬고.”
“넌 이런 곳인 줄 몰랐나?”
“나 역시 돈에 미쳐 있었거든. 그래서 왔다가, 죽었지. 황실에서 토벌을 나오더라고. 무려 마법사랑 소환사들까지 데리고.”
그래서 그때 죽었군.
“한이 맺혔나?”
“한? 죽음 자체에 한은 없어. 그냥 그 돈 받고 은퇴할까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쉬운 거지. 근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돈 받고 흥청망청 쓰다가 또 칼밥 먹으러 돌아갔을 거야. 뻔하지. 인생이라는 거.”
강령한 전사의 말에 난 씁쓸하게 웃었다.
“원한다면 그 몸의 주인에게 말해서 정화시켜 줄 수도 있어.”
“그것도 나쁘지 않지. 여기 있는 거, 영혼 상태로도 꽤 괴로운 일이거든.”
뭔가 묘하게 들리는 말인데.
“영혼 상태로도 괴롭다면, 다른 영혼의 힘이 너에게 영향을 끼치는 건가?”
“그보다는 그 영혼들이 한데 모여서 내뿜는 힘이 강한 거지. 저기, 안쪽에 있는 사원에서. 나를 비롯한 대다수의 영혼이 그렇게 느끼고 있지.”
난 생각난 김에 물었다.
“혹 이곳에 누군가 들어오거나 하진 않았나?”
백여 구 이상의 언데드,.
그리고 그 언데드가 한데 뭉쳐 만들어진 어보미네이션.
과연 자연적인 현상일까.
“있었지. 두 달 정도 됐나?”
역시.
“어떤 자들이었지?”
“무리가 꽤 됐어. 한 열댓 정도? 사원 안으로 들어가더군.”
“안으로?”
“그래. 나도 보고 좀 놀랐었는데, 그 뒤로는 죽었는지 살았는지 소식이 안 들리더군. 뭐, 내가 강령된 사이에 기어나와서 이 꼴을 만든 걸 수도 있고.”
사원 안쪽의 사람이라.
지금 저 사원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보통이 아니다.
그런데 그 안으로 들어갔다는 건, 나처럼 버틸 방법이 있거나 아예 그쪽과 동류라서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뜻이 된다.
“일이 좀 커지는데.”
단순히 조사차 온 것뿐이다.
물론 뭔가 위협이 있을 거란 예상은 하긴 했다.
하지만 잘해 봐야 마물 정도였지, 이런 걸 예상한 건 아니다.
뭐, 따지고 보면 우리 모험에서 예상대로 흘러간 적이 있기나 했었나.
항상 사건사고의 연속이었지.
물론, 모두 해결했지만.
“그럼, 이만 가지. 인상적이었다, 은발 친구.”
“좀 이따 보자고.”
그리고 강령을 해제한 제나.
“데인, 돌아왔어.”
“기분은 어때?”
“나쁘지 않아. 체력 훈련 성과가 있는데? 거의 지치는 기색이 없어.”
제나는 씩 웃었다.
“방금 그 영혼은 지금 정화 못 해. 여기 이쪽에 깔린 안개들이 방해하고 있어.”
역시 이놈의 안개가 문제다.
사원 전체를 정화하지 않는 이상 이곳의 영혼들은 결국 계속 이 주변을 떠돌아야 한다는 뜻.
“그래? 그럼 해결하고 정리하면 되겠네. 교수님 불러오자.”
“응.”
잠시 후, 어보미네이션의 출현으로 뒤쪽에 숨게 해둔 브루노 교수가 돌아왔다.
“해결……했네요.”
“네. 언데드가 불에 약해서.”
“……그게 문제가 아니라 언데드를 해결한 것 자체가…….”
브루노 교수는 아직도 타오르는 어보미네이션의 파편을 보고 멍하니 중얼거렸다.
“말도 안 되는 학생들이야 정말…….”
그러게요.
살면서 어보미네이션, 아니 언데드를 마주칠 아카데미 학생이 몇이나 될까요.
“이제 안으로 가시죠.”
“네, 네에.”
“정보에 따르면 사원 안에 일단의 무리들이 있다고 합니다.”
“일단의 무리들이요?”
“네. 저희가 여기 오기 두 달 전에 들어왔다더군요.”
“세상에.”
또 세상에, 나왔다.
“그럼…… 전투가 다시 벌어질 수도 있다는 뜻이군요?”
“그쪽에서 저희를 먼저 공격하지 않으면요.”
어지간히 위협받는 상황이 아니라면 선제공격은 생각도 안 하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먼저 공격받기에 반격한 것뿐이지.
이번에는 이미 그렇게 됐고.
이 언데드들이 자연 발생했을 리는 없으니까.
“일단 가보시죠.”
“네에…… 근데 음, 괜찮다면 저도 무기 하나를 좀 쓸 수 있을까요? 저도…… 제 몸을 방어하고 싶어서요.”
생각해 보니 브루노 교수는 단검 하나 챙긴 게 전부였다.
당연히 이 정도의 위협이 있으리라곤 상상도 못 했겠지.
“잠시만요.”
난 아공간을 열어 적당한 무기 하나를 꺼냈다.
“검……이 아니네요?”
“네. 이게 더 편할 겁니다.”
큰누나가 만들어 준 마력 충격기다.
작동시켜서 가져다 대기만 하면 마력으로 이루어진 강력한 충격이 신체를 강타한다.
사람에 따라서는 한동안 못 움직이고, 심장 부근에 꽂으면 생명에 위협을 줄 수도 있고.
“여길 누르고, 가져다 댄 순간 떼면 됩니다.”
“누르고, 대고, 떼고…… 네, 이해했어요. 이거, 파는 건가요?”
“아뇨. 못 파는 물건이죠.”
제국에서 이런 위험한 물건을 허가할 리 있나.
어디까지나 이건 큰누나의 발명품 중 하나고, 만들어 놓고 대충 던져 놓은 걸 내가 물어보고 가져온 거다.
원래 아직 체력이 약한 엘그란이나 웬델의 호신용으로 줄 물건이었지.
“잘 쓸게요. 고마워요.”
쓸 일이 없는 게 최선이지만, 상황은 모르는 거니까.
그렇게 우리는 조금 더 걸어 사원 앞에 도착했다.
가는 동안 언데드의 재습격은 없었다.
다만 음산한 이 분위기가 더 깊어지긴 했다.
특히, 사원 근처에 다다르자 느낌이 확 달라졌다.
“데인. 아무래도…… 안에서 무언가 벌어지고 있는 것 같아.”
“맞아요. 무언가 느껴져요, 데인 학생.”
두 사람이 저렇게 말할 정도라면, 저 사원에서 흘러나오는 무언가가 얼마나 강력하다는 걸까.
“잠시 안을 봐야겠는데.”
사원 건물은 참 을씨년스럽게도 군데군데 금이 가고 이끼가 잔뜩 낀 데다, 낡아빠져서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았다.
난 사원으로 다가갔다.
딱히 사원 주변을 방어하는 어떤 무언가는 느껴지거나 보이지 않는다.
덜컥.
문도 조금 열려 있는 것 같고.
“거의 대놓고 들어오라는 수준이군.”
안에 들어간 녀석들의 정체는 뭘까.
흑마법사들의 잔당?
거의 소멸됐으니 그럴 리는 없을 테고.
아니면 반란 세력?
글쎄.
안으로 들어가 보면 알겠지.
난 만일을 대비해 토르키와 카르나스를 살짝 꺼내 두었다.
“슬슬 활약할 시간이야.”
“끼륵?”
“캐앵!”
토르키는 위협 사전 감지 역할.
카르나스는 화끈하게 불태우는 역할.
솔직히 이 둘만 있어도 어지간한 수준의 적들은 내가 굳이 뭐 할 것도 없이 끝날걸?
“데인 학생, 조심해요.”
뒤쪽에서 들려오는 걱정에 난 가볍게 손만 흔들고 안으로 들어섰다.
어둠이 가득한 공간.
시야가 빠르게 적응되니 사물의 윤곽은 구분할 수 있었다.
안쪽은 그냥 말 그대로 폐허다.
떨어져서 박살 난 샹들리에.
부서진 긴 의자들.
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 보이는 제단까지.
“제단은 멀쩡하군.”
왜 제단만 멀쩡할까.
의문을 가진 그때였다.
“캐앵.”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주변을 빠르게 탐색하고 온 토르키가 다시 내 품에 들어와 낮게 울었다.
이건 무언가 있다는 뜻.
토르키는 자그마한 앞발로 내 옷을 잡아당기더니, 다시 그 앞발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사원 2층.
그리고 3층.
곧바로 기감을 확대하자 알 수 있었다.
“있군.”
애써 기척을 지우려 드는 다수의 적들이 있었다.
기감에 희미하게 걸려드는데, 대충 보니 열 명 이상.
확실한 건, 언데드는 아니다.
거기에 잡히는 소리도 하나 있었다.
쭈우우욱…….
이건 시위를 당기는 소리.
화살이라.
마법을 기대했는데, 퍽 물리적이군.
“토르키. 안으로 들어가.”
“캐앵.”
“카르나스. 기다렸다가 공격해 오면 한 놈 태워 버려.”
“끼륵!”
자.
언제쯤 공격할까.
나는 한 발 앞으로 디뎠다.
그러자 시위 당기는 소리가 더 깊어졌다.
다시 한 발.
쭈우우욱…….
소리를 대강 들어보니 슬슬 발사할 준비를 하는 것 같은데.
그럼 다시 한 발.
끼기기긱…….
최대한, 끝까지 당겼음을 알려 주는 소리.
나는 마지막으로 한 발을 내디딤과 동시에 사방으로 마력 방어막을 펼쳤다.
그러자-
쐐애애액! 피잉!
사방에서 화살 수십 대가 날아들며 방어막을 후두둑, 강타했다.
물론 단 하나도 내 몸에 닿지 않았다.
말 한마디 들려오지 않는데 당황한 기색들이 느껴지는 건 왜일까.
나는 더 이상 화살이 날아오지 않는 걸 확인한 후 마력 방어막을 해제하고 곧바로 입을 열었다.
“카르나스.”
“끼륵!”
품에서 튀어 나간 카르나스가 단숨에 공중으로 솟아오르더니, 강렬한 불꽃을 뿜어냈다.
화르르륵!
“끄아아아아아악!”
사원 내부가 순식간에 환해지고, 한 녀석이 불타오르다 순식간에 잿더미가 되어버렸다.
역시 내가 쏘는 불덩이와는 차원이 다르다니까.
어찌나 열기가 강한지.
나는 환히 밝혀진 그사이에 상황을 파악했다.
일단의 무리들이 제단 2층과 3층 테라스에 숨어 있었고, 하나같이 활과 화살을 든 상태.
표정도 봤다.
당황하고, 놀라고, 경악하는 모습.
다급히 활을 들어 카르나스를 겨누는 모습을 보고 나는 형상화된 마력을 쏘아 보냈다.
터엉!
“컥!”
활을 강타하는 마력탄.
아마 부서졌을 것 같은데.
이어서 다른 한 녀석도 활을 들었지만, 이번에 카르나스의 입가에서 이글거리는 불꽃을 보고 기겁하며 물러났다.
난 녀석들을 올려다보며 한마디 했다.
“얌전히 내려와서 항복하면 아무도 안 죽는다.”
물론 당장은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