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58)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58화
30. 동아리 만들자(2)
켈타스 레드필.
자율전공학부의 유일한 교수이자 데인의 입학으로 유유자적한 삶을 강제로 박탈당한 사람.
그리고 데인을 다른 학부로 보내려다 예상외의 검술 실력에 결국 그럴 수도 없게 된 교수.
‘망할, 봐 준다고 하긴 했는데 어떻게 하지? 이 녀석을 다른 학부로 보낼 방법이 없을까?’
물론 아직까지도 켈타스 교수는 자신의 유유자적한 삶을 위해 무슨 방법이든 쓰고 싶었다.
가장 간단한 건 이 녀석이 2학년이나 3학년 무렵에 학부 하나를 정해 자율전공학부를 떠나는 거지만, 그럴 리가 없어 보인다는 게 문제.
그래서 켈타스 교수는 데인이 찾아오자 온몸으로 귀찮음을 연기했다.
“그래, 무슨 일이라도 있느냐?”
교수는 짐짓 위엄이 있어야 하는 법.
아무리 탱자탱자 놀아도 일단 학생 앞에서는 위엄을 챙겨야 한다.
더군다나 자신은 전직 기사단장 아닌가.
아무리 자율전공학부에 데인 이 녀석 하나뿐이라도 체면은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뭐든 다 봐 주고 어린아이 대하듯 친절하게 대해선 안 되는 법이다.
안 그래도 눈엣가시 같은 녀석인데.
“나는 무척이나 바쁘다. 그러니 요점만 말하거라.”
그리고 데인은 생각보다 꽤 우물쭈물하며 이야기를 꺼냈다.
“네, 교수님. 실은, 검술 관련해서 질문이 있어 왔습니다.”
“검술?”
켈타스 교수는 눈을 가늘게 떴다.
“신기한 일이로다. 내 옷깃을 두 번이나 건드렸으면서 궁금한 게 있어?”
“그래서 더 궁금해졌습니다. 어떻게 하면 교수님처럼 그렇게 여유롭게 상대할 수 있는지요.”
켈타스 교수는 순간 놀라며 속으로 묘한 미소를 띠었다.
‘아주 거슬리는 녀석은 아니구나.’
소그레스 백작가가 인성 교육도 확실히 시킨 모양이다. 하기야, 몇 번 이야기 나눠 본 바로는 성격이 더러운 양반은 아닌 듯했다.
그리고 검술을 질문한다는 건 이런 재능 넘치는 녀석들이 가장 못 하는 것 중 하나다. 보통 자기 잘난 맛에 사니까.
그래서 켈타스 교수는 잠시 고민하다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 좋다. 그럼 내 특별히 시간을 내주마.”
“감사합니다, 교수님.”
“그래, 어떤 게 궁금하느냐?”
데인은 기다렸다는 듯이 폭풍처럼 질문을 쏟아냈다.
“저번에 교수님과 대련할 때 느낀 건데, 오른쪽으로 돌아 나갈 때 발이 다소 꼬이는 느낌이었습니다. 왼발이 나서야 하는데 본능적으로 오른발이 나서는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리고 순간적으로 틀어 나가는 느낌이 잘 이해가…….”
켈타스 교수는 잠자코 질문을 들으며 대답을 정리해 보았다.
아닌 척하려 해도 절로 흐뭇해지는 질문이다.
이런 자세하고도 열정 넘치는 질문을 얼마 만에 받아보는 걸까.
‘기사단장 시절에는 나한테 물어보는 것조차 무서워했었지.’
기사단장 시절의 켈타스 교수는 그다지 친절한 인물이 아니었다.
안 그래도 규율이 빡빡한 곳인데 단장 성격마저 그러니 누가 질문을 할까.
그래서인지 ‘제자’ 녀석이 질문을 던지는 모습은 퍽 귀여워 보였다.
“……이런 고민 때문에 어제 밤잠을 설쳤습니다.”
“허어, 밤잠까지 설쳤다고?”
심지어 고민에 잠도 못 이뤘다고 한다.
켈타스 교수는 잠시 고민했다.
그래, 날 귀찮게 만드는 존재이긴 하지만 그래도 도리상 마냥 거절하는 것도 좋은 건 아니겠지.
‘차라리 검술에 집중시켜서 확실하게 키운 다음에 검술학부 쪽으로 보내 버리는 것도 괜찮겠군.’
기왕 이렇게 된 거, 제대로 한번 가르쳐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좋다. 그런 고민이라면 내 해결해 줄 수 있지. 일어나서 수련장으로 따라오거라.”
“네, 교수님.”
그렇게 켈타스 교수를 따라나선 데인은 옷깃 두 번을 건드렸던 수련장에 도착했고, 그곳에서 이전과 같이 연습용 검을 집어 들었다.
“내가 하는 걸 잘 보거라.”
헥사급 검사. 켈타스 교수가 마력을 끌어올리자 수련장이 조금 진동했다.
마력을 끌어올린 것만으로 주변 환경에 영향을 끼치는 경지라니. 데인의 눈이 이채를 띠었다.
후웅!
고작 연습용 검을 휘둘렀을 뿐인데도 느껴지는 마력의 떨림.
데인은 속으로 감탄하면서도 켈타스 교수의 움직임을 눈에 담아 두었다.
“따라 해보겠느냐?”
“네.”
그리고 데인은 고작 몇 번 검을 휘두르는 것만으로 켈타스 교수의 움직임을 거의 완벽하게 따라 해냈다.
“허.”
당사자 입장에선 어이가 없었다.
저걸 보여 준다고 따라 하는 게 말이 되는가?
참고로 켈타스 교수는 어디 한번 따라 해보라는 생각으로 휘둘러 보았다. 어차피 안 될 테니, 될 때까지 시켜 볼 요량으로.
그런데 몇 번 만에 따라 하다니.
이후로도 마찬가지.
질문한 모든 것들에 대한 답변을 검술로 보여주었는데, 데인은 이를 모두 간단하게 따라 해버린 것이다.
‘이 녀석이 이거 원래 알고 있던 거 아닌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천재다. 천재야. 분명한 천재야.’
대략적으로 가늠해 봐도 검술학부의 ‘천재’라 불리는 학생들은 이 녀석 앞에서 명함조차 못 내미리라.
심지어, 묘하게 노련한 면까지 느껴졌다.
마치 실전에 꽤 오래 구른 전사처럼.
물론 14살짜리한테 그런 경험이 있을 리는 없겠지만.
“……설마 이렇게 바로 알아들을 줄은 몰랐는데.”
“교수님의 시범이 워낙 탁월했던 덕입니다.”
“허허.”
안 그런 척해도 켈타스 교수는 속으로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겸손까지 갖추다니. 이 녀석이 조금씩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그래, 또 궁금한 건?”
“지금은 괜찮습니다. 교수님만 괜찮으시다면 궁금한 게 있으면 앞으로 찾아와도 괜찮겠습니까? 물론, 미리 약속은 잡겠습니다. 오늘은 너무 갑작스럽게 찾아뵈어서…….”
사뭇 죄송스러워하는 모습에 켈타스 교수는 저도 모르게 손을 내저었다.
“아니다. 그럴 수도 있지. 원래 학생의 본분은 끊임없이 궁금해하는 거야. 잘했다. 허허허.”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교수님.”
예의까지 바른 녀석이라니. 다행이다.
‘흐음. 어쩌면 이 녀석을 계속 가르쳐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시시각각 마음이 갈팡질팡하는 가운데 켈타스 교수는 기분이 좋아져 저도 모르게 ‘교수처럼’ 물었다.
“그래, 아카데미 생활은 어떻느냐? 내 무척 바빠 제대로 봐 주지도 못한 것 같은데.”
“아닙니다. 교수님. 그래도 이렇게 신경 써 주시는 덕분에 앞으로도 즐겁게 아카데미 생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허허, 내가 뭘 한 게 있다고.”
켈타스 교수는 마침내 기분 좋게 웃었다.
그러자 데인이 슬쩍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앞으로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동아리도 만들 생각이라서요.”
“오, 동아리 좋지. 직접 만든다고? 무슨 동아리?”
“검술 수련도 하고, 아카데미 탐방도 하고, 이것저것 재미난 탐험도 하는 그런 동아리입니다.”
“그거 좋지.”
“그런데 약간 문제가 있습니다. 원래는 그냥 신고제였는데 이제는 허가제로 바뀌어서 교수님 한 분의 추천이 필요하다고 하더라구요.”
“오, 그래?”
켈타스 교수는 혹시나 싶어 물었다.
“그래서 어떻게 됐느냐?”
“조금 고민 중입니다만, 괜찮은 교수님이 있는지 찾아볼까 생각 중입니다.”
순간 당황하는 켈타스 교수.
‘다른 교수라고?’
지금 이 녀석이 뭐라고 하는 건가.
딱 좋은 교수를 여기 앞에 두고!
“교수라면 여기 있지 않느냐?”
“네? 아, 교수님은 너무 바쁘시다고 하셔서 제가 너무 폐가 될까 봐…….”
“허어. 무슨 소리. 내 아무리 바쁘다고 하더라도 그거 하나 못 해줄 정도는 아니다. 어디, 어떻게 하면 되느냐?”
켈타스 교수의 말에 데인은 못 이기는 척 방법을 설명해 주었다.
“흐음. 좋다. 내 그럼 학사 사무실로 가서 네 이름을 대고 동아리 허가 관련 추천을 하러 왔다, 이렇게 말하면 되는 거구나.”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혹 번거로우시면 위임장을 따로 써 주셔도…….”
“됐다. 내 유일한 학생이 동아리를 만든다는데 그게 번거로워서 어디 적당히 위임장이나 주고 치워야겠느냐? 걱정 말고 돌아가 있거라.”
“네, 교수님. 감사합니다.”
데인은 깊이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그림자가 드리운 데인의 얼굴은…….
이제 됐다는 듯, 웃고 있었다.
* * *
“……진짜 이게 되네?”
“맞다. 데인도 학생이었지…….”
돌아와 추천할 교수님을 구했다고 말해 주자 레일라와 어니스트, 둘은 놀란 눈이 되었다.
“왜 이래. 나도 나름대로 학부 소속이라고.”
“그야 그렇지. 너 하나뿐이라 생각도 못 했지만…….”
“맞아. 듣기로는 자율전공학부 교수님들은 다들 교수 회의에도 안 나오고 얼굴 보기가 힘들다던데.”
그야 그렇긴 하지.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받은 거야? 교수님이랑 원래 알던 사이였어?”
“우리는 신입생이라서 교수님들한테 말 한 번 걸기도 힘든데!”
말 걸기 쉽던데.
여하튼 검술을 물어보러 간 척, 교수의 환심을 사고 추천인이 되어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나는 신입생이고, 안 그래도 날 귀찮아하는 게 눈에 보이는데 그냥 가서 했으면 당연히 안 됐을 것이다.
거기에 검술에 대한 조언을 얻기까지.
이거야말로 일거양득 아닐까?
어쨌건, 명목상으로 내 담당 교수고 척 져야 좋을 건 하나도 없기도 하고 말이다.
“그럼 우리 이제 진짜 동아리 만드는 거야?”
“좀 안 믿기는데? 나는 그냥 적당한 동아리 들어갈 줄 알았는데.”
나도 생각 못 했다.
그놈의 육체미 동아리 놈들만 아니었어도.
그래 뭐, 차라리 이게 나을 수도 있겠다.
우리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거니까.
“그럼 우리 동아리 만들면 뭐부터 하는 거야? 검술 수련? 아니면 보물찾기?”
“그야 당연히 유적 탐사지! 요기 아카데미에서 사흘만 걸어가면 나오는 곳이 있는데…….”
동아리 콘셉트도 적당히 정해야겠다.
물론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동아리 이름은 뭘로 할까?”
내 질문에 티격태격하려던 둘은 나를 돌아보았다.
“이름?”
“이름이라면…….”
둘이 이름을 고민하는 사이 나는 품에서 느껴지는 꿈틀거림을 느꼈다.
카르나스다.
아마 자면서 기지개라도 켜는 모양이다.
그나저나 얘는 되게 잘 잔다.
아까 켈타스 교수와 만날 때 잠시 가방에 넣어 두긴 했지만, 떨어져 있다고 우는 것도 아니고 내가 다시 품에 넣을 때도 얌전히 잠들어 있었다.
역시 새끼 때라 그런가?
사람이든 동물이든 어릴 때는 엄청 자는 편이니까.
“끼륵……?”
내 손길이 느껴지자 살짝 깬 듯한 카르나스.
“데인, 이름은 뭘로 할까?”
“응. 아무거나.”
“근데 뭐 봐?”
“가슴에 뭐가 묻어서.”
나는 대충 둘러대고 이름을 고민했다.
뭐가 좋을까.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닌데, 또 그냥 대충 지으려니 좀 그렇기도 하다.
그러던 그때였다.
“끼륵?”
품에서 카르나스가 고개를 뾱, 내밀었다.
두 사람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데, 데인. 뭐, 뭐야?”
“뭐야! 갑자기! 데, 데인. 걔는 뭐야?”
둘은 내 품에서 고개를 내민 카르나스를 보며 입을 쩍 벌렸다.
나는 간단하게 대답했다.
“소환수.”
“소, 소환수? 언제 소환했어?”
“되게 귀엽다…….”
소환수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것도 잠시.
“내가 키우는 애야.”
“……으응?”
“키운다고……?”
레일라는 그래도 어느 정도는 아는지 나에게 물었다.
“소환수를 키운다는 게 무슨 말…… 설마!”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하는 그거 맞을걸.”
“진짜로…… 정말로…… 패밀리어야?”
“응.”
“……와.”
레일라는 할 말을 잃었고, 어니스트는 할 말을 아직 찾는 중인 것 같았다.
“그, 어, 패, 패밀, 리어?”
충격이 큰 듯하다.
“끼륵?”
카르나스는 이런 와중 자신을 보며 놀란 둘을 향해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그 모습이 무척 귀여워 정수리를 손가락으로 긁어 주던 그때였다.
“찾았다! 저기다!”
“데인 소그레스! 드디어 찾았다! 으하하하하!”
아.
또 저것들이네.
지겹지도 않나.
“쟤들 설마…….”
나와 함께 육체미 동아리 녀석들을 본 적 있던 레일라는 눈을 가늘게 뜨더니 경악했다.
하는 수 없지.
“일단 가자.”
“응? 어디로?”
“학사 사무실로. 동아리 등록하러.”
등록해서 창설하는 순간 놈들도 더 귀찮게는 못 하겠지.
우리는 그렇게 뛰기 시작했다.
“포위해!”
“가서 잡아!”
이런 와중 나는 카르나스가 방금 보인 반응을 떠올렸다.
눈치가 좋아서 어지간해서는 이렇게 갑자기 모습을 드러내진 않는 녀석이다.
물론 만난 지는 얼마 안 됐지만.
그렇다는 건…….
혹시 이 녀석, 위기를 감지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