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88)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88화
47. 에라, 모르겠다
3황자는 사실 그냥 지나가던 길이었다.
조사도 어느 순간부터는 핑계가 됐다.
로브를 입고 걸어가며 보이는 모든 것들이 부럽게만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도 황자가 아니었다면, 지금쯤 아카데미에 들어갈 수 있었을까?’
황실 사람은 여러 이유로 아카데미에 입학할 수 없다.
전대 황제처럼 박박 우기고 신분까지 숨겨가며 입학한 케이스를 제외하면.
1, 2황자 형님과는 나이 차이가 너무 많이 나는 관계로 제대로 유대 관계를 맺지 못한 3황자 에드워드.
그로선 또래 친구들과 우정을 나누는 아카데미가 무척이나 부러울 수밖에 없었다.
뭔가 찾아내서 돌아가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겠다던 계획은 어느새 흐릿해졌고, 그 덕에 에드워드는 정처 없이 걷다가 어느새 한적한 곳까지 도착했다.
바로 보니아의 숲이었다.
“좋아! 1세트 남았다! 후욱!”
“검이 요새 균형이 안 맞네. 키가 커서 그런가?”
그곳엔 또래로 보이는 세 명의 아카데미 학생이 각자의 수련에 집중하고 있었다.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광경이었다.
에드워드가 아는 수련이라는 건 절도 있고 무겁고, 삼엄한 분위기에서 이어진다.
1황자, 2황자 형님들이 그랬고 황실의 기사들이나 병사들도 모두 마찬가지.
그러면서도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즐겁게 수련하는 장면이 에드워드에게는 퍽 인상적이었다.
“데인, 이거 검술 좀 봐 줄래?”
“걸음이 자꾸 꼬인다니까. 자, 다시. 한발 앞으로 디딜 듯하다 반보만 살짝 빼는 거야.”
“오, 맞아! 이거였어!”
그리고 셋 중 중심으로 보이는 ‘데인’이라는 녀석이 유독 눈에 띄었다.
‘데인? 설마 데인 소그레스?’
3황자, 그것도 재능 하나 없어 황실 사람들이나 귀족들에게 주목받지 못하는 에드워드에게도 귀가 있다.
그래서 최근 아카데미에서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던 신입생 데인 소그레스의 존재 정도는 들어 알고 있었다.
전쟁영웅의 아들이자 전대 황제 이후 최초로 자율전공학부에 합격했으며, 무려 네 개의 재능을 지녔다던 재능 중의 재능.
‘나는 한 개도 없는데 무려 네 개나…….’
묘한 박탈감이 몰려왔지만 그보다 우선인 건 바로 부러움이었다.
재능에 대한 부러움.
그리고-
‘나도 아카데미에 들어갔다면, 저렇게 놀고 있었을까?’
바로 친구들에 대한 부러움.
3황자에겐 친구라고 할 만한 사람이 없었다.
굳이 이야기 대상을 꼽자면 시종 한 명 정도?
하지만 상하관계가 정해져 있다면 그건 친구라 부를 수 없다.
성격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지만, 결국 그건 환경의 문제였다.
황실이라는 냉엄한 환경.
‘뭘 하는 거지? 음. 둘째 형님이 비슷한 걸 하셨던 것 같은데…… 그럼 저건 코드 배열인가?’
아무튼 그렇게 풀숲에까지 숨어 셋의 수련 장면을 가만히 지켜보던 그때였다.
“저거 설마…….”
뭔가 느낌이 섬찟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데인이 쏘아 낸 마력으로 압축된 바람, ‘윈드 봄’이 지금 에드워드가 숨어 있는 풀숲 쪽으로 날아들었던 것이다.
그 결과-
“화, 황실?”
“응?”
“머리카락 색 봐! 황실이잖아! 이런 말도 안 되는 빨간 머리카락은 황실밖에 없다고!”
난리가 나 버렸고.
“분명히…… 아까 조사단 행렬에서 본 복장이야…….”
“진짜…… 황족이야?”
레일라와 어니스트는 절망했다.
“우린 끝났어…….”
“튀, 튀면 살 수 있을까?”
“튀길 어딜 튀어!”
‘내, 내 정체를 알아?’
에드워드는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자신을 대번에 알아본 셋의 모습에 고민했다.
윈드 봄에 맞아 개구리처럼 벌러덩 나자빠진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할 것인지.
에드워드의 선택은 간단했다.
“크흠!”
에드워드는 있는 힘을 다해 고통을 참아내며 벌떡, 일어났고.
“크음. 하나도 안 아팠다.”
누가 봐도 허세 가득한 거짓말을 해버렸다.
* * *
우리 가문은 제국에서 테르미온 공작가와 함께 양대 가문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황실과 가까운 건 아니다.
황실과 귀족들은 언제나 대립하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야 귀족들은 황실에 충성을 맹세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것.
뭐, 그런 이유들은 차치하고서라도 아직 어린 내가 황실과 관계를 맺을 일은 없었다.
방금까지는 말이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아니다.
무려 황실 사람, 그것도 황자를 윈드 봄으로 날려 버렸거든.
그래서 아무리 나라도 방금까지는 감옥에 가면 어떻게 탈옥해야 할지 고민하던 차였는데…….
“커흠. 정말 괜찮다. 음. 하나도 안 아팠다.”
황자는 누가 봐도 무척이나 아픈 표정으로 안 아프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느낌 한번 이상하네.
황족은 기운이 이렇게 독특한 건가?
아니면…….
나는 일단 빠르게 나섰다.
“소그레스 백작가의 장남, 데인 소그레스가 황자 저하를 뵙습니다. 죄송합니다. 방금의 일은 실수였…….”
“어허, 괜찮다니까. 흠흠. 하나도 안 아팠어. 앉아 있던 자세가 불안정하여 잠시 넘어갔을 뿐이다.”
덕분에 뒷말은 쏙 들어가 버렸다.
정말 안 아픈 걸까.
“저, 정말 화, 황자 저하…….”
그때 레일라의 멍한 물음에 황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음, 그렇다. 나는 제국 황실의 3황자, 에드워드 당테르라고 한다.”
“세, 세상에.”
어니스트와 레일라가 황급히 나섰다.
“저, 저는 어니스트 딜런이라고 합니다! 딜런 남작가의 장남이자 탐사학부 1학년입니다! 황자 저하를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어니스트는 잔뜩 긴장한 티가 역력했다.
성 아이마르의 전당 건이 아니더라도 앞에 황실 사람이 있는데 아직 새가슴인 어니스트는 그럴 만하다.
“음. 딜런 가문. 탐험으로 유명한 가문이지. 내 익히 들어서 안다. 그대의 선조들이 황실에 진상한 보물도 보았다. 대단하더군. 어떻게 그 먼 곳까지 가서 그런 보물들을 찾아온 거지?”
“아, 알아봐 주셔서 영광입니다!”
다음은 레일라.
“저는 레일라 테르미온, 테르미온 공작가의 장녀이자 검술학부 1학년입니다. 황자 저하를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반면 레일라는 그래도 꽤 침착했다.
“오, 사실 대강 짐작은 하고 있었다. 당테르컵 우승자, 맞지? 그때 결승전을 관람했었다.”
사실 못 알아볼 리 없다.
제국 사람이라면 황실에서만 유전되는 저 말도 안 되게 빨간, 지는 석양처럼 타는 듯한 붉은 머리카락을 모를 리 없을 테니까.
혹자는 황실이 손에 묻힌 피만큼이나 빨갛다고들 이야기하지만, 그건 여기서 할 이야기가 아니니 넘어가자.
아직 인생이 창창한데 불경죄로 목이 내걸리고 싶진 않거든.
아무튼 상황이 상황인지라 우리 셋 다 당황한 것뿐이지, 소개 자체는 무사히 끝났다.
“뭐, 내 소개 앞에 원래는 약 2분짜리 미사여구가 붙어야 하지만 상황이 상황이니 구태여 말하지 않겠다.”
“화, 황자 저하께서 여기 왜…….”
멍하니 중얼거리는 어니스트의 모습에 황자는 검지를 입으로 가져갔다.
“쉿. 비밀이다. 공식적으로는 난 아직 황실에 있어야 하거든.”
몰래 왔다 이건가?
나는 조심스레 물었다.
“그럼 어쩌다 여기까지 오시게 된 겁니까?”
“흐음. 그건 어쩌다 보니…… 사실 아카데미 조사단과 함께 왔다가 뭔가 알아볼 게 있나 해서 주변을 둘러보던 참이었다.”
순간 나는 긴장했다.
황자.
내가 알기로 1황자, 2황자는 우리 또래가 아니다.
그럼 막내 3황자가 분명하다.
하지만 또 듣기로는 3황자는 1황자, 2황자에 비해 별달리 재능이 없다고 한다.
그렇다는 건…….
우리가 모르는 어떤 재능으로, 여기까지 추적한 걸까?
어떻게?
추적 방지 가루도 꼼꼼하게 뿌려 둔 데다, 무언가 들켰을 만한 요소는 단 하나도 없었는데.
“저, 정말 괜찮으신 거죠? 저하?”
“크흠, 정말 괜찮다! 그냥 바람이었어. 별거 아니던데?”
“그, 근처 나뭇가지가 죄다…….”
“어허. 황실에서 제작한 로브를 뭘로 보고?”
조금 더 알아봐야겠다.
“황자 저하, 한 가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음. 그래, 데인 소그레스. 무엇이 궁금하지?”
“조사라고 말씀하셨는데, 황실에서 아카데미에 어떤 사유로 조사를 나왔는지요?”
“아아. 어차피 다 아는 이야기일 테니 못 말할 것도 없지. 성 아이마르의 전당에서 일어난 괴사건에 대해 조사하러 왔다.”
이건 아는 사실이다.
핵심은 그다음.
“하지만 아직은 흔적을 찾는 중이다. 짐작 가는 것 하나 없는 상황이다. 약간 이상한 현상을 발견하긴 했지만…… 으음. 이건 더 말하기 힘들군.”
왜인지 자신이 없어 보였다.
그런데 이상한 현상이라.
적어도 무언가 알아챘다는 건가?
“그럼 저하께서는 단독으로 조사하시는 거군요.”
“음. 그렇다고 말할 수 있지.”
황자는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특별한 능력이…….
“……솔직히 말하자면 길을 잃고 여기까지 오게 됐다…….”
황자는 곧 이실직고했다.
“…….”
“아카데미가 꽤 복잡하더군…….”
……아니구나.
“그, 그럼 어서 돌아가 보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음. 아마 지금쯤 날 찾고 있을 텐데. 아직 못 찾은 걸 보니 여기까지 왔을 거란 생각 자체는 못 한 모양이군.”
연기일까, 아니면 진짜일까.
“어, 저, 저하!”
“응?”
“이, 이마에서 피가……!”
“피? 어, 어어? 으아악!”
……후자같다.
일단 치료부터 해야지.
* * *
다행스럽게도 큰누나가 예전에 몇 개 챙겨 준 힐링 패치 덕분에 3황자의 상처는 순식간에 아물었다.
다행이다.
하마터면 사형당할 뻔했어.
“아아, 신경 쓸 것 없다. 아마 나뭇가지가 긁고 지나간 모양이군.”
“제 마법 때문에 그런 겁니다. 죄송합니다, 저하.”
“괜찮다고 하지 않았느냐. 음, 정말 괜찮다. 아프지도 않았어. 물론 아까 그 마법도 하나도 안 아팠다. 정말이다. 티끌만큼도 아프지 않았어.”
어쩐지 절박해 보였다.
이 정도면 마법 날린 것도 없던 사실로 해야 할 판이다.
“큼. 그나저나 뭘 하고 있었는가? 수련을 하고 있었던 걸로 보이던데.”
“아, 네. 그렇습니다. 따로 정해진 건 아니지만, 이곳을 저희 수련 장소로 쓰고 있습니다.”
“오, 그렇군. 신기한 광경이었다.”
그럼 그거 본다고 풀숲에 쪼그려 있다가 윈드 봄 맞고 넘어진 건가.
이거 죄송하다는 말로 원래는 안 되는 거 아닌가?
그나저나 황자의 눈에는 흥미가 가득하다.
“사실 여기 이 아카데미의 모든 것들이 황실에서는 보기 힘든 것들투성이지. 자유로운 분위기! 혼자 다녀도 전혀 문제없는 생활!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하는 것까지.”
마지막 문장엔 어쩐지 부러움이 가득했다.
“황실 사람도 아카데미에 갈 수 있으면 좋으련만.”
3황자는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
“음. 괜한 말로 불편하게 만들었군. 단지 부러워서 그랬을 뿐이다.”
“아, 아닙니다. 저하.”
3황자는 나름대로 소탈한 사람 같았다.
황실 사람들 앞에서는 말 한마디라도 잘못하면 목이 날아간다던데, 굳이 그런 것까지 일일이 신경 쓰는 것 같진 않고.
“음, 딜런 가의 장남? 아카데미 생활은 좀 어떤가? 재미있나?”
“아, 네. 저하. 무척 재미있습니다.”
“그렇군…… 부럽구나…….”
“아, 아니! 사실 별로…….”
“방금은 재미있다고 하지 않았느냐?”
“그, 그것이 재미가 있긴 한데 한편으로는 또 지루하고 어려운 면도 있고…….”
“그마저도 부럽구나.”
“…….”
어니스트가 쩔쩔매는 사이 나는 황자에게서 묘한 기운이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묘한 기운.
이상할 정도로 부자연스럽고, 무언가 숨이 막힌 것처럼 답답하다.
마력의 흐름이 이럴 수 있나?
하는 수 없지.
마력을 조금 끌어올려 봐야겠다.
황자가 눈치채지 못할 만큼 은밀하게.
“음, 레일라 테르미온. 내 테르미온 공작가의 위명과 활약은 잘 알고 있지. 그대의 검술도 잘 알고 있다. 내 검술에 대해 잘 아는 바는 아니지만, 당테르컵 결승에서 보여 준 무위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감사합니다, 저하.”
고맙게도 레일라가 의도치 않게 시선을 돌려준 사이 나는 끌어올린 마력 덕분에 마침내 그 묘한 기운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역시나 보인다.
아까 수련할 때 어니스트를 보다가 우연히 발견한, 신체의 흐름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카데미에서는 보통 뭘 배우지? 아니, 그보다는 아카데미 생활을 좀 알고 싶은데. 내가 누릴 수 없으니 돌아가서 상상이라도 하고 싶구나.”
손.
황자의 양손에서 가로막힌 기운이 팔목을 타고 역류하여 다시 몸으로 돌아가고 있다.
아주 희미하지만 그 흐름이 간신히 눈에 보였다.
그리고…….
역류하는 그 지점이 서서히 무너지고 있는 것 같았다.
마치 살이 썩어들어가는 듯한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난생처음 보는 광경에 아연실색하는 것도 잠시.
이걸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괜히 황자 비밀 캤다고 죽여서 입막음 당하기라도 하면?
“부럽구나. 나도 어떤 재능이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너희들을 부러워하지 않았을 텐데.”
“저, 저하.”
“차라리 황실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면 이런 재능에도 목매지 않고 편안하게 살았을지도 모를 일이지. 음, 이유는 잘 모르겠다만 어쩌면 신이 나를 미워하는 걸지도.”
나는 무척이나 솔직한 황자를 보며 결심했다.
“황자 저하. 실례가 안 된다면 한 가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음? 데인 소그레스. 보통 그런 말 다음에는 실례되는 말이 나올 텐데.”
“그렇습니다.”
3황자의 눈빛이 순간 달라졌다.
진지함을 담은 그 눈에 살짝 후회가 치솟기도 했지만, 이미 발은 내디뎠다.
“말해 보거라. 황실을 능멸하는 게 아니라면 어지간해선 넘어가겠다. 나와 즐거운 대화를 나누어 준 보답이다.”
어떻게 보면 능멸 아닐까?
에라, 모르겠다.
“혹시 손이 많이 불편하십니까?”
“……!”
나는 보았다.
당황스러움으로 물드는 3황자의 표정을.
그리고 뒤에 있다가 입이 떡 벌어지는 두 사람의 표정도.
음.
능멸 맞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