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90)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90화
49. 우린 이미 공범이야
델파이온은 일단 안심했다.
3황자, 에드워드는 괜찮아 보였다.
척 봐도 다치거나 한 것도 아니고 어딘가 곤란한 상황에 처한 것 같지도 않았다.
하지만-
“저하. 제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십니까.”
따질 건 따져야겠다.
아무리 황자라도 수색하는 동안 떠올린 온갖 생각들을 고려하면 안 따져 물을 수가 없었다.
“내가 미안하다. 의욕이 앞서서 그만.”
“저하…….”
하지만 거기까지다.
의욕이 앞섰다는 말에 치밀던 화가 가라앉고 안쓰러움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별일 없었다. 그냥 수색하다 보니 정처 없이 걸어 여기까지 왔고, 이 친구들을 만났지.”
황자의 소개에 델파이온은 같이 있던 아카데미 학생 셋을 바라보았다.
은색 머리칼의 다부진 체격의 학생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최소 열여덟은 되어 보이는 키와 몸인데.
가만.
은발?
“데인 소그레스. 자네도 잘 아는 가문의 막내아들이지.”
“아!”
델파이온은 소그레스 백작가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황실 제4 기사단 기사단장 델파이온 오네트다.”
“데인 소그레스. 소그레스 백작가의 장남이자 제국 아카데미 자율전공학부 1학년입니다.”
데인의 소개에 델파이온은 황실에까지 들리던 소문을 떠올렸다.
뭐라고 하더라-
재능이 엄청나게 많고, 그 많은 재능들이 하나같이 출중하다던데.
처음에는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했지만, 생각해 보면 아카데미 교수들은 바보가 아니니까.
“백작님께서는 잘 계시는가?”
거기에 하나 더.
소그레스 백작은 델파이온이 무척 존경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남부에서 평안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계십니다.”
“음. 백작님과 전장을 누빌 때가 떠오르는군. 전장에 파견되어 백작님의 무위를 목격하고 감동했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델파이온은 흐뭇하게 웃더니 옆으로 시선을 옮겼다.
“아.”
자신도 아는 얼굴이다.
“혹시, 레일라 테르미온 영애 아닌가?”
“맞아요. 테르미온 공작가의 장녀이자 아카데미 검술학부 1학년입니다. 명성이 자자한 황실 기사단장님을 뵙게 되어 영광이에요.”
에드워드와 마찬가지로 당테르컵에서 인상적인 검술과 함께 우승컵을 들어 올린 그녀를 델파이온도 잘 알고 있었다.
여기에 한 명 더.
“어, 어니스트 딜런……입니다. 딜런 남작가의 자, 장남이자 제국 아카데미 탐사학부 1학년……이에요!”
무척이나 벌벌 떨고 있는 어니스트라는 녀석도 있었다. 딜런 남작가. 탐험으로 나름대로 유명한 가문.
위세나 규모는 별로 없지만, 학자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곳.
“오늘 저하께서 귀하고 멋진 가문의 자제분들을 만나신 거군요.”
“음. 그렇다. 내가 결례를 범했는데도 아주 즐겁게 맞아 주면서 나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지.”
황자, 에드워드의 말에 델파이온은 이제야 걱정을 모두 거둘 수 있었다.
“나도 아카데미에 들어가면 참 좋았을 텐데, 그렇지 않은가?”
“…….”
델파이온은 아쉬움이 가득한 에드워드의 얼굴을 보며 차마 규칙과 역사를 들먹일 수 없었다.
“그래도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만났으니, 오늘은 귀한 날이라 할 수 있겠군.”
“그런 것 같습니다, 저하.”
거기에 아쉬움과 별개로 기분은 평소보다 더 좋아 보인다.
단순히 또래 친구들을 만나서만은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이유를 묻는 건 나중의 일.
“저하, 송구하오나 지금은 다시 움직일 때이옵니다.”
“아, 그렇군. 원래 우리가 온 목적이 있었지.”
델파이온은 조심스레 첨언했다.
“혹, ‘불편’하시다면 금일은 마무리하고 마련된 숙소로 돌아가셔도 될 것 같습니다.”
그 말에 에드워드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불편한 건 없다. 수색을 계속하지. 애초에 그럴 목적으로 왔으니.”
에드워드는 그렇게 말하곤 세 명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대들 덕에 망중한을 원 없이 누렸구나.”
“아닙니다, 저하. 저희도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저하를 뵙게 되어 저에게도 무척이나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데인은 그러면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고, 에드워드도 이에 화답하듯 씩 웃어 보였다.
“데인 소그레스. 그대를 만난 건 크나큰 행운이었다.”
행운?
그 말에 델파이온은 속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고, 단지 황실에서 지내다 보면 만나기 힘든 또래 친구를 만났다는 사실에서 그렇게 말한 거라 짐작했다.
“모시겠습니다, 저하.”
델파이온은 마침 기사단원 중 한 명이 끌고 온 말을 에드워드 앞으로 데려갔다.
‘……음.’
그리고 보았다.
평소에는 손에 힘이 없어 낑낑대며 간신히 말에 오르던 에드워드였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문제없이 말에 오르고 있었다.
‘오늘은 통증이 덜하신 건가?’
여기서 품을 의문은 아니며, 입 밖으로 꺼낼 말은 더더욱 아니다.
그건 황실의 공공연한 비밀이니까.
“돌아가시죠, 저하.”
“그러지. 아, 잠시.”
그렇게 힘겨워하는 기색 없이 말에 오른 에드워드는 세 사람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조만간 또 보지. 데인 소그레스, 레일라 테르미온. 어니스트 딜런. 조만간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구나.”
셋의 이름을 정확히 말한 에드워드는 덧붙였다.
“그래. 황궁으로 돌아가기 전에 그대들을 한 번 더 만나는 것도 좋은 일이겠군.”
에드워드가 델파이온에게 물었다.
“괜찮겠지, 오네트 경?”
“물론입니다, 저하.”
“음. 폐하께서도 이 정도는 이해하시겠지.”
레일라와 어니스트는 어색한 웃음을 지었고, 데인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었다.
“그럼, 이만.”
그렇게 에드워드는 떠났고, 어느 정도 거리가 떨어지자 옆에서 나란히 말을 몰던 델파이온이 조심스레 물었다.
“정말 별일 없으셨습니까?”
“음. 별일이라. 그냥 즐겁고, 놀라운 시간이었다.”
“그렇습니까.”
“조사에선 무언가 발견하였는가?”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하를 찾느라 거의 그러지 못했습니다.”
“……미안하게 됐군.”
“아닙니다. 사실, 무언가 나오리란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델파이온의 말마따나 이번 수색에서 발견할 수 있는 건 별로 없어 보였다.
흔적도, 증거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
다만, 수확이 아주 없는 건 아닌 듯하다.
“저하께서 그렇게 웃으시는 건 오랜만에 보는 것 같습니다.”
“그런가?”
친구들을 만난 에드워드의 웃음.
그것만으로도 묘하게 수확이 있는 것 같았다.
“음. 귀인을 만났다. 또 보면 좋겠구나.”
물론, 에드워드가 이렇게 웃는 데엔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음?’
델파이온은 그때 문득 고삐를 쉰 에드워드의 손을 바라보았다.
오늘따라 유난히…….
손을 떨지 않는 것 같았다.
“오네트 경.”
“예, 저하.”
“내 기분이 좋아 그런데, 저 친구들에게 줄 만한 선물이 뭐 있겠는가?”
“선물이라 하시면…….”
“소그레스 백작가, 테르미온 공작가. 한 친구는 딜런 남작가이긴 해도, 어쨌건 어지간한 물건들은 성에 안 차겠지.”
에드워드가 그러면서 골똘히 생각했다.
“기왕이면 귀한 물건으로 주고 싶은데, 뭔가 좋은 게 없는가 해서. 음, 마침 생각 나는 게 있긴 한데…….”
“무엇인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에드워드가 씩 웃었다.
“그래. ‘그거’면 어떤가?”
델파이온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에드워드는 함께 가던 다른 기사들이 들을 수 없을 만큼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러자 델파이온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저, 저하.”
“음. 그대 반응을 보니 충분히 괜찮은 선물이 되겠군.”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만한…….”
뒤에 따라올 ‘가치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말은 삼킬 수밖에 없었다.
에드워드가 무척이나 기뻐하는 얼굴이기 때문이다.
‘친구들을 만나신 게 이렇게나 기쁜 일이라니.’
한편으로는 안타까웠다.
지금 에드워드의 손이 어떻게 되었는지 잘 모르는 델파이온으로선 당연한 반응.
“그렇게 해야겠군. 음, 오네트 경. 황실에 연락을 취해서 물건을 가져오라 이르게.”
“……알겠습니다, 저하.”
과해 보이지만 또 어떤가.
델파이온은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또, 소그레스 백작가와 테르미온 공작가 아닌가.
‘어쩌면 황자 저하 덕분에 두 가문과 황실의 관계가 개선될지도.’
한낱 부푼 꿈인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 * *
황자 일행이 멀어지자 레일라와 어니스트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털썩 주저앉아 넋 나간 표정으로 멍하니 중얼거렸다.
“우린 미쳤어…….”
“데인이 미쳤어…….”
“끝까지 같이 있던 우리도 미친 거 맞아…….”
거, 미안하게 됐다.
하기야.
미친 짓이 맞긴 하다.
황실의 적자에게 손을 댄 것도 모자라 그의 마력까지 내 마음대로 다루었으니까.
“동아리…… 탈퇴할까?”
“우린 이미 공범이야…….”
둘은 이제 될 대로 되라는 표정이다.
성 아이마르의 전당에서도 안 저랬던 녀석들이 이러는 걸 보면, 확실히 벌벌 떨리는 상황이긴 하다.
하지만-
“그래도 잘됐잖아.”
모든 건 성공적이었다.
처음엔 좀 헤매긴 했다.
하지만 그런 것도 잠시.
마력의 흐름을 고정시킨 채 조금씩, 조금씩 좁아진 통로를 넓혀 가자 마력이 흐르기 시작하며 황자의 손에 마침내…….
마력이 돌기 시작한 것이다.
“도대체 뭘 어떻게 한 거야, 데인……?”
“그냥. 손목 쪽 통로를 넓히고 그쪽으로 마력을 흘려보냈지.”
통로는 원래 존재했다.
다만 매우 비좁고, 그쪽으로 향하는 흐름이 약해지다 보니 거의 흘러가지 않았을 뿐.
나는 그걸 넓힌 것에 불과했다.
마력을 아주 조금씩, 조금씩 흘려보낸 것.
물꼬를 튼 거라고 해야 할까?
다만 그 과정에서 황자의 신음이 커지며 종래에는 비명이 되자 좀 섬찟하긴 했다만.
“그게 가능…… 아니다. 너한테는 이런 질문 이제 의미 없지.”
레일라는 이젠 놀랍지도 않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레일라, 아마 데인은 의술에도 재능이 있을 거야.”
“음. 맞아. 아마 그럴걸? 시켜보진 않았는데, 확신할 수 있어.”
레일라가 어이가 없다는 듯 중얼거리다 나에게 물었다.
“그것도 고대 마력이야?”
“응. 이번에 서클 하나 더 생겼잖아.”
“고대 마력은 어마어마하구나…….”
솔직히 나도 이렇게 쉽게 될 줄은 몰랐다.
물론, 고대 마력 덕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내가 어릴 때부터 마력을 느끼고 다루며 배열하는 연습들을 해왔다는 사실이다.
그게 아니었다면 나는 이 고대의 마력을 지니고도 마력의 흐름을 바꾼다거나 하는 생각 자체를 떠올리지 못했을 것이다.
알았다 하더라도, 시도하지 못했을 테고.
여하튼 황자, 나아가 황실과 이렇게 관계를 맺게 되다니.
아니다, 이 경우에는…….
빚을 지운 건가?
“……아버지가 황실이랑은 엮이지 말라 했는데.”
레일라는 멍하니 중얼거렸다.
그 말도 맞다.
황실하고 깊게 얽히면 좋은 꼴을 못 본다고들 이야기하니까.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모를까.
“뭐, 3황자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그래, 뭐, 데인 네가 어떻게든 하겠지. 난 이제 몰라.”
레일라가 고개를 젓는 사이 어니스트는 아직도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아카데미 생활이 이렇게 다이내믹할 줄은 몰랐는데…….”
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입학하고 도대체 일이 몇 개나 벌어진 거야?
“우리 근데 진짜 괜찮을까? 그냥 막연히 괜찮다고 생각은 했는데, 막상 조사단 와서 저러는 걸 보니까 조금 불안하기도 하고…….”
어니스트의 걱정에 난 고개를 저었다.
“아니. 못 찾아.”
흔적이 발견될 거라면 진작에 발견됐을 것이다.
거기에 나는 황자의 손을 고쳐 주기까지 했다.
물론 아직 완전히 고친 건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계기를 알아보고 완화시켜 준 유일한 사람이다.
그런 사람을 의심할 리 없지.
뭐, 이런 걱정은 접어둬도 될 것 같고.
“……황실에서 조사 더 하고 돌아간다고 했었지?”
어니스트의 물음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고 들었어.”
조사는 아직 안 끝났을 테다.
당연히 하루 만에 끝나진 않을 테지.
하지만 들키진 않을 것이다.
“괜찮겠지……?”
“데인이 괜찮다고 했으니까…….”
둘은 그런대로 안심하는 듯했다.
뭐, 아무 일 없을 것이다.
그 전에 황자를 한 번 더 만날 수도 있겠지만, 만나는 이유가 용의자로 지목되어 그런 건 아니겠지.
“일단 수련이나 하자.”
“……넌 심장도 안 벌렁거리니?”
“난 죽겠어…….”
앓는 소리를 내는 둘의 모습에 난 피식거렸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수련을 이어갔다.
“끼륵!”
그때 막 카르나스가 깨어난 건지 품에서 고개를 쏙, 내밀었다.
그런데 평소와는 조금 달랐다.
마치 답답하다는 듯이 빠져나가려 하고 있었다.
“어어?”
“떠, 떨어진다!”
정말 순식간이었다.
카르나스가 내 품에서 빠져나온 건.
완전히 부지불식간이어서, 내가 몸을 낮추며 카르나스를 받아내려던 그때였다.
파닥파닥.
카르나스는 떨어지고 있었다.
정확히는-
“나, 난다?”
“나, 날개가!”
아주 느릿하게 떨어졌다.
날개를 퍼덕이면서.
그리고는 사뿐히 바닥에 착지하더니.
“끼르윽!”
목을 길게 빼고 턱을 하늘로 치켜들었다.
아주 뿌듯하다는 표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