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91)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91화
50. 혹시 이번에는?
황실 조사단이 방문하면서 생긴 소란스러움은 금세 가라앉았다.
조사단이 황실에서 나왔다는 이유로 아카데미 내에서 사고를 치거나, 괜히 학생들을 겁나게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사는 조용히 진행되는 것 같았고, 당연히 우리 동아리가 의심받는 일은 없었다.
사실 증거가 없으니 조용히 진행되는 게 당연하다. 뭐라도 하나 나와야 하는데, 그럴 수가 없을 테니.
성 아이마르가 살아 돌아오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일.
덕분에 우리 동아리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생활할 수 있었고, 나는 상쾌한 아침을 맞이하며 일어났다.
“아흠.”
요새 이것저것 많이 해서 그런가.
거의 머리만 닿으면 잠드는 수준이다.
전생에선 툭하면 불면증에 시달렸었다.
야습에 대비해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기 일쑤였으니까.
전쟁이란 그래서 싫다.
다시는 안 터졌으면 하는 바람이고.
내 재능이 발현된 곳이지만, 그건 그거고 전쟁이 끔찍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끼…… 르으으으…….”
이런 와중 들려오는 카르나스의 잠꼬대는 날 피식거리게 만들었다.
배를 뒤집고 잠든 모습이 너무 귀엽다.
배에 살포시 입을 가져가려던 나는 문득 카르나스가 며칠 전 날았던 광경을 떠올렸다.
녀석은 아직 완벽하게 날 수 없다.
하지만 날갯짓으로 허공에서 체공하다가 살포시 내려앉는 건 가능하다.
이전에는 날개를 제대로 펴지도 못했는데, 이 녀석도 크고 있는 것이다.
“근데 몸은 별로 안 커진 것 같은데.”
다만 여전히 내 품에 쏙 들어갈 만큼 작다.
안심이 되면서도 걱정된다.
“먹이를 다른 걸 줘 봐야 하나?”
드래곤에 대해 물어볼 사람이 있으면 좋겠는데, 그러지도 못하겠고.
뭐든 가리지 않고 잘 먹으니 그나마 다행인가?
“제대로 날 수 있게 되면 사냥을 시켜 봐야지.”
여하튼 카르나스도 크고 있으니, 여기 맞춰서 보니아의 숲 주변 사냥도 한번 준비해 봐야겠다.
나는 일단 오늘의 강의 일정을 확인했다.
“오전에는 교양 하나…… 오후에는 소환술 수업이구나.”
델피네소 교수.
특별 전형 시험 이후 호시탐탐 날 노린다고 작은누나에게 전해 들었다.
소환협회에 같이 가자는 말을 할 거란 작은누나의 추측이 있었지만, 어쩌면 그보다 더한 제안을 할지도 모르겠다.
뭐, 하든 말든.
아직까지 진로를 고정시킨다는 인상은 안 주고 싶다.
소환술이 재미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모든 걸 뒤로 제쳐둘 만큼 완벽하게 흥미로운 것도 아니거든.
“그리고 오후 수업 끝나면 검술 수련…… 끝나면 바로 숲에 가면 되겠다.”
이걸로 오늘 일정 정리 끝.
“카르나스, 갈까?”
“끼륵!”
그렇게 씻고 나와 카르나스를 품에 넣고 막 기숙사 방을 나선 그때였다.
“데인!”
프리실라가 날 기다리고 있었던 듯, 9층 로비 쪽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며 다가왔다.
“좋은 아침이야, 프리실라.”
“좋은 아침. 언제 나오나 기다렸다고.”
나는 피식거렸다.
“오늘 받아올 참이었어. 이따 밤에 사용법 알려 줄게.”
“진짜지?”
프리실라는 뛸 듯이 기뻐하고 있었다.
저렇게나 좋을까.
하기야, 사랑은 전장에서도 꽃피운다.
사람이 사랑에 빠지면 완전히 달라지니까.
“이제 눈치 안 보고 나갈 수 있어! 망할 사감.”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사감이 프리실라를 집중 감시하는 건 이미 잘 아는 이야기.
물론 오늘 큰누나에게 받아 올 ‘환영 발생기 Mk.2’라면 사감을 완벽히 속여 넘길 수 있을 것이다.
“기대할게, 데인?”
프리실라는 한쪽 눈을 찡긋하더니 마침 생각났다는 듯 나에게 물었다.
“참, 황실 조사단 말이야…….”
프리실라는 못내 불안한 표정으로 나에게 속삭이듯 물었다.
“별일 없겠지?”
“응. 별일 없을 거야.”
“그럼 다행이긴 한데……. 지금 우리 신성학부도 아직 난리긴 해. 사실 뭐, 따지고 보면 황실이 쓰레기 같은 놈들이긴 하지만.”
훅 들어오는 발언에 나는 웃기만 했다.
“성 아이마르가 무슨 잘못이 있겠어. 아무튼 뭐, 듣기로는 조사도 지지부진하다니까.”
“응. 들킬 일 없을 거야.”
“다행이다. 참, 그리고…….”
프리실라는 슬쩍 나에게 물었다.
“혹시 너희 동아리 다음 활동은 뭐야?”
“아직 정해진 건 없는데, 왜?”
“그야 재미있었으니까!”
“…….”
절대 안 한다고 난리 난리를 치던 걔가 맞나 싶다.
“나는 스릴을 즐기는 성격인가 봐.”
그래, 뭐. 그럼 다행이고.
“그럼 동아리 들어오든가.”
“응? 진짜로?”
“응. 너 아직 동아리 든 거 없으면.”
“좋아! 그렇게 할게!”
프리실라는 그렇게 우리 동아리에 들어오게 됐다.
가만.
이러면 이름을 진짜 바꿔야 하잖아?
‘마법소환탐사창검술’ 앞뒤? 아니면 중간에 ‘신성’이란 단어를 끼워 넣어야 하나?
“그럼 오늘부로 나도 동아리 회원이다!”
“그래.”
뭐, 천천히 생각하자.
중요한 건 프리실라 정도 되는 실력자가 들어왔다는 사실.
거기에 프리실라는 성 아이마르에게 성혜(聖惠)까지 입어 신성력이 더 강해졌다.
자기 입으로 신성학부에서 가장 뛰어난 재능이자 신성력이라 했으니.
도움이 됐으면 됐지, 안 될 리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레일라와 어니스트의 동의는 이미 얻어 두었다. 어젠가 마침 슬쩍 물어봤는데, 둘 다 반기는 분위기였다.
“좋아. 앞으로 언데드 작살 낼 일 있으면 말말 해! 죄다 골통을 그냥…….”
“…….”
저 단어 선택만 레일라나 어니스트가 안 배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무튼 난 간다. 참, 동아리방은 506호야. 키는 이거.”
예비 키를 건네준 나는 그렇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래로 내려갔다. 이제 강의를 들으러 갈 시간.
“오늘 강의 내용이…….”
재능만 믿고 강의 준비를 안 하는 건 내 성격상 맞지 않는지라 나는 오늘 강의 내용을 미리 살피고 있었다.
소환술 기초 이론과 실습.
당연히 이미 다 아는 내용이지만, 더 살핀다고 손해 볼 건 없다.
다만, 내년도부터는 자율전공학부의 장점을 십분 활용해서 고학년 수업에 적극적으로 들어가 봐야겠다.
자율전공학부는 학부와 학년 관계없이 모든 강의를 제한 없이 고를 수 있으니까.
“데인!”
그때 들려오는 날 부르는 소리.
아침부터 찾는 사람이 많다 싶어서 고개를 돌려 보니, 디그론이 내 쪽으로 뛰어오고 있었다.
“헉, 허억. 역시 데인이었구나! 안녕!”
“어, 안녕.”
“소식 들었어! 특별 전형 시험 합격한 거 축하해!”
그거 벌써 2주는 더 지난 것 같은데.
그래도 축하는 축하니까.
“응. 고마워.”
“대단하다. 나는 아직 정식 소환술사 합격도 꿈도 못 꾸는데…… 요즘엔 학부에서 다 네 이야기만 해!”
사람이 이렇게 바뀔 수도 있으려나.
무슨 의도가 아직 남아 있는 건가?
복수하기에는 너무 쭈뼛거리는 태도인데.
7살 내 생일에 날 죽이겠다고 고래고래 악을 쓰던 모습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상전벽해.
뭐, 그런다 해도 내가 당해 줄 리 없겠지만.
이런 와중 디그론은 협회 쪽 이야기도 슬쩍 들려주었다.
“너 시험관으로 온 소환협회 엘가르드 위원장 있지? 그 사람, 지금 대기발령 상태래. 선배가 알려 줬어.”
“대기발령?”
“응. 솔직히, 누가 봐도 엄청 위험한 시험이었잖아? 세상에, 아무리 특별 전형이라도 3등급 안타레스를 제압하라는 게 말이 돼? 거기다가 안타레스랑 데인 네가 격돌할 때 적극적으로 막지도 않았고!”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의도야 어떻든 내 입장에서 보면 ‘그렇게까지’ 위험한 건 아니었다.
물론 그 위원장이라는 사람이 내 실력을 제대로 알았을 확률은 낮지만, 결과적으로 봤을 때 나는 상처 하나 없이 제압했으니까.
“아무튼 그 일로 델피네소 학과장님이 적극적으로 항의해서 협회 쪽이 곤란하게 됐대.”
“그렇구나.”
사실 난 소환협회 쪽의 정치는 관심 없다.
거기에 날 끌어들이지만 않으면 될 뿐.
문제는 누구든 그렇게 시도하리란 예감이 든다는 것이다.
델피네소 교수가 됐든, 테메릭 교수가 됐든.
아니나 다를까.
“데인. 혹시 옆에 앉아도 돼?”
“어, 그러든가.”
디그론을 옆에 둔 채 막 시작하는 강의에 집중하려는데, 강의하러 들어온 델피네소 교수가 날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데인 소그레스? 끝나고 시간 되면 잠시 나랑 면담 좀 하지.”
* * *
델피네소 교수는 만반의 준비를 해 두었다.
‘데인 소그레스는 앞으로 소환술사의 길만을 걷게 될 거야.’
그것도 ‘델피네소 엔즈에게 가르침을 받은’ 소환술사로서 말이다.
자꾸 귀찮게 두는 협회는 엘가르드 건을 명분 삼아 입에 재갈을 물려 두었다. 추천장으로 선수도 쳐 두었으니, 테메릭 교수가 나댈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럼 이제 남은 건 자신의 학과장 자리를 더욱 공고히 하면서 쐐기까지 박는 것.
‘데인 소그레스’라는 어마어마하게 단단한 쐐기를 말이다.
‘소그레스 백작가에 니륵시온 마탑주의 제자…… 뒷배도 든든하고. 이만하면 충분하지.’
델피네소 교수는 학과장으로 멈출 생각이 없었다.
황실.
그곳의 소환병단을 이끄는 게 그녀의 꿈이다.
제국 최고의 소환술사라 불리는 자가 단장으로 있는 곳.
조만간 은퇴한다는 소문이 도는 그의 뒤를 이어 황실로 갈 생각인데, 지금 하는 이 모든 작업들은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행동이다.
‘데인 소그레스를 소환협회에 등록시키면 그쪽 노인네들은 아주 좋아 죽겠군.’
이른바 제물이다.
자신의 최종적인 출세를 위한 제물.
제물치고는 엄청난 재능이지만, 사실 그렇기에 이만한 제물도 없었다.
‘아라벨라가 내 의도대로 움직여 주었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 쯔쯔.’
델피네소 교수는 혀를 차다가 이내 씩 웃었다.
머지않은 미래를 상상하니 웃음이 절로 나오는 것이다.
“내 부탁을 거절할 수는 없겠지.”
델피네소 교수는 여기에 착각 한 스푼을 더했다.
무려 의 1호 세트를 사 오면서 자신에게 점수를 따려고까지 했으니, 데인 소그레스도 당연히 소환술 쪽에 더 무게를 두고 있으리라는 착각.
“슬슬 올 때가 됐는데…….”
델피네소 교수는 시계를 힐끗 바라보았다.
먼저 가 있을 테니, 마무리하고 오라고 했는데 벌써 10분이나 지났다.
이제 곧 올 때가 된 것 같다.
하지만 다시 5분이 지나가는 동안 학과장실 문은 잠잠했다.
델피네소 교수는 설마, 하는 표정으로 문을 바라보았다.
“혹시 이번에는…… 2호 세트?”
델피네소 교수의 표정이 환해졌다.
“아이참, 아직 1호 세트도 딱 하나 먹고 아껴 두고 있는데…… 이번에는 하나쯤은 같이 먹을까?”
그녀가 싱글벙글, 웃음을 짓던 그때였다.
똑똑.
마침내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델피네소 교수가 반색하며 답했다.
“들어와요.”
그렇게 문이 열렸는데-
“응?”
들어온 사람은 데인이 아니었다.
학내 전령이었다.
“무슨 일이죠?”
델피네소 교수의 표정이 다시 무심하게 돌아갔다.
다소 실망한 기색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다시 한번 바뀔 수밖에 없었다.
“저, 학과장님. 급한 건으로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말하세요.”
“데인 소그레스 학생이 금일 교수님과의 면담에 참석할 수 없음을 안내드리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델피네소 교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참석할 수 없다고?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는 따로 있었다.
“데인 소그레스 학생이 그렇게 알렸나?”
“아, 아닙니다.”
“그럼?”
“이번에 아카데미에 파견된 황실 조사단에서…… 갑자기 데인 소그레스 학생을 호출했습니다.”
“……!”
황실.
그 단어에 델피네소 교수의 얼굴이 당황스러움으로 물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