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97)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97화
55. 장난으로 하는 말 아닌데
레일라네 집엔 어니스트도 함께 가기로 했다.
어니스트는 모든 걸 탐험으로 귀결시키는 녀석이다.
그런고로 무려 ‘공작가 탐험’에 무척이나 흥분하고 있었다.
“세상에, 테르미온 공작가라니! 나 엄청 떨려!”
“가서 아무거나 만지면 큰일 난다. 알았지?”
“그럼! 그냥 눈으로 보기만 할게!”
그래도 공작가까지 가서 진짜 탐험을 할 녀석은 아니라 안심이다.
“프리실라도 같이 가면 좋았을 텐데.”
“어쩔 수 없지. 바로 대신전에 간다고 했으니까.”
“무슨 일일까? 돌아오면 물어봐야겠다.”
참고로 프리실라는 대신전에서의 갑작스러운 호출로 아쉽게도 같이 못 가게 되었다.
무슨 급한 일이라고 하던데, 엘리트는 엘리트인가 보다.
무려 대신전에서 호출할 정도면.
아무튼 우리는 그렇게 학사에서 당당히 외출증을 끊었다.
이번엔 다행히 교수님의 허락이 따로 필요하진 않았다.
중간고사가 끝나면 모든 학생들에게 별도의 허락이 필요하지 않은 자유 외출권이 주어지니까.
“이거 이틀짜리지?”
“응. 1박 2일. 가서 하룻밤 자고 오후에 돌아오면 되겠다. 어니스트, 괜찮지?”
“그럼!”
“좋아. 그럼 가자.”
레일라는 꽤 들떠 보였다.
입학 후 처음으로 집에 간다는 생각 때문일까.
집에 간다는 말에 나도 한번 가 볼까 생각했는데, 기말고사가 끝날 무렵에 아버지 생신이 있어 그때 가는 게 더 나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하루 만에 다녀올 수 없는 거리이기도 하고 말이야.
텔레포트 게이트가 있긴 하지만, 그걸 쓰려면 큰누나가 며칠이나 준비해야 한다.
내가 입학할 때 그랬으니까. 그렇게까진 하고 싶지 않고, 그냥 방학 때 마음 편하게 가는 게 나을 것 같다.
아니면…….
나중에라도 내가 직접 텔레포트 게이트를 작동시킬 수 있을 만큼 성장하든가?
“하, 드디어 밖이야!”
“야호! 시험 끝났다!”
이런 가운데 둘은 아카데미 정문을 나서자 신이 나서 어쩔 줄 몰라 했다.
“가는데 얼마나 걸려, 레일라?”
“30분 정도? 별로 안 멀어.”
“진짜 코앞이구나. 나는 서부 거의 끝이라서 말 타고 한 달은 꼬박 가야 하는데…….”
어니스트가 부럽다는 듯 중얼거렸다.
“나중에 기회 되면 너희 가문도 가 보자.”
“좋아! 한 달이나 걸리긴 하지만, 너희들이랑 같이 가면 재미있을 것 같아!”
“서부엔 뭐가 유명해?”
어니스트는 내 말에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미개척지들이 가득하지! 사알짝 위험한 곳이지만 그래도 탐험하는 재미가 있어! 아버지도 지금 거기 가 계셔. 벌써 다섯 달째 연락이 안 되지만, 뭐 조만간 돌아오지 않으실까?”
“다, 다섯 달이나?”
놀란 레일라의 물음에 어니스트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미개척지 탐험은 길게는 1년 이상 걸릴 때도 있거든.”
딜런 남작가의 영지가 그렇게 작은 이유를 알겠다. 죄다 탐험 중독이라 영지 크기야 아무래도 상관없는 거구나.
그나저나, 어니스트의 요새 근육이 더 붙은 걸 보니, 조만간 무기 수련을 시작해도 될 것 같다.
탐험도 탐험이지만 브론 패거리 녀석들이랑 붙어도 이길 수 있을 만큼 단련을 시켜 줘야지.
“아, 맞다. 나 데인 너희 가문도 한번 가 보고 싶어.”
“그야 좋지. 시간 되면 같이 가자.”
“그런데 남부면 꽤 걸리지 않을까?”
나는 입학 당시 우리 백작성에서 아카데미까지 단 하루 만에 왔던 날을 떠올렸다.
“큰누나 갈 때 같이 가면 하루밖에 안 걸릴걸? 큰누나가 텔레포트 게이트를 설치해 놨거든.”
“우와! 텔레포트 게이트!”
어니스트가 눈을 반짝였고 레일라가 관심을 보였다.
“남부에서 하루 만에 왔다구?”
“응. 아, 내가 이야기 안 했나?”
“……하기야, 너도 넌데 너희 누나들도 있었지.”
레일라는 그러면서 부럽다는 듯이 말했다.
“우리 오빠들은 어디서 뭐 하고 있으려나.”
큰오빠는 현재 국지전이 일어나는 동부 쪽에 파견을.
작은오빠는 집 나간지 꽤 돼서 연락이 안 된다고 했었지.
매번 그러는 건 아니지만, 레일라는 내가 누나들 이야기를 할 때마다 이렇게 종종 부럽다는 표정을 짓곤 했다.
“오빠분들은 다들 어떤 분들이셔?”
“음. 큰오빠는 엄청 자상해. 동부로 떠나기 전까지는 항상 나랑 놀아 줬으니까. 작은오빠는…… 나 놀래키는 걸 좋아하고 장난도 되게 많이 쳐. 가끔 열 받게 할 때도 있지만.”
레일라의 오빠들이라.
한번은 보면 좋을 것 같은데.
“작은오빠분은 어디 계시는데?”
“워낙 제멋대로라서. 집 나가서 지금은 어디 있는지 몰라. 자기는 수련한다고 그랬는데…… 내가 보기엔 아닌 것 같아.”
뭔가 있는 건가?
“어디 있는지 몰라?”
“응. 원래 그래. 기사 서임 받은 후로는 쭉 밖에만 도는걸?”
아하.
자유 기사구나.
“신기하다, 너희 오빠들.”
“큰오빠는 모르겠는데 작은오빠는 확실히 그래.”
그러고 보면 우리 가족이 유별나게 화목한 건 맞아 보인다.
비정한 귀족의 사회에선 형제끼리 피를 뿌리는 거야 그다지 드문 일도 아니니까.
“근데 테르미온의 대장간이라는 곳 말이야, 거기는 정말 아무거나 다 만들어 주는 거야?”
때마침 어니스트가 화제를 돌려주었다.
“응. 징표를 가진 사람이 원하기만 하면 뭐든. 역사책에 나오는 영웅들은 꼭 한 번씩 거쳐 간 곳이라고.”
“진짜 대단하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며 테르미온 공작가에 서서히 가까워지던 그때였다.
“아스마르 경!”
레일라의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레일라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멀지 않은 곳에서 한 무리의 기사들이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레위크 아스마르 경.
내가 수도에 도착해 레일라네서 신세를 질 때, 나를 마중 나온 그 기사였다.
“아가씨,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아스마르 경은 마침내 레일라 앞에 도착해 기사의 예를 표했다.
그러자 뒤에 있던 나머지 기사들도 똑같이 따라 예를 표한다. 장관이었다.
우리랑 동아리방에서 맨날 뒹굴거리던 레일라가 공작가 영애라는 게 체감되는 순간이다.
“아스마르 경, 그간 잘 지냈지?”
“물론입니다. 걱정해 주신 덕분입니다. 오, 그사이 키가 자란 것 같군요.”
“정말?”
“네. 제가 눈은 또 정확하지 않습니까? 하하.”
정겹게 이야기하던 레일라는 나와 어니스트를 소개해 주었다.
“이쪽은 데인. 이미 만나서 아는 사이지? 이쪽은 어니스트 딜런. 딜런 남작가 장남. 아카데미에서 새로 사귄 친구야.”
“아, 안녕하세요! 어니스튼 남작가의 장남, 어니스트 딜런입니다! 저희 딜런 남작가는…….”
“탐험으로 유명한 곳이지요? 잘 알고 있습니다.”
어니스트는 순간 감동 받았는지 양손을 꼭 모았다.
“우리 가문이 생각보다 알려져 있구나…….”
“딜런 남작가에서 발굴한 유물을 저희 테르미온 공작가에서 구매한 바 있죠. 참고로 동상 중 하나는 가문의 정원에 장식되어 있습니다.”
어니스트는 오길 잘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 모습에 피식거리며 아스마르 경에게 인사했다.
“아스마르 경, 잘 지냈죠?”
“데인 도련님, 안녕하십니까. 아카데미 생활은 어떠십니까?”
“늘 즐겁죠.”
“다행입니다. 참,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소환술사 특별 전형 시험에 통과하셨다고 그러시던데, 축하드립니다.”
“고마워요.”
소문은 역시나 참 빠르다.
하기야, 치른 지 몇 주나 지났는데 모르는 사람이 있는 게 더 이상한 거겠지?
“자, 그럼 가실까요. 아가씨, 모시겠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아스마르 경이 가리킨 곳에는 마차가 있었다.
하지만 레일라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코앞인데 마차는 무슨. 그냥 걸어갈게.”
“아…….”
아스마르 경은 약간 충격받은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네, 그럼 도보로 모시겠습니다.”
나머지 기사단원들은 신속하게 움직이며 우리를 양쪽에서 호위하는 대열로 변경했다.
마차도 곧 왔던 길로 돌아갔다.
아스마르 경의 표정이 묘하게 흐뭇해 보였다.
“거리가 참 예뻐, 그치?”
반면 레일라는 보란 듯이 나에게 말하고 있었다.
“이렇게 예쁜 거리를 앞으로도 자주 봐야겠어. 마차에 있으면 답답하단 말이지?”
녀석.
티 내긴.
뭐, 사실 따지고 보면 마차에 태워 가는 건 호위의 용이성 탓이 가장 크지만…….
레일라는 이제 마냥 대접받기만 하는 귀족 영애는 사절하고 싶은 모양이다.
성장한다고 받아들이면 되는 거겠지, 안 그런가?
“우와!”
우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마침내 공작 저택 앞에 도착했다.
한 번도 와 보지 않은 어니스트가 입을 헤 벌린 채 감탄했고, 아스마르 경이 기다렸다는 듯 설명해 주었다.
“제국 건국 이전에 세워진 긴 역사를 지닌 저택이지요. 내부를 보시면 더욱 깜짝 놀랄 겁니다.”
“들어가는 대로 ‘가이드’를 붙여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가이드라니.
하긴, 이 넓은 공작 저택을 손님들에게 안내하려면 가이드가 필요할 것 같다.
“우리 가문 자랑이야. ‘공작 저택 여행’.”
레일라가 마침 자랑해서 나는 피식거렸다.
“저택을 여행해?”
“응. 가이드 없으면 무조건 길 잃어버리거든.”
우리 백작성도 그 못지않게 넓은데, 가이드까진 필요 없다.
본성 자체가 직관적인 구조라서.
우리는 그렇게 공작저 정문으로 들어섰고, 예의 그 기나긴 정원을 지나게 되었다. 그리고 레일라의 표정이 참 볼 만했다.
“……이렇게나 길었어?”
그러니까 마차 타고 오면 모두가 편했을 텐데 말이야.
레일라는 그래도 뱉은 말이 있어서 그런지 이 길고도 지루한 정원을 꾹 참고 열심히 걸었다. 어니스트는 당연히 마냥 신이 났다. 쟤는 새로운 거라면 죄다 탐사, 탐험, 조사로 귀결되는 녀석이니까.
나야 뭐, 옆에서 아스마르 경과 이야기하며 걸어서 그런지 지루하지만은 않았다.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시군요, 데인 도련님.”
“아, 네. 그렇게 됐네요. 중간고사도 끝났고, 마침 잘됐다 싶어서 따라왔습니다. 폐가 아닐지 모르겠네요.”
“폐라뇨. 저는 오히려 기쁩니다. 공작님도 소식을 듣고 무척 좋아하셨고요. 레일라 아가씨께서 저택에 친구를 데려온 건 그때 데인 도련님이 처음이었거든요.”
레일라의 사교성이 나쁘지만은 않던데, 역시 너무 일찍 철이 들어서 그런 걸까?
“저도 물론 무척 기쁩니다. 레일라 아가씨가 아카데미에 가서도 하루종일 검술에만 매진하시면 어쩌나 걱정했었는데, 이제 그런 걱정은 접어 둬도 좋을 것 같습니다.”
빙그레 웃으며 진심으로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레일라를 정말 아끼는 것 같았다. 그 이유는 곧 알 수 있었다.
“아, 맞아. 아스마르 경이 내 검술 선생님이야. 내 검술의 기본기를 다듬어 줬지.”
“부끄럽습니다. 테르미온 공작님에 비하면 한참 먼 수준인데, 제가 레일라 아가씨를 가르쳤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겸연쩍은 표정에 레일라는 팔짱을 끼었다.
“저렇게 겸손한 척하면서 장난 아니야. 내가 한 번도 못 이겨봤어.”
“……하하하.”
아마 헥사급의 실력자라고 들었다.
헥사급이라.
내가 전생에 코어 네 개로 쿼드급까지 올랐으니, 전생의 나보다 강할지도 모르겠다.
가정법인 건, 나는 전장에서 굴러먹을 대로 굴러먹은 녀석이라 일반적인 쿼드급의 기사들보다는 강했기 때문이다.
언제 한번 붙어볼 기회가 있으면 좋겠는데.
손님으로 온 이상, 오늘은 힘들 테지.
“하지만 제가 레일라 아가씨만 할 땐 그만한 실력과 잠재력을 갖추지 못했습니다. 레일라 아가씨는 머지않아 절 뛰어넘으실 겁니다.”
“흐응. 그러면 다행인데…… 데인은 어떠려나?”
레일라는 별안간 날 흘겨보더니 아스마르 경에게 이르듯 말했다.
“쟤 진짜 얄밉거든.”
“네, 네에?”
아스마르 경은 당황해 버렸고, 나는 레일라의 장난에 피식거렸다.
“창술도 잘해, 소환술도 잘해, 마법도 잘해. 솔직히 좀 말이 안 되는 거 같지 않아?”
아스마르 경은 식은땀을 흘리는 것 같았다.
“하, 하하…… 대단한 재능이긴 합니다.”
“심지어 검술도 잘해. 알고 있었어?”
“거, 검술까지요?”
레일라는 마음에 안 든다는 듯 나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말이 안 된다니까 정말로.”
뭐, 어차피 소문 퍼지면 다 알 사실.
“솔직히 처음에는 이게 말이 되나 싶고 질투도 나고 그랬는데…… 지금은 오히려 날 자극시키는 느낌?”
“좋은 일입니다, 아가씨. 언제나 그렇듯 자극을 주는 상대가 있다는 건 성장에 큰 도움이 되지요.”
“음. 가끔은 자극을 넘어서 포기하게 만들 때도 있어.”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적당히 해명했다.
“사실 그리 대단한 수준은 아닙니다.”
“창술에 검술을 동시에 익히는 게 쉽진 않은데…… 정말 대단한 재능입니다, 데인 도련님.”
아스마르 경은 그러면서 눈을 반짝였다.
“그럼 검술은 백작님께 배우신 겁니까?”
“아버지에게 배운 건 아니고 어쩌다 보니까 이것저것 하면서 배우게 됐어요.”
“그럼 더더욱 대단한 일인데…….”
“지금은 켈타스 교수님께 배우고 있습니다.”
“아! 켈타스 선배님! 거기 계셨었죠!”
그럼 이해할 수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니, 앞으로는 켈타스 교수 핑계를 자주 써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떠오른다.
“정말 대단하신 분입니다. 크게 연이 닿진 않았지만, 어쩌다 황실에 방문해서 검술을 식견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야말로 중검(重劍)의 정수를 목도했죠. 그때의 감동은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중검이라.
묵직한 검술을 구사한다는 건데, 나와 대련할 때는 딱히 그런 걸 느끼지 못했다.
이제는 사용하지 않는 건가?
“나중에 기회가 닿으면 도련님과 한 번쯤은 대련해 보고 싶군요.”
나는 그 말에 씩 미소 지었다.
바라던 말이다.
우리 가문과 테르미온 공작가가 정치적인 요소를 고려할 만큼 먼 가문도 아니니, 큰 부담은 없을 것 같다.
“말이 나온 김에 이번에 방문했을 때도 괜찮아 보입니다. 꼭 아스마르 경이 아니더라도, 테르미온 공작가 기사분들의 실력을 식견하고 싶군요.”
“그거 좋죠. 제가 돌아가는 대로 공작님께 운을 띄워 보겠습니다. 레일라 아가씨, 어떠십니까?”
레일라는 아스마르 경의 물음에 어깨를 으쓱였다.
“나랑 할 때처럼 봐 주지 마.”
“하하, 물론입니다. 그래도 대련인 만큼, 너무 무리해서 하면…….”
“장난으로 하는 말 아닌데.”
“네?”
레일라는 날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진짜야. 살살 하면 누구든 큰코 다칠걸?”
나는 어이가 없어 피식거렸다.
얘가 갑자기 아까부터 왜 이렇게 띄워 주는 거야?
그나저나, 테르미온 공작가 기사와의 대련이라.
아스마르 경이 나설지는 모르겠다만…….
이거, 전력을 다해도 되는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