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ed Genius hacker RAW novel - chapter (148)
148 Re: 카오스 #최후(5)
이전까지 남은 시간은 단 1시간.
그러나, 붕괴되기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 30분이다. 그 말인즉슨.
“어떻게 해서든 30분을 버텨야 한다는 소리구나.”
이전되기 전에 붕괴되면 말짱 도루묵이니까. 남은 30분을 버텨야만 했다.
지지직―.
그러나 이제는 인터넷 검색도 어려울 정도로 인터넷 네트워크는 힘들어 보였다. 다크 웹이 붕괴되면서 생기는 일종의 균열.
균열의 틈에서 발생하는 렉과 악성 코드로 인해 깨지는 균형 때문에 인터넷 네트워크에도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었다.
희도는 인터넷 균열이 생길 때마다 그 부분을 봉합하듯 외부로 접속을 하여 바느질했다. 악성 코드마다 가진 바 특성이 있다. 어느 것은 단순히 속도를 느리게 하는 악성 코드고, 어느 것은 트래픽을 폭발시켜 지연을 시킨다. 또는 갖고 있는 자료를 무작위로 파괴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악성 코드는 다양하게 범람했다. 하지만 희도는 그런 부분에 익숙해져 있었다.
지속해서 봉합 과정을 이어 나가며 1분씩이라도 지연시키다 보면 이전이 완료될 터였다.
* * *
“……말도 안 돼.”
득의양양하던 그의 모습은 없었다. 그 역시 희도 못지않은 엘리트급의 해커였다. 비록 카오스의 운영과 관리에 더욱 신경 쓰다 보니 예전만 못하다 하더라도 말이다. 당연히 희도와 다른 이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얼핏 들여다볼 수 있었다.
“5G 네트워크 인프라라고?”
들어 보지 못한 새로운 네트워크, 그 기술을 통해 다크 웹과 인터넷을 분리시키겠다는 그들의 계획에 보스는 처음으로 인상을 일그러뜨렸다. 그게 비단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짜증이 확 솟구쳤다. 붕괴까지 남은 시간은 30분.
그 붕괴가 이뤄질 수 있도록 보스는 희도에게 직접 공격을 하려고 마음을 먹었다. 그로 인해 비록 자신의 위치를 노출시키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공격을 하게 되면 자신의 위치를 노출시키겠지만, 다크 웹이 붕괴되면 노출된 위치도 자연스레 사라질 터였다. 인터넷망이 무너지기 때문에 자신을 찾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무조건 자신이 이기는 싸움이었다. 아니 이기리라 그는 확신했었다.
하지만 그저 별 볼 일 없는 이들이 힘을 합쳐 자신에게 대항한다. 생각해 보라. 개미 새끼들이 발밑에 아무리 많아도 눈 하나 까딱하는 이들이 있는가.
자신에게 희도를 비롯한 이들은 그저 그런 벌레에 불과했다. 그래서 괘씸했다.
“기어오르려고 애를 쓰는구나. 하지만 네가 원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정.희.도.”
이를 아득바득 갈아 버린 보스는 본격적으로 다크 웹 붕괴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희도가 균열을 봉합하려고 하면 보스는 악성 코드에 더 큰 악성 코드를 주입했다.
상처 난 곳에 더 큰 상처를 입히는 격이었다.
“……버텨 봐라.”
희도를 부수기 위해 그는 키보드 위에 두 손을 올렸다.
* * *
희도는 기껏 봉합해 놓은 흔적들이 파괴되고 더욱 악화되자 보스가 참여한 것을 깨달았다.
치열한 공방전이었다. 그때부터는 서로가 서로에게 겨누는 한 수 한 수가 모두 치명적인 독이자 공격이었다.
식은땀이 흘렀다. 보스는 엘리트 해커 중의 해커이자, 블랙해커인 그였다. 따지자면 1세기, 2세기 블랙해커인 격. 아무리 쉬었다고 해도 다크 웹이라는 영역을 창시하고 만들어 낸 엘리트 블랙해커의 힘은 스킬이 없어진 희도와 비등, 거의 대등할 정도의 실력을 보여 주었다.
보스는 희도가 있는 네트워크에 디도스를 무한히 때리는가 하면, 5G가 만들어질 기지국에도 연일 APT 공격을 진행했다.
디도스는 정보를 빼내기보다는 일방적으로 파괴와 붕괴, 망가뜨리기 위해 공격하는 수법이다 보니 지금 보스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공격이자 최고의 공격일 수밖에 없었다.
다만, 보스가 간과한 것이 있다면.
– 고생이 많다. 희도야.
– 이 세상 화이트해커가 희도 너만 있는 줄 아나 봐.
– 그러게. 서글프네. 우리도 한가락 한다는 걸 보여 줘야겠는데.
제이든과 김진우, 송우진.
– 세상은 기억하지 못해도 우리는 기억하지 않겠습니까. 평생 이 순간이 후회되지 않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겠습니다.
CIA의 팀 베럴.
– 보이지 않는 전쟁이고, 보이지 않는 싸움입니다. 세상을 구하기 위한 싸움을 혼자서 하게 할 순 없죠.
– 물론입니다. 정 차장님이 거의 설립하다시피 한 우리 BOSS도 이럴 때 도우라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 바나나사도 돕겠습니다.
엘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 신필영을 비롯한 BOSS의 고우성, 바나나사의 지우창.
– 진짜 보이지 않는 싸움이라면 그게 우리 전문 아니겠나.
– 암요, 그렇고말고요. 원장님의 명령으로 정 차장을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국가정보원의 최진헌과 권기영 차장.
– 부끄럽습니다. 이런 건 사이버 수사대가 나서도 모자랄 판국에.
사이버 수사대의 염상섭 경위.
– 어디까지 다 책임지려고 그러십니까.
– 강 팀장님 삐지셨어요. 맨날 정 차장님이 혼자 고생하시는데 자기한테 말 안 해 준다구. 좀 같이해요, 혼자 그렇게 다 짊어지지 말고.
KICA의 강인혁과 이지혜까지.
그간 쌓고 지내온 인연들이 하나둘 힘을 보태기 시작했다. 그들은 이래 봬도 전문가 중의 전문가들이다. 그들이 각기 갖고 있는 전문적인 지식은 모두 다를 테지만 다크 웹의 붕괴에서 터져 나오는 문제점을 각자가 알고 있는 하나씩만 해결해도 엄청 큰 힘이 되었다.
“이것 참. 다들 모두 힘을 보태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마 이 사건을 위해 모두가 애쓴다고 해도 여러분께 어느 하나 보상을 주거나 하진 못할 테지만…… 그래도 부탁드리겠습니다.”
희도의 말 한마디뿐이었지만 많은 이들은 그의 진심이 우러나옴을 느끼고 흐뭇하게 웃을 뿐이었다. 그간 희도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 왔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제 더는 말 안 하겠습니다. 염치 불구하고 모두 남은 1시간 동안 세계를 위해. 각자의 안위와 미래 세대를 위해 힘써 주세요. 다른 모든 이들이 이 사실을 잊어도 제가 반드시 기억하겠습니다.”
희도의 말에는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웅장해지는 무언가가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은 그의 한마디에 힘을 얻어 다크 웹에 진입했다.
몰상식한 보스의 수작에, 제각기 능력을 뽐내면서 어떻게 해서든 지연을 하고 막아 내기 시작했다.
그에 맞춰 희도 역시 키보드에 손을 올렸다.
「다크 웹의 붕괴까지 남은 시간 24:33」
「다크 웹의 붕괴까지 남은 시간 24:33」
「다크 웹의 붕괴까지 남은 시간 24:32」
조금이나마 지연이 되고 있었다.
동시에.
[화이트해커의 권능이 부여된 남산타워 기지국에서 능력을 발현합니다.]– 다크 웹과의 분리를 시작합니다.
– 인터넷 네트워크망이 이전을 시작합니다.
– 이전까지 남은 시간 00:49:11
– 이전까지 남은 시간 00:49:10
– 이전까지 남은 시간 00:49:09
.
.
네트워크 이전은 지속해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화이트해커의 권능이 발현되어 다크 웹의 붕괴를 막기 위한 사람들의 손길에 반응합니다.]– 인터넷 네트워크망 이전이 가속화됩니다.
– 악성 코드에 대한 증식을 막아 냅니다.
화이트해커의 권능은 지속해서 발현이 되었다. 플레이어의 자격이 박탈된 희도는 그 권능을 컨트롤할 힘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메시지에 대한 내용은 눈에 보였다. 비교적 흐릿했지만 희도에게는 그렇게라도 카운트를 확인할 수 있음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다크 웹 붕괴를 가속화하는 인원을 찾아냅니다.]– 위치 파악 완료하였습니다.
– 대한민국 광화문 근처 제국호텔 1401호에 머물고 있음이 드러납니다.
– 제국호텔의 인터넷망을 이용해 토르 브라우저에 접속해 있음이 나타납니다.
심지어 보스가 다크 웹의 붕괴를 가속화시키기 위해 들어온 순간을 포착하여 메시지가 위치까지 찾아냈다. 마치 그게 마지막 메시지라는 듯, 그 후로는 더 이상 메시지가 나타나지 않았다.
“……제국호텔 1401호.”
* * *
「다크 웹 붕괴까지 남은 시간 04:59」
「다크 웹 붕괴까지 남은 시간 04:58」
「다크 웹 붕괴까지 남은 시간 04:57」
고작 5분 남짓한 시간이다. 그러면 그렇지라는 생각이 드는 보스였다.
수많은 인간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어도, 제아무리 5G 인프라 네트워크라는 신기술을 펼쳐도 불가능한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희도와 무리들이 발악하는 모습에 맞춰 자신이 나선 보람이 있었다. 완벽한 인터넷 세상의 종말을 가져온 것이 바로 자신 아닌가.
나아가서 새로운 다크 웹, 어둡지만 음지를 건너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인터넷 세상.
기존의 다크 웹 세상을 뛰어넘는 새로운 다크 웹 세상을 만들어서 정보가 곧 돈이 되고, 정보가 곧 권력이 되는 그런 세상을 이룩하기 위해 이미 모든 계획을 구성했다.
“아, 그리고 남은 버러지들도 모두 정리해야지.”
희도가 잡아간 수많은 카오스의 일원들. 지금쯤 그들은 감옥에 갇혀 노역 생활을 하며 죗값을 치르고 있겠지만 그 정도로는 곤란했다.
“왜 사형을 안 시켜서 날 귀찮게 하고 그러지. 깔끔하게 다 죽여 버렸으면 내가 나설 필요도 없을 텐데 말이야.”
기존의 다크 웹을 만들 땐 수많은 난관들이 있었고 카오스라는 조직과 집단을 만들어 내면서 그 난관들을 헤쳐 나갔다. 하지만 더는 그럴 필요 없었다. 그 무엇도 누군가와 나눌 필요 없이 오롯이 혼자서 그 많은 것들을 독식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 수 있는 노하우가 바로 자신의 머릿속에 들어 있었으니까.
“……후후후. 뭐, 물론 꺼림칙한 존재를 어쩌지 못한다는 게 그렇지만.”
지금이야 같은 목적을 갖고 같은 뜻으로 전 세계가 규합했다지만 이것도 오래는 못 갈 것이라고 확신하는 그였다.
「다크 웹 붕괴까지 남은 시간 59초」
「다크 웹 붕괴까지 남은 시간 58초」
「다크 웹 붕괴까지 남은 시간 57초」
짧은 생각을 하는 동안 이제 남은 시간은 1분 남짓이었다.
“내가 이겼다. 정희도. 넌 그 무엇도 막을 수 없었어. 후후후…….”
보스는 책상에 놓여 있는 와인을 들어 쭉 들이켰다. 혀끝에 감기는 씁쓸한 와인의 맛조차 달달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다크 웹 붕괴까지 남은 시간 5초」
「다크 웹 붕괴까지 남은 시간 4초」
「다크 웹 붕괴까지 남은 시간 3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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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는 서울 광화문 마천루로 세워진 제국호텔 창가로 수많은 사람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다크 웹이 붕괴되는 순간, 수많은 사람들의 스마트폰과 각종 통신 설비, 네트워크들은 마비가 된다.
모두가 좌절하는 순간을 만끽할 것이었다.
그런데.
“……너에게 5초는 상당히 긴 것 같군그래.”
낯설지 않은 목소리가 보스의 노트북에서 흘러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