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as the Reincarnated Bastard of the Sword Clan RAW novel - Chapter (1)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1화(1/224)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
테오 라그나르 (1)
유태오. 혹은 테오 라그나르는 하늘을 뒤덮는 화살 비를 보면서 이를 악물었다.
왜 자꾸 난 실패만 하는 걸까?
* * *
테오가 자신의 전생을 자각한 것은 열다섯 살 무렵이었다.
딱히 계기는 없었다.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가정교사의 수업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다가 떠오른 것이다.
전생의 기억이 모두 떠오른 건 아니었다.
마치 꿈이라도 꾼 것처럼 단편적인 기억 몇 가지가 전부였다.
하지만 전생은 현생과 많은 부분에서 묘하게 닮아 있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을 사고로 여의고 친척집을 전전하며 살아, 주변 눈치를 많이 살필 수밖에 없었던 전생.
귀족가의 자식으로 태어났으나, 빈민가 출신의 어머니를 두어 주변의 구박과 멸시를 받아야만 했던 현생.
신분과 환경의 제약이 사슬처럼 그의 팔다리를 꽁꽁 묶어두고 있었다.
그게 너무 억울했다.
그래서 생각했다.
‘이번 생은 어떻게든 이 사슬을 떨쳐버리겠어.’
다행히 그가 태어난 가문은 노력이나 재능 여부에 따라 얼마든지 신분적 제약을 떨칠 수 있는 곳이었다.
-라그나르 가(家).
제국의 최북단에 위치해 장벽 이북의 괴물들로부터 제국과 대륙을 수호한다는 대공 가문.
그런 그들을 가리키는 수식어는 아주 많다.
대북벽(大北壁).
제국의 방패.
용기사단.
겨울산맥의 군주.
검사와 기사들의 이상향.
전사자들의 아버지.
.
.
천 년을 넘게 같은 자리에 앉아 있었다는 그들의 장구한 역사는 수많은 신화 및 전설과 함께 한다.
그 때문일까?
라그나르 가의 혈통들은 용의 피를 물려받았다는 전설이 있을 만큼 특별한 체질을 타고난다.
마법에 대한 높은 항마력을 지닌 것은 물론, 검술과 체술에 있어서도 뛰어난 자질을 갖추었으니.
열 살만 넘어도 자연스럽게 마나를 깨닫고, 검을 쥐기만 하면 1성 이상의 고수가 된다는 그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더군다나 그들이 살아가는 터전은 일 년 중 절반 이상이 눈 덮인 겨울이라는 윈터러.
이에 따라 라그나르 가는 자연스럽게 패도적인 가풍을 추구할 수밖에 없었다.
적자생존.
혹은 강자존(强者尊).
오로지 강한 자만이 살아남고, 모든 것을 거머쥔다.
그러니 테오도 힘만 갖출 수 있다면, 신분과 환경에 무관하게 충분히 위로 올라갈 수가 있었다.
다만, 문제가 있었다.
전생을 깨우치기 전에 테오가 워낙에 괄시를 많이 받으면서 스스로 위축되어 ‘재능이 없다’고 생각해 단련과 거리를 뒀던 것이다.
전생을 깨우치며 이제는 세상을 보는 시각이 넓어지면서 가치관도 같이 바뀌었지만, 이미 배울 시기는 크게 놓친 상태.
설사 그게 아니더라도, 당대 라그나르 가는 최전성기라 불릴 만큼 대단한 전력을 자랑했다.
그러다 보니 테오 역시 저렇게 쟁쟁하고 천재적인 형제들과 권좌 경쟁을 벌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테오는 노선을 바꿨다.
라그나르 가의 정보 집단에 들어가 음지에서 권력을 쟁취하는 것으로.
그곳이라면 충분히 자신의 기량을 펼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기억이 드문드문 남아있어 정확하게 떠오르진 않지만, 전생에서 그는 정보를 주로 다루는 직업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았으니까.
……그래. 그렇게 생각했다.
‘내 형제들이 가진 권력욕이 얼마나 대단한지 미처 깨닫지 못한 게 실수였지.’
형제들의 눈에 자신 같은 서자 따윈 얼마든지 쓰고 버릴 수 있는 장기말에 불과했던 모양이었다.
그를 돕던 집사도, 스승님도, 식솔들도 모두 정체를 알 수 없는 암살자들에 의해 죽고 말았다.
미안했다, 너무나.
못난 자신과 만나서 다들 이렇게 되어버린 것 같아서.
‘내가 방황하지 않고 처신만 똑바로 했었다면…… 이런 일까지 벌어지지 않았을까?’
이제 남은 것은 자신 하나뿐.
물론, 그것도 얼마 안 남은 듯하지만.
사슬은 여전히 자신의 손발에 꽁꽁 묶여 있었다.
그리고.
테오는 그제야 한 가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애당초 이 지긋지긋한 사슬은 어떻게 떨칠 수 있는 게 아니었어. 힘으로 부쉈어야 했던 거지.’
퍼억-
둔탁한 느낌과 함께 시야가 어두워졌다.
[사망하였습니다.] [코인을 ■ ■ 소모하여 ■■ ■■■■■ 돌아■■■.]* * *
‘또…… 여긴가?’
테오는 허공에 둥실 떠다니는 느낌에 억지로 눈을 떴다.
겪은 지 이십 년도 훨씬 지났지만, 절대 잊을 수 없는 감각이었다.
첫 번째 삶과 두 번째 삶, 그 중간사이에 겪었던 부유감.
아무래도 환생을 겪을 때마다 거치는 중간 과정인 것 같았다.
그래서 또 세 번째 삶이 시작되려는 건가 싶었는데-
띠링!
정체를 알 수 없는 알림음과 함께 시야가 환하게 물들기 시작했다.
.
.
저기 멀리서부터 희미하게 어떤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
그리고 갑자기 소리가 확 커졌다.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아무래도 이 이상의 수업은 무의미하실 것 같군요.”
겉보기엔 예의로 가득한 것 같지만, 그 속에 담긴 경멸감은 도저히 숨길 수 없을 말투.
“쯧! 아무리 천한 어미를 두고 있다고 하지만, 이렇게 멍청해서야 원. 반년 뒤에 있을 개화식(開花式)은 보지 않아도 뻔하겠군.”
중년 교사가 혀를 차면서 교실을 빠져나갈 때까지.
테오는 도저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저 사람은…… 렌던? 렌던이 어떻게 여기 있는 거지? 그리고 개화식이라고? 대체……?’
렌던은 테오가 어렸을 때에 가정교사였던 사람이다.
하지만 분명히 가주 경쟁 때에 줄을 잘못 서는 바람에 목이 달아났을 텐데?
테오는 자신의 양손을 내려다보았다.
굳은살 하나 박혀 있지 않은 하얀 손.
‘뭐?’
테오는 너무 놀란 나머지 옆에 있던 전신거울 쪽으로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남자치고 상당히 긴 흑발은 푸른빛이 감돌고, 두 눈은 피를 머금은 듯 짙은 선홍색이었다.
체구도 조금 왜소했다.
열다섯 살이나 되었을까.
앳된 얼굴이 이쪽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한순간 정신이 멍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당장 드는 생각은 하나밖에 없었다.
‘설마 과거로 돌아온 건가?’
다시 삶을 시작할 수 있다면, 이번엔 발버둥이라도 쳐보겠다던 소원이 이뤄지기라도 한 걸까?
“환생에다 회귀까지……? 무슨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테오가 헛웃음을 흘리던 바로 그때였다.
띠링!
[제■■■■■ 베타 서■스■ ■■ ■■■■.] [■■■ 패치 ■■ ■.].
[패치■ ■료■■■다.] [플레이어■ 등록■■■■■.] [■■■■가 ■작됩■■.]갑자기 망막 한가운데로 떠오르는 여러 개의 창.
테오는 자기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삼켰다.
‘이건 또 뭐지? 패치? 플레이어? 예전에는 이런 게 없었는데?’
대부분 노이즈가 껴있어서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었지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 같았다.
새로운 메시지 창은 계속 떠오르고 있었다.
[퀘스■가 도착했습니다.]+
[튜토리얼 퀘스■ #1]오러홀을 개방하십시오.
· 난이도: F
· 보상: ■■■의 반■
· 실패시: ■■
+
이번에는 좀 더 많은 내용을 담고 있긴 했다.
여전히 의미를 알 수 없었지만.
‘전생에서 했던 게임이라는 것과 비슷한 것 같은데……. 도저히 뭐가 뭔지 모르겠어.’
분명 자신이 회귀를 하게 된 것과 관련이 있는 것 같았지만.
테오는 내심 거부감이 먼저 들었다.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당장 ‘이걸 해라’라고 말하는 내용이 꼭 명령투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한평생 장기말로 부려지다가 버림을 받았던 그가 아닌가.
당연히 이 모든 게 의심스러울 수밖에.
‘…….’
결국 테오는 한참의 고민 끝에 손으로 얼굴을 두들겼다.
짝! 짝!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일단 이건 무시하자. 뭔가가 있다면 나중에라도 알 수 있겠지.”
-먼저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테오는 먼저 노트를 뒤집어 뒷면부터 펜으로 무언가를 끄적거리기 시작했다.
회귀 전에 그가 몸담았던 곳은 정보부.
당연한 말이지만, 그가 눈 감던 서른다섯 때까지의 여러 사건들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빠삭했다.
그 뒤에 숨겨진 여러 비사들도 마찬가지.
그것들을 연대기 순으로 나열하고, 그중에서 취할 수 있거나 이용할 수 있는 것들은 따로 분류해두었다.
‘사슬을 부수기 위해서는 단순히 그림자 정도로 만족해서는 안 돼. 그 누구보다 더. 가장 높은 곳에 앉아서 모두를 내려다볼 수 있어야만 한다.’
테오는 이왕에 과거로 돌아온 이상, 라그나르 가의 권좌를 차지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죽기 직전에 식솔들의 얼굴에 보였던 슬픔과 참담함을 두 번 다시 만들지 않으려면.
반드시 누구보다 독하게 마음을 먹을 필요가 있었다.
‘날 죽인 원수가 누군지도 확실히 찾아내야 하고. 할 게 많아.’
탁!
모든 계획 정리가 끝난 뒤.
테오는 어느덧 잉크가 말라버린 펜을 반으로 부러뜨리면서 바닥에다 아무렇게나 버렸다.
그만이 알아볼 수 있을 암구어로 적힌 노트의 첫 번째 자락에는 딱 네 글자만이 적혀 있었다.
-용의 심장.
‘첫 스타트는 어렵지 않을 것 같은데.’
어쩌다 보니 튜토리얼 어쩌고 하는 것과는 목표가 같아졌군.
테오의 한쪽 입술 끝이 살짝 말려 올라갔다.
* * *
라그나르 가주의 자식들 중에서 가장 눈에 띄지 않는 사람을 꼽으라고 한다면.
윈터러에 살아가는 모든 시녀와 집사들이 입을 모아 말할 것이다.
-테오 라그나르 도련님이 아니실까요?
무채색처럼 아무런 특징도 장점도 찾아볼 수 없는 사람.
그렇게 시기와 질투가 많은 세실리아에게서 태어난 아들이라는 것이 맞나 의심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테오에 대해 다른 소문이 조금씩 돌기 시작했다.
-매일 새벽 6시 정각만 되면 테오 도련님이 귀신같이 제4 연무장을 방문하신답니다.
-오, 이제 드디어 훈련에 흥미를 보이시는 건가?
-그, 그렇긴 그렇습니다만…….
-응? 무슨 문제라도 있나?
-그게 훈련법이…… 조금 이상하십니다.
-훈련법이? 어떤데?
-뛰십니다.
-그리고?
-계속 뛰십니다.
-……?
-정오가 되실 때까지 여섯 시간 동안 계속 연무장을 뛰기만 하십니다.
-…….
시녀나 집사들도 최소 3성급 이상의 고수들인 라그나르 가에서 신체 단련은 그렇게 주목할 만한 사건이 되지 못했지만.
다른 소문들이 대체로 이상했다.
-운동이 끝나면 항상 고기를 그렇게 많이 찾으시던데요?
-어머. 저는 얼마 전에 도련님이 무에타 화초를 대량으로 구해달라고 말씀하셔서 구해드린 적이 있는데.
-저는 사비에 들풀이요!
-어? 나는 오늘 아침에 사탄 버섯을 구해다 드렸었는데…… 이유가 있으신가?
-그러게. 전부 길거리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잡초들이잖아?
-게다가 밤에는 매일 같이 궁의 부엌을 그렇게 빌리신다면서요?
희한한 요리를 직접 해 먹는다는 소문.
-반대로 낮에는 도서관을 찾으신다는데…… 빌리시는 책들이 전부 이상합니다.
-어떤데?
-<몬스터 요리 100선>, <제국의 신화 심리학>, <재능 삼켰던 마법사>, <반지하 제왕>, <벌써 벗은 임금님> 등등 입니다.
-……마지막 두 개는 제목이 뭔가 좀 이상한데?
-그, 그게, 좀 그렇고 그런…….
-이 미친놈이! 테오 도련님은 아직 열다섯 살이시라고, 열다섯 살! 그딴 걸 빌려드리면 어떡하나!
도서관에서 별 특이한 책들을 빌려 간다는 소문까지.
하나 같이 이목을 끌기에는 시시하고, 그렇다고 무시하기에는 특이한 행동들.
-왜 갑자기 안 하시던 짓을 하시는 걸까?
-글쎄요. 그래도 도련님의 부탁을 들어드리고 나면 보이시는 웃는 모습이 너무 귀여운 거 있죠?
-맞아, 맞아.
-테오 도련님이 사실 좀…… 아니, 아주 많이 잘 생기시긴 하셨지?
결국 시녀와 집사들은 한 가지 결론에 다다랐다.
-그냥 심심하신가 보다.
라그나르 가는 혹독한 규율과 훈련 때문에 성격이 비뚤어진 괴짜들이 아주 많은 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테오가 보이는 별난 행동에도 별 감흥을 가지지 않았다.
저러다 지겨워지면 그만 두겠거니 하고 여겼던 것이다.
덕분에 테오는 별다른 방해 없이 자신의 계획을 순조롭게 착착 진행해 나갈 수 있었다.
그만의 오러홀.
<용의 심장>을 만들기 위한 계획을.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