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as the Reincarnated Bastard of the Sword Clan RAW novel - Chapter (102)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102화(102/224)
6번째 후보 (2)
테오는 세실리아와 친구들에게 잠시 기다려달라고 말한 뒤, 나반과 같이 자리를 옮겼다.
“벌써 오셨을지는 몰랐습니다.”
테오의 말에 나반은 팔짱을 끼면서 냉소적으로 코웃음을 쳤다.
“잊어먹은 건 아니고?”
“설마,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테오는 순간 움찔거렸지만, 최대한 내색하지 않고 태연하게 대답했다.
두 개의 유물과 검의 구슬을 수습하느라 정신이 없었다는 말을 해봤자 나반의 짜증만 살 것 같았다.
“보아하니 그 뒤로 돌아가는 꼴에 대해서도 아직 모르는 것 같군. 하긴, 아직 외부에는 제대로 공표되지는 않았을 테니.”
나반은 어느 정도 눈치챈 것 같았지만, 굳이 그걸 따지고 들지는 않았다.
“바커스 가문은 결딴났다. 가주와 주요 가신들이 전부 반란 혐의로 전부 윈터러에 끌려왔지. 덕분에 요 며칠 동안 다른 가솔들이 내게 징징 매달려서 귀찮던 참이야.”
“‘귀찮다’는 표현치고는 즐거워 보이십니다만?”
나반은 슬쩍 검지로 입꼬리를 만져보고 피식 웃었다.
“티가 났나?”
“아주 많이요.”
“뭐, 본가가 콩가루였다는 걸 딱히 숨기고 싶은 생각은 없으니까.”
나반은 가볍게 콧방귀를 끼면서 말을 이었다.
“하여간 나는 그동안 인질로 있으면서 대부분 혐의가 씻긴 상태야. 아마 조만간에 몇 가지 제약만 받고, 바커스의 새로운 가주로 앉힐 가능성이 크겠지.”
나반의 시선이 테오를 직시했다.
“전부 네가 원하던 대로 된 거겠지?”
테오는 말없이 웃었다.
나반의 미간에 살짝 골이 팼다.
“내가 아무리 중간에 너희들 쪽으로 전향하는 모습을 보였다지만, 반란에 대한 라그나르의 의심은 원래 사람의 피 말리게 할 정도라고 알려졌지. 특히 흑설의 집요함은 두 말할 것 없고. 그런데도 나는 너무 쉽게 풀려났어. 마치 누군가가 위에서 따로 지시라도 내린 것처럼.”
“…….”
“거기에 네 손이 닿아있는 것 같던데?”
“그렇게 보이셨다면 맞을지도 모르겠죠.”
“쉽게 속내를 보이지는 않겠다는 거군?”
나반은 기가 찬다는 듯이 혀를 차면서 말을 이었다.
“뭐, 아무래도 좋아. 이러니저러니 해도 덕분에 빌어먹을 아버지와 노인네들을 쳐냈으니까. 한낱 사생아가 가문을 틀어쥐는 것만큼 완벽한 복수가 어디 있다고. 하지만.”
테오는 어쩐지 나반이 꺼낼 뒷말을 알 것 같았다.
“그런 것도 단명해서야 별 필요 없겠지. 약속은? 언제 지킬 셈이지?”
약속.
나반의 불치병을 치료해주겠다던 것을 말하는 것이다.
테오의 두 눈이 깊게 가라앉았다.
나반 바커스라는 사람은 타고난 반골이다.
이 사람의 마음을 제대로 얻기 위해서는 이제부터가 가장 중요했다.
휙!
테오는 품에서 뭔가를 꺼내 나반에게 던졌다.
나반은 엉겁결에 그걸 받았다.
포션이었다.
“이건……?”
“치료젭니다. 제작 방법도 같이 적어놨으니 확인해보세요. 단, 맛은 더럽게 없으니 유의하시구요.”
“……!”
나반은 포션을 둘러싸고 있던 종이를 살펴보고 눈을 크게 떴다.
거기엔 일반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약초들의 배합법이 적혀 있었다.
‘혈검제의 특제 샐러리 주스. 기력을 보강하는 저 영약이라면 충분히 나반의 불치병도 꾸준히 완화할 수 있겠지.’
나반의 병은 사람의 기력을 조금씩 좀먹어가다가 끝끝내 생명력까지 잡아먹는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 그 기력을 보강해주면서 체질을 개선할 수 있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었다.
테오가, 아니, 전생의 흑설이 이 사실을 알게 된 건 나반의 죽음과 혈검제의 등장 간에 시간적 격차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편,
‘이렇게 쉽게 내어준다고……?’
나반은 크게 정신적 충격을 받고 있었다.
병을 치료해주겠다는 명목으로 약을 조금씩 나누어주면서 자신을 부려 먹지 않을까 하는 각오 정도는 하고 있었는데.
보기 좋게 걷어차인 것이다.
“……뭘 원하는 거냐? 너 정도로 똑똑한 녀석이 이런다고 해서 내 환심을 바로 살 수 있을 거라고 순진하게 생각하진 않았을 테고.”
“그걸 반대로 말하면, 치료제를 가지고 부려 먹는다고 해도 진심으로 임하지는 않을 거란 뜻이지 않습니까?”
“…….”
“어쩌면 배알 꼴려서 치료제고 나발이고 그냥 제 뒤통수를 칠 준비를 하실 수도 있을 테고요.”
‘이 녀석, 날 너무 잘 알고 있다.’
분명히 세레스 상단에서 처음 봤던 것일 텐데.
‘애당초 오래전부터 날 주시하고 있었나? 아니면 그 자리에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꿰뚫어 본 건가?’
두 가지 중 무엇이 되었든 간에 테오가 무서운 사람이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니 굳이 무리해서 나반을 옥죄지는 않을 겁니다. 제가 따를 만한 그릇이라는 것을 먼저 보여드리는 게 우선이 아닐까 여겼을 뿐입니다.”
“내가 따를 만한 그릇…… 이라. 어떻게 증명하겠다는 거지?”
“계속 절 지켜보십시오.”
“…….”
“그리고 결정하십시오. 절 계속 따를지 말지를. 그러는 동안 나반은.”
테오의 두 눈이 깊게 가라앉았다.
“무너지고 있는 바커스를 다시 반석 위에 세우십시오. 제가 손수 거둘만한 곳으로 만드셔야 할 겁니다.”
“……!”
두근두근두근!
나반의 심장이 거칠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언제부턴가 죽어가는 사람처럼 식어가기만 하던 심장이었건만.
다시 기지개를 켜려는 것처럼 뛰면서 전신 곳곳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었다.
정신이 번뜩 뜨이는 것 같았다.
‘너더러…… 증명하라는 거지? 내 쓸모를. 그러지 않으면 내치겠다고.’
본인은 충분히 자신이 있다는 자신감에서 발로한 오만함.
나반은 테오의 그러한 태도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좋다. 바커스를 제대로 이 손에 쥐어 보이지. 주.군.이 가지지 않고서는 못 배기게끔.”
“좋습니다.”
테오와 나반은 같이 웃었다.
주종 관계의 두 사람이 짓는 미소는 어딘지 모르게 닮아 보였다.
* * *
“원로원장님, 너무 많이 취하셨습니다. 오늘은 이만하시는 게……!”
“뭐라? 너도 나를 우롱하는 것이냐?”
원로원장, ‘원룡’ 울프강은 살짝 불콰해진 얼굴로 술잔을 기울이다 말고, 자신을 뜯어말리던 다른 원로를 노려봤다.
“그, 그,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제가 어찌 감히……!”
“그럼 정신 사납게 굴지 말고 저리 가!”
“아, 알겠습니다…….”
원로는 잔뜩 주눅 든 얼굴로 뒷걸음질을 쳤다.
울프강은 그것을 보면서 가볍게 콧방귀를 꼈다.
“흥! 이놈이나 저놈이나, 다들 승냥이처럼 내 목덜미를 물어뜯을 생각이나 하고 있군! 하지만 두고 보아라. 내가 어디 그리 쉽게 목덜미를 내어주나.”
언제부턴가 울프강 주변에서 항상 북적대던 사람들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최근 트로이반 사건이 터지면서 평소 에드와 친하게 지내던 울프강에게도 의심 어린 시선이 쏟아지기 시작한 탓이었다.
아직 따로 소환장이 발부되거나, 흑설의 발표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평소 울프강이 흑룡과도 대립각을 보였다는 것을 고려해본다면, 언제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끈이 된 셈이었다.
울프강으로서는 그런 상황이 못내 답답했다.
친형인 광룡제도 제 손으로 끄집어 내렸던 자신이 아니던가.
한평생 라그나르의 영광만을 위해 살아왔던 자신이 이런 의심을 받는 사실 자체가 너무 불쾌했다.
하지만,
이런 속내를 어디서 털어놓는다고 한들, 아무도 들어주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었다.
‘이게 다 테오 라그나르, 그 천박한 서자 놈 때문에……!’
때문에 울프강은 에드를 원망하기보다 가문을 이런 식으로 떠들썩하게 만든 테오를 증오했다.
그래서 마음 같아서는 당장 모가지를 비틀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녀석은 이미 율리우스와 매화궁주, 심지어 이제는 흑룡의 가호까지 받는 몸.
섣불리 손을 댈 수 없다는 현실이 더 짜증 날 뿐이었다.
‘이놈. 조금이라도 실수를 해보아라. 그날이 바로 네놈의 제삿날이 될 터이니.’
울프강의 두 눈에 흉흉한 살의가 감돌던 그때였다.
“저년은……?”
입구 쪽에서 익숙한 뭔가가 눈에 띠었다.
어울리지 않게 화장을 진하게 하고 드레스까지 한껏 차려입었지만.
그 천박함만은 숨길 수 없는 얼굴.
‘차라리 잘 되었군. 이 짜증을 조금이라도 풀 수 있겠어.’
문득 떠오른 생각에,
울프강이 차가운 냉소를 지었다.
* * *
‘이런 꼴로 가도…… 되나?’
연회장 입구 앞에서.
이블린은 입장 전에 옷매무새를 다듬으라고 마련된 전신거울 앞을 한참 동안 떠나지 못했다.
그녀는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마치 새벽 밤하늘을 옮긴 것처럼 칠흑빛으로 빛나는 드레스.
깔끔하게 떨어지는 옷맵시가 아름다웠다.
세실리아가 아주 잘 어울릴 거라면서 준 선물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블린의 눈에는 너무 익숙지 않은 것이기도 했다.
한평생 훈련복과 갑옷만 입고 다니던 그녀였으니 어색할 수밖에.
하물며 이런저런 장신구에 화장까지 하니 스스로 너무 과했나 싶어질 정도였다.
특히 그녀의 눈에 가장 걸리는 점은 따로 있었으니.
‘드러내도 절대 이상하지 않을 거란 말씀 때문에 용기를 가져보긴 했지만…….’
이블린은 팔뚝의 절반까지만 내려오는 소맷자락 사이로 드러난 의수를 손으로 매만졌다.
몇 번의 점검 끝에 이제는 진짜 팔처럼 감각이 온전했지만,
그래도 온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쇠의 감촉은 낯설었다.
더군다나 이렇게 화려한 연회장에는 너무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았다.
‘그냥 돌아갈까.’
그래. 내 꼴에 무슨.
훈련장에서 훈련이나 해야겠다는 생각에 발길을 돌리려는데,
-몇 번이나 말하지만, 이블린은 스스로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똑바로 자각할 필요가 있어요. 아시겠나요? 당당해지세요. 본인에게 당당해야 남들도 그렇게 보는 거랍니다.
문득 세실리아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스스로에게 당당해지라던 말.
그 말이, 어쩐지 이블린의 발걸음을 다시 원래대로 돌렸다.
‘그래. 여기까지 왔으니까 테오와 대장님 얼굴만이라도 보고 가자.’
뚜벅-
조금 홀가분해진 걸음으로 입구에 들어선 순간,
“백갑용기대의 5번조장, 상급검사 이블린 네레빌 입장입니다-!”
호명에 따라 많은 사람의 시선이 전부 이쪽으로 쏠렸다.
-이블린?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인데?
-왜 있잖아요. 테오 라그나르를 가르쳤다던 검술 스승.
-아……! 예전에 원로원장과 백갑용기대장을 충돌하게 했다던?
별 듣고 싶지 않은 말도 들렸지만, 이블린은 당당하게 걸음을 옮겼다.
“어머, 이블린! 너무 아름다워요.”
세실리아가 한걸음에 달려와 이블린의 양손을 붙잡았다.
“제가 드린 드레스를 입었군요. 분명히 말했었지요? 이블린에게 아주 잘 어울릴 거라고. 역시 제 눈은 틀리지 않았군요.”
“감사합니다. 덕분에 이런 것도 입어 보게 되었습니다.”
“자주 입으세요. 맘껏 꾸미시고. 원할 때마다 이 세실리아가 도와드릴 테니.”
웰링턴과 에리카 남매도 한마디씩 거들었다.
“솔직히 누군지 못 알아볼 뻔했습니다, 조장. 홀커스, 그렇지?”
“으, 으응?”
「똑바로 안 하냐?」
에리카가 멍때리고 있던 홀커스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쿡 찌르자, 홀커스도 그제야 정신 차리면서 겨우 맞장구쳤다.
“마, 맞아요! 지금 이 모습 사진으로 찍어놔야 할 것 같은데요! 조원들이 보면 조, 좋아할 거 같아요!”
「인상 펴고, 입가 웃고.」
「이, 이렇게……?」
홀커스는 당연히(?) 1호 검사가 되어야 할 자신을 제치고 테오에게 먼저 주군 운운한 나반 쪽이 신경 쓰였지만, 최대한 내색하지 않고 억지로 웃었다.
바들바들-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내, 내가 카메라라도 챙겨올까?”
“에리카, 홀커스. 쓸데없는 짓 하지 마라. 특히 셀퍼드랑 아린, 두 사람한테는 절대 말도 하지 마.”
이블린은 쓸데없는 짓을 하려던 에리카와 홀커스에게 경고했다.
장난기 많은 셀퍼드는 두고두고 놀림감으로 삼을 게 분명하고, 아린은…… 조금 위험했다. 아니, 아주 많이 위험했다.
‘아, 몰래라도 사진 찍어 놓을까? 아린 선배한테 되게 비싸게 팔 수 있을 것 같은데.’
에리카는 최근 들어 친하게 지내기 시작한 아린의 취미 생활이 ‘이블린 컬렉션 수집하기’라는 사실을 떠올리고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런데 테오는 어디 갔습니까?”
“아! 아드님은……!”
세실리아가 뭐라고 대답하려던 그때였다.
“아무래도 집사에게 한마디 해야겠군. 이런 귀한 사교 파티에 팔 병신이 물이나 흐리게 하고. 에잉, 쯧쯧!”
이블린은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몸이 빳빳하게 굳고 말았다.
오래전에 묻어놨다고 생각했던.
잊어버렸다고 생각했던 트라우마가 빠르게 머릿속을 스쳐 지났다.
-이봐, 계집. 네년의 대장이 정말 너를 보호해줄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웃기지 마라. 결국 세상 사람들이 믿는 건 네 말이 아니라 내 말일 테니.
-그래. 그렇게 평생 병신으로 살고 싶다면 그렇게 하거라.
-결국 천박한 피는 숨길 수가 없는 모양이로군.
어둠 속에서 차갑게 웃던 울프강의 모습이 지금 울프강의 얼굴 위로 겹쳤다.
“병신이면 병신답게 집안에 처박혀 있을 것이지, 여기가 어디라고 함부로 나도는 것이냐? 꼴에 그 팔은 또 무엇이고?”
울프강이 한껏 비웃음을 던지면서 의수 쪽으로 손을 가져가려던 순간.
갑자기 도중에 울프강의 손목을 낚아채는 손길이 있었다.
“그때 처맞은 걸로는 부족하신가 보군. 분명히 두 번 다시 내 새끼에게 함부로 손댔다간 가만히 안 놔둘 거라고 경고했을 텐데, 기억 못하시나? 치매라도 걸리셨나?”
울프강과 이블린의 시선이 황급히 그쪽으로 돌아갔다.
율리우스가 차갑게 눈을 번뜩이고 있었다.
“그렇게 뒈지게 처맞고 싶소, 원로원장?”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