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as the Reincarnated Bastard of the Sword Clan RAW novel - Chapter (106)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106화(106/224)
추운 겨울 (1)
욱씬!
이블린은 오랜만에 발생한 환상통에 왼팔을 오른손으로 감쌌다.
왼팔이 무척 아팠다.
철제 의수를 단 이후.
이블린은 더 이상 환상통을 겪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지긋지긋한 악몽에도 시달리지 않았다.
-너로구나. 네레빌의 성을 썼던 아이가.
헛구역질 나게 만들던 울프강의 악취도 떠오르지 않았다.
-천한 피를 타고났음에도, 확실히 그때 그 아이를 닮아 그런지 미모만큼은 확실하군. 좋다. 너는 이제부터 나의 장기말이다. 네 어미가 그러했듯이, 너도 날 위해 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
-그것이 널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해준, 고귀한 피를 조금이라도 가지고 태어날 수 있는 행운을 준, 나에게 은혜를 갚을 수 있는 길일 테니.
그때의 악몽이 또다시 고개를 치켜들고 있었다.
이십여 년 전.
아버지의 얼굴을 보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라그나르에 들어왔던 아이는 아버지의 추악한 면모를 알고 등을 돌렸다.
그리고 어머니의 성함을 성으로 삼으며 검을 쥐었다.
언젠가 어머니와 자신을 버린 아버지에게 복수하겠다는 다짐 하나만으로.
하지만 백갑용기대 대원이 되고, 상급검사가 되어도 저 사람은 너무 멀리 있기만 하니.
이블린은 그 사실이 좀처럼 참을 수 없었다.
율리우스도, 테오도. 세실리아나 키르손까지 모두 자신을 위해 저렇게 발 벗고 나서지 않는가.
그러니 계속 이렇게 눌려 있을 수만은 없었다.
‘내가.’
철그럭!
철제 의수의 주먹에 힘이 부쩍 실렸다.
‘내가 어떻게든 극복해내야 해.’
이블린은 다짐과 함께 고개를 들었다.
* * *
[‘테오 라그나르’를 관찰합니다.]+
테오 라그나르 (15세/남)
· 레벨: 32
· 능력치(▼)
근력: 119 민첩: 101
체력: 45 마력: 243
지능: 75 운 : 27
· 스킬(▼)
– 레서 드레이크 피어
– 해츨링 싱크로
– 와이번 테이밍
– 페어리 버프
– 웜 이터
· [열람 불가]
+
테오의 레벨은 어느새 30을 넘고 있었고, 다른 여러 스탯도 꾸준히 쌓아 올리면서 가파른 성장 곡선을 이루는 중이었다.
특히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룬 것은 바로 [지능]이었다.
계수 75.
어느새 100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그동안 얻은 추가 스탯을 모두 [지능]에 투입한 것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
[지능]사고력과 판단력이 깊어진다. 스킬에 대한 이해력을 상승시킨다.
+
최근에 테오는 검의 구슬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상태창을 이리저리 만지다가 몇 가지 기능을 추가로 알아냈으니.
그중 하나가 바로 각 스탯의 활용 방법이었다.
[근력]은 육체의 근질을 강화시키고, [민첩]은 신경계의 반응속도를 올리는 등에 효과를 미치는 것처럼, [지능]은 스킬 발동에 큰 도움을 주기 때문에 다음 타겟으로 삼기에 제격이었다.덕분에,
테오는 단 며칠 만에 또 한 번 대폭적인 무력 상승을 끌어낼 수 있었다.
[‘스킬: 해츨링 싱크로’를 발동하여 검의 구슬에 잠재된 사념을 강화합니다.]테오의 시야로 무수히 많은 검의 궤적들이 그려지고 있었다.
파아아-
-검을 쥐어라.
-검을 휘둘러라.
-검.
-검.
-내게 검을 다오.
-나를 휘둘러 다오.
머릿속에서 정제되지 않은 무수히 많은 사념이 여기저기서 소리를 질러대는 통에 두통이 심했지만, 테오는 꾹 참고 스킬 발동에 집중했다.
카일이 건네준 검의 구슬은 원주인의 정체가 뭔지는 몰라도, 오로지 검에 대한 집착과 광기로 똘똘 뭉쳐 있었다.
덕분에 검술에 대한 이해도도 아주 높아, 테오는 그동안 파편적으로 흡수했던 다양한 검술들을 조금씩 하나로 녹일 수 있었다.
눈앞에 그려진 궤적들이 바로 그 증거였다.
저대로 따라 휘두르기만 해도, 더 폭발적인 위력을 자랑할 <용의 발톱>을 펼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테오는 아주 많은 깨달음의 편린들을 얻을 수 있었으니.
‘아버지가 이 구슬을 내 발판으로 삼으라고 하셨던 이유가 이거였어.’
카일은 그가 인정한 후보자들에게만 각자에게 걸맞은 검을 하사하신다더니.
그동안 여러 사람에게서 검술을 배웠던 테오에게는 가장 탁월한 지도 선생이 되는 셈이었다.
‘대체 이 검의 원주인이 누구지? 아무리 내가 당장 배운 게 기초검술이었다고 해도, <마룡육예>나 <24수 매화검> 등은 특징이 너무 또렷해서 하나로 엮는 게 쉽지 않을 텐데.’
9룡의 검술들을 묶었다는 것만으로도 원주인이 살아생전에 갖고 있던 경지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당장 떠오르는 사람은 없었다.
그동안 카일이 권좌에 오르기 위해 꺾은 고수들의 수가 워낙에 많기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그런 고민은 뒤로 미뤄버리고, 지금은 오로지 그가 쥐고 있는 검에만 집중했다.
‘언젠가 알게 될 날이 오겠지.’
쿵쿵쿵쿵쿵……!
[‘스킬: 페어리 버프’가 발동되어 강한 축복이 적용됩니다.] [‘강한 축복’으로 인해 스킬의 숨겨진 효과들이 나타납니다.] [활력이 부여됩니다.] [동체 시력이 강해집니다.] [반응속도가 빨라집니다.] [체력과 마력의 회복 속도가 상승합니다.]그리고 이어지는 다른 스킬들의 적용.
[‘스킬: 웜 이터’가 적용되어 상대의 체력에 반비례하여 공격력이 상승합니다.] [‘스킬: 레서 드레이크 피어’가 시전되어 용살기가 상대의 의지를 꺾습니다.] [향상된 지능의 효과에 따라 모든 스킬들의 효율성이 증가합니다!]검의 구슬에 이어 스킬 버프까지.
여기다 라그나르의 축복받은 육체가 더해지니, 테오는 이미 경지에 비해 월등한 실력을 선보일 수밖에 없었다.
콰르르르릉-
“아아아악! 죽여버리겠어어어어!”
베타의 얼굴이 분노로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일개 실전 검사에게 실력으로 밀리는 것으로도 모자라, 순간 기백에 압도되었다는 사실이 이렇게 부끄러울 수가 없었다.
이대로는 쪽팔려서 원로원으로 돌아갈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런 불상사만큼은 없어야 했다.
그래서 어떻게든 악다구니를 지르면서 달려들었지만,
콰아아앙!
테오가 힘차게 사선으로 내려친 일격이 뇌전을 강하게 뿌리면서 그대로 베타의 검을 분지르는 것으로도 모자라, 상반신을 거칠게 휩쓸었다.
엄청난 열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뒤.
“컥…… 컥……!”
베타는 마치 용이 거칠게 발톱으로 내려찍은 듯한 깊은 상처를 보이다가 그대로 쓰러졌다.
털썩!
“……!”
“……!”
“……!”
일개 대원 따위가 원로원의 검사를 꺾었다.
너무나 충격적인 장면에 군중은 모두 입을 쩍 벌린 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테오만이 아무렇지 않게 칼을 아래로 내리면서 한마디를 던질 뿐.
“다음.”
그 모습이 얼마나 오만한지, 울프강과 원로들은 수치심에 모두 주먹을 부르르 떨어야만 했다.
반면에 군중은 모두 폭발적인 환호를 보였다.
-봐, 봤어?
-정말 이길 줄이야……!
-뇌전을 뿌리는 야차라더니. 오히려 소문이 부족하잖아. 저건 괴물이라고, 괴물!
-섬야차!
-섬야차!!
중재자로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니엘이 물었다.
“두 번째 대련에도 네가 참여하겠단 뜻이냐?”
“예. 별로 지치지도 않아서요.”
테오의 발언에 니엘은 피식 웃고 말았다.
젊은 시절의 카일과 똑같은 말을 하는군.
그런 생각도 들었다.
물론, 울프강은 기가 찰 뿐이었다.
‘분위기가…… 모두 저놈에게로 흐르고 있다.’
라그나르는 전통적으로 강자를 선호한다.
그리고 강자의 자신만만한 태도를 환영한다.
테오가 딱 그랬다.
오만과 자신감.
그것은 딱 종이 한 끗 차이에 불과했으니.
군중에게는 자신감으로, 원로원에는 오만함으로 보였던 것이다.
까득!
오늘 하루에만 몇 번을 이를 간 건지. 어금니가 깨지기라도 한 것 같았다.
“페이지.”
“예…… 예?”
“다음에는 자네가 나서도록 하게.”
“제, 제가 말씀이십니까?”
호명된 원로가 화들짝 놀라 반문했지만,
“여기에 페이지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자네밖에 더 있던가?”
울프강과 다른 원로들의 따가운 눈총에 마른 침을 삼키고 말았다.
-섬야차!
-섬야차!
지금도 군중은 테오를 연호하는 중이었다.
저런 분위기에 자신이 두 번째 대련자로 나선다면 어떻게 될까?
승기야 원로원이 가져올 수 있겠지만.
자신이 그동안 구축한 원로로서의 입지 따위는 두 번 다시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울프강은 어서 가라는 듯 턱짓을 해댔고,
다른 원로들 역시 도와달라는 페이지의 시선은 그냥 못 본 척 무시했다.
그들이 대신 끌려가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알…… 겠습니다. 실추된 원로원의 명예를 어떻게든 복구하고 돌아오겠습니다.”
결국 페이지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명심하게나. 저놈을 압도적으로 꺾어야 하네. 아니, 이참에 아예 죽여버리게. 두 번 다시는 고개를 빳빳이 세울 수 없도록.」
마지막에 귓가로 파고든 전음은 페이지의 등을 축축하게 만들었다.
앞에서는 그냥 오른팔만 자르라더니, 이제는 아예 대놓고 죽이란다.
두 개의 차이는 너무 컸다.
율리우스나 매화궁주에게 찍힐 수도 있는 사안이니.
그래도 해야겠지.
울프강의 말을 듣지 않았다간 그의 가족들이 나중에 해코지당할 수도 있었다.
결국 대련장에 선 페이지는 독한 마음을 품고 검에 손을 얹었다.
-우우우우!
-원로가 어떻게 실전검사의 대련자로 나서냐!
-원로원은 자존심도 없는 거냐!
곳곳에서 야유가 쏟아졌지만, 페이지는 못 들은 척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럴수록 다짐만 더 커졌다.
‘대련이 시작되면 단 일 초에 벤다.’
어중간하게 손속을 썼다가 테오가 공격을 막기라도 했다간, 이쪽의 노림수를 들킬 수 있었으니.
그럼 원로원이 받게 될 지탄은 물론, 율리우스와 매화궁주가 개입까지 부를 수 있었다.
“원로원의 페이지 그라손. 현역 시절에 ‘신묘검’이라는 별호를 얻은 바가 있다. 가문의 어른으로서 그 오만방자한 태도를 꺾어주지.”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러고도 라그나르의 원로냐!
-그냥 뒷방에나 처박혀라!
테오는 무신경하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페이지와 가볍게 검을 부딪쳤다.
대련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
그 순간, 페이지가 테오의 목을 치기 위해 단숨에 검을 휘둘렀다.
검기가 잔뜩 실린 일격이 번뜩이려는 순간,
“항복.”
갑자기 테오가 다 알고 있었다는 듯이 황급히 뒤로 물러서면서 양손을 들었다.
페이지의 얼굴이 당혹감으로 물들었다.
“……뭐?”
“항복입니다. 두 번째 대련은 저희 측 패배입니다. 저같이 한참 어린 후배가 어떻게 선배님과 검을 함부로 겨룰 수가 있을까요. 그래도 1승이라도 거두셨으니 아주 기분 좋으시겠습니다?”
테오는 여전히 얼이 빠진 얼굴로 쳐다보는 페이지에게 한껏 비웃음을 던져주고, 뒤로 돌아서서 대련장을 나왔다.
-무, 뭐야?
군중도 갑작스러운 상황에 쑥덕거렸다.
-갑자기 항복이라고?
-비웃는 거 보니까 노린 것 같은데? 푸하핫!
-아……! 알겠다. 어차피 마지막은 마룡과 원룡이 각각 나올 테니까?
-어차피 1승 챙겼으니 두 번째 대련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거군.
-꺄하하! 뭐야 그럼? 원로원은 괜히 어린 실전검사 잡겠답시고 원로가 직접 나왔다가 놀림만 받고 끝난 거잖아?
-원로원만 닭 쫓던 개 꼴 난 거지, 뭐. 푸흡!
“이이익!”
페이지의 얼굴이 순간 분노로 붉으락푸르락해졌다.
그제야 테오의 손아귀에 놀아났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첫 번째 대련에서 패배하면서 명예가 실추되었고, 두 번째 대련에서는 얻은 건 아무것도 없이 아예 똥통에 빠지고 말았으니.
그리고,
백갑용기대에선 세 번째 대련자로 율리우스가 일어날 준비를 하는 것이 보였다.
페이지는 황급히 원로원 측을 돌아봤다.
울프강이 분노로 파들파들 몸을 떨다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에게선 이미 막강한 살기가 휘몰아치는 중이었다.
“이 새끼들……! 좋다. 너희들이 이딴 식으로 나온다면 나도 똑같이 나설 수밖에……!”
쿵쿵!
울프강이 거센 발걸음으로 앞으로 나섰다.
* * *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원로원을 병신으로 만들 겁니다.
율리우스는 테오가 앞선 두 차례 모두 자신이 나서겠다면서 덧붙였던 테오의 첨언을 떠올리며 피식 웃고 말았다.
그 말이 바로 이런 뜻이었구나.
이로써 원로원은 통째로 테오의 손아귀에 희롱당한 꼴이 되고 말았으니.
이 일은 앞으로 두고두고 회자가 될 터였다.
테오의 명성도 그만큼 올라갈 테지.
그동안 알게 모르게 원로원에 눌렸던 백갑용기대의 평가도 원로원보다 위에 놓이게 될 테고.
‘하여간 능구렁이라니까.’
그가 테오를 격하게 아끼는 이유였다.
“그럼 마지막 마무리는 나로군.”
여기다 원로원장의 남은 팔마저 꺾어버린다면, 당분간 원로원은 일으킬 명예조차 남지 않겠지.
때마침 울프강이 잔뜩 화가 난 기색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오는 게 보였다.
율리우스도 웃으면서 앞으로 나서려는데,
“……이블린?”
갑자기 이블린이 철제 의수를 뻗어 율리우스의 앞길을 막았다.
뭔가를 단단히 각오한 눈빛을 한 채.
이블린이 깊게 가라앉은 눈으로 말했다.
“세 번째 대련, 제가 나서게 해주십시오.”
“……!”
율리우스의 눈이 커졌다.
* * *
언제부터였던가.
율리우스는 항상 생각하곤 했다.
이블린은 누에고치 같다고.
탈피하면 아름답게 날갯짓하며 하늘로 오를 수 있지만, 아직 준비되지 않은 누에고치.
그랬던 아이가,
나비가,
이제 고치에서 나오기 위해 날갯짓하고 있었다.
그 순간, 율리우스는 깨달을 수 있었다.
언제부턴가 눈에 밟히던 이 아이에 대한 자신의 마음까지도.
‘그래. 난, 이 아이의 이런 모습이 항상……!’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