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as the Reincarnated Bastard of the Sword Clan RAW novel - Chapter (109)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109화(109/224)
추운 겨울 (4)
새벽 1시 41분.
굳게 걸어 잠긴 윈터러의 성문을 대신해 옆으로 난 쪽문이 살짝 열리면서 테오가 걸어 나왔다.
“날이 차네.”
테오는 세실리아가 따로 챙겨준 여우 목도리를 끌어 올려 입가를 가렸다.
회귀한 뒤에 처음으로 맞은 겨울의 밤바람은 그만큼 차가웠다.
“오오, 드디어 오셨구만. 우리 막내님.”
그런 테오를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이 있었다.
셀퍼드와 아린.
율리우스가 붙여주겠다고 한 사수가 바로 이들 두 사람이었다.
‘이블린은 용문검사 승급시험 때문에 정신이 없다고 했지?’
조금 아쉬운 마음도 들었지만, 그녀에게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랐다.
울프강을 상대로도 꽤 선전해서 많은 고수들의 눈에 띄었다고 하니 승급은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오래 기다리셨습니까?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아냐, 아냐아냐. 우리도 조금 전에 도착했는걸. 그리고 너도 약속 시간보다 10분이나 일찍 왔잖아? 뭐가 미안해.”
테오의 사과에 셀퍼드가 손을 가볍게 저으면서 슬쩍 물었다.
“근데 목적지가 부유군도 자치령이라며? 대체 무슨 임무를 맡은 거야?”
“음? 대장님께 아무 말씀도 못 들으셨습니까?”
“그냥 너 따라가면 된다고 막무가내로 엉덩이 걷어차시던데.”
“…….”
저래서 아린이 아무 말도 없이 심통 가득한 얼굴로 있던 거구나.
테오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자세한 건 이동하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좋아.”
휘이익!
셀퍼드가 가볍게 휘파람을 불었다.
하늘에서부터 두 마리의 비룡이 달을 등진 채로 날아왔다.
* * *
테오 일행은 며칠에 걸쳐 서북부 지방으로 이동했다.
북방 특유의 침엽수림이 사라지고, 평원이 나타났다가, 여러 개의 산을 지났을 때쯤에 날이 조금씩 더워지는 게 느껴졌다.
‘아니지. 정확하게는 북방의 겨울이 유독 차가운 건가?’
테오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어느덧 저 멀리 유독 땅의 높이가 낮은 저지대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 너머. 푸른 물결의 수평선이 한눈에 들어왔다.
순간 가슴이 탁 트이는 것 같았다.
“크으! 거의 몇 년 만에 보는 건데도 좋구만.”
셀퍼드는 바다의 푸른 광경을 보면서 감탄을 터뜨리다가 테오를 돌아봤다.
“아, 그러고 보니 테오, 너 바다는 처음 보는 거 아냐?”
“음, 네, 뭐 그렇죠.”
“엥. 그런데 별 반응이 없네? 다른 놈들은 ‘우와, 물이 저렇게 많은 게 가능해요?’라면서 놀라거나 ‘저 끝이 어디예요?’라면서 겁먹거나, 둘 중 하난데.”
북방에는 거대한 호수는 몇 개 있어도, 대부분 평원과 수림이 가득하므로 평생 바다를 보지 못하고 죽는 북방인들도 많았다.
그러니 테오에게서도 그런 반응을 기대한 모양이었지만,
‘한때는 바다 근처에서도 살았는데, 뭐.’
전생의 기억을 가진 테오에게는 별로 놀라울 게 못 되었다.
덕분에 셀퍼드는 흥이 팍 식은 얼굴이었다.
“세상 사람들이 전부 다 너처럼 다 호들갑이나 떠는 줄 아냐?”
아린의 코웃음에 셀퍼드가 갑자기 히죽 웃었다.
“바다를 처음 보자마자 갑자기 화장실이 급하다고 한 친구가 있다? 없다?”
“……좀 닥쳐줄래?”
“있다?”
“당최 무슨 소리 하는지 모르겠거든?”
“없다?”
“너 좀 죽자.”
까득!
아린이 검을 뽑으면서 파트너를 몰아 셀퍼드에 따라붙었다.
“파하하핫!”
“새꺄! 거기 안 서!”
쐐애애액-
셀퍼드의 웃음소리와 함께 두 사람의 공중 추격전이 진행되는 동안,
테오는 잔잔하게 파도치는 푸른 바다를 가만히 바라봤다.
부유군도로 향하는 항구 도시 ‘노바제’가 보였다.
수많은 크고 작은 선박들이 항구에 정박해 있고, 여러 물동이 오고 가면서 어수선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하역장에서 물건들을 내리는 일꾼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경매에 참여하는 경매꾼들, 만선이라며 기뻐하는 어부들, 생선들을 분류하여 챙기는 장사꾼들, 가판대를 늘여놓는 노점상들, 출항을 알리는 선박의 고동 소리 등등.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는 북방과는 전혀 다른 의미의 치열한 분위기가 그곳에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여기도 오랜만이네.’
테오의 입가에도 잔잔한 미소가 어렸다.
전생에서. 라그나르에서 도망치다시피 하면서 윈터러를 떠나 무작정 장사를 시작해보겠다며 이곳에 왔던 때가 떠올랐다.
‘그놈들도 잘살고 있으려나?’
지금쯤 어린아이에 불과한 전생의 인연을 떠올릴 때쯤 일행은 어느새 노바제 인근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일행은 도시에 입성하기 전에 와이번을 모두 숨기거나 대기시키고, 따로 준비해둔 옷으로 갈아입었다.
“이번 임무는 비밀 임무인 만큼 정체를 철저하게 숨겨야 합니다. 움직이는 것도 최대한 비밀리에 움직일 거고요. 그래서 당분간 신분도 방랑기사로 대체할 예정입니다. 여기 신분패입니다.”
테오는 셀퍼드와 아린에게 별도의 신분패를 내어줬다.
셀퍼드가 신기하단 얼굴로 신분패를 이리저리 살폈다.
“대체 이런 건 언제 준비한 거야?”
“흑설에서 마련해주었습니다.”
“무설의 증명패를 받았다더니 진짜였어?”
“그런 소문도 돌았습니까?”
“그게 얼마나 중요한 내용인데, 소문이 돌겠어?”
“그럼……?”
“어떻게 알았냐고?”
“예.”
“그냥.”
“……?”
“그냥 들리던데?”
“……??”
무설의 증명패에 대한 내용은 테오와 흑룡, 율리우스만 아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그걸 가만히 있는데 어디서 저절로 듣게 된다고?
아린이 옆에서 한숨을 푹 내쉬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 녀석이 말하는 건 이해하기 힘들어도 그냥 그렇겠거니 하고 넘겨. 워낙에 쥐새끼처럼 여기저길 쏘아 다니면서 이것저것 주워듣는 게 많아서 그래.”
“어허! 쥐새끼라니! 호사가라는 아주 좋은 단어가 있거늘!”
“테오네 집 스푼, 포크 숫자까지 알아내는 게 호사가냐? 스토커지?”
“……???”
테오는 여전히 두 사람의 대화를 따라갈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그냥 넘기라고. 이놈에 대해서 하나부터 열까지 이해하려 들면 끝이 없으니까.”
“……아, 네.”
테오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두 사람과 함께 노바제에 입성했다.
“그럼 이제 어디로 가면 되지? 바로 베노타로 가는 배편 끊으면 되나?”
“아뇨. 그전에 들릴 데가 있습니다.”
“어디?”
“곧 올 겁니다.”
“엥? 뭐?”
이번에는 셀퍼드가 영문을 몰라 고개를 갸웃거리는데,
툭!
갑자기 길 걷던 행인 중 하나가 실수로 테오와 부딪쳤다.
“죄송합니…… 아아악!”
셀퍼드와 아린은 잠시 어안이 벙벙해지고 말았다.
분명히 행인의 손이 테오의 뒷주머니에 꽂힌 채로 악다구니를 지르고 있었으니까.
테오가 소매치기하려던 것을 도중에 낚아챈 것이다.
“너, 스피놀라 쪽이지?”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이거 놔! 어서 안 놔?”
“너희 위쪽을 만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테오는 소매치기의 비명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히죽 웃었다.
“이 새끼가 진짜!”
소매치기는 시뻘게진 얼굴로 품에 있던 단검을 꺼내 테오에게 휘둘렀다.
하지만,
콰드드득!
붙잡힌 녀석의 오른팔이 반대 방향으로 돌아가고,
“아아아악!”
테오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녀석의 복부를 발로 걷어찼다.
애당초 그는 범죄자에게 봐줄 생각 따윈 없었다.
퍼어엉-
데구르르!
소매치기는 허공에 붕 떠올라 반대편 노점상 가판대 위로 떨어졌다.
-꺄아아악!
-싸움이다!
-경비병! 경비병 불러!
주변이 어수선해지는 가운데,
테오는 벌떡 일어나려던 소매치기의 목덜미를 발로 지그시 밟아 다시 눕혔다.
“크으윽! 목! 모오옥……!”
숨이 막혀 켁켁 대는 녀석을 가만히 내려다보면서 차갑게 웃었다.
“너희 아지트, 어디야?”
“목! 목부터……!”
“위치부터 말해.”
테오의 발에 힘이 더 들어갔다.
소매치기는 이대로는 정말 질식사하거나 목뼈가 부러질지 모르겠다는 위기감에 얼마 안 떨어진 술집을 손으로 가리켰다.
“저, 저기……!”
“확실해?”
“맞으니까 제발……!”
테오는 그제야 발길을 거둬들였다.
케헥!
소매치기는 숨통을 겨우 되찾을 수 있었지만,
“그럼 앞장서야지?”
“무, 무슨!”
여전히 막무가내로 구는 테오의 손길에 뒷덜미를 붙잡힌 채 술집에 질질 끌려가고 말았다.
“사, 사, 살려주십시오! 이, 이, 이대로 끄, 끌려가면 제, 제가 주, 죽습니다!”
“네가 죽는 거지, 내가 죽는 건 아니잖아?”
“아, 안 된다고, 이 새끼야!”
세상 물정 모르고 놀러 나온 것 같은 기사 양반들, 특히 그중에서도 어린 도련님의 뒷주머니를 한번 털어보려다가 정말 큰일 나게 생겼다.
어떻게 저항해보려 해도, 테오는 이미 녀석을 술집 쪽으로 던지고 말았으니.
콰앙!
소매치기는 문짝을 부수고 한참 동안 안쪽으로 데구르르 굴러 들어가고 말았다.
축 늘어진 것이 이미 기절한 모양이었다.
-뭐야!
-어떤 새끼야!
갑작스러운 소란에 손님들이며 점원들이 모두 먼지가 풀풀 날리는 입구 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스르릉!
“여기가 스피놀라 지부인가?”
테오가 드레이크의 날붙이를 아래로 내리면서 안쪽으로 들어섰다.
* * *
셀퍼드와 아린이 테오의 뒤를 쫓아 술집에 들어왔을 때는 이미 모든 소란이 진정된 뒤였다.
온갖 병장기가 부러진 채 바닥을 나뒹굴고 있었고, 딱 보기에도 뒷골목 범죄자처럼 생긴 놈들이 팔다리가 기괴한 방향으로 뒤틀린 채로 비명을 꽥꽥 질러댔다.
테오는 오래간만에 움직여서 개운하다는 표정으로 탁자 하나에 앉아 놈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번 작전, 최대한 비밀리에 움직인다고 하지 않았냐? 이렇게 소란을 피워도 돼?」
셀퍼드가 황당한 표정으로 테오에게 전음을 달싹였다.
더구나 테오가 찾는다는 <스피놀라>라는 이름도 ‘비밀 작전’과는 거리가 멀었다.
부유군도 자치령의 주도(州都).
해운연맹 및 은행총연합의 본부가 위치한 자유도시.
베노타.
이곳은 아주 오래전부터 세 개의 가문이 번갈아 가며 수상직을 맡는 과두제 체제를 갖고 있었다.
-해운 3가.
보통 그렇게 불리기도 했다.
스피놀라는 바로 그중 하나로, 불법 이민자와 망명자들을 모아 해운 무역으로 형성되는 불법 이권을 처리하던 범죄조직에서 비롯되었다.
지금은 양지로도 여러 이권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물론, 그래봤자 라그나르에 비하면 아주 작은 세력에 불과했지만.
그래도 해운연맹의 등에 올라타면서 만지는 돈이며 세계 각지에 끼치는 영향력은 절대 무시할 것이 못 되었다.
그러니 지금 건드린 소매치기 조직이 정말 스피놀라의 지부라면 괜히 일만 크게 들쑤시는 꼴인 셈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이게 비밀리 움직이기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자세히 설명해봐.」
「베노타라는 도시는 단순히 겉보기엔 무법지대로 보이기 쉽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철저하게 감시되는 도시이기도 합니다. 해운 3가의 눈과 귀가 곳곳에 있거든요.」
셀퍼드는 어렴풋이 테오가 하려는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니 우리도 감시당하기 쉬울 거다?」
「예. 만약 흑설의 추측대로 블랙 스컬이 베노타가 숨긴 칼 중 하나라면 더욱 조사하기 힘들 테죠. 괜히 의심만 사기 쉬울 테니까요.」
「그래서 차라리 스피놀라 쪽에 찰싹 달라붙으려는 거구만?」
「어차피 의심을 살 거라면 그냥 대놓고 의심을 사는 게 나을 테니까요.」
테오의 설명이 이어졌다.
「스피놀라는 일종의 마피아 패밀리입니다. 저희같이 실력 좋은 칼잡이가 있으면 저절로 관심이 가겠죠.」
「환심까지 사면 베노타의 중심부까지 들어가기도 훨씬 수월할 테고?」
「네. 바로 그겁니다.」
허!
셀퍼드는 자기도 모르게 헛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테오의 계획이 아주 철두철미하다 싶었다.
‘근데 이거 완전히 흑설의 임무 방식 아니냐?’
흑룡이 테오를 데려가기 위해 그렇게 혈안이 되어 있다더니.
재능이 아주 대단한 모양이었다.
‘이번 작전은 그냥 테오가 하자는 대로 해야겠다. 뒤만 쫄래쫄래 따라다니다 보면 알아서 끝나겠지.’
아린도 뒤늦게 셀퍼드에게 설명을 듣고 감탄을 터뜨리던 동안.
끼이익!
저벅, 저벅-
망가진 2층 계단을 타고 누군가가 내려오고 있었다.
지팡이를 짊어진 노인이었다.
테오와 일행의 시선도 저절로 그쪽으로 향했다.
“이런. 손님맞이가 제대로 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당신이 이곳을 관리하는 스피놀라의 개인가? 범죄자 집단답게 아랫것들도 하나 같이 추악하군.”
테오는 이왕에 깽판을 친 김에 이번 작전을 수행하는 동안에는 오만하고 건방진 태도를 고수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그 모습이 차가운 이목구비와 너무 잘 어울려서 옆에서 보고 있던 셀퍼드와 아린도 움찔거릴 정도였다.
‘테오 저 녀석, 원래 성격이 저런 건 아니겠지……?’
‘역시 테오도 라그나르였어.’
라그나르가 라그나르하고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니 언뜻 저러는 모습도 이해(?)가 되어서 두 사람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
영문을 모르는 테오만 고개를 갸웃거릴 뿐.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