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as the Reincarnated Bastard of the Sword Clan RAW novel - Chapter (11)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11화(11/224)
교룡회 (1)
“오, 그럼 웰링턴이 그렇게 침이 튀도록 칭찬하던 수수께끼 인물을 드디어 만날 수 있는 건가?”
“유치하게 수수께끼 인물은 뭐냐, 수수께끼 인물이? 무슨 범인 찾아?”
“그야 그동안 그렇게 누군지 말 좀 하라고 애원하는데도 꽁꽁 숨겨 두니 그렇지.”
웰링턴은 오랫동안 교류를 가졌던 친구들의 쏟아지는 타박에 쓴웃음을 지었다.
사실 친구들이 저렇게 말하는 것도 이해는 되었다.
지난 석 달 동안 친구들과 어울리기는커녕 거의 제4 연무장에만 붙어있었으니까.
심지어 웰링턴이 그렇게 좋아하던 단체 미팅이나 소개팅도 거절하기 일쑤였다.
그러다 보니 친구들…… ‘교룡회’의 동료들 사이에서는 ‘대체 나르시오 소가주를 꼬드긴 친구가 누구야?’가 가장 큰 화제였다.
하지만 그동안 웰링턴은 테오에 대해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아직 이 친구들은 테오 공자에 대한 선입견이 강할 테니까.’
테오가 최근 들어 바뀌기 시작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하급 검사들 사이에서나 회자되는 일.
교룡회같이 이미 지배 계급에 위치한 이들에게는 소소한 흥밋거리도 되지 못했다.
‘그러니 이번 모임을 통해서 그동안 쌓인 이미지를 벗으실 수 있게 하는 거야.’
웰링턴은 테오라면 충분히 이들과 어울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괜히 자신이 ‘처음’으로 패배를 인정한 사람이 아니었다.
아니, 설사 그게 아니더라도.
그동안 그가 옆에서 지켜본 테오는 다른 사람들과 달랐다.
끈기.
노력.
갈망.
재능.
모든 것을 다 갖춘 사람이었으니.
‘거기다 지도력까지 있지. 인품도 있고. 절대 일개 서자로 끝날 사람이 아냐.’
사실 웰링턴도 처음에 테오에게 접근했던 게 ‘심심해서’였다.
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테오에게 감화된 상태.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친구…… 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는 거지만.’
테오는 이상하게 웰링턴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도 계속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었다.
그래서 웰링턴은 더욱더 테오를 교룡회로 초대하고 싶었다.
자신의 속내를 보여주면 테오도 어느 정도 마음을 열어주지 않을까 해서.
‘짝사랑도 아니고,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단 말이지.’
그만큼 테오가 매력적이라는 사람이라는 뜻이겠지만.
“다들 그렇게 너무 웰에게 재촉하지 마. 어차피 곧 알게 될 사람인데 뭐가 그렇게 급해?”
그때, 한쪽에서 친구들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만 있던 남자가 불쑥 꺼낸 말에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그, 그렇지……?”
“하긴. 웰이 칭찬한 사람이니 우리랑 어울릴 자격이 충분히 있는 사람이겠지.”
“어느 가문의 피를 물려받았는지 궁금하군. 이왕이면 우리 쪽 사람이면 좋을 텐데 말이야.”
“너희 쪽이면 피가 너무 구린 거 아니냐?”
“이 새끼가? 우리 가문을 욕보이다니. 결투다. 싸우자.”
“파하하하! 농담이야, 농담.”
“누가 그딴 농담을…….”
“하여간 벌써부터 기대되는데? 하하하!”
남자는 바뀐 분위기가 마음에 드는지 씩 웃으면서 웰링턴에게 한쪽 눈을 찡긋거렸다.
웰링턴은 어색한 웃음으로 화답했다.
단순히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분위기를 휘어잡는 모습은 라그나르의 무서움이 엿보이면서도.
자신을 비롯한 여기 있는 친구들을 모두 ‘당연히 아래’로 여기는 듯한 저 시선은 여전히 싫었다.
친구로서의 애정과 라이벌로서의 짜증이 공존한다고 해야 할까.
암표(暗彪), 악시온 라그나르.
3부인 소생의 적자로 ‘설빙검(雪氷劍)’ 레이 라그나르와 함께 이번 개화식에서 가장 크게 주목 받는 유망주.
평상시에는 장난기 가득하고 웃음 많은 성격으로 보이지만.
그만큼 그는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과 오만함이 아주 강했다.
교룡회의 실질적인 리더이기도 했다.
‘유일하게 걱정되는 점이 악시온이긴 하지만, 그래도 테오 공자와 악시온 간에는 아무런 접점도 없으니…… 별다른 문제는 없겠지.’
웰링턴은 손에 든 위스키를 입에다 털어 넣으면서 생각을 접었다.
그 때문에 미처 보지 못했다.
악시온이 여전히 묘한 미소를 지으면서 그를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 * *
테오는 회귀를 하고 난 뒤에 처음으로 난감한 상황을 겪고 있었다.
“이 옷은 어떠세요, 도련님?”
“아냐, 언니. 이런 프릴 달린 셔츠가 더 잘 어울리실 것 같아.”
“연미복은 어때?”
“좋긴 한데, 저쪽에서 너무 오버한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그럼 이 부분은 이 색으로 가고…….”
“이 모자는 어떨까?”
“어머머. 어머머. 웬일이니. 찰떡이다, 얘. 중후한 멋이 생기시네.”
“옷이 태가 사시니까 뭘 입으셔도……!”
재잘재잘.
조잘조잘.
테오가 처음으로 사교계에 데뷔한다는 소식은 장미궁의 시녀들에게 빠른 속도로 퍼졌다.
-도련님이 처음으로 사교계에 데뷔하신다더라!
-그런데 그 사교계가 웰링턴 나르시오께서 초대한 아주 큰 파티라더라!
-온갖 귀빈들이 많이 모일 거라더라!
-우리가 사랑하는 도련님이 남루하신 모습으로 돌아다니시게 할 수는 없지 않냐!
-모임에서 가장 돋보이게 해드리자!
-얼굴도 잘생기시고 몸매도 늘씬하시니까 뭐든 잘 어울리실 거야!
시녀들은 자신들이 하던 업무도 내팽개치고 테오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을 찾아주기에 여념이 없었다.
덕분에 졸지에 인형 놀이의 인형 신세가 되어버린 테오는 시야가 뱅글뱅글 도는 중이었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옷이라는 게 움직이기 편하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니었나?
테오는 평소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절대 아니라는 시녀들의 주장에 의견을 굽혀야만 했다.
사실 항상 가문에서도 내놓은 자식 취급받던 그로서는 사교계에 대해서 말만 들어봤지, 그쪽 생태계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으니까.
아는 거라고는 화려하게 꾸민 남녀가 어울리고, 뒤에서는 여러 밀담이 오고 간다는 것 정도?
그러다 보니 테오로서는 이런 쪽으로 베테랑(?)인 시녀들에게 운명을 맡길 수밖에 없었다.
‘초대장…… 괜히 간다고 했었나.’
사실 테오가 초대를 수락한 건 푸른빛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직감적으로 메시지와 어떤 관련이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초대장을 받자마자 빛도 사라졌었지만.’
하지만 메시지에 대한 비밀은 확실히 알아내야 하는 바.
그러니 자세한 확인을 위해서는 귀찮더라도 참석해야겠다고 마음을 다 잡고 있던 그때.
쾅!
“대체 어디서 아드님에게 이딴 천박하고 조악한 것들을 가져다 대는 것이냐!”
문이 신경질적으로 열리면서 세실리아가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의 뒤로 일련의 무리들이 우르르 쏟아져 들어왔다.
정갈한 차림을 한 재단사들과 갖가지 여러 천들을 품에 한가득 안은 하인들, 손에 가위를 잔뜩 든 이발사나 화장 도구를 챙겨온 이들 등 면면도 다양했다.
심지어 커다란 전신 거울과 의자를 힘겹게 옮기는 짐꾼들도 있었다.
“이런 걸 아드님에게 어울린다며 가져왔다고? 하등 쓸모없는 것들! 이딴 눈을 가지고도 어찌 아드님을 옆에서 호종한다고 말할 수 있단 건지…… 쯧!”
세실리아는 옷걸이에 있는 옷들을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혀를 찼다.
시녀들의 고개가 저절로 아래로 내려갔다.
테오는 자신이 나서야 하나 싶었는데, 세실리아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활짝 웃으면서 이쪽을 돌아봤다.
“아드님에 대한 소식은 이 어미도 들었답니다. 교룡회에서 초대장을 받으셨다지요?”
“그렇게 되었습니다.”
“그럼 바로 이 어미를 찾아오지 않고 어찌……!”
세실리아는 숨을 크게 들이켜며 말을 이었다.
“교룡회는 에밀, 고 영악한 것의 아들인 악시온과 웰링턴 같은 기재들이 가득한 모임. 당연히 그만큼 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는 것이에요. 심지어 원로원까지도 관심을 두고 있지요. 그렇다 보니 옷차림 하나하나, 교양 하나하나, 궁정 예절 하나하나에 꼬투리가 잡힐 수밖에 없답니다.”
테오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세실리아가 생략한 뒷말이 무엇인지 알기 때문이었다.
천출 소생의 서자.
그것만으로도 사교 예절에 대해 뭘 알겠냐며 비웃을 사람들이 아주 많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전생에서도 숱하게 겪어보기도 했었고.
“아드님께서는 어렸을 때부터 워낙에 성격이 진중하시어 예절에서는 꼬투리를 잡힐 부분이 없지요. 하지만 옷차림이나 교양은 다른 것이에요. 그런 것들은 안목이 가장 중요한 법인데, 하루아침에 생길 리가 없으니까요.”
세실리아가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그래도 다행히 이 어미가 그런 쪽으로는 충분히 도움이 되어 드릴 수 있을 것이랍니다. 자, 다들 뭣하느냐? 아드님을 모시지 않고.”
짝!
세실리아가 가볍게 박수를 치자, 네 명의 재단사들이 줄자를 들고서 테오에게 다가왔다.
“실례하겠습니다.”
그 뒤부터는 일사천리였다.
몸의 치수를 이리저리 재면서 뭔가를 꼼꼼하게 기록하더니, 테오의 취향에 대해서도 이것저것을 묻기도 했다.
이발사들은 테오를 전신 거울 앞에 앉히고서는 어울릴 만한 헤어스타일을 정리하고,
화장 전문가들은 테오의 피부 톤과 어울릴 만한 컬러에 대해서 논의를 나눴다.
그러고는 다시 한꺼번에 모여서 뭔가를 긴밀하게 이야기를 나누는데.
하나 같이 테오로서는 알아듣기 힘든 용어들뿐이었다.
신기한 점은 그런 분위기를 주도하는 사람이 세실리아라는 점이었다.
그냥 단순히 자신의 생각만 고집하는 게 아니라, 전문가들이 하는 말들을 알아듣고 피드백까지 꼼꼼하게 하고 있었다.
표정도 너무 진중했다.
뭐라고 해야 할까.
생기가 가득하다고 해야 할까?
‘어머니께…… 저런 면모가 있으셨었나?’
언제나 악을 쓰고 시샘하는 어머니의 모습만 기억하던 테오로서는 놀랄 수밖에 없는 일.
‘그러고 보니 가주님의 눈에 들었을 당시에도 아주 유명한 배우였다고 하셨었지. 저런 것들을 다 거기서 배운 걸까?’
장미궁의 시녀들 역시 세실리아의 저런 모습을 처음 봤는지 하나 같이 놀란 표정이 되었고.
짝!
“그럼 지금 논의 나눈 대로 바로 작업 시작해.”
가장 먼저 이발사들이 테오의 머리를 정리했다.
그동안 제대로 정리하지 않아 덥수룩했던 머리카락이 뭉텅이로 잘려나가고,
화장 전문가들이 햇볕에 잔뜩 그을렸던 테오의 이목구비를 더 세련되게 바꿔나갔다.
임시로 가봉한 옷을 입히고, 구두까지 신었을 때.
테오는 전신 거울 속에 있는 자신의 모습이 그렇게 어색할 수가 없었다.
반면에.
“어머, 어머어머……!”
“도련님…… 맞으시지?”
오오오.
곳곳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몇몇 시녀들은 얼굴을 붉히면서 힐끔힐끔 테오의 옆모습을 훔쳐보기 바빴다.
그렇지 않아도 라그나르에서 제일가는 외모를 지녔다고 알려진 얼굴이 더 근사하게 변해 있었다.
옷태도 마찬가지.
호리호리하면서도 잔근육으로 꽉 찬 몸맵시를 한껏 드러낸 옷차림은 날개, 그 자체였다.
“어떠십니까? 마음에 드시나요?”
세실리아는 자신의 작품(?)이 마음에 드는지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영…… 불편하네요.”
“원래 편리함과 멋은 반비례하는 법이지요. 그래도 이 정도는 감당하셔야 합니다. 이것 또한 새로운 개화식 중 하나니까요.”
세실리아는 테오의 옆에 나란히 섰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데, 아드님 그새 키가 크셨습니까? 어깨도 훨씬 더 넓어지신 것 같고. 이제 이 어미를 훌쩍 넘어서시는군요.”
테오는 메시지에 대해 말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대충 얼버무렸다.
“그런 모양입니다.”
“확실히 성장기라 그러신지 이목구비도 훨씬 날카로워진 느낌이군요. 꼭 가주님의 젊은 시절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테오는 한순간 세실리아의 입가에 맺힌 씁쓸한 웃음을 보고 말았다.
하지만 세실리아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자신감 가득한 얼굴로 돌아와 말했다.
“명심하세요. 아드님은 이 세실리아의 아들인 것이에요. 언제 어디서든 당당하고 기품 있게. 절대 주눅 들지 마세요. 아드님이 당당하다면 세상도 그런 아드님께 감히 위해를 끼치지 못할 테니까요.”
그것이 여전히 아들에 대한 비뚤어진 애정과 소유욕 때문에 나온 응원일지 몰라도.
“설사 아드님께서 어떤 실수를 하신다고 해도 걱정하지 마시어요. 이 어미가 어떻게든 아드님을 보호하는 우산이 되어드릴 터이니.”
테오는 그동안 그녀에게서 느끼지 못했던 묘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
어쩐지 심장 아래쪽이 간질간질했다.
* * *
“……테오 공자가 맞소? 전혀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데.”
“웰링턴 님까지 놀리시는 겁니까?”
테오는 장미궁까지 마중 나온 웰링턴의 마차에 올라타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잘 어울려서 그런 건데.’
웰링턴은 때 아닌 오해에 묘한 표정이 되었다.
옷이 날개라고, 정말 순간 누군지 알아보기 힘들었을 만큼 테오가 달라 보였기 때문이었다.
아마 이번 모임에서 남녀를 통틀어 외모로는 단연 일등 아닐까?
덜그럭-
마차 바퀴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연회 장소는 동백궁.
장미궁에서는 제법 거리가 있었다.
웰링턴은 여전히 옷이 불편한 듯 어색해하는 테오를 보면서 말했다.
“테오 공자는 이런 연회가 처음이시라고 들었소만.”
테오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공자라면 어색하더라도 어렵지 않게 잘 해내실 거요. 친구들 역시 공자에 대해 많이 궁금해 하기도 하고. 나쁜 친구들은 아니라오. 다만…….”
“우려되는 부분이 있으십니까?”
“사실 악시온, 그 친구가 조금…… 아니, 아주 많이 짓궂어서 말이오. 그래도 악의가 있는 건 아니니…….”
웰링턴의 뒷말은 들리지 않았다.
악시온.
그 단어만이 테오의 귓가에 맴돌았다.
‘렌던이 장미궁을 나가서 줄을 댔던 곳이 악시온 쪽이었지. 과연 그건 우연이었을까, 아니면…….’
테오는 이따금 한 번씩 그런 추측을 해보았다.
-전생에서 겪었던 어머니의 누명과 나의 죽음에는 혹시 아주 오래전부터 어떤 음모가 연루되어 있던 건 아닐까?
-거기에 렌던은 정말 아무런 연관이 없었을까?
테오의 생각이 길게 이어지다 말고 도중에 끊어졌다.
“……테오 공자를 보고 싶다면서 모임에 초대장을 준 사람도 사실 악시온이기도 하다오. 그러니 나쁘게는 생각지 말아 주셨으면 하오.”
순간, 테오의 눈이 빛났다.
‘그렇단 말이지?’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