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as the Reincarnated Bastard of the Sword Clan RAW novel - Chapter (113)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113화(113/224)
부유군도 (3)
「이제 아버님을 구해다오.」
폰투스와 채널링이 연결된 덕분일까.
이제 녀석의 사념은 의지로 구현되어 확연하게 의사 전달이 이뤄질 수 있었다.
하지만,
‘아니. 아직은 아냐.’
테오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폰투스의 눈살이 일그러졌다.
「약속을 어기려는 것이냐?」
‘그럴 리가.’
「그럼……!」
‘그저 때가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은데.’
「때?」
‘설마 나더러 아무런 준비도 없이 심해평원까지 가라는 건 아니지?’
「…….」
폰투스는 그제야 테오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테오의 기질이 용종인 자신과 너무 닮아 잠시 착각하고 있었지만.
테오는 인간이었다.
육상에서 살아가는.
수중 호흡 따윈 불가능한 것이다.
‘호흡도 어려울뿐더러, 지금 가진 마력으로는 심해 수압도 얼마 버티지 못해. 그러니 금방 준비하고 찾아가지.’
테오는 여전히 주변을 어수선하게 돌아다니는 해수종을 훑어보았다.
‘그러니까 우선 네 수하들부터 데리고 돌아가. 따로 연락할 테니까.’
「……믿어도 되는 건가?」
‘믿어. 심장을 걸고 맹세하지.’
「…….」
심장은 용종에게 있어 모든 생명력과 마력의 원천이다.
그런 심장을 건다는 맹세만큼 진실한 맹세도 없을 터였다.
하물며 테오처럼 용의 기질을 품고 있는 독특한 인간이라면, 그 의미를 더 잘 알 테지.
「좋다.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그대를 믿겠다.」
폰투스가 해수면 쪽을 올려다보며 괴성을 질렀다.
꾸우우우-
잔잔하게 퍼지는 파동.
그러자 선박 주변을 정신없이 맴돌던 해수종이 빠르게 하나둘씩 돌아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래 기다리지는 못한다. 아버님의 광증은 이 순간에도 계속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을 테니.」
바로 그때였다.
띠링!
[퀘스트 내용이 갱신되었습니다.]+
[시나리오 퀘스트 #4]당신의 반려자이자 수호룡인 로드브로크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서는 제한 시간 안에 해왕을 만나 퀘스트를 수행해야만 합니다.
· 제한 시간: 360시간
· 난이도: A+
· 보상: 친밀도 +100, 용혈 재능 각성
· 실패시: 사망
+
[카운트 다운이 시작됩니다.] [360:00:00] [359:59:59].
.
‘보름 안에 해왕을 만나 퀘스트를 클리어해야 한다고?’
부유군도에 도착해서 블랙 스컬과 접촉하고 모든 준비까지 마치려면 빠듯한 시간이었다.
‘좋아. 금방 가지.’
「기다리겠다.」
폰투스는 크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꼬리를 크게 흔들면서 해저 아래쪽으로 움직였다.
그러면서 슬쩍 움브라를 보는 것이 다음번에는 쉽게 당하진 않겠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케에엑!
물론, 움브라는 덤벼볼 테면 덤벼보라는 투로 대응했지만.
‘그럼 우리도 돌아가자.’
테오가 움브라의 턱을 쓰다듬자, 녀석이 크게 날갯짓했다.
물살이 그들을 폰투스와는 반대 방향으로 밀어냈다.
* * *
-어? 어어?
-해수종이 물러난다!
-이게 뭐 어떻게 된 거지?
갑판 위가 어수선해졌다.
조금 전까지 선박 위로 올라오려고 어떻게든 발버둥 치던 놈들이 거짓말처럼 싹 사라지고 말았으니까.
심지어 선박을 침몰시키는 게 아닐까 싶어질 정도로 광란을 부리던 시 서펀트도 사라진 상태였다.
“무, 뭐야? 정말 그 녀석이 해낸 거야?”
그레이는 지금 상황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정황상 테오가 뭔가를 한 것 같기는 한데, 대체 무슨 수를 썼는지 좀처럼 짐작 가는 게 없었다.
-이유가 뭐가 되든 무슨 상관이야! 저것들 두 번 다시는 덤비지 못하게 남은 포탄 전부 갈겨버려!
그때, 아래쪽에서 선장이 침이 튀도록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것이 보였다.
혼란 중에 얼굴 한번 내비치지 않더니 상황이 조금 진정된 후에야 슬그머니 나타나서는 길길이 날뛰는 꼴이었다.
그레이는 재빨리 망루 바깥으로 몸을 던졌다.
정말 그 정체 모를 녀석이 해수종을 물러나게 만든 것이 맞다면, 괜히 자극해서 좋을 게 하나도 없었다.
선원들도 눈치를 보며 화포 쪽으로 갈까 말까 고민하던 그때.
쾅!
갑자기 해수면 위로 크게 물보라가 치더니 무언가가 튀어나와 갑판에 섰다.
“히, 히이익!”
선장은 혹시 해수종이 다시 나타났나 싶어 비명을 질렀다가, 상대가 인간이라는 것을 알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테오였다.
“괜히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갑판부터 정리하도록. 목적지에 한시라도 늦어서는 안 되니까.”
“당신이 뭔데 이래라저래라……!”
“이런! 여기 계셨었군요!”
선장은 항의하려다 말고 도중에 합죽이가 되고 말았다.
실질적인 선주라 할 수 있는 안토니우가 격하게 테오를 반겼기 때문이었다.
반면에 테오는 덤덤해 보였다.
“해수종을 전부 퇴치하고 오는 길인데. 부유군도에 가는데 늦지는 않겠지?”
“역시 란트 님이 소란을 정리하신 거였군요. 덕분에 소란이 크지 않아 지체하는 시간도 길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지?”
“그, 그렇습니다! 한 시간 안에 모두 정리하겠습니다!”
선장은 안토니우가 눈치를 주자 허리를 쭈뼛 세웠다.
테오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지나가려는데, 갑자기 망루에서 그레이가 테오와 안토니우 사이로 뛰어내렸다.
“그레이.”
“안토니우 님, 긴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뭔가?”
「란트, 저자가 발뭉을 가진 것을 확인했습니다.」
“……!”
「저희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습니다. 발뭉을 반납하는 조건으로 간부와 만나길 원한다는데, 어떻게 하는 게 좋겠습니까?」
안토니우는 흔들리는 시선으로 황급히 테오를 바라봤다.
테오가 해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단 사실은 몰래 주변에 붙여뒀던 승무원을 통해 알고 있었다.
그래서 어떤 비밀을 품고 있는지 떠보기 위해 이번 습격을 핑계로 집무실에서 나온 것이고.
그런데 그새 접촉을 시도했다고?
분명히 정체를 숨겼을 텐데도 그레이를 콕 집어 블랙 스컬 운운을 한 것도 황망할 노릇이지만.
발뭉을 가져와 직접 보였다는 건 그보다 더 의외였다.
그래서 테오가 무슨 생각인지 알아보려 했지만.
“…….”
“…….”
테오는 오만한 표정 그대로여서 도저히 속내를 읽을 수가 없었다.
결국 그 짧은 시간 동안, 안토니우는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어떤’ 신분을 가지고 테오를 대해야 할지.
‘트로이반의 음모라고 하기에는 조잡하다. 그들과도 성정이 어울리지 않고.’
무엇보다.
안토니우는 트로이반이 그동안 발뭉을 빌미로 여러 차례 협박하면서도, 단 한 번도 발뭉의 존재를 보인 적이 없단 사실을 떠올렸다.
‘블랑키 요새 공방전…… 그때 무슨 일이 생긴 거로군.’
“긴히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는데, 잠시 시간이 되십니까?”
안토니우의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다.
* * *
선박 안에 별도로 마련된 안토니우의 집무실.
“꽤 넓군. 1등석이 모자라게 보일 정도야.”
“이동 중에도 처리해야 할 업무가 워낙에 많아서 말입니다. 누울 공간이라도 제 평소 집무실 같지 않으면 효율이 나오지 않더군요.”
“하긴. 사람은 공간에 영향을 받는 법이니.”
테오는 화려한 인테리어를 구경하다가 천천히 안토니우의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문밖에는 여차하면 개입할 수 있도록 셀퍼드와 아린이 대기하는 중이었다.
‘부유군도에 가기 전에 처음으로 만난 사람이 블랙 스컬 쪽의 사람이라. 첫 시작부터 운이 좋아.’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게 뭐지?”
테오는 안토니우가 자신을 부른 이유에 대해 짐작 가는 바가 있으면서도 짐짓 모른 척 굴었다.
‘란트’라는 신분에 어울리게 오만한 태도도 마찬가지.
안토니우는 그런 테오를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면서 시가를 입에 물었다.
불을 붙이고도 그렇게 가만히 있기를 한참.
생각을 겨우 정리하고 입을 뗐다.
“발뭉을 갖고 있으시다고 들었습니다.”
“내 조건에 대해서 말했을 텐데?”
“발뭉을 먼저 보여주십시오.”
“그쪽이 나와 대화를 나눌 자격이 있다는 증거부터 보여. 결정권이 없는 자와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으니까.”
기선제압을 위한 신경전이 바쁘게 오고 갔다.
“여긴 망망대해 한가운데입니다. 당신이 있는 이곳은 스피놀라의, 그것도 가주직을 이을 계승권을 지닌 영식이 머무는 집무실이고 말입니다.”
“그래서?”
“당신이 호랑이의 아가리 속에 있단 사실을 굳이 상기시켜 드려야 할 정도로 아둔하시지는 않은 것 같은데 말입니다.”
안토니우는 여전히 시가를 깊게 문 채로 다리를 꼬았다.
시가에 단정한 양복, 무거운 분위기까지.
대중적으로 알려진 마피아의 본보기가 바로 거기에 있었다.
툭!
그그긍-
그가 가볍게 검지로 의자를 두들기자, 천장과 벽면 곳곳에서 톱니바퀴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이 안에는 비상시를 대비해 여러 마법진이며 기관 장치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제가 신호를 내리는 순간, 란트 님은 순식간에 한 줌의 재로 변하실 겁니다.”
여전히 존대하지만, 말투는 전혀 그러지 못했다.
하지만,
피식!
“난 또 뭐라고.”
테오는 가볍게 코웃음을 치면서 의자에 반쯤 상반신을 묻혔다.
그도 입가에 시가를 물었다.
“당장 여기서 죽을지도 모르는데도 오만하시군요. 설마 밖에서 대기 중인 두 사람을 믿고 이러시는 거라면 생각을 달리 가질 것을 권고드리고 싶습니다만.”
“권고란 건 말이야.”
쿠쿵!
갑자기 선체가 들썩거렸다.
-해, 해수종이 다시 나타났다!
-제기랄! 후퇴한 거 아니었냐고! 여기에 대체 뭐가 있다고 다시 나타난 거야!
-화포! 화포부터 쏴!
-안 됩니다! 도저히 각이 안 나옵니다! 지금 해수종이 모두 선저만 노리고 있어서……! 이대로 있다간 아래쪽에 구멍이 날 것 같습니다!
바깥이 다시 어수선해졌다.
이제야 겨우겨우 뒷수습하던 중이라 혼란이 더 큰 듯했다.
“이렇게 하는 거야.”
테오가 차갑게 웃었다.
안토니우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무슨 수를 쓰신 겁니까?”
“글쎄?”
테오는 굳이 폰투스가 연락책으로 해수종 몇 마리를 배 근처에 붙였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테오가 신호를 내리는 순간 배 밑바닥에다 큰 구멍이 뚫릴 것은 분명한 일.
“이 근방은 해류도 아주 급해서 조난되었다간 살아남기도 힘들다지? 나는 저 마법진이 발동되기 전에 여길 빠져나갈 자신이 있는데, 그쪽은 그럴 자신이 있는지 모르겠군?”
“…….”
“그리고 어디 침몰하는 게 이 배뿐일까? 부유군도도 같이 해저로 가라앉을 텐데, 꽤 볼만하겠어. 스피놀라의 멍청한 아들내미 때문에 모두가 다 수장되게 생겼으니까. 지옥에 가서 그 원망을 다 감당하기도 힘들겠는데?”
꽈악.
팔걸이를 쥐고 있던 안토니우의 손에 힘이 바짝 실렸다.
그는 기선제압에서 완전히 자신이 꺾였단 사실을 떠올렸다.
부유군도 수십만 명의 도민들을 떠올린다면, 애당초 절대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다.
“……블랙 스컬은 원래 부유군도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비밀 조직이었습니다.”
안토니우는 한숨을 내쉬면서 시가를 재떨이에 비벼 껐다.
사실상 항복 선언이었다.
“생존권?”
“제국으로부터의 독립. 그리고 제해권의 확립. 당금의 제국은 저희를 보호해주기가 너무 힘든 상태이지 않습니까? 선제후라는 권리도 겉으로만 그럴싸해 보일 뿐이지, 딱히 도움은 되지 않고 말입니다. 그래서 최후의 수단으로 마련한 겁니다.”
테오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대전란의 징조는 이미 여기저기서 보이고 있었다.
“그럼 해운 3가가 모두 블랙 스컬에 가담했다고 보면 되나?”
“음, 뭐,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가주들은 더 모르고 있다고 봐야겠지요.”
뒷머리를 긁으면서 섣불리 말하기를 어려워한다.
테오는 단번에 눈치챌 수 있었다.
블랙 스컬이란 게 정확하게 무엇인지.
“해운 3가에서도 소수파가 만든 조직이었던거군. 독립을 외치는 걸 보니 과격파 쪽에 가까웠을 테고.”
“……제 머릿속에 들었다가 나오셨습니까?”
“글쎄.”
“거기까지 눈치채셨으면 더 숨기기는 힘들겠군요.”
이리저리 말을 빙빙 돌리면서 최대한 사실을 숨기려 했지만.
안토니우는 테오의 머리가 상상 이상으로 뛰어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했다.
저쪽과 다르게 이쪽이 쥐고 있는 패가 적어도 너무 적었다.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도 들었다.
해수종의 습격부터 이 자리까지, 사실 자신은 테오가 만든 계략에 놀아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정확하게는 저를 비롯해 뜻이 맞는 친구들이 같이 만든 모임에서 비롯되었다고 보시면 될 겁니다.”
“확실히 그런 거라면 왜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는지도 이해가 가는군. 파벌을 이뤄서 부유군도의 차기 여론을 이끌거나, 여차하면 독립을 위해서 쿠데타라도 일으키려 했던 건가?”
“저희 목표까지 드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안토니우는 딱 잘라 선을 그었다.
“여하튼. 결정권을 지닌 간부를 찾으시는 것이라면, 저와 이야기를 나누셔도 될 겁니다.”
테오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인벤토리에서 용살검을 꺼내 보였다.
안토니우의 눈동자가 요란하게 흔들렸다.
“발뭉……!”
그동안 트로이반에 있는 줄로만 알았던 검이 바로 그곳에 있었다.
후우!
안토니우는 길게 숨을 고르면서 최대한 침착함을 되찾았다.
“란트 님은 라그나르 측의 사람이십니까?”
“그것까지 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테오는 안토니우가 했던 말을 고스란히 돌려주면서 웃었다.
“그쪽은 그쪽이 필요한 걸 챙기고, 나는 나대로 필요한 걸 챙기고. 아직 서로에 대한 신뢰가 없으니 우선 작은 거래부터 하면서 교분을 트든가 하자고.”
“예. 좋습니다. 그럼 란트 님이 원하시는 목적부터 듣겠습니다. 무엇을 원하십니까?”
“해왕에게로 가는 길.”
‘작은 거래’라는 말과 다르게 테오가 꺼낸 요구 조건은 너무 컸다.
“그, 그건!”
“부유군도를 이루는 중심핵. 그곳에 있는 <신비>를 원한다.”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