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as the Reincarnated Bastard of the Sword Clan RAW novel - Chapter (115)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115화(115/224)
부유군도 (5)
대저택의 내부는 외양만큼이나 아주 크고 아름다웠다.
‘돈을 덕지덕지 발랐군.’
첫 감상은 노바제 시의 안토니우 저택 때와 비슷했다.
「네가 있던 동백궁도 가봤지만 이렇지는 않았었는데? 여긴 뭔가 화려하긴 한데, 왜 이렇게 촌스럽냐?」
테오는 티 내지 말라며 셀퍼드에게 슬쩍 눈짓을 보낸 다음, 안토니우의 설명을 들었다.
“동료들을 소개하기 전에 한 가지 신신당부 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테오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뭐지?”
“부디 함부로 칼부림은 하지 말아주십시오.”
“…….”
“다들 하나 같이 성정이 거친 친구들이라. 개중에는 한번 칼을 뽑으면 끝장을 봐야 하는 녀석들도 있습니다.”
괜히 시간을 허비하지 말자는 부탁인 걸까, 아니면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함부로 날뛰었다간 목숨을 부지하기 힘들 거란 경고인 걸까?
‘둘 다군.’
셀퍼드와 아린도 똑같이 느꼈는지 눈썹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이곳입니다.”
끼이익!
안토니우가 문을 열고 들어간 곳.
넓은 방을 따라 여섯 명의 남녀가 시가를 피우거나 술잔을 나누고 있었다.
모두 안토니우와 비슷한 또래였다.
하지만,
‘하나 같이 실력이 만만치 않아.’
개중에는 상급검사에 준하는 실력자도 있었다.
제일 안쪽에 앉아 이쪽을 가만히 주시하고 있는 여인. 단발머리가 인상적이었다.
“안토니우.”
“오! 우리의 형제. 먼 길 오느라 고생 많았어.”
“해수종의 난동이 더 심해졌다며? 오는데 문제없었어?”
“질문은 천천히. 그 전에 소개해줄 사람이 있다. 란트 님이셔. 란트 님, 들어오시죠.”
테오가 안으로 들어간 순간, 여섯 남녀의 눈빛이 달라졌다.
“편지로 말했던.”
“발뭉을 가지고 있다던 그 사람이로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어린데? 저래서 뭘 할 수 있다는 거야?”
그들은 대부분 테오의 첫인상에 부정적이었다.
겉보기엔 집안의 막냇동생뻘밖에 되지 않으니 내릴 수밖에 없는 선입견이었지만.
타악!
테오가 실내로 발길을 들이는 순간 순식간에 용살기가 휘몰아쳤다.
고오오오-
[‘스킬: 레서 드레이크 피어’가 발동되어 기선제압을 시도합니다.]“……!”
“……!”
“……!”
그들이 들고 있던 시가의 불이 확 하고 꺼지거나, 천장이 요란하게 들썩거렸다.
쿠쿠쿠쿠……!
여섯 남녀의 얼굴에 당혹감이 스쳤다.
기세만으로도 이미 그들 중 상당수를 훨씬 제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 뭐야? 우리 막내가 이 정도였어? 베타 꺾은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건 반칙이잖아. 이제는 우리도 못 이기겠는데……?」
「그러게.」
「아린, 너 이제 어떡하냐?」
「내가 뭘?」
「금붕어 고기라도 먹었냐? 배에서 테오한테 협박했던 거 기억 안 나냐?」
「그게 무슨 협박이야?」
「협박이지. 쟤 성격도 대장님 닮아가는 것 같던데, 난 눈에 안 띄게 조심해야지. 흐흐.」
「……너 한 대만 때려도 되냐?」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셀퍼드와 아린도 깜짝 놀라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였다.
그때, 테오가 인벤토리에서 용살검을 꺼내 그대로 바닥에 꽂았다.
푹!
대리석 바닥을 말끔하게 뚫고 들어갈 정도로 날카로운 예기.
딱딱하게 굳어있던 여섯 남녀의 시선이 달라진 것도 바로 그때였다.
탐욕.
“발뭉……!”
“편지가 진짜였어.”
반응은 제각각 다 달랐다.
호기심, 적대감, 중립 등.
특이한 점은 그러한 반응들이 제각각 모여 있는 위치에 따라 또 나뉘어 있다는 점이었다.
이 작은 집단 안에서도 무리가 나뉘어 있다는 뜻.
단합력이 생각보다 부족하단 뜻이었다.
‘숫자는 대강 셋? 아니, 넷 정도인가?’
테오는 속으로 무리의 면면을 확인하면서 말했다.
“안토니우도 미리 말했겠지만, 내가 원하는 건 크림힐트의 거상에 있다는 신비이다. 그 대가로 해왕을 다시 봉인시킨 다음에는 이 발뭉까지 돌려주겠다.”
“순순히 돌려줄 거란 말을 어떻게 믿지?”
“굳이 부유군도 자치령과 해운연맹을 통째로 적으로 돌리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테오의 덤덤한 말에 질문을 던졌던 남자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딴에는 맞는 말이기 때문이었다.
처음 방에 들어섰을 때 가장 눈에 띄었던 단발머리 여자가 질문을 던졌다.
“거상으로 우리가 데려다준다 칩시다. 하지만 당신이 신비를 얻지 못한다면? 그때는 어떻게 되는 거죠?”
“그땐 전부 포기하고 발뭉을 바로 돌려주지.”
“흐흠. 그건 시원시원해서 맘에 드는군요?”
“나도 질문을 하나 하고 싶은데.”
“얼마든지.”
“우리는 그동안 발뭉이 트로이반에게 있는 줄 알았다. 그게 아니어도 라그나르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당신은 둘 중 어느 쪽 사람이지?”
눈빛이 제법 매서운 남자였다.
여차하면 바로 살의라도 띨 것 같은 기세.
‘가장 적대감이 짙은 파벌 쪽. 그런데 슬로우 갱과 무슨 관계가 있나? 닮은 것 같은데.’
대머리 스킨헤드인 것도 공통점이었다.
“안토니우도 비슷한 질문을 했었지. 하지만 굳이 그런 것까지 말해줄 의무는 없다고 생각한다만.”
“이봐. 이건 우리도 정치적 생명을 걸고 하는 짓이라고. 일을 같이하려면 신뢰부터 보여야 하지 않나? 믿을 사람인지 아닌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같이 일을 해?”
다른 녀석이 반발했지만, 테오는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
“신뢰야 내가 신비를 얻을 수 있는지 없는지를 보고 결정할 문제인 것 같은데. 내가 트로이반이라면? 일을 안 할 생각인가? 라그나르라면? 일 안 할 건가?”
블랙 스컬은 모두 침묵에 잠겼다.
“뭐가 되었든 간에 너희들은 나를 앞세워서 해왕을 다시 잠재웠다는 실적이 필요할 거고, 그게 안 된다고 해도 발뭉만 회수해도 밑지는 장사가 아니라는 생각이지 않나?”
그들은 모두 테오가 쏟아내는 기백에 압도되고 있었다.
머릿속이 낱낱이 읽히는 느낌.
한평생 부유군도 자치령의 꼭대기에서 살아왔던 그들로서는 너무 낯선 기분이었다.
“그러니 쓸데없이 떠볼 생각은 하지 마라. 결정만 해. 같이 갈 건지, 말 건지.”
흉흉한 기류가 감돌았다.
탁!
그때, 안토니우가 크게 손뼉을 치면서 분위기를 환기했다.
“자자, 분위기가 너무 과열된 것 같으니까 좀 진정하자고, 응?”
“불쾌해서 못 있겠군. 난 이번 일에서 빠지겠어.”
스킨헤드의 사내가 차갑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드로우!”
안토니우가 붙잡았지만, 스킨헤드의 사내는 이미 방을 나선 뒤였다.
쾅!
“하여간 더러운 성질머리하고는.”
“그냥 내버려 둬. 저러다가 또 심심해지면 돌아오겠지.”
하지만 다른 동료들은 이미 익숙하다는 투로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리더로 보이는 남자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럼 표결하지. 란트, 저 친구가 거상의 신비를 얻을 수 있도록 도울 사람만 거수.”
손을 든 사람은 총 넷.
“거수한 사람이 과반수를 넘겼으므로, 우리 블랙 스컬은 지금부터 란트를 돕도록 한다. 거상을 지키고 있는 친구들에게 연락 넣어. 길 좀 열어달라고.”
크림힐트의 거상은 중요성 때문에 항상 경비병들이 주둔해 있었다.
그들 몰래 접근하려면 많은 수고가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스피놀라와 블랙 스컬이 협조해준다고 했으니 불가능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블랙 스컬의 이동이 시작되었다.
* * *
“이곳으로.”
초승달이 뜬 어둑한 밤.
테오 일행은 안토니우와 블랙 스컬의 안내에 따라, 스피놀라 대저택의 뒷문을 몰래 빠져나왔다.
“거상의 주변부는 앞으로 30분 동안 보초가 빌 겁니다. 란트 님은 그 안에 무사히 신비를 회수하시고 돌아오시면 됩니다.”
“시간이 너무 촉박한데?”
이동하는 동안, 안토니우는 주의 사항을 일러주었다.
하지만 테오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30분이라니.
부유군도가 자랑하는 신비였다.
그것을 가져오는데 하루 24시간이 모자랄지도 모르는 판국인데 말도 안 되는 시간이었다.
“죄송합니다. 저희도 어떻게든 더 시간을 벌려고 노력했지만, 교대 시간을 이용하는 거라 길게 시간을 비울 수가 없었습니다.”
안토니우는 면목 없다는 듯이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테오는 확신했다.
아마 숨겨진 입꼬리는 웃고 있을 거라고.
‘발뭉을 회수하려고 잔꾀를 부리는군.’
신비를 얻는 데 실패하면 발뭉을 돌려주겠다고 약속했으니, 애당초 시간을 적게 주려는 것이다.
테오가 신비를 얻어 해왕을 재봉인하는 것보다, 자신들이 발뭉을 가지고 움직이는 게 훨씬 이득이라고 여긴 걸까?
물론, 테오는 순순히 놈들의 노림수에 당해줄 생각이 없었다.
“여깁니다.”
탁!
그러다 어느새 테오는 크림힐트의 거상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배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큰 크기.
수십 미터도 훨씬 넘는 것 같았다.
파아아-
그런 크림힐트의 거상이 쥐고 있는 검에서부터 푸른빛이 잔잔하게 뿌려지는 것이 보였다.
천으로 감아 등에 걸어둔 용살검의 진동도 갈수록 심해졌다.
“이곳은 저희가 지키고 있겠습니다. 그럼 건승을 기원합니다.”
「셀퍼드 님과 아린 님은 여길 지켜주십시오. 블랙 스컬이 방해를 하려 들 수도 있습니다.」
「걱정하지 마라. 여기는 이 든든한 선배님들이 지키고 있을 테니까.」
「조심해서 다녀와.」
테오는 거상에 둘러쳐져 있던 철조망을 가볍게 뛰어넘었다.
지이이잉!
이제 용살검은 이대로 부서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격하게 떨리고 있었다.
[‘용살검: 발뭉’이 원래 있던 자리로 되돌아가고자 합니다. 위치를 찾아 내재한 신비를 찾고, 주인의 자격을 획득하십시오.]메시지가 말한 ‘위치’를 찾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용살검의 진동이 더 심해지는 곳을 찾기만 하면 되었으니까.
그렇게 도착한 곳.
악룡의 목덜미에 박혀 있는 거대한 검 앞이었다.
‘모양이 발뭉과 다른데.’
용살검은 평범한 장검의 형태를 하고 있지만, 크림힐트의 검은 보석이 박혀 있는 등 화려한 외양을 하고 있었다.
세월이 만든 변화일까, 아니면 전설이 덧붙인 과장일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천을 풀어 용살검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죽어라, 라그나르!”
별안간 하늘에서부터 무언가가 빠르게 떨어졌다.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 해머.
테오는 황급히 드레이크의 날붙이를 꺼내 그것을 튕겨냈다.
쾅!
해머의 주인은 허공에서 가볍게 제비돌기를 하면서 착지했다.
빡빡 민 스킨헤드.
2미터에 달하는 근육질의 거구.
“드로우.”
그때,
츠츠츠-
사방에서 공간이 흔들리면서 십여 명의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나 같이 다양한 병장기를 손에 쥐고 있는 자들.
하지만 가슴팍에 새겨진 검은 해골 마크가 인상적이었다.
“그레이.”
테오는 그중 익숙한 얼굴을 한 화염계 마법사를 보면서 헛웃음을 흘렸다.
이건 계산 오류였다.
뒤를 치더라도 최소한 신비를 얻은 걸 보고 난 뒤에나 칠 것이라고 여겼건만.
굳이 30분이라는 제한 시간까지 걸어두고서 이런 함정을 꾸민다고?
‘만약 그게 아니라면.’
테오는 눈을 가늘게 좁혔다.
“란트 님, 발뭉만 순순히 내놓으신다면 목숨만큼은 부지해 드리겠습니다.”
“왜 이러는지 모르겠군. 굳이 이럴 필요가 있었나? 차라리 내가 신비를 얻고 난 뒤에 일을 저지르는 게 낫지 않나?”
“신비를 얻고 너무 강해지시면 뒤치기도 그만큼 힘들어지니까요. 차라리 지금 처리해두는 게 낫죠.”
“그게 아니라, 안토니우나 다른 간부들 몰래 일을 처리해야 해서 이런 건 아니고?”
그레이가 가볍게 혀를 찼다.
“이래서 똑똑한 놈들이란……. 이러면 굳이 숨길 필요는 없겠군요. 예. 맞습니다.”
역시.
이것은 블랙 스컬의 총의가 아닌 그레이와 드로우의 단독 범행이었다.
단합력이 부족하다고 느꼈던 게 잘못 느꼈던 게 아닌 모양이었다.
콩가루가 따로 없었다.
하지만 테오에겐 잘 된 셈이었다.
여론이 분열되어 있을수록 블랙 스컬을 요리하기도 쉬워지니까.
“저희는 절대 라그나르는 같은 하늘 아래에 두고 살지 않겠다고 맹세한 지 오래. 그러니 당신의 제안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나는 라그나르라고 한 적이 없다만.”
“언제까지 잡아뗀다고 해서 모를 것 같습니까?”
아무래도 녀석들은 알 수 없는 방법으로 그가 라그나르인 걸 확신하는 것 같았다.
결국 테오도 사실을 숨길 수만은 없었다.
여전히 살기를 풀풀 날리는 드로우를 힐끗 쳐다봤다.
“역시 저쪽이 슬로우 갱의 형제였나 보군?”
“뭐, 그런 셈이지요. 그리고 한 가지 더.”
화르륵!
그레이가 입고 있던 로브 자락이 흔들리면서 불길이 치솟았다.
“저 역시 ‘갱’입니다. 그레이 갱. 억울하게 죽은 제 형제, 슬로우를 대신해…… 지금부터 당신을 죽이겠습니다. 라그나르.”
테오는 이 함정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른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미 바깥쪽도 셀퍼드와 아린이 함정에 빠졌을 게 분명했다.
‘그렇다면.’
테오는 왼손에 쥐고 있던 용살검에 마력을 잔뜩 불어넣었다.
쩌어어엉-
쿵쿵쿵쿵쿵……!
거친 검명과 함께 열풍이 사방으로 불어 닥치기 시작했다.
“허튼 발악을 하는군. 발뭉을 회수해라!”
그레이가 마법을 쏟아내고, 드로우와 수하들이 일제히 달려드는 순간이었다.
“글쎄. 누가 발악하는 건지는 봐야 하지 않나?”
테오가 차가운 웃음과 함께 증기가 풀풀 날리던 용살검을 크림힐트의 거상 쪽으로 휘둘렀다.
오러가 잔뜩 실린 예기가 회오리치면서 거상을 찢어발겼다.
“무슨 짓을……? 아, 아, 안 돼애애애애!”
그레이와 드로우의 안색이 창백해진 순간, 크림힐트의 거상이 폭발했다.
퍼어어엉!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