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as the Reincarnated Bastard of the Sword Clan RAW novel - Chapter (116)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116화(116/224)
용살(龍殺)의 신비 (1)
콰르르릉!
크림힐트의 거상에서 일어난 폭발은 안토니우와 셀퍼드, 아린에게도 똑똑하게 들렸다.
그리고 하늘 높이 번쩍이는 빛살.
“뭐지?”
“설마 우리를 속였나?”
“아, 아닙니다! 이건 저희도 모르는 일입니다!”
안토니우는 턱 밑으로 칼날이 드리우자 사색이 되어 소리쳤다.
“그럼 저건 뭐지?”
“그건……!”
순간, 안토니우의 머릿속으로 스치는 한 가지 가정.
‘설마! 드로우, 그레이 이 미친놈들이!’
안토니우는 드로우와 그레이가 라그나르에 얼마나 강한 적개심을 가졌는지 잘 알고 있었다.
비록 블랑키 요새의 전투가 트로이 반이 만든 함정이었다고 해도, 그들이 믿고 따르던 슬로우가 라그나르에게 살해된 건 사실이었으므로.
그래도 대의를 쫓는 이상, 간부들의 총의를 따를 거라고 믿었는데!
그러던 그때였다.
“컥!”
파바박!
갑자기 셀퍼드가 검지로 빠르게 안토니우의 몸 여기저기를 찍었다.
점혈(點穴).
라그나르의 기예 중 하나인 마력봉인이었다.
“네가 이 일을 알고 있었는지 몰랐었지는, 두고 보면 알겠지. 그동안에는 인질이 되어줘야겠다.”
안토니우는 무슨 말을 하고 싶었지만, 마력이 꿈쩍도 하지 않으면서 숨이 턱 막혔다.
셀퍼드는 그를 한쪽 어깨에 번쩍 들고 거상 쪽으로 달렸다.
번쩍! 번쩍!
쿠르르르-
계속된 빛살과 함께 크림힐트의 거상이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안토니우는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이대로는 부유군도 전체에 이쪽의 사정이 알려지게 될 것이다.
신비를 몰래 가져가야겠다던 계획은 모두 물거품이 되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아버지께도 징계받게 될……!’
하지만 안토니우의 생각은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쿠르르릉!
크림힐트의 거상의 일부가 무너지고 있었다.
부유군도를 상징한다는 랜드마크가!
‘아, 안 돼애애애애!’
안토니우는 알지 못했다.
그가 조금 전 내뱉은 절규가 그레이나 드로우와 똑같았다는 것을.
* * *
“이노오오옴! 그만두지 못 하겠느냐아아아아!”
쾅! 쾅!
드로우는 잔뜩 흥분한 황소처럼 지면을 거세게 박찼다.
테오가 용살검을 번뜩일 때마다 크림힐트의 거상이 폭죽처럼 터져나가고 있었다.
물론, 크기가 워낙에 큰 덕분에 일부만 떨어져 나가는 수준이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크림힐트의 거상을 신물처럼 떠받들며 살아온 부유군도 주민으로서는 신성모독이나 다름없었다!
‘어쩌다 일이 이따위로!’
테오 일행은 모르고 있었겠지만.
사실 드로우는 그들이 부유군도에 도착했을 때부터 라그나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뭐? 그게 사실이야?
-예! 확실합니다. 그놈들, 라그나르입니다. 슬로우 큰형님을 죽인…… 백갑용기대 놈들이 확실합니다.
블랑키 요새 공방전에서 겨우겨우 목숨만 부지하고 귀환한 형제가 있었던 것이다.
저들은 자신들이 전멸한 것으로만 알고 있었겠지만.
실제로는 본격적인 전투가 발발하기 전에 빠져나온 이가 딱 한 명 존재했다.
그래서 라그나르의 족속들은 모조리 다 죽이겠다는 맹세 아래에 이번 일을 획책한 것인데……!
일이 너무 복잡하게 꼬이고 있었다.
설마 신비를 노린다는 놈이 그걸 그냥 쉽게 포기할 거라고 생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자신이 먹지 못하면 남도 먹지 못하게 엎어버리겠다는 못된 심보인 게 분명했다.
한편으로는 신비를 품고 있는 거상이 너무 쉽게 부서지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살짝 들기도 했지만.
쩌걱! 쩌거거걱!
어느새 거상 전체로 퍼지고 있는 균열을 보고 있노라니, 더 이상 그딴 불손한 의심을 가질 겨를이 없었다.
특히 악룡을 찌르고 있는 검 부위는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았다.
“내가 왜?”
테오는 가볍게 콧방귀를 뀌면서 오른손에 들고 있던 드레이크의 날붙이를 아래로 내리쳤다.
콰아아앙!
드드득-
드로우는 팔이 떨어져 나갈 것 같은 통증과 함께 뒤로 크게 밀려났다.
그의 눈동자가 떨렸다.
살면서 단 한 번도 이렇게 완력에서 밀린 적이 없었으므로.
심지어 존경하는 형님, 슬로우도 그에게는 힘에선 한 수 접어줄 정도였는데!
반면에 자신에 비하면 왜소한 테오가 자신을 이길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하물며 테오는 ‘한쪽’ 팔로만 그를 상대한 상태.
‘말도 안 돼!’
“너희들은 너희들 맘대로 판을 다 깨면서 나는 굳이 그걸 지킬 이유가 있나?”
“이 새끼가 뚫린 입이라고!”
하지만 드로우는 생각을 길게 가지지 못하고 다시 와락 달려들었다.
힘에서 밀린다면 이길 때까지 두들겨 패면 된다고 여긴 것이다.
“드로우! 우리가 엄호하겠다!”
그레이도 테오가 그동안 실력을 숨겼다는 것을 깨닫고, 동료들과 함께 마법을 연달아 발동했다.
하늘에서 불덩이가 우수수 쏟아지고, 바닥에서 나무 넝쿨이 튀어나오면서 테오의 발을 붙잡으려 했다.
사각지대에서는 다른 검사들이 튀어나와 드로우와 합공을 시도했으니.
<썬더 콜링>
쿠르릉! 쿠르릉!
하지만 하늘에서부터 마법사들 한가운데로 벼락이 줄지어 쏟아지고,
“아아악!”
“마법! 녀석이 마법을 쓴다!”
“자리에서 물러나! 지정 마법이니 피하면 돼!”
“하지만 그럼 마법 구동이 번번이 어긋나잖아!”
<용의 발톱>
번쩍! 번쩍!
빛살이 지면 위를 마구잡이로 할퀼 때마다 전열도 어지러워지면서 도무지 테오에게 다가가기가 쉽지 않았다.
“제기라아아알!”
“거상이! 거상이 무너진다!”
“저거 좀 어떻게 해봐! 누가 저놈 좀 잡아보란 말이야아아아!”
“균열이 커진다! 막아! 거상부터 어떻게 해봐!”
‘개판 오 분 전이군.’
테오는 오른손으로 드로우를 밀어내고, 왼손으로는 크림힐트 거상을 타격하는 신기를 보이면서 송곳니를 훤히 드러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부유군도 전체에 널리 알리자고. ‘블랙 스컬이 크림힐트의 거상을 부수려 한다’고.”
“……!”
그레이는 그제야 테오의 노림수를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녀석은 아예 판을 뒤집어서 블랙 스컬을 부유군도의 역적이 되게 만들려 하고 있었다!
‘어, 어, 어떻게든 막아야……! 하지만 어떻게……? 항복을? 항복이라도 해야 하나……?’
번- 쩍!
콰드드득-
그 순간, 용살검에서 일어난 열폭풍이 크림힐트의 검을 휩쓸고 지나갔다.
마치 죽은 악룡이 일어나 마구잡이로 발톱을 휘두르기라도 한 것처럼 남은 흔적.
그리고,
퍼어어어어엉!
크림힐트의 검이 폭발하면서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
“……!”
“아, 안 돼……! 거상이……!”
“신비가……!”
파편이 절벽에 처박히고, 경계벽이 박살나고, 바다 위로 튀어 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드로우와 그레이 등은 머릿속이 하얗게 질린 채 더 이상 아무 생각도 이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온다.’
테오에게는 확연하게 보였다.
파아아아-
부서진 크림힐트의 검.
그 안에서부터 새어 나오던 푸른빛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는 것이.
그가 유독 거상의 검만 집요하게 노린 건 괜히 그런 게 아니었다.
‘메시지. 그 안에 신비를 깨울 수 있는 힌트가 있었어.’
용살검이 원래 있던 자리로 되돌아가고자 합니다. 테오는 바로 이 대목에 집중했다.
‘원래 있던 자리. 가짜 석검이 있던 자리.’
지금 크림힐트 상이 들고 있는 검은 용살검과 모양이 완전히 달랐다. 즉, 전승이 잘못되었다는 뜻.
그렇다면 메시지대로 잘못된 검을 치우고, 그 자리에 발뭉을 놓으면 어떻게 되는 걸까?
‘전승이 바로 잡히면서 신비가 열리겠지.’
크림힐트의 거상을 신줏단지 모시듯 모셔 온 부유군도가 그동안 신비를 열지 못한 이유였다.
테오는 용살검을 있는 힘껏 푸른빛 쪽으로 던졌다.
그 순간,
지이이이잉!
[잠든 <신비>가 깨어납니다.]화아아악!
푸른빛이 폭발하면서 테오는 물론, 주변 전체를 뒤덮었다.
드로우와 그레이 일행도 통째로 휩쓸렸다.
‘여긴?’
테오가 다시 눈을 떴을 때, 주변은 온통 활엽수가 빽빽하게 우거진 밀림 지대에 있었다.
바닥은 질퍽질퍽하고 공기는 온통 습기로 가득해서 불쾌감만 주는 밀림.
짹! 짹짹!
찌르르- 찌르르-
곳곳에서 온갖 새의 지저귐과 풀벌레 소리가 들렸다.
“이, 이게 뭐야?”
“왜 갑자기 이런 게 나타난 거야! 거상은 어디로 갔고!”
한편, 신비에 같이 휘말린 블랙 스컬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레이!”
“섣불리 움직이지 말고 기다려! 우선 상황부터 파악해야 하니까.”
그레이는 주변을 빠르게 살피면서 생각했다.
‘거상이 폭발하면서 생긴 이상한 빛에 휩쓸려 여기로 소환당했다. 그렇다는 건……!’
떠오르는 단어는 딱 하나.
신비.
“다들 정신 똑바로 차려라! 이곳은 위대하신 크림힐트 선조님께서 우리 후손들을 위해 남기신 안배일……!”
신비를 라그나르 같은 이방인 따위가 아닌 자신들이 획득할 수 있단 사실에 주먹을 불끈 쥐었다.
크림힐트의 정통성이 블랙 스컬에게, 아니, 바로 자신들, 갱 형제단에 있게 된다는 것만으로도 앞으로 많은 걸 해낼 수 있었으니까.
쉭-
퍼어억!
그러나 어디선가 들린 파공성과 함께 목이 갑자기 타들어 갈 듯이 아팠다. 뜨거웠다. 말을 하고 싶어도 꺼내지지 않았다.
“그레이이이!”
‘드로우, 왜 그런 표정을 짓는 거야?’
그레이는 그 생각을 마지막으로 바닥에 엎어졌다.
철퍼덕!
죽은 녀석의 뒷덜미에는 기다란 창이 꽂혀 있었다.
큰 짐승의 뼈를 깎아 만든 것 같은 뼈창.
“기습이다아아아! 막아라아아아!”
드로우는 죽은 형제의 시체를 수습할 새도 없이 다급하게 소리 질렀다.
슈슈슈슉!
그 순간, 그레이를 죽인 것과 똑같은 뼈창 수십 개가 하늘을 빼곡히 물들이면서 아래로 우수수 쏟아졌다.
재앙의 시작이었다.
퍼퍼퍼퍽-
“아아아악!”
“사, 살려……!”
“테이! 정신 차려봐, 테…… 컥!”
“방패! 방패 있는 놈들은 방패부터 들어!”
가뜩이나 테오를 상대하느라 전열이 분산되어 있던 갱 형제단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몇몇은 아예 네다섯 개나 되는 창에 꿰뚫린 채로 쓰러지기도 했다.
파악!
드로우가 뛰었다.
한 명이라도 더 많은 형제를 구하기 위해서.
* * *
파아앗!
한편, 테오는 갱 형제단과 다르게 나무 위로 빠르게 오르고 있었다.
주변 지형을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크림힐트의 신비’가 시작되었습니다.] [악룡의 저주를 받아 흩어진 크림힐트의 유골을 모두 수습하고, 그녀의 손에 검을 쥐여 주십시오.]‘악룡의 저주.’
그게 정확하게 무엇인지 알아야만 했다.
그 순간, 숲 자락을 뒤덮은 무언가가 테오의 시야에 보였다.
밀림 곳곳. 늪지대 사이사이. 몰래 숨어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해골 병사들.
문제는,
처처처척!
너무 많다는 점이었다.
‘최소 수천…… 아니, 수만 마리는 되어 보이는데?’
그가 있는 이 주변부 말고도, 저 지평선 끝까지 펼쳐져 있는 밀림 전체에 걸쳐서 해골 병사들이 빽빽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군대라도 되는 건지 병종도 다양했다.
창병, 궁수, 검사, 방패병, 말을 타고 있는 기사며 하늘을 나는 마법사, 심지어 군단을 지휘하는 지휘관까지 있었다.
용아병.
용의 이빨과 뼈에서 태어난다는 전설 속 군단이 메뚜기 떼처럼 몰려오고 있었다.
“저 중에서 크림힐트의 유골을 찾으라고?”
순간, 테오의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