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as the Reincarnated Bastard of the Sword Clan RAW novel - Chapter (121)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121화(121/224)
레비아탄 (1)
“뭐라고? 다시 말해보겠나?”
“블랙 스컬이 데려왔다던 외부인이…… 조금 전 자신이 크림힐트의 후계자가 되었다고 공표하였습니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그리고 현재는 자신을 보러 온 군중을 이끌고 중앙 신전으로 이동하면서 해왕에게로 가는 게이트를 열어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주세페는 수하가 다급하게 가져온 보고에 인상을 와락 일그러뜨렸다.
“크림힐트는 자랑스러운 우리 베노타의 영웅이다! 부유군도의 전설이란 말이야! 그런 분께서 어째서 외지인에게 자신의 검을 물려주신단 말이냐!”
주세페가 비록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트로이반의 힘을 끌어오긴 했어도, 그는 평상시 자신이 부유군도의 주민이라는 사실을 자긍심으로 삼고 있었다.
그런데 그 자긍심이 홀라당 다른 곳에 빼앗기게 생겼다.
날벼락도 이런 날벼락이 없었다.
“저도 보고만 받은 것이라, 자세한 내막까지는 잘…….”
“허!”
하지만 수하는 덜덜 떨면서 고개를 숙이기만 할 뿐.
주세페는 기도 차지 않아 헛웃음만 터뜨렸다.
그때, 가만히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던 노일이 입술을 달싹였다.
「이름은?」
“예? 무엇이……?”
「그 후계자라는 자. 이름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 그것도 잘…….”
「우습군. 영웅의 후계자나 되는 존재의 이름도 아직 알아내지 못하고.」
주세페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그것이 자신을 향한 힐책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뭘 하느냐! 당장 알아오지 않고!”
“예! 아, 알겠습니다!”
부리나케 방을 벗어나는 수하를 보면서 주세페는 괜히 문을 발로 걷어찼다.
쾅!
“아아아악!”
「시끄럽군.」
“……죄송합니다.”
「자신의 못남을 밑의 사람들에게 전가하지 마라. 가뜩이나 추한 몰골이 더 추해질 뿐이니까.」
“…….”
주세페는 목 언저리까지 올라온 억울함을 억지로 삭여야만 했다.
「그나저나 용살의 신비를 이렇게 눈앞에서 빼앗길지는 몰랐는데. 이렇게 되면 발뭉에 이어 <애기르>도 빼앗기게 되는 셈인가? 닭 쫓던 개가 된 기분이로군.」
애기르.
발뭉과 함께 용사 크림힐트가 악룡을 처단할 때 착용했다는 갑주.
현재는 크림힐트의 사리가 보관되어 있다는 중앙 신전에 모셔져 있었다.
“차라리 당장이라도 경비대를 움직여 놈을 제압하고, 발뭉을 빼앗는 게 어떻겠습니까?”
「놈은 이미 해왕을 잡아 보이겠다면서 중앙 신전으로 가는 중이라면서? 어떻게 제지할 생각이지? 분명히 어리석은 군중이 놈을 보호하려고 할 텐데 어떻게 제재할 건가? 그쪽으로 칼이라도 휘두를 참인가?」
“…….”
「놈은 용의주도하다. 자신의 처지와 입장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어. 신비를 얻느라 상당히 피곤할 텐데도, 내색하지 않고 쉬지 않고 움직이는 것이다. 해운 3가에서 따로 자신에게 손을 쓰지 못하게 하려고.」
노일은 테오를 본 적도 없지만,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애당초 부유군도의 민심이나 상황, 세력 구도 등을 손바닥 안을 보듯이 훤하게 꿰뚫고 있었다.
“그럼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일단 계속 상황을 지켜보도록 한다. 굳이 들쑤셔서 일을 크게 만들 필요는 없지. 해왕을 잡도록 내버려 둬라. 그러다 실패하면 실패한 대로 좋을 테고.」
“만약 성공하게 된다면……! 아!”
주세페는 말을 잇다 말고, 그제야 노일의 생각을 깨닫고 가볍게 감탄을 터뜨렸다.
“어차피 그때는 여론을 등에 업을지언정 지쳐서 별다른 저항도 하지 못하겠군요!”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게이트에서 나오는 녀석을 확보하기만 하면 된다. 명분은 아무렇게나 둘러대고.」
“그런 것이야 제 전문이 아니겠습니까? 새로운 용사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우겠습니다. 그러다 나중에 적당히 여론이 가라앉을 때쯤 신비의 귀속권을 문제 삼아 발뭉과 애기르를 압수하도록 하겠습니다.”
노일은 알아서 하라는 듯 가볍게 손을 저었다.
「신비는 우리 쪽에서 얼마든지 강탈할 수 있으니 신병만 확실하게 확보하여라. 알겠나? 두 번의 실수는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
“명심, 또 명심하겠습니다.”
「대답은 늘 그럴듯하게 잘하는군.」
쯧!
노일은 혀를 차면서 가볍게 탁상을 두들겼다.
주세페가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노일은 귀신처럼 홀연히 사라지고 없었다.
주세페의 미간에 살짝 골이 팼다.
“너희들이 대체 무슨 수로 크림힐트의 신비를 가져가겠다고 호언장담하는 건지는 모르겠다만.”
이를 곱씹는 그의 모습에선 그동안 노일에게 아양을 부리던 자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결국 그 힘을 얻는 것은 우리 부유군도, 그리고 주세페가 될 것이다. 우리야말로 크림힐트의 진정한 후손일지니.”
크림힐트의 신비와 용살검 발뭉을 둔 음모는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 * *
크림힐트의 사리가 모셔진 중앙 신전으로 가는 길.
평소 부유군도 주민들의 나들이 코스로 유명하던 길목은 수많은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크림힐트의 후계자, 발뭉의 새로운 주인, 새로운 용사를 보기 위해 군도 각지에서 주민들이 모여들었기 때문이었다.
이미 자정이 넘은 시각인데도 불구하고, 열기는 대낮에 못지않게 뜨거웠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크림힐트의 님의 은총이 우리에게도 닿기를.
-여기! 여기 좀 봐주십시오! 용사 님!
-손 한 번만! 한 번만 잡아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평생의 영광으로 생각하겠습니다.
-이봐! 자꾸 밀지 마! 이러다가 넘어지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뭐라는 거야! 너야말로 길 막지 말고 비켜! 용사 님의 용안을 너희들만 보겠다는 거냐!
경비대가 나서서 어떻게든 인파를 통제하려고 해도 좀처럼 쉽지 않았다.
“전 여기서 천천히 움직일 테니, 모두 질서 있게 움직여주십시오. 만약 저로 인해 다치시는 분이 한 분이라도 생기게 된다면 크림힐트 님을 뵐 면목이 없어지게 됩니다.”
하지만 테오가 포근하게 웃으면서 사람들을 달래니, 과열된 분위기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차분해졌다.
-용사 님의 말이 맞아!
-그러게. 우리가 조금만 더 자중하세나.
-용사 님은 얼굴만큼이나 마음씨도 아주 아름다우시구만!
-소년이신 것 같은데, 어떻게 저렇게 조각상처럼 기품 있게 생기실 수 있는 거지?
-예끼, 이 사람아! 크림힐트 님의 상을 보고도 모르겠나? 크림힐트 님도 미인이시지 않았나! 그분을 닮은 게지!
-용사의 자격은 얼굴로 결정되는 거였나……. 이거 못생긴 사람은 억울해서 살 수가 있나.
-정확하게는 곱고 아름다운 마음씨가 얼굴에 묻어나는 것이겠지. 어찌 그렇게 배배 꼬여서 생각하는가?
-그럼 난 마음도 못생겼다는 건가?
-이, 이 사람이! 그 이야기가 왜 그렇게 변질하나!
군중은 모두 테오의 아름다운 얼굴에, 기품 있는 행동에, 따스한 말투에 반하고 있었다.
성자(聖者).
그렇게 표현해도 될 것이다.
「저 녀석, 저런 모습도 할 줄 알았어? 캬! 아주 기가 막히는데.」
「세실리아 부인께서 젊은 시절에 유명한 배우셨잖아. 그 덕분이 아닐까?」
「아, 그럴 수도 있겠네. 역시 피는 못 속이나 보네. 저 얼굴에, 저 검술에, 저 재능에, 저 연기에…… 4박자가 아주 기가 막힌다, 기가 막혀.」
셀퍼드와 아린은 테오를 호위하면서 속으로 적잖게 감탄을 터뜨리는 중이었다.
이로써 부유군도 내에선 해운 3가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을 입지를 갖추게 된 셈이니.
「반면에 저쪽은 아주 죽상이네.」
셀퍼드는 뒤에서 반쯤 넋을 잃은 채로 터덜터덜 걸어오는 안토니우를 보면서 코웃음을 쳤다.
이미 점혈도 해제되었지만, 얼굴만 보면 이전과 별 다를 바도 없었다.
같은 동료들에게 뒤통수를 맞질 않나, 아버지에게 버림을 받질 않나, 안토니우는 아마 세상에 홀로 버려진 심정일 터.
물론,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애당초 테오 일행을 이용해 먹다가 버리려던 쪽은 녀석이었으니.
그냥 뿌린 대로 거두었을 뿐.
당장 버림받지 않은 것만 해도 감사하게 여겨야 할 터였다.
「안토니우.」
그러던 안토니우의 귓가로 테오의 전음이 들렸다.
안토니우가 허리를 쭈뼛 세웠다.
「내가 전음을 보내고 있다는 티 내지 마. 주변에 보는 눈이 많으니.」
안토니우는 곁눈질로 재빨리 주변을 훑었다.
테오의 말마따나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스피놀라 패밀리 뿐 아니라, 그리말의 사용인들, 귀살대 대원들, 의회의 사람들이며 심지어 아직 제대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로멜린 가문의 고용인들도 더러 섞여 있었다.
‘대체 어느새!’
한편으로는 테오가 저렇게 성자 노릇을 하면서도 벌써 주변 상황에 대한 파악을 끝냈단 사실에 등골이 서늘해졌다.
‘내가…… 늑대가 아니라 용을 끌어들인 거였구나.’
애당초 자신과 블랙 스컬이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던 것이다.
「이대로 끈 떨어진 연 신세가 되고 싶지는 않겠지?」
안토니우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일 뻔했던 것을 가까스로 참았다.
「기회를 주지.」
기회?
「동료들을 최대한 끌어모아. 그리고 블랙 스컬의 지휘권을 휘어잡아라.」
안토니우의 눈이 살짝 커졌다.
테오의 노림수가 무엇인지 깨달은 것이다.
「통령이 되고 싶다고 했지? 도와주지. 내 이름을 빌려주마.」
두근두근두근!
안토니우의 심장이 다시 가쁘게 뛰기 시작했다. 얼굴에 혈색이 돌았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네가 그럴 만한 자격과 가치가 있다는 것을 내게 증명해라.」
테오는 제3의 세력을 구축하려 하고 있었다.
해운 3가도, 자치령 의회도, 해운연맹의 간섭도 받지 않는 완전히 새로운 세력.
그 기반으로 블랙 스컬을 삼는다면, 부유군도는 아주 수월하게 테오의 손아귀에 떨어질 것이다.
얼굴마담은 안토니우, 자신이 되는 것이고!
‘형제들도, 아버지도 누르고 내가 대권을 휘어잡는다……!’
비록 뒤에서는 테오의 입맛대로 움직여야 할 꼭두각시 통령이라고 해도, 결국 내정은 자신이 담당할 게 아닌가?
「어때? 해볼 생각은 있나?」
이건 악마의 속삭임이었다.
절대 거부할 수 없는 악마의 속삭임.
안토니우는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서둘러. 내가 해왕을 잠재우고 돌아왔을 때, 날 맞이하는 건 너희여야 할 거야.」
테오에게 주민들의 관심이 가장 많이 쏠릴 때 함께 할 수 있는 영광을 나누어주겠다는 의미.
안토니우는 희열에 잠긴 얼굴로 슬쩍 군중에 묻혀 사라졌다.
테오는 그런 녀석의 뒷모습을 보다가 슬쩍 미소를 지었다.
“테오, 웃음 사악해.”
“……흠흠!”
옆에 있던 레이의 말에 테오는 가볍게 헛기침했다.
이따금 느끼는 거지만, 레이는 맹한 얼굴을 하면서도 종종 핵심을 찌르는 경우가 있었다.
지금이 딱 그랬다.
애당초 테오는 블랙 스컬에 힘을 쥐여줄 생각 따윈 없었으니까.
그가 정작 염두에 둔 곳은 따로 있었다.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곳.
“그보다 레이, 여긴 대체 어떻게 온 거야? 말도 없이.”
테오는 슬쩍 화제를 돌렸다.
사실 레이를 처음 봤을 때 놀라기도 했다.
윈터러에 있어야 할 녀석이 뜬금없이 여기 있었으니까.
“집에 있기 답답해서.”
“답답해?”
“응. 재미없어. 더 배울 것도 없고. 그래서 백갑용기대장님께 졸랐어.”
테오는 무표정한 얼굴로 불쑥 찾아온 레이를 보고 놀랐을 율리우스를 떠올리며 헛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그로서는 에리카 남매에 이어 레이까지 대원으로 맞을 기회라 여겨 냉큼 부탁을 들어줬겠지.
레이가 테오를 방해할 사람이 아니기도 했고.
“너랑 있으면 배울 거 많아.”
아무래도 이번에 생일 연회에서 깨달은 게 많은 눈치였다.
테오는 조금 계면쩍은 나머지 볼을 검지로 긁적였다.
전생에선 우상이었던 아이가 이제 반대로 자신을 우상으로 여기기 시작한다.
묘한 기분이었다.
그렇게 가볍게 대화를 나누는 동안, 테오 일행은 군중과 함께 중앙 신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해왕이 잠들어있는 심해로 갈 수 있는 게이트가 설치된 곳.
그러던 그때였다.
치이이익!
『생각보다 잘해주고 있는 모양이구나. 역시 나의 반려답다.』
짧은 노이즈와 함께 반려의 목소리가 들렸다.
해왕과 가까워지면서 다시 주파수가 맞춰진 모양이었다.
‘로드브로크.’
『고생 많았다. 이젠 편하게 쉬어도 좋다. 지금부터는 내가 나설 것이니.』
테오의 눈에,
중앙 신전의 계단을 오르는 로드브로크의 뒷모습이 환영처럼 비치는 것 같았다.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