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ng as the Reincarnated Bastard of the Sword Clan RAW novel - Chapter (129)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129화(129/224)
드래곤 블러드 (4)
‘대체 어느새?’
셀퍼드와 일행들이 일제히 검을 뽑아 그쪽으로 겨누었다.
문가엔 작은 체구의 한 노인이 뒷짐을 쥔 채로 서 있었다.
그 옆에선 마르티가 어쩔 줄 몰라 안절부절못하는 중이었다.
“조부님, 이렇게 다짜고짜 들어가시면……!”
“내 집을 내가 다닌다는데 누가 그걸 제재한단 말이냐? 안 그런가, 젊은 친구?”
“예. 옳은 말씀이십니다.”
테오는 노인의 시선을 받으면서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비토리오 로멜린……. 로멜린의 가주이자 부유군도의 통령. 원래 존재감이 없는 사람이라고 들었는데, 이렇게 고수였다고?’
셀퍼드와 일행은 마른침을 삼켰다.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그동안 그들은 로멜린의 저택에 있으면서도 비토리오의 얼굴을 본 적이 없었다.
계엄령 때문에 일이 많아져 다른 사람을 만날 겨를이 없다는 말 때문이었다.
그래서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었는데.
이건 전혀 상정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더구나 일행은 분명히 외부인의 침입을 막기 위해 감각을 곤두세운 채 경계를 서고 있던 상황.
그런데도 그걸 무시하고 자연스럽게 걸어들어왔고, 여기서 나눈 대화까지 모두 들었다.
그들보다 월등한 실력을 지닌 고수가 아니면 절대 불가능한 일.
‘용문검사 급……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여기서 또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이만한 실력을 지니고 있던 사람이 그동안 귀살대의 만행을 왜 지켜보기만 했던 걸까?
테오는 뭔가 아는 걸까.
이상하게 당혹해하는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재미난 이야기를 나누는 중인 것 같던데, 방해를 한 건 아닌지 모르겠군. 늙으면 궁금해진 건 도저히 참질 못해서 말이야. 흘흘.”
“아닙니다. 비토리오 님이라면 당연히 들을 자격이 있으시지요.”
테오는 셀퍼드와 일행을 돌아보면서 말했다.
“잠시만 다들 자리를 비워주시겠습니까?”
“테오.”
“우려할만한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흠. 일단 알겠다.”
셀퍼드는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테오와 비토리오를 번갈아 보다가, 다른 두 사람과 함께 방을 벗어났다.
블랙 스컬의 남자도 눈치껏 자리를 빠져나갔다.
“마저 하던 이야기를 나누면 좋을 것 같은데. 숟가락 좀 얹을 수 있을까?”
비토리오는 뒷짐을 쥔 채로 방 안을 여유롭게 걸어 다녔다.
하지만 테오는 그의 분위기에 넘어가지 않았다.
‘여기서부터 이야기를 잘 풀어야 해.’
테오는 비토리오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부유군도의 통령으로 있으면서도 자신의 가치를 드러낸 적이 거의 없다시피 했던 사람.
그 때문에 부유군도를 트로이반의 마수에 이리저리 휩쓸려 다니게 했던 최악의 지도자.
이것이 지난 전생에서 세간이 보낸 평가였으나.
마지막까지 부유군도를 트로이반으로부터 지켜내며 대전란에서도 살아남게 했던 군주이기도 했다.
오죽하면 흑설도 부유군도의 금력보다 비토리오를 더 경계했을까.
‘거기다 검술도 월계검사 수준. 9룡급이기도 한 실력자야.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겠지.’
그러니 부유군도와 해운연맹을 손에 넣기 위해서는 비토리오의 협조가 꼭 필요했다.
마지막 남은 장애물인 셈이었다.
테오는 생각을 정리하면서 천천히 입을 뗐다.
“그 말씀은 로멜린도 함께 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여기면 되겠습니까?”
“천하의 라그나르가 하려는 일이 아닌가. 그렇다면 거스르기보다는 함께 하는 편이 좋다고 여긴 걸세. 물론.”
비토리오의 두 눈이 순간 깊게 가라앉았다.
“트로이반과 같은 수작을 부리려 한다면 이야기는 전혀 달라지겠지만.”
“아뇨. 그럴 생각은 없습니다.”
“후후. 그럼 다행이고. 사실 라그나르가 우리 부유군도에 관심이 있는 줄은 전혀 몰랐다네. 워낙에 북방에서 거의 안 나오다시피 하는 귀인들이 아니신가?”
“잘못 생각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라그나르가 그럴 생각이 없다고 말씀드린 건, 라그나르는 정말 부유군도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으음?”
비토리오는 이게 또 무슨 말인가 싶어 고개를 갸웃거렸다.
테오의 웃음이 짙어졌다.
“저는 라그나르를 대표해서 온 게 아닙니다.”
“……?”
“순수하게 개인 자격으로 왔을 뿐이죠.”
“……그 말은.”
“이 일 모두 제 독단이란 뜻입니다.”
“……!”
비토리오의 두 눈이 확 커졌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트로이반의 마수를 벗겨내는 것은 물론, 크림힐트의 신비까지 가져간 게 라그나르의 지원 없이 혼자서 해낸 일이라고?
“그럼 발뭉을 갖고 있던 것은.”
“제가 임무 중에 회수했던 것입니다. 그러다 흑설의 도움으로 부유군도에서 일이 벌어진 것을 알고, 돌려드리기 위해 찾아온 것이구요.”
“허!”
기도 차지 않을 일이었다.
“자네…… 나이가 어떻게 되나?”
“올해 열다섯. 한 달 뒤에 열여섯이 됩니다.”
“그럼 개화식을 치른 것이?”
“올해였습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군…….”
비토리오는 ‘천재’라 불렸던 자신과 손녀가 열다섯에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떠올렸다.
이제 막 검에 검기를 피울까 말까 하던 수준이 아니었나?
게다가 라그나르는 열다섯에 처음으로 마력을 개방한다.
그렇다는 건 검을 제대로 쥔 지 1년도 되지 않았다는 건데 저만한 실력을 보인다고?
아니, 그동안 보인 활약이나 심계가 만만치 않은데, 고작 열다섯 살 아이가 혼자서 해낼 수 있는 것인지 의문부터 들었다.
이건 천재이니 뭐니 하는 범주로 재단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닐 텐데?
‘아니지. 그렇게 생각할 게 아냐. 오히려 이야기가 더 잘 풀릴지도.’
비토리오는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면서 생각을 정리했다.
그는 그동안 숱하게 많은 사람을 만나왔다.
개중에는 천재도 많았다.
그리고 그런 천재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일반 상식으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
그래서 비토리오는 지금부터 테오를 대등한 거래 상대로 여기기로 마음먹었다.
“부유군도의 기반과 해운연맹의 금력. 자네는 이것들이 필요한 것일 테지? 가주가 되기 위해서.”
“저는 가주가 되겠다고 말씀드린 적이 없습니다만.”
“뒤로 빼지 말게. 자네 같은 자가 야망이 없다면 그게 더 말이 안 되니. 혹 속내를 드러내지 않겠다면 나도 그냥 숟가락을 거둬들이겠네.”
“아닙니다. 이야기 계속 나누시죠.”
테오는 몇 가지 단서로 자신의 권력 의지를 읽어낸 비토리오의 통찰력에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비토리오의 눈동자가 강렬하게 빛났다.
“로멜린은 지난 400년 동안 제국은 물론, 세계 각지에 중개 무역을 진행하면서 수많은 관계망을 구축하고 또 탄탄하게 다졌지. 그를 통해 쌓은 막대한 부는 두말할 것도 없고.”
바다 위의 왕.
그것이 로멜린 가문이 가진 또 다른 별명이었다.
“이 모든 걸 자네의 손에 쥐여준다면, 자네는 무엇을 우리에게 쥐여줄 수 있나?”
두근!
테오는 갑자기 가슴이 크게 뛰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비토리오는 묻고 있었다.
-너의 ‘진짜’ 꿈은 어디까지냐?
단순히 부유군도를 통치하기 위해 손을 잡는 것이라면 지금까지 나눈 거래로도 충분했다.
테오는 부유군도의 기반과 해운연맹의 금력, 그리고 유사시를 대비한 신전 기사단의 전력을.
로멜린은 부유군도의 완전한 통치와 해운 무역의 독점, 그리고 크림힐트 후계자의 지지만 챙겨도 서로 이득일 테니.
더구나 테오는 곧 부유군도를 떠날 몸이기도 하니, 비토리오로서도 환영할 일이었다.
그러나 비토리오는 그 ‘뒤’를 묻고 있었고.
여기서 테오가 내놓는 대답에 따라 내보일 패도 달라질 터였다.
‘이게…… 진짜 거래구나. 단순히 서로가 챙길 것만 챙기고 끝내는 게 아닌. 미래도 함께 할 수 있는. 신뢰로 무장한 거래.’
테오는 어쩐지 비토리오에게 한 수를 배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북방 무역 독점권. 어떻습니까?”
“호오.”
“앞으로 동부도 개척하게 될 테니 바다를 넘어 내륙으로도 로멜린의 관계망이 깊숙하게 뻗쳐나갈 수 있을 테고 말입니다.”
“트로이반을 다 이긴 것처럼 이야기하는군?”
“제가 라그나르에 있으니까요.”
“오만하군.”
“이미 혼자서 부유군도에서도 이겼는데, 전쟁이라고 다르겠습니까?”
여전히 오만한 대답이 비토리오는 마음에 든 것 같았다.
“하지만 자네의 입으로 말하지 않았나? 라그나르를 대표해서 온 게 아니라면서? 그런 걸 함부로 약속할 수 있나?”
“외부엔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현재 북방 상권을 독차지하던 세레스 상단은 붕괴한 상태입니다. 그 자리를 대신하시면 됩니다.”
“그래도 우리만큼이나 배타성이 강한 북방인이 우릴 반기진 않을 것 같은데?”
“바커스와 함께 하십시오. 합작회사 형태로 움직인다면 어렵지 않을 겁니다.”
“바커스라면 6설가가 아닌가? 그들이 우리를 순순히 도울까?”
“예. 그럴 겁니다. 그곳의 가주님이 제 봉신이라서.”
“허!”
벌써 6설가의 가주를 가신으로 뒀다고?
비토리오는 이제는 더 놀라지도 않았다.
오히려 욕심만 더 커질 뿐.
‘그동안 내가 은둔하고 있었던 이유가 이 아이를 만나기 위한 거였나.’
비토리오는 이제야 마르티가 어째서 테오를 만나보면 알 거라고 말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로멜린의 가세를 해운에만 묶인 게 아니라, 그동안 미지로만 남아있던 북방은 물론 저 깊은 내륙 동부 지역까지 뻗칠 기회.
그리고 나아가 북방의 왕이 되고자 하는 실력자와 손을 잡을 기회.
‘곧 제국에는 풍랑이 불어닥친다. 풍랑은 배를 전복시키기도 하지만, 때로는 더 빠르고 더 먼 곳으로 상인들을 안내하기도 하지.’
비토리오는 <대전란>에 대해서는 몰랐지만, 커다란 난세가 제국을 덮칠 거라는 건 예상 중이었다.
그렇다면.
그 풍랑을 피하기보다는 그 위에 올라탈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지만 비토리오는 손으로 턱을 쓰다듬기만 할 뿐, 아무런 대답도 내어주지 않았다.
조금 더 확인하고 싶은 게 있었다.
“자네, 나와 연극 한 편 찍어보지 않겠나?”
* * *
자치령 의사당이 오랜만에 의원들로 북적거렸다.
임시 총회 소집령 때문이었다.
-흐음! 역시나 자리가 절반이나 비었군.
-그야 밤새 스피놀라와 그리말이 전부 박살 나지 않았나? 거기 뒷수습으로 정신없겠지.
-그게 아니라 신전 기사들이 죄다 잡아들여서 그런 거라네. 이번 사태의 죄를 물어서 죄다 감옥에 처박았다더군. 다들 몸 사리게.
-경비대장부터가 실각했으니 아무도 그들을 막을 수 없겠군. 허!
-아, 그러고 보니 자네 며칠 전에 그리말 가주와 식사하지 않았나?
-예끼, 이 사람이! 말을 꺼내도 꼭! 그거야 그쪽이 먹자고 하도 사정하니까!
-자네 아들 일자리 청탁은 아니었고?
-어디서 꼬투리를 잡는 건가! 그런 일은 내 이름을 걸고 없었어!
스피놀라와 그리말의 몰락.
의원 상당수가 그들과 커넥션이 있을 수밖에 없었기에 혹시나 이상하게 코가 꿰일까 전전긍긍했다.
지금 이 시각에도 신전 기사단이 눈에 불을 켜고 자치령 곳곳을 쏘아 다니는 중이라고 하니 두려움은 더 컸다.
-그보다 크림힐트의 후계자에 대한 처분은 어떻게 하지?
-듣자 하니 외지인이라면서? 그것도 라그나르라던데.
-기가 찰 노릇이로군. 대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으잉!
-발뭉부터 회수해야 하지 않겠나?
-당연히 그래야지! 발뭉은 원래 자랑스러운 우리 베노타와 자치령의 성물인 것을!
-암! 용사인 것은 용사인 것이고, 이건 별개지.
-어차피 트로이반과의 대립은 어쩔 수 없는 수순이니, 적당하게 힘만 실어주는 정도면 되겠지.
-애당초 따지고 보면 지금 그 소년이 그만한 힘을 얻을 수 있었던 것도 우리 덕분이 아닌가?
우리가 고개를 숙일 일이 아니라, 도리어 그쪽이 숙여야 한다.
이것이 당장 의원들이 갖고 있는 테오에 대한 공통된 의견이었다.
주민들의 여론과는 다르게 그들은 애당초 기득권 계층.
본능적으로 자신들의 이권을 해치고 싶지 않았으니 테오에게 호의를 갖기 힘들었다.
-하지만 분명히 통령님과 결탁해서 뭔가를 꾸미려 할 텐데 어쩌지?
-하긴. 그것도 문제야…….
몇몇은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유일하게 남은 해운 3가인 데다가, 사실상 신전 기사단의 통제까지 하고 있으니 사실상 독재나 다름없으니…….
-쉿! 조용하게. 들릴 수 있으니.
몇몇은 의사당의 최고 상석을 보다가 슬그머니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바로 그때였다.
-통령님이 입장하십니다. 의원님들은 모두 자리에서 기립해 주십시오.
비토리오가 마르티의 부축을 받아 조심스럽게 의사당으로 들어왔다.
곳곳에서 마른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통령님이…….’
‘저렇게 크셨었나?’
그동안에는 스피놀라와 그리말의 기세에 눌려 존재감이 없던 비토리오였건만.
지금은 좌중의 모든 공기가 그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이게 비토리오의 진짜 모습인 건지, 아니면 그 뒤를 따르는 신전 기사단과 블랙 스컬 위세 덕분인지는 알 수 없었다.
-모두 착석하십시오.
비토리오가 통령석에 앉고, 다른 의원들도 차례로 자리에 앉았다.
“다들 바쁘실 와중에 한자리에 모이길 요청한 것은 크림힐트의 후계자께서 드디어 의식을 되찾으셨기 때문이오. 지난 일에 대한 증언도 들을 겸, 향후 우리 부유군도와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할 것인지를 논의코자 하오. 해서 후계자님을 이곳에 초청하고자 하는데, 이견 있는 분 있소?”
여전히 조용했다.
오히려 의원들의 시선은 입구로 향했다.
“없다면 모시겠소. 들어오시오.”
끼이익!
문이 활짝 열리면서 테오가 위풍당당한 걸음으로 걸어 들어왔다.
한 손에는 발뭉, 다른 한 손에는 애기르의 투구를 든 채로.
회귀검가의 서자가 사는 법